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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공공지도

이동식 ○○방 (고관범, 유영미, 신은혜, 최승우)


고관범은 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하였다. 대학원에서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주거, 일본 대도시의 외국인 밀집거주지에 대한 프로젝트에 참가, 연구를 진행하였다. 최근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계 브라질인 그룹의 형성과정과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동포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 6월 유영미 대표와 신은혜 디렉터가 문을 연 스튜디오 패스미더솔트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비주얼 콘텐츠 디렉터이자 대표인 유영미는 잡지사 기자와 마케팅 디렉터 경력 11년 이후, 스튜디오를 창업하여,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콘텐츠 기획, 컨셉,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디렉팅을 담당한다. 신은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시각 디자인을 주축으로 한 비주얼화 작업을 총괄한다.

최승우는 공간 디자인과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한다. 스튜디오 멤버 모두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 석사 과정에서 함께 공부했고, 유영미와 최승우는 디자인 경영을 신은혜는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했다.


과업해석

‘함께라는 방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설정한 가장 큰 전제는 개인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타자와의 관계였다.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에 만날 수밖에 없는 타자에게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찾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 퍼져있는 보편 감정은 혐오 문화이다.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너머 세대를 가르고 남녀를 가르는 혐오는 차별과 배제의 감정에서 발전된 형태라고 생각했다. 나와 너를 가르고 나와 동질성을 가진 집단에게만 호의적인 문화가 혐오의 문화이다. 우리는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일상에 적용되고 지켜지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 굳이 답을 찾지 않아도 된다.

‘이동식 ◯◯방’ 팀이 찾은 대상과 대상지는 우리와 동질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배제되고 있는 한국계 중국인과 그들의 거주지이다.

이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시작은 어디일까? 우리는 그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방법론 중 하나가 공공미술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공교롭게도 이번 프로젝트 대상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청년경찰〉, 〈범죄도시〉) 본 프로젝트 진행 도중 개봉하면서 사회적 이목이 잠시 이 지역으로 몰리기도 했다. 한국계 중국인에 대한 낙인의 근원은 한국사회, 혹은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혐오의 문화이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되거나 완화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다음 세대는 지금의 우리와 다르길 바라는 마음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였다.


프로젝트 배경

1. 외국인에 대한 인지의 시작

우리가 외국인과 같이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멀리 가면 박연, 하멜과 같은 이들이 한반도에 살았던 기록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만, 조선 후기 강화도 조약 이후 개화기를 거치면서 한반도에 외국인의 거주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일본인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한반도는 한민족이라는 집단이 거주하는 지역이 되었다.

민족은 흔히 하나의 언어, 문화, 풍속 등을 공유하는 집단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한반도에 거주하며 한국어를 사용하고, 유교문화에 바탕을 둔 문화, 즉 설날과 추석을 공유하는 집단을 한민족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한민족이라는 개념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하나로 뭉쳐야 했던 강력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이 개념은 근대화 과정에서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된 것은 아닐까. 한반도에서 남쪽에 거주하는 집단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피아를 구분하는 과정에서 실재하지 않는 한민족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외형적 유사성과 언어를 기반으로 뚜렷한 정의도 없이 공고해진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 다른 피부색과 언어를 가진 이가 이웃으로 산다는 것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외국인은 언제부터 우리의 이웃이었나?

1990년대 산업연수생 제도가 생겨나면서 한국에 외국인이 산업 구조의 일부인 노동자로 이주해오기 시작했다. 이 시기 남초 현상이 문제시 되던 농촌사회에는 국제결혼이 그 해결책이 되어 결혼 이민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외에 유학, 사업 등의 이유로 이주하는 외국인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7년 현재 200만 명을 넘어섰다. 30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전체 인구의 약 4%가 외국인인 셈이다.1 여기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포함하지 않으니 한민족을 기준으로 한다면 외국인은 더 많을 것이다.

2. 한국인과 한국계 중국인

이렇게 증가하는 외국인 중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국인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중국인 인구는 60만을 넘어섰으며2 이는 제주도 전체 인구와 유사하다.3 이중에서 서울에 거주하는 한국계 중국인 수는 11만명을 넘어섰고 서울시 인구 대비 약 1.1% 정도이다.4 이것이 적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충청남도 공주시 규모의 집단이 서울에 살고 있는 셈이다.5

한 집단이 성장하면 그 안에서 나타나는 요구 또한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행정은 담당하는 대상의 크기에 비례해 커지고 세분화되고 전문화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 증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행정조직 또한 커져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들의 입국 목적과 체류 자격에 따라 각 행정기관의 일부가 이들을 담당하며, 이를 총괄 담당하는 조직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행정의 지원을 받기 위한 자격으로 세금을 내는지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지 논의해야 할 사항은 많다. 하지만 실재하는 외국인 이웃은 이러한 논의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서울시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인지하고 2016년 서울 서남권 중국동포 밀집거주지를 대상으로 ‘참여형 지역관리를 통한 중국동포 밀집지역 발전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진행하였다. 이 연구용역을 통해 한국계 중국인의 요구가 이미 구체적이며 또한 해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6

2016년 서울 서남권 중국동포 밀집거주지 대상 참여형 지역관리를 통한 중국동포 밀집지역 발전방안 마련에 대한 연구용역 中 교육에 관한 부분

현황 및 주요 문제점

■ 교육관련 정보 부족: 한국 교육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
■ 아이가 왕따 당하는 경우 자주 발생: 이중언어, 중국어의 가치를 인정 받은 후 일부 왕따 사례 줄고 있음.
■ 학부모 따돌림: 엄마의 언어 문제, 방과 후 시간 문제
■ 국적 취득 전 교육 문제: 어린이집/유치원 교육비 문제
■ 이중언어 교육 필요: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가 아닌 경우 중국어 사용 기회 부족, 문화융합적 아동교육 공간 부족
■ 초등학교의 교육 시간이 짧고 사교육 비용이 비쌈
■ 중도입국 자녀 교육 문제: 적응이 어려움 (자녀의 한국어 습득 문제, 학교/교육 제도의 차이, 멘토멘티 제도 필요 및 지속적 관리 필요, 적응 기간 동안 별도의 케어 없이 적응이 어려움, 상당 수 중도입국 자녀는 한국어를 하지 못함), 자녀의 여권, 비자, 취업문제 등
■ 어린이집 등 기관 내 폭력 문제: 부모의 언어 문제 등으로 인해 신고가 어려움, 부모의 신고 후 정보 부족으로 새롭게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 힘듦
■ 부모의 비자 연장을 위한 귀국 시 학업 중단 문제
■ 부모와 자녀의 국적이 다른 경우 갈등 발생의 원인
― 교육문제의 경우 주로 결혼이주 여성들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음
― 저소득 이주노동자의 경우 신경을 쓸 여유 부족
― 동포 자녀를 둔 학부모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한국 교육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
― 선주민과 동일한 대우는 물론 ‘결과’의 차원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기 바람

한국계 중국인 집단이 성장하는 동안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차별에서 혐오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계 중국인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집단 중 우리와 가장 유사한 집단이다. 하지만 2012년에 벌어진 오원춘 사건7을 계기로 한국계 중국인에 대한 시선은 범죄 집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거나 오원춘 사건이 가볍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 사건 외에도 외국인 범죄를 다루는 시각과 중요도를 고려한다면, 외국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그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닐까.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8과 〈범죄도시〉9에서 그려지는 한국계 중국인 밀집거주지는 이러한 낙인효과가 실제 한 집단과 지역에 대한 가상 이미지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사회체제와 개인

20세기 초 각박한 삶에서 탈출하고자 먼 땅으로 떠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열심히 땅을 일구는 사이 본국은 전쟁을 일으켰고 타국에서 그들은 위험한 집단으로 내몰렸다. 힘든 시기가 지나고 2, 3세대로 이어지는 동안 타국의 경제 상황은 나빠졌고 본국의 경제 상황은 호황이었다. 떠났던 사람들의 후손은 다시 기회를 찾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왔으나 본국은 그들을 저임금 노동자로 볼 뿐이었다. 세대가 바뀌면서 변해버린 각자의 인식은 갈등을 유발하였고 본국은 그들을 다시 떠나왔던 곳으로 돌려보내려 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계 브라질인에 대한 서술이다. 그리고 한국계 중국인, 조선족의 사정 또한 유사하다.

20세기 초 기회를 찾아 만주로 떠났던 사람들은 중국과 일본의 관계 안에서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불안한 사회적 지위를 감내해야 했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각자가 속한 사회 체제로 인해 단절되었다가 다시 이어지면서 이들은 또 다시 기회를 찾아 본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상이한 체제에 대한 인식은 너와 나의 구분이었고, 결과는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을 넘어서는 거부감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움직인 사람들이었다. 기회를 찾고 그 기회를 잡으려 했던 사람들은 희망찬 개인의 미래를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결정지은 것은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 체제였으며 그 안에서 개인은 너무나 무력한 존재이다.

프로젝트의 대상지: Ghetto or Gate

서울 서남권의 한국계 중국인 밀집거주지인 대림과 가리봉동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지는 서울 서남권의 한국계 중국인 밀집거주지를 대상으로 한다. 과거 구로공단이 세워지면서 형성되었던 공장 노동자의 열악한 거주환경10이 개선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면서 공장 노동자들이 떠나고 외국인 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게 되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에스닉 비즈니스가 발달하게 되고 이는 가로경관의 변화로 이어진다.11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 ‘금천순이의 집’ 전시물. 과거 구로공단이 세워지면서 형성되었던 공장 노동자의 열악한 거주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면서, 공장 노동자들이 떠나고 외국인 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대림동 가로경관.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발달하는 에스닉 비지니스로 인해 가로경관이 변화하고 있다.

대림과 가리봉 지역의 에스닉 비즈니스로 인한 가로경관 변화는 인천 차이나타운과 같이 도심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계 중국인에 대한 낙인효과는 곧 이 지역에 대한 낙인으로 발전하여 그들만의 동네로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은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의 타지역 이주로 이어지고 그렇게 비어진 거주공간을 다시 한국계 중국인이 채우면서 외국인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12 영등포구 대림2동의 경우 외국인 비율은 83.7%로 전국 읍면동 중에서 2위를 차지한다.

우리는 서울 안에 게토(Ghetto)를 만들고 있는가? 관문(Gate)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한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혐오로 이어지는 동안, 우리는 우리와 가장 비슷한 집단에서 눈을 돌림으로써 나와 너를 구분하고 애써 부당한 차별과 혐오를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그리고 이를 외면하는 동안 한국계 중국인의 밀집거주지는 점차 확대되고 잇으며 이를 막을 수도 없다. 이 지역은 게토(Ghetto)가 되어야 하는가? 관문(Gate)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프로젝트 인사이트: 교육, 사회화 과정

사회 체제의 갈등과 한국계 중국인에 대한 인식 양상, 개인의 인식을 우리는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한국계 중국인에 대한 인식은 재미교포나 재일교포와는 양상이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상이한 체제에서 생겨난 인식 차이로 볼 수 있다. 한반도는 이러한 체제 차이로 내전이 일어났고, 휴전 이후에도 체제 경쟁이 지속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사회체제의 갈등이었고, 그 갈등 또한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해소되었으나 개인 인식은 쉬이 변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 인식의 변화가 가능하긴 한 것일까?

사회화가 끝나지 않은 존재는 인식의 차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이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국가라는 체제가 제공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정의해본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대통령 중심제 체제에서 교육받은 한국인과 공산주의, 민주집중제 체제에서 교육받은 한국계 중국인 사이에는 인식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수의 한국인 사이에서 소수의 한국계 중국인은 한국인의 법칙에 맞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각자의 인식 체계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고 다르게 반응하지만 어느 한 쪽의 적응을 강요하며 이웃으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 사회화가 끝나지 않은 존재들은 이런 평행선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한국에서 제공하는 의무교육 과정에 있는 아이들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인식의 차이를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프로젝트 목적

학교 안의 아이들이 공공미술을 통해 ‘함께하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동식 ◯◯방 팀은 이 지점에서 공공미술의 역할을 찾고자 하였다. 다름과 틀림은 동일한 의미가 아님을 안다. 다음 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인식 체계를 통하여 ‘다름’이 유발하는 불안이 없는 곳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파일럿 프로그램 사전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한국계 중국인 아이들의 경우, 정규 수업 외에 미술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공공미술이 학교에서는 미술치료, 미술프로그램으로 구현됨으로써 ‘함께하는 경험’을 좀 더 축적시켜 주고자 한다. 그렇기에 본 프로젝트는 의무교육 과정에서 ‘공공미술 경험을 통한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한다.

“미술수업을 함께 받는 것으로, 아이들은 서로 소통하며 긍정적인 시간을 보낸다.”13

“공공미술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진행하는데, 아이들의 행복은 자기존중감, 낙관주의, 친구관계, 가정환경 등의 요소로 결정된다. 아이들에게 학교의 의미는 성인에게 사회와 유사, 학생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의미 있는 장소가 학교다.”14


공공지도: 실행 프로그램 설계안

1. 아이들이 함께 만드는 지도

아이들의 사회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그 길을 ‘함께(共)’, ‘공(Ball)’으로 표시하여 함께 만드는 지도

공공미술의 주제는 아이들의 사회인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 이라는 친숙한 주제를  선정하였다. 함께 만드는 지도라는 의미의 ‘공공지도’는, 학교를 중심으로 200m 반경의 대형 지도를 제작하여 교실 안에 설치하면, 아이들이 집에 가는 길, 또는 학교로 오는 길을 지도 위에 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도는 파일럿 프로그램의 장소인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동그란 형태로 만들어지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매우 간략하고 직관적으로 디자인된다. 지도 위에 표시되는 건물들은 주로 아이들이 기억할만한 곳, 자주 갈 만할 곳들로 선별하였으며, 직접 건물과 간판을 촬영한 후 위치를 확인하여 반영한다.

학급 아이들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지도 위에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의 자취를 물감을 찍어 손, 발, 공 등을 활용해서 남기게 된다.

아이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물감 색을 골라 손과 발 또는 공동의 도구를 활용하여 지도를 채워나간다. 운동장에서 뛰어놀 때 친숙한 도구인 ‘공(ball)’을 사용하여 지도를 만드는 과정을 어렵게 여기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노는 과정으로 인식되게 한다. 아이들의 개성에 따라 색, 모양, 크기가 지도 위에 다양하게 표현되어 하나의 캔버스 위에 남는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동선에서 함께 하는 친구들, 나와는 다른 길로 학교를 오가는 친구들, 학교 밖에서의 호기심 등 다양한 이야기로 채워진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관찰자는 아이들의 소통 상황, 행복감 등을 알아보고 인식의 차이를 줄여 서로의 관계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2. 프로그램 실행 준비 과정

워크숍 장소 ‘초등학교’에서의 허가 과정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후, 1차적으로 대림동에 위치한 몇 군데 초등학교에 연락을 드렸다. 그중 한 초등학교에서 공문을 보내면 검토를 하기로 하였고, 이후 직접 교감 선생님과 교무 주임 선생님께 설명을 드렸다.

방문과 이메일, 전화연락, 현장기록을 위한 개인정보 사전 학부모 동의서 전달, 워크숍 교실 실측 방문 등을 거쳐, 비교 대상 연구를 위해 2학년과 4학년 각 1개 학급에서 50분씩 진행하기로 허가를 받았다.

  • 진행을 추천 받은 2학년 반 학생 수는 15명, 다른 국적의 학생 비율이 높았음
  • 1차로 설계한 워크숍 프로그램을 보여드렸을 때, 미술 프로그램 참여 경험이 적고 지도를 해석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2학년 학생을 유치원생 수준으로 생각하고, 쉽게 접근 필요하다고 지적
  • 미술 수업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음
  • 인터뷰를 해도 아이들의 한국어 해석 능력 등을 고려 시, 답변을 상세히 듣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함
  • 저학년 학급은 중국인 학생비율이 높고, 고학년 학급은 한국인 학생 비율이 높음

3. 프로그램 실행 워크숍 위한 재료 디자인

워크숍 프로그램 개요

• 실행일: 2017년 10월 31일
• 대상: 초등학교 2학년 1개 학급, 4학년 1개 학급
• 코디네이터: 고관범(오늘공작소), 유영미, 신은혜, 최승우(PASS ME THE SALT)
• 메인강사: 손유정(유아교육 전공, 선생님)
• 보조강사: 김보경(그래픽 디자이너)
• 사진기록: 김경범(Studio NOOSA)
• 소요 시간: 학급당 50분(총 2시간)
• 주제: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
• 준비물
― 공간구성: 워크숍 타이틀 현수막, 워크숍 타이틀 배너, 바닥 보양재
― 지도재료: 학교 주변 동네 대형지도, 추가 기재용 건물 스티커, 아크릴 물감 + 일회용 접시, 공
― 작업도구: 공, 이름표, 아이들용 점퍼 트 및 장갑 (초등학생용 사이즈가 없어서 구매품으로는 한계가 있었음. 이후 진행 시 맞춤 제작 필요)

워크숍 프로그램 순서

08:00 ~ 09:00 준비(60분)

09:00 ~ 09:05 인사말(5분)
— 강사, 보조강사 소개, 조 나누기

09:05 ~ 09:15 공공 지도 함께 읽기(10분)
— 아이들이 지도를 이해하기 쉽도록, 건물 위치, 건물명, 건물에 얽힌 이야기 나누기

09:15 ~ 09:20 지도 미술 프로그램 시범 보이기(5분)
— 강사+아이1~2명

09:20 ~ 09:45 지도 미술 프로그램 시작(25분)
— 보조강사 3인이 1개조씩 맡아서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있도록 상세 지도
— 좋아하는 컬러를 물어보고, 고무공에 묻힐 물감 안내
— 지도 위에 집으로 가는 길을 떠올리며 고무공에 물감을 묻혀 표시

09:45 ~ 09:50 같이 작업한 결과물 보며 함께 이야기 나누기(5분)

09:50 ~ 10:00 마무리 인사(10분)

워크숍 위한 재료 디자인

주요 현장

바닥에 펼쳐진 흑백 기본지도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장면
선생님의 설명 이후 전신 미술복을 입고 직접 길을 그려나가는 아이들
비어 있는 건물형태의 시트지를 출력하여 아이들이 원하는 곳에 직접 이름을 쓰고 지도 위에 붙임
결과물 지도

4. 프로그램 리뷰

이동식 ◯◯방 팀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번 고심하여 준비한 공공미술 워크숍을 두 시간여 동안 직접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미술활동을 하며 즐거워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한국계 중국인 자녀가 많은 초등학교라 걱정을 많이 하였지만 워크숍을 진행하며 어느 학생이 다른 국적의 학생인지 구분을 못 할 정도로 한국말 진행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설계한 프로그램이 어느 연령대의 아이에게 더욱 알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상을 2학년과 4학년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2학년 아이들은 메인 강사의 지도를 잘 따랐다. 4학년 아이들은 처음부터 강사의 질문에 답을 하는 등 적극적이었고,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참여로 제공했던 준비물 ‘공’ 중심의 진행을 나중에는 자유롭게 손을 활용하는 것으로 지도를 채워나갔다. 초등학교 학생의 학년별 발달 상황에 따라, 학급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지도 작업이 끝난 뒤 다 함께 앉아 작업 결과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2학년, 4학년 학생들 모두 작업 결과에 대해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 ‘상쾌했어요’와 같은 대답을 해주었고, 2학년 학생들에 대한 피드백은 담임 선생님을 통해서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고 다시 한번 받았다.

강사들이 학생들 가까이에서 아이들의 즐거운 표정과 적극적인 참여도를 보면서, 설계한 ‘공공지도’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개별 아이들의 감정과 소감 등을 듣기에 마련한 시간이 부족해서 1회 만으로는 아이들이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세세한 감정까지 설명해주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한 4학년 학급의 선생님의 말이 맴돈다. “4학년 아이들까지는 구분하지 않고 잘 지냅니다. 5~6학년 아이들부터 중국 학생과 한국 학생의 경계가 생기는데, 이 지역 아이들이 그대로 올라가서 중학교 고등학교도 같이 다녀서 힘들어 하는 것을 보았죠. 준비하시는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홍보계획

한국계 중국인 밀집거주지역 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개별 접촉 홍보

불특정 다수에 대한 홍보 방식보다는 적확한 대상 지역을 설정하고 대상 지역 내에 있는 초등학교를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자 한다. 학교 한 곳의 두 개 학년 학급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을 기반으로 홍보계획을 하고 이후 대상 지역을 넓혀 프로젝트 목적을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한다. 대상 지역은 한국계 중국인 밀집거주지가 형성되어 있는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를 중심으로 하는 서울 서남권이다. 지역 내 초등학교 학군을 파악하고 각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개별 접촉을 하고자 한다.

진행과정

08. 02 대림동 답사 
7호선 남구로역에서 만나서 대림동 장소 첫 현장 답사:
고관범 연구자의 가이드에 따라 디자인 스튜디오 PASS ME THE SALT는 그 지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08. 26 한일 워크숍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전시의 한일 워크숍 참관:
우리 팀의 대상과 유사한 대상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미술 방식과 의미, 방향성 등에 대한 이해도를 갖게 된 시간이었다.

09. 04 1차 회의 
내국인 & 외국인 거주자의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소통방법 고민:
함께라는 방법, 공공미술, 소통, 외국인, 호스트 사회 등 우리가 고민해야 할 키워드들이 매 회의 때마다 등장했다. 리서치 자료로 타겟을 고민하고 이해의 폭을 좁혀갔지만, 해결해야 할 영역이 너무 광범위한 건 아닌지, 또는 우리가 정말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09. 09 2차 회의 
중국 동포 아이들로 타겟 좁혀서 진행 확정:
타겟 범위를 좁혀서 프로젝트 해결 문제를 찾고자 함. 사회화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연령대의 아이들이 학교와 문화 전반으로 겪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혹은 좀 더 즐겁게 정착할 있는 ‘소통’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09. 11 3차 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공미술 프로그램 개발 확대

09. 21 전문가 인터뷰 
사회복지사 선생님 인터뷰:
한국인과 한국계 중국인이 같은 대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경향에 대해서 확인하였다. 이러한 차이는 인식 차이로 발전하여 양측의 간격을 벌리는 요인임을 알게 되었다.

10. 06 4차 회의 
공공미술 파일럿 프로그램 계획안 디벨롭 미팅:
가상의 학교, 가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과 내년도 예상 플랜을 계획했다. 한국인 50%, 중국인 50%가 될 거라고 예상하면서 파일럿 진행을 위해 통역이 필요하지 않을지 학교에 문의해보기로 했다.

10. 07 자료 공유 
2016 서남권 중국동포 1차 토론회 자료 공유

10. 11 공문 발송 
파일럿 프로그램 대상 학교에 공문 발송

10. 12 전문가 미팅
미술치료사 강사와의 미팅

10. 17 5차 미팅 
미술치료 논문 리서치를 통한 공공미술, 학생, 학교의 의미와 관계를 스터디:
미술 강사와의 미팅을 통해 공교육 안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공공미술의 의미, 효과에 대해 문헌 리서치를 심층 진행

10. 17 학교 방문 
워크숍을 상의할 ◯◯초등학교 방문해 교감선생님, 교무주임님과 미팅

10. 20 6차 미팅 
◯◯초등학교 공공미술 워크숍 프로그램 디벨롭 미팅

10. 24 일정 확정 
◯◯초등학교 공공미술 워크숍 일정 확정 논의

10. 27 장소 실측 
◯◯초등학교 공공미술 워크숍 장소 실측 방문

10.31 워크숍 진행 
◯◯초등학교 공공미술 워크숍 진행


부록

연구자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함께하는 방법

1. 디자인 스튜디오가 연구자와 함께한 시간

사전 리서치를 탄탄하게 했기 때문에 실제 프로세스는 효율적이었다. 그동안 진행된 문헌 리서치 공유와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대상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동기 부여를 받았다. 이해도가 올라가면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연구자로서의 확고한 방향성과 문제 해결의 의지가 중심을 잡아줌으로써 끝까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대상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갖게 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2. 연구자가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한 시간

처음에는 연구원과 디자이너라는 조합에서 어느 정도 역할이 나뉘고 맡은 부분을 충실히 행하는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내 영역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들 덕분에 공교육에서 사회통합 방법으로 공공미술을 제안할 수 있었다. 팀을 이루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예상 외의 문제를 맞닥뜨리고 해결하는 과정이다. 그들이 결과물만 고려하면서 프로젝트를 같이 했으면 필요하다고 생각되나 효용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황 조사에서 논리 개발 과정에서 끝없이 되묻고 확인하며 실체로 다가가도록 도왔고 그 앞에서 특유의 실행력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적어도 15명과 18명의 아이에게 흥미로운 1시간을 선물한 것 같다.

참고문헌

김연옥, 「집단미술치료가 아동의 자아존중감과 교우관계에 미치는 영향」, 평택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미술치료전공, 2007

이미정, 「공공미술을 통한 미술교육의 가치 인식에 관한 연구」, 미술교육논총 28권 4호, 2014

천현진, 최미란, 김성균, 「참여 관찰법을 이용한 중국인 상업 가로지역 공간의 문화인류학적 분석: 서울 대림동 중국인 집단거주지 내 상업 가로지역을 대상으로」, 한국조경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2011

박신영, 김준형, 최막중, 「외국인 노동자 밀집거주에 의한 근린효과: 서울 가리봉동 · 대림동을 대상으로」, 도시계획학회지 47권 5호, 2012

서지수, 「서울 대림동의 조선족 ‘통로(Portal)’로서 장소성 형성」, 지리학론집 58호, 2012

정수열, 이정현, 「이주 경로를 통해 살펴본 출신국가별 외국인 집중거주지의 발달 과정: 서울시 대림동 소재 중국 국적 이주민을 사례로」, 국토지리학회지 48권 1호, 2014

이미정, 「공공미술을 통한 미술교육의 가치 인식에 관한 연구」, 미술교육논총 28권 4호, 2014

양한순, 「다문화주의 시대 귀환 중국동포의 문화적 시민권: 대림동 사례를 중심으로」, 동북아 문화연구 45, 2015

이정현, 정수열, 「국내 외국인 집중거주지의 유지 및 발달: 서울시 대림동을 사례로」, 한국지역지리학회지 21권 2호, 2015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16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 2016

함께 만드는 공공지도

분량13,549자 / 26분 / 도판 11장

발행일2017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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