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earch close
https://archnews.manualgraphics.com/bk-bh-cover/
문단구분
글자크기
  1. -
  2. +
배경
  1. 종이
글꼴스타일
출력
  1. 출력
목차

머리말

박성태

먼저 뜬금없이 이상론에 입각한 비판부터 해보겠습니다. 우리 시대 건축은 점점 아방가르드 정신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건축은 더 이상 미래지향적이거나 신경증을 앓지도 않는 미지근하게 순응하고 타협하는 한통속, 즉 뜨겁거나 차갑지 않은 ‘중탕’이 되어 왔습니다. 어찌보면 오늘날의 한국 건축이 우리의 본질적인 정신과 삶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되어 비판의 근거도 희미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건축이 삶에 대한 총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시대를 분별하거나 가늠한 건축적 (건축가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요. 그저 부분적으로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우리 건축이 동시대성마저도 고민하지 못하고 마치 ‘5년 전’의 건축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다는 평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진술은 상당히 낙천적입니다. 현실감이 부족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도 못합니다.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대정신을 담기 위해, 건물과 지역의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분군투하는 건축가의 노고를 너무 모른다는 볼멘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건축은 어쨌든 시대의 거울이자 현실적인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2년만에 다시 시작하는 <정림학생건축상>은 ‘전위와 자본’의 사이만큼 미묘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상과 현실’을 모두 포함해 가보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제안이 지금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이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혀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5년 후’와 거기에 매우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주제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5년 후의 세상을 상상하는 일은 건축가에게는 일상입니다. 건물이 기획되고 설계를 거쳐 완공된 이후의 시간을 미리 가보는 것은 설계 작업의 필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5년 후의 세상은 건축가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 전문가들의 사고(思考) 속에 항상 존재합니다. 그들이 경제학자든 사회학자든 과학자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5년 후를 바라보는 것은 오늘을 보다 정확하게 읽어내는 기준을 줄 수 있습니다.

<2012 정림학생건축상>의 주제는 ‘5년 후에 문을 여는 중저가 부티크 호텔’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장소인 이태원·홍대지역·가로수길에 위치한, 프리랜서로 일하는 젊은 비즈니스맨·홀로 여행하는 프로페셔널한 직업을 가진 여성·여행을 좋아하는 30대 부부라는 캐릭터가 고객인 15만원 선의 부티크 호텔을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현재 서울에 호텔이 부족해 이곳저곳에서 호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시사성이 있고, 학생들이 졸업 후 현업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미리 접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건축 작업의 구체성을 보다 확고히 담보하기 위해 <정림학생건축상>은 건축가는 물론 현업에서 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가를 멘토로 위촉했습니다. 이번에는 건축가 민성진 소장과 호텔 컨설턴트인 최영덕 대표가 심사위원과 멘토를 맡았고, 주제 설명회엔 직접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욱 부총지배인(당시 알펜시아 호텔 & 콘도)이 학생들과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참가신청을 하고 작품을 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진행되는 것처럼 전문가와 학생들이 만남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가졌습니다. 두 차례의 주제 설명회와 한 차례의 현장 설명회(SKM 사무소에서)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교류했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나 동시대성을 고민하는 것은 소통과 융합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다양한 분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우리 삶과 보다 긴밀한 건축적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상적 언어로 장식된 거대 담론에 매달리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공간에 발을 딛고 있는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지금 당면한 현실을 이상적인 시각에서 냉정하게 비판할 필요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림학생건축상>은 건축가와 교육자, 건축가와 사회학자, 건축가와 과학자 등 타 분야의 전문가들과 팀을 이루어 주제를 선정하고 학생 여러분과 그 주제에 대해 깊이 논의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현실을 넘어서는 ‘소통과 융합’의 미래를 위한 사고 실험이 매년 <정림학생건축상>을 통해 발전하길 바랍니다.

<2012 정림학생건축상>에 참가한 200여 팀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수상한 14 팀에게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사무국장

머리말

분량2,204자 / 4분

발행일2012년 6월 27일

유형서문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