도시의 자연감각 회복을 돕는 정원활동
김현아
분량11,366자 / 영상 31분 54초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강연록
포럼 개요
- 제목: 다시 야생으로: 자연주의 조경과 정원활동
- 일시 및 장소: 2023년 10월 19일 오후 7:30~9: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온/오프라인)
- 발표: 김현아(마인드풀가드너스 대표), 신준호(연수당 대표)
타임코드
- 00:00~08:07 마인드풀가드너스 소개
- 08:10~13:35 정원활동 프로젝트: 캠페인(컷플라워 가드닝, 와일드볼)과 콘텐츠 제작
- 13:35~24:35 정원활동의 확산을 위한 활동(플랫폼, 전시, 페스티벌 등)
- 24:35~31:48 해외 사례와 마인드풀가드너스의 비전
스크립트
마인드풀가드너스
(00:00~02:24) 안녕하세요. 소개받은 마인드풀가드너스의 김현아입니다. 저희는 정원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고요. 저희를 소개할 때 정원과 액티비즘을 연결해서 공동체 회복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비영리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다들 알텐데, 비영리가 붙은 스타트업은 아마 익숙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민간 지원재단 같은 단체에서 기존의 비영리 단체의 활동 방식과는 다르게 스타트업적인 성격을 가진 새로운 주제나 영역을 발굴해서 활동하는 단체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어요. 저희가 그 육성사업의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어서 활동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고요. 대외적으로 저희를 홍보할 때는 꼭 이 말을 붙여서 쓰라고 했기 때문에 ‘비영리 스타트업’입니다. 그리고 저희 스스로를 정원활동가, 가든 액티비스트(Garden activist) 혹은 액티비스트 가드너(Activist gardener)라고 얘기합니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냐면, 저는 비영리 단체에서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갖고 오랜 기간 활동했습니다. 어느 날 가드닝을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공동체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 굉장히 중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고 비영리 영역에 접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생태 환경을 많이 고려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정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기후 위기, 변화가 몸소 체감되는 부분이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가드너의 숙명이겠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원활동 선언문
(02:35~03:30) 비슷한 영역에서 활동을 하는, 정원활동가라고 명명해드릴 만한 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부분 공감했고, 기후 위기에 저희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기후위기 정원활동 선언문’을 2021년에 발표했어요. 우리 모두가 정원활동가가 돼야 하고,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내용들을 다 고려해서 넣은 선언문이었어요.
자연감각
(03:30~06:55) 저희 단체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보통 비영리 단체는 문제인식과 솔루션을 바탕으로 일합니다. 저희가 활동을 하면서 기후 위기라든가 공동체 붕괴가 가속화되는 원인 중에 하나는 사람들이 자연 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취미로 정원활동, 가드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플랜테리어, 집을 꾸미고 반려 식물을 들이는 데부터 출발했고, 자꾸 (식물을) 죽이니까 ‘이게 왜 그럴까?’하는 고민이 들어서 공부를 하다 보니 결국은 자연에서 식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아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식물 덕후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로 가게 됐습니다. 거기에서 다알리아 구근을 분양받았는데 누군가가 ‘이걸 언제 심나요?’ 질문했고, 그걸 분양해 주신 분이 ‘복사꽃 필 무렵 심으면 맞다’고 답했죠. 그랬더니 다들 ‘복사꽃을 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나눈 거예요. 농(農)이라는 작업이 우리에게 익숙한 일이었을 때는 절기마다, 시기마다 할 일들이 일상에 맞물려서 돌아갔는데, 지금은 그런 것을 잊고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정원활동을 통해서 회복해야 되는 자연감각을 세 가지로 정의했어요. 하나는 계절이 변화하는 절기 감각이 아니라 기후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매년 정원활동을 하고 텃밭에 뭘 심어 보면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계속 다르다는 걸 매년 느낍니다. 저는 꽃을 주로 많이 키웠는데, 점점 더 노지에서 꽃을 키우는 것은 어렵겠구나라는 게 절감이 되고, 일년 주기로 텃밭 농사를 지어보면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패턴이 나오는데 그게 굉장히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그래서 기후변화도 인지할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겠다 (생각합니다). 한편, 도시라는 공간이 사실은 자연과는 굉장히 먼 이분법적인 구분이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도시 안에도 굉장히 많은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걸 정원활동을 통해서 발견했어요. ‘정원사는 식물이 아니라 땅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는 것처럼, 땅은 모든 생명이 살고 있는 서식처고, 도시도 서식처라는 걸 인지해야 된다는 게 중요한 감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도시에 얼마나 많은 새가 있는지 잘 모르시고 지나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관심을 갖고 보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생명들이 도시 안에도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생태공동체의 일원임을 이해하고 그(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된다는 내용이 저희가 목표로 두고 있는 자연감각입니다.
자연감각 회복의 단계
(06:57~08:07) 저희가 자연감각을 회복하는 단계로 생각한 것이 처음에는 1)경험하기고요. 경험을 통해서 2)깨닫는 것입니다. 저희가 정의하는 정원활동은, 정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식물을 가꾸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도시 안에 인위적으로 만든 녹지 공간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포괄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원에서 탐조하는 분을 만났어요. 그분을 만나 뵙고 돌아온 뒤로부터 계속 제 눈에 곤줄박이 같은, 그전에는 몰랐던 새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 경험을 하고 거기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는 계속 보입니다. 그러면 그런 존재가 이 도시에서 잘 살아가도록 우리도 뭔가를 도와야 되지 않을까를 3)살피고, 4)실천하는 과정으로 넘어가야 된다는 게 저희가 생각하는 네 단계입니다.
컷플라워 가드닝 캠페인
(08:10~09:55) 저희 단체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초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계부터 정원을 공부한 정원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컷플라워 가드닝 캠페인을 시범 사업 인큐베이팅하는 기간에 제일 처음으로 했어요. 텃밭에서 먹거리 작물보다는 꽃을 주로 키웠고, 씨앗 파종부터 자라는 모습을 계속 관찰하고 키운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서 이웃한테 전달하고 인사를 건네는 캠페인이었죠. 주로 정원을 가꾸는 커뮤니티가 참여해서 진행했었고 한 2년 정도 이 캠페인을 연속 진행했는데 처음에 36개 커뮤니티가, 그다음에 53개 커뮤니티가 참여했고 꽃을 나눈 횟수를 집계하니까 150회, 190회였습니다. 참가자가,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굉장히 즐거워했고, 씨앗 파종부터 키우고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마음이 치유되었다고 경험을 나누어 줬어요. 사회적 변화를 위한 정원활동으로서 시작할 수 있는 캠페인으로 제안을 했습니다.
리와일드볼 캠페인
(09:55~11:32) 그 다음엔 리와일드볼 캠페인을 했습니다. 요즘 흙과 씨앗을 뭉쳐서 만든 씨드볼을 마을, 학교, 기관 등에서 게릴라 가드닝 도구로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저희도 그런 맥락에서 야생화로 리와일드볼을 만들었어요. 리와일드볼 안에 야생화 씨앗 믹스 26종이 들어있습니다. 야생화가 자라면서 황폐화된 토양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또 지상부에 꽃을 피워서 꽃가루 매개자들에게 먹이도 제공하고,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하는 활동을 진행했어요.
리와일드볼 만드는 워크숍을 한 뒤에 그것을 어딘가에 던지고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내 일상공간 가까운 장소, 출퇴근길 같은 데 던져서 어떻게 자라는지를 보라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왼쪽 네모난 박스 안에 있는 사진(11:03)은 공을 던진 지 7일 됐을 때 싹이 난 모습이에요. 근데 여기가 도시공원 같은 곳이었기 때문에 한 달쯤 됐을 때 예초기로 다 베였는데, 그 모습까지도 관찰을 해서 도시공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보자. 내 주변의 공원은 어떤 주기로 풀을 베는지도 관찰하는 것이 저희 캠페인의 목적이기 때문에 꽃을 못 보더라도 실망하지 말자(고 다독이면서), 이런 내용으로 진행했습니다.
정원활동 콘텐츠
(11:35~13:35) 더 많은 분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기를 바라며 앞서 말씀드린 두 활동의 키트를 만들어 보급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공동체 정원활동하는 분들이 대부분은 ‘시민정원사’라고 해서 지자체 교육과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정원을 가꾸고 관리할 수 있는 원예기술을 배운 분들이고, 이미 공공영역에서 자원봉사로 정원을 가꾸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정원활동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배경에는 이런 분들에게 기후위기에 대응한 생태적인 정원을 가꾸는 방법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한국엔 많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저희에게 그 콘텐츠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런 내용들을 정리해서 네 가지 정도를 만들었고요.
제일 마지막에 만든 게 ‘서식처 정원을 만드는 정원가들을 위한 초화식재 안내서’라는 긴 제목의 책자입니다. (옆에 계신) 신준호 대표님은 서식처 기반 정원이라는 걸 너무 잘 아실 것 같아요. 정원을 조성할 때 식재방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결국은 서식처, 즉 ‘장소에 맞는 식물을 심는다’가 기본 원리인 거예요. 이런 내용이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고, 이제는 조경이나 정원을 하는 분들도 생태적인 정원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전문가 분들도 그런 내용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전문가들이 그 내용을 학습해서 대중에게 전달해 주기까지 기다리기엔 저희 마음이 급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도 해보자’라고 시작했고, 안내서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정원 커뮤니티 활동
(13:35~19:03) 그리고 난 다음에 서식처 정원 식재 탐구단이라는 걸 꾸렸어요. 주로 공동체 정원을 가꾸시는 분들이고요. 이분들이 이 앞에 서식처 기반 정원이라는 내용을 학습을 하고, 서울식물원의 식재 설계 공모전이라는, 다른 정원 박람회와는 조금 다르게 식재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공모전이 있어요. 그래서 거기 1, 2, 3의 정원을 같이 연구해보았습니다. 각 정원을 조성한 작가님들을 모셔서 이게 어떠한 서식처를 상정하고 식물을 배치했는지를 배운 후에 각자의 공동체 정원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심고 가꾼 정원의 식물이 지금 어떻게 식재되었는지 조사해서 리스트업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정원을 꽤 오래 가꾸신 팀도 있었는데 이렇게 식재리스트를 기록하는 거는 처음 해봤다는 이야기들이 많으셨어요. 그리고 리스트업하는 거에 그치지 않고 매년 관찰해서 어떻게 자라는지를 봐야 된다는 것이 이 활동의 주요한 내용입니다.
왜 그랬냐면 저희가 이 책을 만들고 이 과정을 하는 게 결국은 생태적인 정원을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출발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이에요. 시민정원사들한테 그런 걸 알려줄 만한 교육 컨텐츠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어디부터 출발해야 될까 이런 얘기를 하다가 생태학과에 계신 어떤 교수님한테 자문을 받는 과정에서 아마 국내 조경가들 중에서 이거를 얘기할 만한 사람은 이제 김봉찬 더가든 대표님이나 신준호 대표님 외엔 없을 거라는 얘기를 했었고, 그래서 오히려 그런 방향보다는 동네에 식물을 굉장히 잘 키우는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수집하는 게 오히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을 아는, 지금으로서는 더 적합한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공공정원을 갖고 있는 시민정원사분들은 경험이 좀 있는 분들이니 공동체 정원을 조사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계속 연속되면 좋은데, 저희도 어떤 환경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한 사업이고, 사업비가 없어서 이어가지 못해 좀 안타깝습니다.
자투리땅 탐사대는 정원을 향유하는 거는 꼭 땅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지점에서 출발했고 땅이 없는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정원활동은 뭐가 있을까라는 걸로 이제 온라인에서 모여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토론을 해서 동네에 있는 자투리 땅, 우리가 쓸 수 있는 공공의 땅이거나 사유지인데 방치된 땅 등을 한번 맵핑해보자 해서 시범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저희가 나중에 이제 온라인 시스템에서 이런 거를 서로 맵핑해서 기록을 올리고 누구나 볼 수 있으면 내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같이 할 사람을 모으고 이런 걸 하면 좋겠다라는 취지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씨앗을 교류하는 시드 스왑(Seed Swap) 커뮤니티 활동도 있습니다. 주로 농업 분야에서 토종 씨앗 관련 운동을 하시는 곳도 있고 종자와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조경이나 정원 식물에서 친환경적, 생태적으로 안전하게 키워진 정원 조경 식물이라는 건 사실은 보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먹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잔류농약 검사도 안 하고 그게 어떻게 생산됐는지 생산 이력도 알 수 없어요. 근데 사실 이게 굉장히 문제가 되는 게 뭐냐면, 작년부터 굉장히 심각하게 얘기가 나왔던 벌 감소와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식물체나 토양에 남아있는 농약이 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어요.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게 보급이 되고 소수라도 하는 거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니까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정원 조경 식물도 어떻게 생산이 되었나에 대해서 소비자로서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냥 모종을 사는 것보다 씨앗을 채종해서 쓰고 그걸 교류하는 것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원에서 식물을 가꾸는 것만이 아니라 생태관찰 시민과학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어떠한 생물종을 발견하면 기록하는 플랫폼 네이처링을 사용해서, 저희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공간이긴 하지만 생명 다양성을 고려해서 만든 정원에서 발견된 생물종을 기록해보면 어떨까라는 취지입니다. 정원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기서 일상적으로 관찰하면서 기록하는 활동으로 기획해 진행했습니다.
정원활동을 연결하는 플랫폼
(19:15~20:45) 이 모든 게 사실은 저희만의 활동이 아니라 이미 이런 활동을 하고 계시는 팀들을 만나서 그 팀들과 협업하기도 하고, 공공정원을 가꾸는 자원봉사하는 정원활동도 굉장히 소중한 가치가 있지만 좀 더 다양한 정원활동의 모습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너무 재미있는 자기만의 기획을 하고 계신 팀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들을 어딘가에 좀 아카이빙해서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공간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정원 커뮤니티들도 다른 사례를 보고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이름이 좀 어려워서 저희가 닉네임으로 엠지와(MGWW)라고 부르는데 풀네임은 마인드풀 가든 와이드웹이에요. 가든 와이드웹은 ‘우드 와이드웹’이라는, 나무가 지하부에 뿌리균으로 연결돼서 서로 소통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거기서 차용한 말입니다. 모든 미소(微小) 정원들이 마치 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활동가들을 통해 하나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를 담은 플랫폼입니다. 소소하지만 기발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자연주의 정원 만들기
(20:45~21:05) 저희가 정원 만드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정원보다는 조금 더 생명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정원같은 것은 보통 기업에서 후원한 정원이거나 공공기관과 함께하는 정원을 만들기도 합니다.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전시와 페스티벌
(21:05~24:35) 저희가 이런 것들을 나누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축제 같은 형태를 온라인 플랫폼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 함께 만나서 교류하는 게 정원은 중요한 것 같아서 이런 전시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저희가 활동한 3년동안 매년 전시를 했고요. 저희가 올해 하는 전시가 마인드풀 페스티벌 2023인데 슬로건이 ‘리와일딩 아우어 마인드(Rewilding Our Mind)’예요. 신준호 대표님도 발표하러 와주시고요. 국내에서 자연주의 조경가라고 할만한 분이 정말 손에 꼽거든요. 섭외할 수 있는 분이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오시기로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연사 중에는 특히나 리와일딩 아우어 마인드라는 게 리와일딩과 관련된 여러 논의들이 나오는 와중에 저희 같은 단체에서 할 수 있는 건 결국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슬로건을 잡았어요. 또 한 가지 대주제는 인간, 비인간 존재가 함께 공생하는 정원, 그리고 그쪽으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내용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는 겁니다. 최근에 낯선 곤충이 대규모 출현하는 사건들이 있어서 특히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생태적인 정원도 좋지만 그래도 벌레가 나오는 정원을 견디기 어려워하시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도 좋지만 내 정원 안에서 이 곤충과 어떻게 공생해야 될지가 고민인 거예요. 물론 그 이전에 새도 있고 길고양이도 있고 여러 생물종이 있지만 아마도 벌레가 가장 난감한 부분이 아닐까. 근데 이런 벌레, 곤충과 우리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해봐야 되지 않을까 해서 곤충학자도 오시고, 정원활동하는 정원활동가도 오고, 김아영 교수님이 생태 정원과 관련해 문화사회학적으로 보는 정원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고, 최진우 박사님이 토론자로 토크쇼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11월 3일, 4일이니까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엠지와 플랫폼에서 했던 정원 프로젝트들도 전시할 예정이에요. 한 15팀 정도 재밌는 사례를 보여드릴 예정인데 재개발 지역에서 유기된 식물을 구조하는 팀도 있었고, 비가 오는 날 번개를 해서 지렁이를 주워서 텃밭에 돌려놓는 프로젝트를 하는 팀도 있었고, 우리가 이제 소위 말해서 잡초라고 말하는 풀에 대한 쓸모를 찾아보는 팀도 있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정원활동보다 기발한 프로젝트들이 있어요. 그래서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외 사례 소개
(24:35~30:23) 마지막으로 리와일딩과 관련된 해외 사례 한 가지만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북미나 유럽 쪽에서는 리와일딩 관련된 실천이 나오고 있었는데 2022년 영국의 제일 유명한 정원박람회라고 할 수 있는 첼시 플라워 쇼에서 리와일딩을 주제로 한 정원이 대상을 받았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쇼 가든’ 같은 정원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산속 오두막집 앞에 들풀이 자라는 것 같은 모습이고 그 옆에 비버의 서식처를 구현해놓은 정원을 만든 거예요. 일종의 쇼와 같은 정원박람회에서조차 리와일딩과 관련된 주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에 이걸 봤을 때 비버의 서식처를 구현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좀 의아하기도 했어요. 이 정원박람회는 나중에 철수를 하거든요. 잠깐 보여주고 마는 정원박람회에 이런 것을 하는 이유가 뭘까라고 궁금해서 나중에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리와일딩은 과거와는 조금 다르게 생태계 프로세스를 보존하는 방식입니다. 리와일딩은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대규모 생태 보존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까지 다양한 층위로 진행될 수 있는데, 정원박람회에 이게 등장했다는 것은 결국 인식을 바꾸는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런 쇼 가든이 굉장히 효과적이므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 작업에 구현된 내용이 보기에 자연스러워 보이는 정원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리와일딩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내용들을 담고 있어요. 그중에 하나는 찾아보니까 생태 프로세스를 복원하는 형태를 할 때 제일 많이 언급되는 것 중에 하나가 키스톤 생물종을 복원하는 형태를 한다고 하는데 영국에서는 그 종 중 하나가 비버라고 해요. 비버가 댐을 만들고, 서식처가 만들어지면 거긴 자연스럽게 습지가 되는 거죠. 그래서 이 정원에 구현한 게 비버의 댐에 의해서 만들어진 개울 그리고 습초지에서 자라는 식물도 그 환경에 맞게 자라는 식물들이 있고요. 여기에 집을 구현했고 그 옆에는 제가 ‘마른 돌담’이라고 번역을 했는데 이것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담을 쌓은 것인데 그 사이에 몰탈이나 석회 반죽 같은 걸 쓰지 않고 돌만 쌓아서 하는 방식이에요. 유네스코 같은 기관에서도 생태 문화적 경관으로도 중요하고 공동체의 기술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유산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을) 보호하는 운동들을 많이 하고 있고요. 그렇게 쌓은 담 안에 틈이 있다 보니까 양서류나 곤충 등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처가 되기도 하는 공간인 거예요. 그래서 이런 마른 돌담을 사용했고 또 이제 산책로는 목재를 쌓아서 산책로를 만들었고 특히 이제 영국의 자생종 야생화 초원을 만들었다는 내용들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리와일딩을 정원에서 구현하는 내용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이런 주요한 내용들이 들어 있는 상황이고요. 마른 돌담 관련해서는 일본에서조차 이 마른 돌담 쌓기 기술을 지자체에서도 보존해주고 활성화하는 마을 공동체를 지원해주고 있어요. 국내에는 예전에 마른 돌담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 기술이 남아있지 않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적정 기술을 연구하는 팀과 이거를 한번 해보자 해서 해외 자료들을 가지고서는 연구하시는 팀이 있어요. 파주에서 워크숍이 진행돼서 저도 한번 가봤는데 보급이 되면 굉장히 좋을 만한 기술이지만 공동체가 함께 해야지만 쌓을 수 있다는 것이고, 돌 자체가 너무 무겁더라고요. 그럼에도 이런 기술들도 사용돼서 한국에서 리와일딩 관련된 논의들이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저희는 어디 가서 좀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 수집하고 들을 수 있을지 정보가 없어요. 좀 더 많은 전문가들과 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그리고 건축에서도 이런 내용들이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이 돼서 저희 같은 시민정원사들과 함께 활동하는 팀들이 이 내용들을 좀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중장기 비전
(30:23~31:48) 끝으로 저희 단체의 중장기 비전입니다. 생태보존 환경운동을 하는 팀의 활동 영역이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하나는 동물권이나 생명권 같은 생물종의 존엄성을 지키는 활동이고요. 하나는 연결망을 만드는 활동입니다. 저희는 정원을 대상으로 하지만 정원도 큰 정원, 작은 정원, 미소 정원을 연결하면 그거 자체가 다양한 생물들이 징검다리 삼아서 다닐 수 있는 서식처가 되는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도시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이나 공공기관 옥상정원 같은 곳들을 저희 활동의 대상지로 삼고, 거기에 아까 우드 와이드 웹의 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활동가들이 서식처라는 개념을 갖고 생태적인 정원을 가꾸면 이게 하나의 정원연결망을 이루지 않을까, 그래서 언젠가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연결되는 것을 넘어서서 오프라인상에서도 거대한 정원연결망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게 저희의 비전입니다.
스크립트 정리 심미선
김현아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추구하는 비영리재단에서 12년간 활동했다. 2016년에 영국 킹스크로스 도시재생지역에서 커뮤니티 가드닝 사례를 보고 ‘정원활동’도 소셜 임팩트를 만드는 방법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20년 비영리스타트업 마인드풀가드너스를 창업했다. mindfulgardeners.kr
도시의 자연감각 회복을 돕는 정원활동
분량11,366자 / 영상 31분 54초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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