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곳에서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분량5,370자 / 10분 / 도판 6장
발행일2013년 12월 21일
유형작업설명
연세대 건축학과 오세철
연세대 건축학과 서유빈
건국대 건축학과 홍성준
구두 디자이너의 쇼룸 겸 작업실 프로젝트. 건축의 일상성 회복을 위해 기존 건축 계획의 과정을 여러 관점에 대응시키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내용을 토대로 재해석하여 계획의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곳에서’ 접근했다.
건축의 일상성 회복을 위해 기존 건축 계획의 과정을 여러 관점에 대응시키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내용을 토대로 재해석하여 계획의 구체성을 확보하려 한다. ‘일상의 건축’이라는 주제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을 토대로 구두 디자이너의 쇼룸 겸 작업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러 곳에서> 프로젝트는 건축이 산업적인 측면에서 다른 산업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특히 패션계라는 다른 창작집단에서 보편성과 전문성의 차이를 해소하는 과정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 하였다.
건축주와의 소통하는 과정에서 기존 건축 계획에 해당하는 장소 선정 및 탐색 단계의 진행 과정과 계획 단계에서의 상이함, 평면 구성 및 인테리어 계획에 대한 시선의 차이가 있었다. 이를 해결해가면서 계획될 공간의 구체성에 다가갔다. 또한 기존 건축계로부터 반성할 점을 찾고, 나아가 확장된 시각을 통해 공간의 실사용자가 건축주가 아닌 경우를 포함하는 관점에 대해 제안한다. 일상의 건축이 건축가와 건축주 사이의 소통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 여러 곳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과정을 보여준다.


건축주 인터뷰
건축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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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어떤 공간을 계획 중이십니까?
건축주 10월에 지금 쓰는 사무실 계약이 끝납니다. 공간 확장을 하면서 쇼룸을 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옮기고자 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브랜드는 가격대가 조금 높은 편이어서 구두와 더불어 저렴한 악세사리나 소품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편집매장 레이블을 런칭할 계획입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어디로 옮기실 계획입니까?
건축주 현재 사무실은 구두공장이 가까운 성수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태원이나 압구정으로 옮길 계획입니다. 유동인구가 더 많은 압구정 로데오 쪽을 선호하지만 압구정은 제가 원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쇼룸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이미지나 분위기가 있으십니까?
건축주 쇼룸의 전체적인 느낌은 동굴같이 거칠고, 자연적인 공간에 아늑하게 집 짓고 사는 느낌이었으면 합니다. 동굴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흰색 칠을 해서 멋있게 연출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가격대나 평수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건축주 크기는 쇼룸과 사무실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니 30평 정도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보증금은 권리금 포함해서 5천만 원, 월세와 관리비는 최대 200만 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패션계의 현재 동향이 궁금합니다.
건축주 과거 국내 패션계는 소위 ‘선생님 브랜드’로 불리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주도했습니다. 대중적 향유보다는 개념적인(conceptual) 디자인이 주가 되어 발전해왔습니다. 이와 반대로 팔기 위한 디자인에 힘을 쏟는국내 SPA 브랜드들은 개성(character)이나 독창성을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즉, 전문성과 보편성이 분리된 거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많은 독립 브랜드들이 등장해서 중간점을 잘 찾아내었고, 그것이 대중에게 통했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디자인을 하며 개인의 독창성과 소비자의 관심을 획득하는 것 사이에 충돌이 생기면 어떻게 대응하시는지요?
건축주 아이디어는 남겨두되, MD구성을 합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그것을 만든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히 보이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출의 비율을 살릴 수 있는 것에 둔다거나, 가격을 합리적으로 맞출 수 있는 소재를 쓴다거나, 대중적 어필이 되는 요소들을 넣거나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다 보면 자연히 내 디자인의 무엇이 핵심인가를 계속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압구정에서 장소를 선택하기 위해 함께 돌아다니던 중) 실제로 공간을 돌아보시면서 느끼신 점이 있으신지요?
건축주 도산공원 부근의 경우 주요 타겟층인 20~30대의 감각 있는 여성 소비층이 부담 없는 가격대의 액세서리를 사러 오기엔 고급스러운 디자이너 브랜드가 밀집되어 있었습니다. 해당 소비층을 끌어오기엔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압구정 로데오 거리 대로변은 너무 상업적입니다. 정리해보면 주변 분위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유동인구가 없어서 장사가 되지 않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입점할 장소를 구할 때 대부분 급하게 구하려다 보니 자신이 목적하던 여러 가지 것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오픈까지 기간이 많은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건축주 네. 그 필요성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건물 내의 위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아 각 층에 대한 평면 계획을 시행했습니다.
건축주 전체적으로 심플한 공간 구성이 마음에 드나, 화장실이 없고 창고의 위치가 사무실과 바로 붙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같은 기능을 가진 공간끼리의 동선은 밀도 있고 짧으면 좋겠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1차 평면 계획으로 확정된 반지하 공간에 맞추어 새로 공간계획을 시행했습니다.
건축주 저희가 같이 소통하고 계획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말로 이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쇼룸의 컨셉, ‘동굴’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했습니다.
건축주 더욱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쇼룸의 전체적인 컨셉은 무인도에 있는 동굴에 집을 짓고 사는 느낌이면 좋겠습니다. 벽에 선반이 쭉 둘러져 있어 진열이 자유로웠으면 좋겠고, 모서리나 벽 중간에 바위 같은 것이 튀어 나와 동굴의 느낌이 났으면 합니다. 그리고 전체 공간이 흰색으로 덮여 있으면서도 동시에 거친 느낌이 들고, 마구잡이로 나열하는 느낌으로 흩뿌려져 있지만 깔끔한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쇼룸의 타겟 수요층은 어떻게 됩니까?
건축주 어쩌다 오는 사람이 비싼 제품을 사서 매출을 올리는 숍이 아닙니다. 10만 원 이하에서부터 30만 원 사이 가격의 제품을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편한 느낌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둡기 보다는 밝아서 전반적으로 제품들이 잘 보였으면 좋겠고, 입구에서부터 쇼룸까지의 동선이 짧아 접근성이 좋았으면 합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결정된 쇼룸의 컨셉이 기존에 생각하시던 동굴의 느낌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까?
건축주 네. 의도하지 않은 데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연출된 동굴에서 찾는 것보다 더 깊이가 있으면서 동시에 실질적이기 때문에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소규모의 회사를 중규모로 확장하는 데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걱정됩니다. 일의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나아질지도 모르겠지만, 직원들과의 접촉이 적어져 지금의 책임감이나 유대감이 떨어지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건축주 직원이 한 명 늘어나고, 원래 쓰이고 있던 기능들을 위해 필요했던 공간들이 구분되어 생긴다고 해서 저희 레이블의 일상이 달라지거나, 사무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사위원, 멘토 질의응답
유걸 이 프로젝트는 프로세스를 제안하는 것이고 결과물은 그 프로세스의 예시인건가요? 건축주와의 대화에서 공간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장소를 물색하는 것을 보았는데 지금 작업실이 어떤 면에서 그렇게 되었는지가 잘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예시라기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정과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보여드리기 위해 프로세스를 제안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건축주와는 10회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장소 선정은 4차례에 걸쳐서 이루어졌고요. 분위기 파악, 매물 조사와 건축주에게 제시할 정보 수집을 한 후 건축주와 실제로 확인했고 최종적으로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장소를 선정했습니다. 평면 계획에 대해서는 쇼룸이 거칠고 동굴 같은 컨셉을 원하는 건축주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6번의 평면 계획을 제안하면서 동선이 조밀하며 공간구성이 심플하게 두 부분으로 나뉘었으면 좋겠고 쇼룸과 창고가 사무실에 유기적으로 연결되길 바란다는 피드백을 받아서 수렴했습니다.
유걸 프로세스의 중요성과 장소의 중요성이 정말 중요했고 그렇게 다루었다는 느낌이 적습니다. 프로세스에서 건축주가 건축가와 같이 일하는 모양이 덜 보입니다.
김정임 ‘여러 곳에서 여러 곳으로’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건축의 일상성을 위한 노력들이,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토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또 그것이 건축적으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결과가 반영되는 그런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가 되어 건축에 의해 확장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김정임 여러 번 인터뷰하거나 요구사항들을 반영하는 것들은 이미 기존 설계에서 하고 있잖아요. 처음에 제출물을 보고 관심이 간 것은 부동산 장소를 건추주와 함께 물색한 것이었습니다. 보통은 장소를 정한 상태에서 설계를 시작하게 되니까요. 그것 말고도 일반적인 프로세스와 다르게 시도한 것은 무엇인가요?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결과물이 기존에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공모전 주최 측이 제안해주신 프로세스를 잘 따라가면서 느낀점을 과장되지 않은 방법으로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저희가 제시한 키핑테이블은 공간이 건축주가 아닌 실사용자에 의해 점유되는 점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신승현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 입장이 아니라 건축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오세철 서유빈 홍성준 학교 설계실에서 작업할 때 느끼지 못한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사이트 부분에서 가장 많이 느꼈습니다. 보통은 사이트가 주어지고 나면 그 주변에 대한 컨텍스트를 분석하는데 실제 사이트에 가서 조사해보니 그것만으로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건축주가 원하는 공간이 따로 있고 거기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 조차도 문제가 됐습니다. 건축주와 소통하면서도 처음엔 단지 건축주의 요구가 이렇게 있으니 설계해보자 했는데, 더 이야기를 진행하니까 건축주의 요구가 깊어지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통이 왜 건축에서 중요한지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건축’이란 것이 특별한 주제 같지만 건축에 있어서 본질적인 부분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승현 프로세스에 초점을 두고 진행한 점 때문에 관심이 갔는데, 프레젠테이션은 결과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드러난 공간감이나 구체적인 배열이라든지 건축주가 요구한 것을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축주가 왜 이걸 요구하고, 그걸 이렇게 해석해서 표현했다는 것이 보였으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추진 중이라고 했으니 앞으로 더 진행할 텐데 이번 과정을 잘 정리해두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봅니다.




여러 곳에서
분량5,370자 / 10분 / 도판 6장
발행일2013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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