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헌군주제
신지연, 이호영
분량4,020자 / 8분 / 도판 7장
발행일2013년 12월 21일
유형작업설명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신지연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이호영
‘엄마’가 필요한 3세대의 집 합치기 프로젝트. 낡고 작은 주택에 사는 3세대의 우두머리는 단연 시어머니이지만, 집안 살림 전체를 돌보는 엄마는 실질적인 대장 역할을 맡고 있다. 효율적인 살림 공간 활용과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이 가장 주요한 이슈인 이 가정에서 엄마의 일상을 보듬어주고자 한다. 또 그동안 소외되었던 할머니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모일 수 있도록 공간의 계획에 있어 변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일상의 건축이란 무엇일까? 일상이란 곧 생활이고, 생활은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상의 건축이 인간관계의 문제를 풀어내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깊고도 복잡한 관계를 만드는 가족의 관계를 공간을 통해 읽어보고자 했다. <입헌군주제> 프로젝트가 선택한 집은 시부모님과 며느리 부부, 손자들이 두 층으로 나누어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는 확대 가족이다. 이들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 소통이 점점 줄어, 모든 일에서 ‘엄마’만을 찾는다. 엄마 없이도 가족 구성원들끼리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엄마가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프로젝트는 가족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문제점과 바라는 점을 충분히 듣고 난 뒤, 두 집을 합치는 방향으로 설계가 진행되었다. 모두 엄마가 필요한 ‘집 합치기 프로젝트’. 낡고 조그만 주택에 사는 3세대의 가시적인 우두머리는 단연 시어머니이다. 그러나 집안 전체를 돌보는 엄마는 실질적인 대장이다. 그를 위해 살림의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서로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필요하다. 엄마를 중심으로 일상이 전개되고, 할머니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집을 설계했다.
‘할머니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통치하되 군림하지 않는다.’ 이 슬로건을 모티프로 <입헌군주제> 프로젝트는 가족 단위에서 일어나는 입헌군주제적 모습을 공간의 차원에서 재현한다. 이 가정의 관계회복과 기존의 집이 가졌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자 목표가 될 것이다.

건축주 인터뷰
건축주
엄마(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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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연 이호영 집과 가족 구성원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건축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서구 대화동에 위치한 약 34평, 4층 건물입니다. 지하와 1층은 음식점에 세를 줬습니다. 2층에는 활동적이고 사람을 자주 부르는 70대 시부모님 내외분이, 3층에는 전업주부인 저와 회사원 남편, 대입수험생 자녀 두 명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신지연 이호영 가족관계 그리고 구성원 간의 소통은 어떤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건축주 두 집이 같은 빌라에 있지만 두 층으로 나눠져서 서로 마주치기 힘듭니다. 또 회사일로 바쁜 남편과 수험생인 아이들은 아침 일찍 집을 나가 밤늦게 집에 들어오기 때문에 더더욱 소통할 기회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소극적인데 시어머니는 강하고 날카로우신 성향이라 직접 찾는 일이 적습니다. 저도 결혼 초에는 이 상황이 너무 힘들었지만 이제 시어머니의 이런 성향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어머니도 저와 이야기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세요. 집안이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가족들 모두 저를 통해 안부를 확인합니다. 저 없이 서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면 좋을 텐데요.
신지연 이호영 두 집의 가사 일은 어떻게 하시나요?
건축주 2층과 3층 두 곳 모두 부엌이 있긴 하지만 시부모님께서도 3층에서 식사를 하실 때가 많습니다. 2층 손님이 와도 3층에서 제가 대접하고요. 식사 말고 다른 가사일도 제가 위아래를 오가면서 합니다. 그런데 외부 계단을 통해 오가려니 불편하죠.
신지연 이호영 가족들이 지금 집에 느끼는 문제점이 있나요? 또 원하시는 집은 어떤 건가요?
건축주 우선 두 층이 더 편리하게 연결되면 좋겠습니다. 안방이 3층의 안쪽에 있어서 동선이 길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집에서 가장 활동하는 사람이 전데, 집안일을 좀 편하게 하고 싶습니다. 건물 바로 앞에 좋은 공원을 두고 옆집 벽을 바라보고 있는 2층 거실도 문제입니다. 새 집은 햇볕이 잘 들고 공원이 잘 보이는 시원한 공간이길 바라죠. 천장 고도도 높으면 더 좋겠습니다. 반면, 공원을 바라보고 있는 3층 거실은 너무 좁아서 손님을 맞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수험생인 아이들 방이 거실 겸 부엌 바로 옆에 있어서 손님이 오면 방해가 됩니다. 이점도 우리 집이 가진 문제점 가운데 하나죠. 그리고 낡고 좁은 화장실 대신 넓고 프라이버시를 지킬 화장실, 주차 공간이 있으면 편할 거 같아요. 무엇보다 가족들이 자연스레 모일 공간이 필요합니다.

심사위원, 멘토 질의응답
김정임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1층에 식당을 없앤 건가요?
신지연 이호영 식당이 1층과 지하층을 같이 쓰는데 지하층은 거의 버려둔 상태입니다. 그럴 바에야 1층의 반을 주차공간으로 쓰고 남은 1층과 지하층을 연결해서 모두 사용하도록 하게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김정임 가족 안의 묘한 권력관계를 재밌게 푼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이미지에 표현된 재질 때문인지 처음에 보여준 사진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라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외부에 입면 재료는 다 교체하나요? 건축주는 결과물을 마음에 들어 하나요?
신지연 이호영 이 집에 고부갈등이 있으면 더 자극적으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기대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건축주를 인터뷰해보니 오랜 세월을 통해 오히려 갈등이 해소된 상태였고 오히려 가장 편안하게 시부모님을 모실 방법을 원했습니다. 급하게 지은 집인지라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다시 지을 용의가 있다고 이야기 하셔서 처음엔 리모델링으로 출발했지만 신축의 개념이 되었습니다.
김정임 계단을 두 개 두어 원형 동선을 만든 것이 도식적 차원의 해결 같아 보입니다. 면적이 그리 크지 않아서 계단 하나만으로도 큰 불편함이 없을 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안방에서는 계단 때문에 입구가 두 개가 되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있습니다.
신지연 이호영 계단이 많으면 복잡해 보일 거라고 생각해서 층고나 바닥의 위치 조절로 단수를 많이 줄였습니다. 안방의 계단 출입구는 다른 가족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승현 건축주와 어떤 관계가 있나요?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기존의 공용계단을 없애면서 생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나요?
신지연 이호영 건축주는 저희 아버지의 지인입니다.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아서 선정했습니다. 뒷부분의 계단은 내부로 넣고 가족 전용 입구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생긴 공간을 다용도실, 수납공간, 개인공간으로 써서 더 넉넉하게 했습니다.
유걸 이 가족이 새로운 집에 오면 어떻게 변할까요? 가족 문제나 사회 문제에는 건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을 것입니다. 정말 이 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신지연 이호영 전엔 엄마를 거쳐야만 이루어지던 일들을 각자 스스로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만약 10년 전에 이 가족을 만났으면 이렇게 설계하지 않았을 겁니다. 현재 상태에서 가장 편안한 공간을 찾는 건축주의 의견을 따르다 보니 이런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유걸 3세대가 같이 사는 대가족 제도를 수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가족 구성원간의 관계가 보통 핵가족과 다를 겁니다. 3세대가 살 주거라 하면 지속성에 대해 더욱고민이 필요합니다. 노인이 이용하기에 계단은 어떤지, 노인 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어떻게 사용될지, 젊은 아이들이 출가하면 어떻게 되는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이 공간을 가장 오래 사용하는 어머니에 포커스를 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문제 해결점이 더 잘 보였다면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한혜정 최소 10년 이상의 라이프 사이클을 충분히 고민했나요? 수험생인 아이들이 곧 나가게 되면 공부방을 어떻게 할 지도요.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할머니를 돌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신지연 이호영 언젠가 아이들이 출가하겠지만 그전에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를 할 테니 공부방의 소음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엌을 3층에서 2층으로 내린 것도 할머니가 계단을 오르지 않고 식사하기 위해서입니다.




최종 설계된 집의 외부이다. 채광 및 조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넓은 창을 사용하였고, 1층에 주차공간을 추가했다. 외관은 건축주의 취향대로 최대한 심플하게 설계하였다.

설계된 집의 좌, 우, 앞, 뒤 입면의 모습이다.
입헌군주제
분량4,020자 / 8분 / 도판 7장
발행일2013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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