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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주인공들의 공간

김현숙, 정희윤

홍익대 건축학과 김현숙 
홍익대 예술학과 정희윤


대표적인 수제화 생산지구 성수동의 역사를 만들어온 주인공들을 위한 공간을 주목한다. 글로벌한 수제화 생산지역으로 성장할 성수동 수제화 공장의 미래와 가능성을 그려본다.

성수동 수제화 생산지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구두 산업 집적지이다. 과거에는 명동과 퇴계로 일대에 수제화 공장들이 있었지만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주변지역으로 밀려나면서 성수동에 자리 잡게 되었다. 최근에는 중국의 저가공세 그리고 대기업 납품하청구조에 의해 수제화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공장들이 자체적인 디자인 개발이나 판로를 개척하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대안과 새로운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에서는 침체된 제화 산업 활성화를 위해 디자인 지원과 제작 및 판매지원, 마케팅 지원 정책을 통해 발전적인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성수동 주인들의 공간>은 성수동 수제화 생산지구의 활성화에 건축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서울시가 발전 전략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은 수제화 지구를 랜드마크화하는 ‘구두 테마공원’ 또는 상징물 조성과 같은 것이다. 제조 산업 지역을 관광자원화 하여 이 장소를 찾는 외부인에 초점을 두고 있는 계획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이들은 바로 성수동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이들이다. 수제화 타운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만든 이들을 위한 공간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건축 그리고 건축가의 역할을 모색하고자 한다.

건축주와의 첫 만남은 오랜 시간 동안 수제화를 만들어온 그의 삶과 역사에 대해 충분하게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일상적인 생각까지 모두 수제화 제작과 연결되었던 인상적인 만남이었다. 대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부분은 성수동 구두공장의 노동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제조업 노동자의 노동 가치에 대한 인식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건축가와 건축주의 관계를 떠나 손으로 짓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또 성수동 구두공장의 새로운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실적인 문제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건축주가 계획하는 미래를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비효율적인 작업 공간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논의되었다. 건축적으로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공간의 동선을 다시 조직하는 작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보다 편하게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그 첫 번째 과정으로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각 공정이나 작업자의 동선에 혼란을 가하는 공간의 배치, 위험하게 보관된 수 백 가지의 자재 및 도구 그리고 먼지가 많고 어두운 공장 환경이 가장 큰 문제로 파악되었다. 동선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가 제안해야 할 것이었기 때문에 생산공정에 대한 파악이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구두제작을 위한 바이어 미팅 후 디자인과 패턴 작업, 가죽 재단을 거쳐 미싱 및 저부 작업을 거치게 된다.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어 수납벽을 설치해 개별 공간을 형성하되 부분적으로는 동선이 겹치는 과정을 고려한 공동 점유 공간이 필요했다. 수납벽은 공정의 순서대로 재배열된 공간을 분리하면서 동시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수납해,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독자적인 공간을 가지면서도 전후 단계와 중간 단계까지 공간에 흐름이 생기도록 했다. 또한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자 첫 단계인 바이어와의 미팅도 사무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여 구성했다. 최대 18시간까지 공장에 머무는 직원들을 위해 이용 시간이 겹치지 않는 포장 업무 공간을 식사나 환복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마지막으로는 가죽보관창고와 겸하여 사용되었던 재단실을 패턴사와 가까운 곳으로 위치시켰다.

생산 공정에 맞는 효율적인 공간 계획 프로젝트로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제품의 경쟁력에도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성수동의 제화 공장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건축주 인터뷰

건축주

박 팀장 성수동 수제화 협동조합

김현숙 정희윤 서울시 디자인개발정책을 통해 성수동은 제화 산업 단지라는 지역 콘텐츠를 기반으로 앞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는 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을 성수동에서 보내시면서 경험하신 성수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건축적으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건축주  성수동 제화 공장 협동조합이 수제화 생산지구를 대표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협동조합 구성원들끼리 하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소통과 협의를 전제로 한 과정에서 브랜드의 이야기 그리고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때문에 저희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성수동 수제화 타운 사업이 장소의 맥락과 부합하면서 지역의 랜드마크로도 기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성수동에서 제작되는 구두의 브랜드 정체성도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이 산업지구에서 근로하는 노동자와 공장 내부 환경 개선을 위한 공간 계획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생산 환경이 좋아지면 품질과 가격 경쟁력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생길 것이라 봅니다. 자체적인 브랜드 개발도 가능할 것이고요. 즉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누구를 위한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현숙 정희윤 대표적인 수제화 산업단지로서 성수동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건축주  구두 SPA 브랜드가 생긴다면 그 물량을 공급할 시스템을 갖추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성수동입니다. 성장보다는 유지, 어떻게 보면 생존이 목적이 되는 경제 구조 속에서 패스트 패션은 의류업계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는 대신 생산량을 늘리고, 순이익이나 성장률은 낮아도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는 것이죠. 성수동 공장들이 OM방식을 오래 하다보면 아무래도 재고가 많이 쌓이게 되는데, 구두 SPA 브랜드 생산지구가 되면 재고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현숙 정희윤 SPA 브랜드 생산지구와 관련해서 넓게는 생산지구, 좁게는 공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건축주  SPA 산업의 장점은 ‘빠르다’는 것에서 파생됩니다. 생산 공장 역시 빠른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죠. 구두를 만드는 과정은 철저한 분업으로 되어 있습니다. 공간 분리가 지금보다는 더 정확해져야 합니다. 미싱 소리, 망치질 소리와 같은 작업 소음은 작업 능률을 떨어뜨리는 요소입니다. 현장에 직접 와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공장 노동 환경 자체가 열악하고 비효율적입니다. 좋은 모델이 될 만한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리모델링에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대로 지내왔기 때문에 환경 개선이 안 되고 있죠.

김현숙 정희윤 비효율적인 공간이 비효율적인 업무로 이어진 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건축주  특히 샘플장의 경우는 바이어에게 보여줄 제품을 보관하고 구두를 제작할 때 참고할 샘플을 보관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데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항상 자리도 부족하고 바이어나 제작자에게도 그리 좋은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것만이라도 우선 개선된다면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현숙 정희윤 공장 직원들이 하루에 여기에서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건축주  바쁠 땐 새벽 5시에 출근해서 밤 11시가 넘어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공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김현숙 정희윤 공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단순히 노동 현장으로만 국한하여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건축주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는데도 작업복으로 갈아입거나 밥 먹을 공간조차 없습니다. 또 재단실은 어느 곳보다도 밝아야 하는데 가죽창고와 같이 쓰다 보니 춥고 어둡죠. 작업 단계별로 필요한 물품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직원들이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심사위원, 멘토 질의응답

김정임  <잃어버린 사계[일상]를 넣어주다> 프로젝트가 주목한 창신동 봉제 공장과 <성수동 주인공들의 공간> 프로젝트를 같이 보니 더 흥미롭습니다. 두 팀이 공장이라는 비슷한 공간을 주목하는 것 같지만 각각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개선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사계[일상]를 넣어주다>의 경우는 건축적인 해결방법을 취하고 있다면, <성수동 주인공들의 공간>은 작업공정을 분석하고 공간의 재배치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추가로 조언 또는 제안을 하자면, 원래 공간이 좁더라도 일하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추가해서 쉴 공간이 추가되는 것도 좋겠습니다.

신승현  특별한 건축적인 장치가 없어도 공간 활용 방법이 개선되는데 여태껏 시도가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요? 건축주와의 만남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숙 정희윤  공장을 방문했을 때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간 활용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작업 환경이 비효율적 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공사 라도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초적인 작업이 만드는 큰 변화를 느끼시게 된다면 자신이 일하는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봅니다. 건축주와의 첫 만남은 사실 어려웠습니다. 생산공정을 조사할 방법이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인터뷰를 할 때도 “왜 이런 곳에 관심을 갖느냐” “여기 굴러다니는 쓰레기만 안 보이게 해달라” 라고 하셨습니다. 인터뷰와 공간 그리고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공간을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공간을 잘 이해하는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 사용자에게 효율적이고 편리한 공간으로 개선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유걸  프로젝트를 통해 강조한 것처럼 공간의 활용 방법, 환경이 개선되면 생산되는 제품의 질적, 양적인 향상도 반드시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현재 그 공장에서 어떤 정도의 퀄리티를 갖는 구두를 몇 개나 생산하고 있으며, 공간의 변화를 통해서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를 시뮬레이션 해보는 등 객관적인 자료로 설득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승현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것처럼 분업을 극대화해서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공간을 만드는 게 좋은 방법일까요?

김현숙 정희윤  사실 인터뷰 전에는 앉아서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생각하면서 이상적인 이미지들을 떠올렸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건축주가 가장 강조한 부분이 바로 공간 분리였습니다. 건축주가 원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면들에 대한 계획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조한혜정  공장의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생각만 구체화하다 보면 노동자들의 삶을 연결 짓는 일상의 건축에서는 자칫 멀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현숙 정희윤  축주와의 인터뷰가 그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영화 <모던 타임즈>와 같은 공장 개념에서 프로젝트를 풀어나갈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성수동 활성화 정책만 하더라도 공공기관의 공무원들보다 실제 여기서 일하는 분들이 이 공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프로젝트명이 <성수동 주인공들의 공간>으로 된 것도 이 공간의 실질적인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생각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활성화,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일하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데 이곳을 관광지로 꾸미는 건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성수동 구두 공장들이 만들 수 있는 비전들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부분이 프로젝트에서 강조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수동 주인공들의 공간

분량6,033자 / 12분 / 도판 11장

발행일2013년 12월 21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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