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earch close
https://archnews.manualgraphics.com/bk-ap-cover/
문단구분
글자크기
  1. -
  2. +
배경
  1. 종이
글꼴스타일
출력
  1. 출력
목차

함께라는 방법으로의 초대, 그리고 그 이후

홍보라

2017. 4월 26일
〈함께라는 방법〉이라는 모호한 연구모임으로의 초대

――――――――――――――――――――

From: bora hong 〈borabola@gmail.com〉
Date: 2017년 4월 26일 (수) 오전 9:12
Subject: (중요!) 인사 드려요. 홍보라입니다!

――――――――――――――――――――

인사 드려요.

홍보라입니다.

서로서로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이렇게 급하게 그룹 이메일을 드리게 되어 우선 양해의 말씀을 전해요.

오늘은 제가 항상 그렇듯 엉뚱하게 일종의 스터디? 모임 같은 것에 초대하고자 이메일을 드립니다.

저도 얼마 전에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계획하시는 서울디자인재단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공동 기획자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재단 내의 박성태 이사님, 또 리마크프레스의 대표이자 기획자인 이재준 소장님 그리고 갤러리 팩토리의 홍보라가 공동 기획자로 참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지만, 가제로 〈함께라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처도 처음 기획에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 임시공간이자 이동형 공간인 파빌리온을 고안하거나 유휴공간을 일시적으로 점거하는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한 전시 정도로 이해했는데, 알고 보니 전시보다는 리서치와 세미나에 방점이 찍혀 있고, 이후에는 연구 중 일부를 실현해보는 좀 열린 형식의 퍼블릭아트 프로젝트였습니다.

방식은 기획자 3인이 약 3~4명의 작가/디자이너/건축가/Thinker/예술가 등을 추천하고 그들이 함께 몇 달간 하나의 주제에 대해 심화하여 이야기 나누고, 이야기가 깊어지게 되면 그들 중 개인 혹은 그룹으로 좀 더 구체적인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인 분들이 다른 분들을 초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작은 단위의 연구 모임으로 시작해 함께 더 이야기 나누고픈 사람들을 소개하여 좀 더 큰 단위의 연구모임으로 만들고, 이야기 나누고, 그 중에 약 10개 정도의 연구/프로젝트 기획안을 개발하고 그 기획 안에 대해서 적지 않은 리서치 기금을 드리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모인 10개의 기획안 중에서 약 2개 정도는 내년에 조금 더 큰 단위의 예산을 바탕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경쟁을 구도를 가지기 보다는 함께 공부하고 배우는 자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좋은 기획안이 연구 기금을 받아 좀 더 심도 있게 발전하게 된다면 정말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아아. 이쯤 되면 참으로 모호하다! 도대체 뭘 함께 공부하자는 것인가! 라고 하실 것 같아요.

우선 연구주제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원래는 ‘공동주택’ ‘공동 주거’ 등의 재미없는 단어들로 시작된 것 같아요. 그런데 모처럼 다양한 작가, thinker, 건축가, 예술가, 인문학자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좀 더 끝이 열린 이야기들이 오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의 ‘함께’가 꼭 사람이 아닌 책도 될 수 있고, 식물이나 동물, 미생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저는 따로 또 같이, 또 따로 작업을 해온

1. 최승훈+박선민 작가님, 함께 살며 도시의 삶에 대한 여러 다이나믹을 고민할 것이라 추정되는 2. 김다움+김다은 부부, 무용가, 안무가이면서 주변의 친구들과 또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아가는 3. 오설영+장홍석님, 함께 작업하고 주변의 친구들과 대안적 가족을 이루는 꿈을 꾸며 작은 실패와 또 다른 시도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는 4. 여혜진+여다함 남매를 초대하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참여하셔서 함께 지혜와 경험을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래봅니다.

좀 더 상세한 (전문적이고 행정적인 내용은) 바로 이어 재단에서 보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럼, 즐겁게 “함께” 살아보아요~

2017. 8월 30일
수 차례의 라운드테이블,
워크숍 및 기획안 공유,
그리고 “승인”이라는 이름의 행정절차

――――――――――――――――――――

From: bora hong 〈borabola@gmail.com〉
To: 2인의 공동 기획자, 문희채 코디네이터
Date: 2017년 8월 30일 오전 10:16
Subject: Re: [함께라는 방법] 진행 사항 전달

――――――――――――――――――――

인사 드려요.

저도 어제 있었던 라운드테이블에는 끝까지 자리를 하지 못하고 중간에 다른 회의가 있어 돌아왔는데 이후 여러 이야기가 좀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다들 자신의 분야에서 커리어를 차곡차곡 잘 쌓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각 분야의 분들을 모셔두고 대학원생들 크리틱하듯이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고요.

처음 주변의 작가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라운드테이블을 수 차례 이끄는 것까지도 큰 에너지와 노력, 시간이 들어가고, 거기에 참여하는 작가도 그 안에서의 상호배움의 시간을 갖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원해서 자신들의 제안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획자 3인의 초대로 온 분들이고요.

그런데, 제가 이해한 본 프로젝트의 원 취지(기존의 결과 중심의 프로젝트와 달리 리서치와 대화에 방점을 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형식의 리서치/작업을 하는 것)와 달리 진행 과정에서 참여 작가들이 계약 관계의 ‘을’인 것처럼 놓이는 상황을 만들어 불편한 마음이 영 가시길 않아요.

본 과정의 진행에 대한 이해가 없는 외부의 위원 분들이 맥락을 모르고 하신 피드백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연구기획안을 “승인”해주지 못한다는 행정 절차 자체가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특히, 공공 기금을 활용해 작가 개인의 리서치에 쓰려는 것이라는 식으로 작가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피드백은 너무 불편합니다.

개인을 벗어난 공공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개인이고, 개인의 관심을 확장하여 더 큰 이야기로 만들고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기본 전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작가들을 중심에 두고 기획을 하는 저로서는 저의 기본적인 기획자로의 태도에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것이라 기획자로 끝까지 참여하는 것이 맞을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행정도 창작의 중요한 부분이자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의 내용이나 진행 방식이 아무리 열려 있어도 행정 절차가 그런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담지 못한다면 과연 ‘새로움’은 어떻게 발생할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해보고 다시 메일 드리겠습니다.

수고하세요.

홍보라 드림

2017. 10월 16일
〈함께라는 방법〉의 마무리,
결과로서의 “책”을 만들기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준비하며

――――――――――――――――――――

From: bora hong 〈borabola@gmail.com〉
To: Heech Moon heechmoon@gmail.com & 30명의 참조
날짜: 2017년 10월 16일 오후 12:54
Subject: ‘함께하는 방법’의 여러분들 그리고 지난 몇 개월간 커뮤니케이션을 맡아 진행해주신 문희채님,

――――――――――――――――――――

인사 드려요.

홍보라입니다.

믿을 수 없지만 올해도 이제 2개월 반 밖에 남지 않았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그룹을 이루고 함께 ‘평평하게’ 의견을 교환하며 서로의 지혜를 나눌 수 있을 지의 여부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니 더 많은 시간을 쏟고, 더 많은 의견을 개진하고, 피드백을 더 많이 주고받은 참가자들이야말로 이번 프로젝트를 제대로 ‘즐긴’ 분들이 아닌가 싶네요.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매번 같은 내용을 듣는 것이 지겨울 만도 하지만, 매번 조금 조금씩 변화해가는 과정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그런 자리 마련해주시고, 항상 애정 가득하게 중간 과정의 다리 역할을 해주신 정림건축문화재단, 그리고 문희채 코디네이터님께 감사의 인사들 드립니다. (진심으로요!)

저는 큐레이터나 기획자라는 타이틀은 이번 프로젝트의 저의 역할로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일종의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는 것으로 본 프로젝트를 잘 마치려고 합니다. 그 타이틀이 무엇이든 간에 저는 제가 생각한 저의 역할을 성실히 잘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10월 24일 모든 분들을 뵙고 또 약 1달의 시간 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이야기 들어보길 기대하겠습니다.

적어도 ‘발표를 위한’ 행사가 아닌 우리끼리 서로 지혜를 나누고, 그간의 변화와 연구를 격려하는 자리로 마무리 된다고 하여 마음이 놓이고 기대가 됩니다.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는 과정이 꼭 결과에 반영된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공동의 노력과 공동의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도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분명히 그 과정의 즐거움이 반영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10월 24일날 건강한 모습으로 뵐게요.

홍보라 드림


홍보라 

예술행정을 전공하고 시카고시 문화부의 국제예술교류 및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를 시작으로 예술행정, 문화정책, 문화기획,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와 기획을 병행해오고 있다. 예술과 사회, 그리고 개인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탐구를 바탕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커미셔너로도 활동 중이다. 현재 비영리 전시 공간인 갤러리 팩토리를 운영하고 있으며(2002~현재), 독립예술잡지 〈버수스(versus)〉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2016년 밀라노 트리엔날레 한국관의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함께라는 방법으로의 초대, 그리고 그 이후

분량4,507자 / 10분

발행일2017년 12월 18일

유형에세이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