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선정에 대하여
민성진, 최영덕, 박성태
분량4,886자 / 10분
발행일2012년 6월 27일
유형좌담
2012 정림학생건축상 주제인, ‘5년 후 문을 여는 중저가 부티크 호텔’은 심사위원과 멘토 회의를 거쳐 선정되었다. 특히 현실적이고 상업적이라는 호텔의 건축 외적인 면과 주거로서 재미있는 주제라는 의견이 맞물렸다. 다음은 2011년 7월 5일 민성진 심사위원, 최영덕 멘토, 박성태 사무국장의 회의 내용이다. 이를 통해 공모전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과 이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심사위원 민성진 (SKM, STUDIO KEN MIN ARCHITECTS 대표. 건축가)
멘토 최영덕 (더호스피탈리티 서비스 대표)
진행 박성태(정림건축문화재단 사무국장)
민성진(민) 서울에 호텔이 많이 부족한가?
최영덕(최) 서울은 호텔 공급 자체가 부족하다. 현재 시장 상황은 좋지 않으며, 한국의 특성상 금방 가열되고 포화되는 구조 속에서 똑같은 것을 반복하고 가격 경쟁으로 승부를 보는 곳은 쇠퇴할 것이다. 브랜드 포지셔닝 및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곳이 그나마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민 외국인과 회의를 하고자 할 때 서울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 도시가 그만큼 어필하지 못함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그렇다. 굳이 비싼 돈 주고 서울의 호텔에서 자야 하는 합당성을 찾기 힘들다. 상하이만 봐도 좋은 호텔이 많다.
민 그렇다면 여태껏 서울에 호텔의 공급이 적고 제대로 디자인된 건물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최 땅값이 너무 비싸다. 그러므로 최대의 용적률, 최대의 룸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강했다. 즉 돈이 디자인을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지금은 서울의 시유지를 임대하는 형식으로 하나둘 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초기 비용을 줄여서 사업성을 올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제대로 디자인된 호텔을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앞으로 재미있는 건물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최 요즘은 부티크 호텔이라는 장르를 젊은 층이 직접 경험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사업화했을 때 성공 여부를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
박성태(박) 부티크 호텔의 주요 수요층은?
최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요 이용자 선정은 곧 호텔의 성격을 결정한다. 젊은 연인들, 프로페셔널한 비즈니스맨(싱글) 등 이용자의 성격에 따라 호텔의 규모 및 배치, 부대시설, 서비스, 심지어 집기류까지 달라질 테니까.
박 명쾌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겠다.
최 객실은 20개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민 적지 않나? 몇 개가 일반적인가?
최 일반적으로 200객실 정도다.
민 객실료는 얼마 정도인가?
최 평균 22~23만 원으로, 비싼 편이다. 성수기에는 40만 원까지도 오른다.
민 비즈니스 호텔이라면 고급 호텔의 절반 수준인가?
최 호텔 등급 정도를 정해야 할 듯하다. 무궁화의 개수가 가격을 결정한다.
민 우리나라에서 무궁화 개수를 정하는 기준은? 프랑스의 ‘루이 포’는 객실만 있는데도 매우 비싸지 않나?
최 우리나라는 객실 수, 부대시설 수, F&B 등으로 배점을 준다. 서비스도 고려하지만 시설 비중이 크다.
박 객실료는 10만 원대, 객실 크기는 7평 정도가 어떤가?
최 비즈니스 호텔(20㎡)은 6.5평 정도, 신라호텔은 30~35㎡다. 도심지일수록 타이트한 편이다.
박 객실 수는 덜 중요한 것 같다. 건축적인 부분이 어떻게 디자인되나, 또는 동선 및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 학생들이 객실 디자인을 할 가능성이 크다. 객실을 조합하고 모형을 만드는 것이 학생들에겐 쉽지 않아 객실 내부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박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20장 내에서 완성하는 조건 아래 객실 타입, 부대시설, 프로그램, 친환경적 측면 등 주제별 할당량을 주는 방향도 가능하다.
민 학생들을 통해 얻거나 듣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가?
박 이용자로서 호텔에 들어가 어떤 동선을 따라 움직이고, 그러면서 경험하는 것을 충분히 고민해줬으면 한다. 운영 측면, 현실화됐을 때 살릴 수 있을 만한 안을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으면 한다.
민 학생 공모이니까 이용자를 정해줘도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즉 생활양식 정보가 부족할 것이다. 이에 대한 서론이 필요하다.
박 객실 크기는 학생들 자유 선택, 객실료는 10만 원대, 지역은 홍대나 이태원, 가로수길 정도가 어떤가?
민 시나리오는? 시나리오를 주는 것이 좋다.
박 이용자 목표 설정은 젊고 우리나라에 관심이 많고 자영업을 하는 국내외 비즈니스맨, 그리고 트렌드에 민감한 패셔너블한 계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 외국인들은 호텔을 선정할 때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walking distance) 안에 다양한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좋을 테고, 그렇다면 지역은 홍대나 이태원, 가로수길이 적합할 것 같다.
박 상상력이 방해되지 않은 선에서 가이드라인을 주자.
최 젊고 패셔너블하고 여행 좋아하는, 인테리어 건축 종사자, 또는 각 나라 부티크 호텔에서 지내보고 한국에 온 외국인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게 하자.
민 상하이의 워터프런트 호텔 객실은 호텔로서 갖춰야 할 기본이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다. 시나리오를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해보자. 조금 더 힙(hip)하고 아티스틱한 곳에 있고 싶은 사람, 동네는 재미있어야 하며 혹은 특별하게 3인이 같이 쓸 수 있는 호텔도 있을 수 있다. 세심하지 않게 가이드라인을 주면 심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디어도 좋지 않고 모형의 완성도도 떨어져 수준 이하의 공모전이 위험성이 있다. 심사할 때 건축적 완성도 측면에 중점을 둘 것인가? 호텔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호텔이라는 공간에 대한 근원적 부분에서의 심도 있는 아이디어)에 중점을 둘 것인가? 실제로 학생들의 질의응답도 이런 부분이 가장 많다. 심사위원의 성향을 파악하려 한다.
박 그 부분은 50/50 정도로 민 소장과 최 대표가 적절하게 평가해주면 될 것 같다.
민 등장인물의 예시는 3인 정도로 하자.
최 등장인물에 따라 서로 다른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식사는 밖에서 할 수도, 안에서 할 수도 있고 캐릭터를 정하고 논리적으로 시나리오를 만들도록 하자.
민, 박, 최 대지 크기(6:4 비율)는 300평 정도, 용적률은 200% / 6×6m 도로를 접한 코너 땅으로 정하자.
민 서론(open statement)이 중요할 것 같다. 정림학생건축상이 2년의 공백이 있었는데 미술관, 기념관(FTA)과 같은 기념적 건물이 아닌 호텔이라는 현실적이고 상업적인 건물을 공모 주제로 선택한 데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좀 더 주거 문화나 라이프스타일과 연관지어 도심지역 여행 등 호텔이라는 주제 선정에 대한 서론이 필요하다.
박 정림학생건축상이 바뀌면서 고민하고 있는 것은 환경 문제(공모전에는 관심 없고)로, 건축을 주제로 하는 공모전은 ‘공간’으로 족하다. 건축 외연에서 부딪히는 주제로 시작해보자.
주거로서의 호텔, 충분히 재미있는 주제다.
민 지금은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이메일을 볼 수 있어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다. ‘테크놀로지와 결부되어 공간은 어떻게 변화되어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첨부되면 좋을 것 같다. 호텔이라는 말보다 하나의 말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다(‘Travel Stay Place’같은). 학생들을 제대로 된 길로 이끌 수 있게 서론이 가능성과 흥미를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대지 크기와 용적률 같은 객관적 정보보다 주제 자체가 재미있고, 학생들이 “이거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게 해야 하고, 참가하지 않는 사람도 어떤 아이디어가 나왔을까 궁금해할 만한 서론이어야 한다.
박 인트로를 동영상, 만화 등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
민, 박, 최 ‘livetel’,‘temtel’과 같이 관심을 끌 만한 단어를 하나 만들자!
민 아이디어를 좀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하자. 심사 기준이 될 만한 것들이 있나?
최 이제 호텔은 비호텔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다양해지고 로비는 사교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내부 공간에 있지만 외출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공간이나 지각의 벽이 많이 허물어진 상태다. 이러한 부티크 호텔의 특징 및 문화적 코드를 하나 던져놓고 상상하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박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변화 가능성에 대응하는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는 건물의 지속가능성과도 관련 있다.
민 세 종류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덧붙이고 싶은 사람은 개인 마음대로 포함하도록 하자. 또한 건축(매력적)과 아이디어(객실 혹은 로비 아이디어)가 결부되어야 할 것이다.
박 PT 20장으로 함축하라고 제한하겠지만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달라. 2차 PT는 모형을 가져오든 방식은 자유롭게 발표하는 것으로 하자.
민 멋있는 CG이지만 알고 보면 카피일 수 있다.
박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20장이 하나로 읽히지 않으면 색출할 수 있다. 평면, 단면, 입면은 필수 구성이되 표현 방법은 (모형/ 사진/ CG) 상관없게 하자.
최 이미지를 인용해도 좋지만 그런 경우엔 발췌, 어떤 호텔인지 적도록 하자.
민 최소한 매스스터디는 하는 방향으로 유도하자. 객실의 개수와 식당 크기 등 논리가 있어야 한다.
박 객실 크기는 23㎡ 이내, 대지는 990㎡ 이내로 하자. 공용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는 자유롭게 내도록 하자.
최 10만 원대라는 조건은 퍼블릭한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부대시설의 개수는 2~3개로 제한하고, 그 안에서 논리와 시나리오는 참가자의 상상에 맡기자. 리스트는 헬스장, 식당, 수영장, 클럽, 공연장 등.
민 ‘ 시나리오 3인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호텔 자체가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가’라는 점도 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현재에 있어 호텔은 무엇인가’라는 개념을 생각해볼 수 있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박 책을 만들려면 구체적 자료들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설계, 운영자 등과의 인터뷰, 원고를 받든지 해서 책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병원, 도서관 등의 시리즈로 발전할 수도 있다.
민 전 세계의 부티크 호텔을 모아서 출판한다면 재미있을 것이다.
박 아이디어와 현실이 만나서 하나로 제대로 실현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주제 선정에 대하여
분량4,886자 / 10분
발행일2012년 6월 27일
유형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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