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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탐구생활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성균관대 건축학과 이종상
성균관대 건축학과 강명지
성균관대 건축학과 이어진


우리 일상이 평온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를 마다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돌아본 여성 경찰로 보내는 험난하고 다사다난 한 그들의 일상을 관찰한다.

여성 경찰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한두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경찰서에 적용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제안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이다. 어느 곳에 설치되더라도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도 쉽게 지을 수 있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모듈을 제안하여 장소별로 알맞은 조합을 만들고자 했다. 모듈은 프로그램에 따라 설정이 가능하며 이를 기능별로 각각 분리하여 장소에 맞게 조립한다.

프로그램은 공용과 개인, 두 가지로 나누고, 조립식 컨테이너를 재료로 썼다. 컨테이너를 재료로 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듈화에 용이하고, 둘째, 주재료인 강철과 알루미늄은 단열효과와 방수, 방습, 내수성이 뛰어나며 견고하다는 점이다. 또한 골조를 구성하는 데 사용되는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아 더욱 경제적이다. 그리고 다른 건축물에 삽입, 증축되더라도 구조의 적용이 쉽고 결합 및 해체, 가공이 편리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도 가능하고, 철거 시 발생되는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며 대지에 영향을 적게 주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운반할 수 있어 이동 역시 편리하다.

우선 각실(室)은 기류가 방을 관통하며 흐를 수 있도록 공기구멍이 뚫려 있다. 또한 축열벽을 이용하여 열 손실도 줄였다. 축열벽은 그 외에 루버를 본따 천창을 뚫어 조도를 높이거나, 증정에 흙을 깔아 축열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등 여러 패시브 시스템(Passive System)을 적용했다. 모듈의 조합은 크게 가로 모듈과 세로모듈로나뉘고각기본모듈은입식과 좌식으로 나뉜다. 입식 모듈은 각 공간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지만, 좌식 모듈은 공간이 이어져서 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세로 모듈, 특히 좌식의 경우 한 층이 줄어들 수 있는 대신 공간이 구분되지 않아 불편함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각 장소의 상황에 맞는 모듈을 골라 설치하면 된다. 공용모듈 하나는 1~5인용이며 6인, 11인, 16인부터는 모듈을 하나씩 더 추가한다.


건축주 인터뷰 

건축주

여성 경찰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파출소를 리모델링 또는 신축, 증축할 때 건축주는 누가 되나요?

건축주  리모델링의 혜택을 균등하기 위해 매년 경찰청에서 몇몇 파출소를 정해서 예산이 내려오면 각 서에서 진행합니다. 즉, 건축주는 경찰청인 셈입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건축주  작년 노송 지구대 증축 때는 두 달 동안 대략 2억 원 정도를 지원 받았습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이곳은 상황이 어떤가요?

건축주  이 건물이 지어진 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원이 25명이 되었는데도 건물은 10명 규모로 지어진 예전 그대로입니다. 그러다 보니 건물 노후화 외에 공간 부족도 문제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냉난방 시스템도 상당히 오래됐겠네요?

건축주  그렇죠. 말 그대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습니다. 게다가 냉난방 시설을 최소한으로 사용해도 가을부터 봄까지는 매번 재정을 초과하게 됩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여기에 여성 경찰 분들은 몇 분 정도 계시나요?

건축주  저희 파출소에 총 25명이 근무를 하는데 그 중에 여성 경찰은 3명입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계시는지요?

건축주  워낙 공간이 부족해서 옥탑방에 탈의실을 마련한 게 전부고, 휴게실도 공용으로 씁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경찰로서, 특히 여성이라서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반대로 오히려 더 잘하는 것은요?

건축주  요즘은 덜 하지만 여전히 저희를 신기하게 보거나 하대하고 무시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인식이 가끔 서운하고 섭섭합니다. 반대로 피해자나 가해자로서 여성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우리가 맡으면 일이 수월해집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여성 경찰 분들께 어떤 공간이 가장 필요한가요?

건축주  무엇보다 깨끗하고 독립되어있는 여자 화장실, 탈의실이 필요합니다. 옥탑방을 탈의실로 사용하고 있지만 날씨가 좋지 않을 때 한번 가려면 너무 힘듭니다. 휴게공간도 필요합니다. 3교대 근무 틈틈이 한두 시간씩 쪽잠을 자는데 지금은 남자랑 같이 쓰고 있습니다. 소파나 테이블처럼 쉴 공간이나 넉넉한 수납장과 전신 거울이 있으면 더 좋겠지요.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아직 다들 미혼이신데, 결혼 후에도 계속 일을 하실 건가요?

건축주  그럼요. 그런데 육아 수당이나 육아 휴직 같은 제도는 공무원이 참 잘 되어 있는데 아이의 보육환경은 마땅치 않습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저희는 기능별로 모듈을 분리해서, 각 장소에 맞게 조립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건축주  그렇게 매번 조립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요?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우선 공용과 개인 프로그램으로 나눴습니다. 화장실 또는 1~2시간 정도 잠을 잘 수 있는 휴게침실은 공용 모듈로 묶어서 1~5인마다 하나를 사용합니다. 탈의와 수납 프로그램은 개인모듈로서 1인당 1모듈입니다. 각 파출소의 상황에 따라 모듈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죠.

건축주  그럼 재료는 뭔가요?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조립식 컨테이너입니다.

건축주  컨테이너요? 그건 공사장에나 있는 싸구려 가건물을 만드는 재료잖아요.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한국에서는 주로 그런 용도로 사용 해 와서 선입견이 생겼지만, 컨테이너는 장점이 많은 재료입니다. 요즘 외국이나 국내에서도 모듈러 하우스를 짓고 있어요.

건축주  유지관리 비용이나 편의 측면은 어떤가요?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설계 초기단계부터 그 점을 염두하고 재료 및 설비를 선정했습니다. 패시브 시스템을 적용해서 에너지의 손실률을 최소화 하고 자연환경도 보호할 수 있게 되죠.

건축주  결과물이 기대됩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나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건축주  휴게실에 커다란 창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경찰뿐만 남성 경찰도 같이 이용할 공간도요. 기관의 성격을 살려서 원색보다 푸른색이나 밝은 색 외관이 어울리지 않을까, 제안해 봅니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신고를 받거나 불편사항을 듣는 입장인데다가 경찰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고 생각한다는 점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제안해주고, 같이 고민하는 과정이 행복했고 이런 공간이 생기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심사위원, 멘토 질의응답

유걸  여성 경찰을 위한 프로젝트라서 남성 경찰들이 부러워하지는 않았나요?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여성 경찰이 없는 파출소에는 남성 경찰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배타적인 휴게공간이 시급한 여성 경찰 분들의 문제를 먼저 우선적으로 봤습니다.

유걸  여경들이 겪는 공간적 어려움이라니, 보통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모듈러 시스템으로 좋은 것 여러 가지를 만들기보다 작은 모듈 하나로 가장 필요한 한두가지를 해결하면 더 현실적인 제안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파출소 하나의 문제를 잘 해결함으로써 다른 곳에서 보고 따라오게 하는 식으로 변화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생적으로 번져나가는 것이 더 좋은 해법일 수 있습니다. 일상의 건축을 이야기 하는 의도는 세상을 구하자는 게 아니라 동네를 바꿔보자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율전 파출소만 대상으로 했으면 모듈 하나로 끝났을 텐데 욕심을 부려 전국적으로 적용 가능한 프로토타입으로 다양한 모듈이 나왔습니다. 파출소마다 여성 경찰의 수도 다를 테고, 요구하는 공간도 달라질 테니 다양한 모듈을 두어 유동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조한혜정  좋은 문제발견과 의도로 출발했는데 모듈로 해결하려는 것이 어쩌면 국가주의적인 발상으로도 보입니다. 모든 곳에 같은 것을 만든다는 것은 일자리도 없어진다는 겁니다. 바로 앞에 있는 파출소 하나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텃밭을 가꾼다든지 말이죠. 그들이 정말 원하는 공간으로 바꾸었을 때 주변에서 보고 ‘우리도 해보자’는 흐름이 생기게 됩니다.

이종상 강명진 이어진  여성 경찰 분들이 보통 3교대나 4교대를 합니다. 주로 업무로 바빠서 잠깐의 휴식 공간과 최소한의 공간적 여유가 시급하다고 봤습니다. 여러 곳에 지금과 같이 최소한의 것을 제안을 하면 텃밭을 가꾼다든지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정임  작은 것을 제안했다지만 결과가 거창해졌습니다. 저는 오히려 실제 여성 경찰 분들의 라이프 패턴을 면밀하게 조사해서 작은 공간이라도 유동적이며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제안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경 탐구생활

분량4,348자 / 8분 / 도판 6장

발행일2013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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