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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뮤니티

이인규, 신해수, 정유진


이인규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 대표.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금까지 5권의 책을 발행 하고 있다. 〈아파트인생〉, 〈공동의 리듬, 공동의 몸〉 전시에 참여했다.

신해수, 정유진 스튜디오 텍스쳐 온 텍스쳐. 다양한 매체 혹은 기업과의 아이덴티티, 공간, 커머셜 사진작업을 진행한다. 재질의 본질에 더 집중한 상점 ‘Texture shop’을 운영하며 다양한 창작자와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취지

반려견 산책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시적인 관계를 넘어 단톡방으로 이어지는 친밀한 공동체로 발전된 둔촌주공아파트의 개뮤니티 사례를 통해 도시의 삶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관계 형성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개뮤니티를 통해 남녀노소 불문, 생애주기와 무관한 특정 매개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을 보았으며 둔촌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탐구를 통해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개뮤니티 형성이 가능할 수 있는 여건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황

1. 가족의 개념과 형태가 급변함에 따라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서는 전형적인 4인 가정 중심의 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부족한 현실이다.

2. 서울시 전체 6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 및 사회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서울시 가구 전체 약 391만 가구의 20.4%로 약 78만 가구 그 중 반려견을 키우는 경우는 서울시 가구 전체의 17.5%로 약 68만 가구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당 1.3마리를 키우고 있으니 서울에 우리와 함께 사는 반려견은 약 89만마리로 추산된다. (출처: 2016년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

3. 최근 유명인의 반려견에 사람이 물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도그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규제와 단속이 강화되어 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도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 으로 함께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숙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하며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 및 사회인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사례 분석

Case 1. 둔촌 주공아파트 개뮤니티

  • 방문 일시: 2017년 9월 28일
  • 장소: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 뒷편 잔디밭
  • 참여: 참가자 9명, 반려견 13마리
  • 진행 방식: 현장 인터뷰
  • 조사 내용: 개뮤니티의 형성 과정 참가자들의 산책 및 공간 이용 패턴 개뮤니티에 대한 생각

둔촌 개뮤니티의 형성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여기 공터가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곳에 붙어 있어서 개를 풀어놔도 마음이 놓여서 자주 왔어요. 매번 비슷한 시간에 개랑 같이 산책을 나왔더니 자주 만나게 되는 개가 있었어요. 다들 보통 개를 한 두 마리 밖에 안 키우는데 밖에서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를 만나니까 좋더라고요. 확실히 자기네들끼리 원없이 신나게 놀고 들어간 날은 애들이 말썽 안 피우고 정말 기분 좋게 자거든요. 자주 만나는 개들끼리 친해져서 서로 알아보고 잘 노니까 자주 만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마침 모임에 한 분이 카카오톡 단톡방을 하나 개설하자고 제안해 주셨어요. 그 뒤로는 개와 산책을 나갈 때 단톡방에 “우리, 이따 5시쯤 산책 가려고요. 오실 수 있는 분은 나오세요.” 라고 메시지를 남겨요. 그럼 정말 그때 나올 수 있 는 분들이 시간을 맞춰 늘 모이던 공터로 오셔요. 그렇게 오래 된 모임은 아닌데 계속 인원이 늘어났어요. 개들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니까 어색하지도 않고 좋죠. 지금은 사람들끼리도 친분이 쌓여서 이제 이사 다 나가기 전에 같이 간단히 치맥이라도 하자고 해요.

이곳에 왜 모여 계시나요? 장점이 뭘까요.

“여기는 개를 풀어놓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여기가 길가에서 조금 벗어나 있으니까 지나가다가 개를 풀어놨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사람들 눈치 안 봐도 되어서 좋아요.”

“애들이 자기들끼리 정말 원없이 신나게 뛰어 놀 수 있어서 좋아요. 동네 산책 한 바퀴 하고 나면 저는 다리가 아픈데, 얘네는 아직 더 뛰고 싶어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 와서 풀어 놓으면 나는 편해서 좋고, 얘네는 더 놀 수 있어 좋고.”

“개들끼리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얘가 상당히 겁이 많고 예민한 아이였는데, 여기 온 후로 그나마 낯을 좀 덜 가리게 된 것 같다. 여기 모이는 개들은 낯선 개를 그렇게 많이 경계하지 않아요. 새로운 애가 와도 그냥 다 어울려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기 와서 제가 그동안 개에 대해 많이 몰랐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얘 한 마리만 키워서 개들은 다 그냥 이렇게 얌전한 줄 알았는데, 다른 개들을 자주 보게 되니까 ‘아, 이런 게 격하게 뛰어 오르는 것도 좋다는 표현이구나. 놀자는 얘기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오늘도 얘보다는 제가 다른 개들을 보고 싶어해서 왔어요.”

“이사 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개랑 산책하고 있는데 어느 동네분이 여기에 이런 개 모임이 있다고 해서 와보게 되었어요. 처음 왔을 때 그냥사람만 있으면 말 붙이기 좀 그랬을 텐데, 얘네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고, 합류하게 되고 좋았던 거 같아요. 개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렇게 동네 사람들과 쉽게 얘기 나누지 못했을 것 같아요.”

“개끼리 만나서 즐겁게 노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게 전 너무 좋아요. 덕분에 이사 와서 동네 적응도 빨리 했고요. 요즘은 다 이사 나가야 하다보니 이삿짐 업체 정보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생활 정보를 나누기도 해요.”

둔촌 개뮤니티 환경 분석

관리사무소에서 물을 끓여 단지 전체로 보내주는 중앙난방식 아파트에는 다량의 물을 보관할 수 있는 저수조가 필요하다. 그 저수조가 묻혀있는 지하의 윗부분은 대개 건물을 짓지 않고 넓은 공터로 남겨진다. 중앙난방식으로 운영되는 둔촌주공아파트는 5,930 세대의 거대 단지이고, 이 넓은 단지를 하나의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관리하고 있어서 관리사무소 지하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저수조와 보일러 시설이 있다. 그리고 그만큼 넓은 공터가 지상에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공터에서 하교 시간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하고, 해질녘에는 개들이 뛰어노는 개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되는 것이다. 

1. 사람들의 접근 및 사용 빈도가 낮은 공간
직선으로 뻗어있는 주요 통행로(노란색 선, 파란색 선)와는 달리 조금 돌아서 가는 우회로라서, 관리사무소 쪽에서 상가로 바로 넘어가야 하거나, 한산한 공간에서 잠시 쉬고 싶을 때 외에는 사람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2. 지대 높이 차이 및 식재를 통한 시선 차단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요 통행로와 가깝지만, 지대 자체가 인도보다 높고, 수목으로 가려져 있어서 주요 통행로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단지 안에 이러한 공터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3. 시설 및 식재를 통한 자연스러운 공간 구분
공터 주위로 빽빽하게 나무들이 심겨 있어서 주요 통행로(노란색 선, 파란색 선)와 완벽히 구분되고, 낮은 화단과 펜스로 공간을 구획해 놓아서 내부 보행로(주황색 선) 부분과는 구분이 된다. 개뮤니티에 모이는 강아지들도 이렇게 구분된 영역은 넘지 않는 것으로 교육 받아 어느 정도 경계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둔촌에서 알 수 있는 점

개뮤니티는 반려견의 사회성 발달 및 행동 교정에 도움이 된다.
개들이 함께 모여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개들의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짖거나 무는 등 문제가 되는 행동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 다른 개와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반려견의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개들의 교류가 사람의 교류로 확대될 수 있다.
반려견을 매개로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관계를 형성 할 수 있다. 주중에는 주로 동네에 오래 있는 주부, 학생 등이 개를 데리고 모이지만, 주말이면 ‘남녀노소’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울린다.

적절한 시각적, 공간적 분리는 필요하다.
넓은 녹지가 많은 편인 둔촌주공아파트에서도 아무데서나 개를 풀어놓는 것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 주민과 갈등을 유발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적절히 구분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서로 연락할 수 있는 매개는 관계 형성 및 지속에 도움이 된다.
우연히 만난 관계가 조금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으려면 아무래도 자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둔촌에서는 서로 시간을 맞춰 나오기 위해 단톡방을 개설하였고, 그 이후에 모임이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이렇게 사전에 연락해서 만나는 약속을 잡음으로 서로 잘 맞는 관계는 더욱 강화될 수 있고, 때론 불편한 관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Case 2. 청와대 분수광장 개뮤니티

  • 방문 일시: 2017년 10월 12일
  • 장소: 서울시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인근의 광장과 공원
  • 참여: 참가자 5명, 반려견 5마리
  • 진행 방식: 현장 및 서면 인터뷰
  • 조사 내용: 참가자들의 산책 및 공간 이용 패턴 공간 관련 장단점 그 외 자주 다니는 산책 장소 등

개와 함께 어디로 산책을 다니나요? 장점이 뭘까요?

“동네에 뛰어 다닐만한 공간이 별로 없는 편인데, 이곳은 평일에는 사람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좋아요. 주로 공원을 크게 뛰어 다니다 힘들면 의자에 앉아 쉬곤 해요.”

“서울맹학교에서부터 시작해 무궁화 동산과 청와대 분수광장을 돌아요. 중간중간 코스는 바뀌지만 분수 광장을 들리는 것은 늘 같아요. 예전엔 매번 경복궁역–광화문 앞까지 다녔는데 이젠 힘들어 해서 코스가 짧아졌어요.”

“바로 옆에 무궁화 동산에서는 흙도 밟고 냄새도 맡을 수 있어서 좋아요.”

“수성동 계곡이 가깝다는 것이 이 동네의 장점이지요. 서울 도심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가 가까이 있다는 게 감사합니다. 조용하고 항상 잘 정리 되어 있습니다.”

“인왕산 둘레길을 자주 걷는데요. 산이라 우리 강아지가 모든 감각을 이용하며 산책을 할 수 있어서 즐겨 찾는 공간이에요.”

“산책 나온 동네 어린이부터 어르신, 청와대 경호담당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고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에요. 다른 동네에 비해 대형견에 대해 비교적 너그럽고 자연스러운 편 같아요.”

단점을 꼽자면요.

“산 둘레길에는 산책하는 개가 많은 만큼 목줄 미착용과 배설물 방치가 많은 편입니다. 방치된 들개나 산짐승의 출몰에 위험을 느낀 적이 간혹 있습니다. “

“청와대 앞길 24시간 개방 이후 주민 이외의 관광객들이 많아 예전보다 복잡하고 신경 쓰이는 것들 이 조금 생겼어요. 주말에는 관광객이 많아서 산책하기 어려워요.”

“경호원과 경찰관이 사방에 있어서 은근 눈치를 좀 보게 되는데, 시선이 가끔은 불편해요.”

“산책로가 이곳 저곳 퍼져 있다 보니 다른 강아지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에요. 강아지의 사회화를 위해선 여러 강아지들이 만나서 서로 냄새를 맡고 인사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들었거든요. 드문드문 마주치다 보니 오랫동안 마주치는 인사하는 동네 개들은 몇몇 있지만, 정기적인 모임이나 참가하는 조직은 없습니다.”

청와대 분수광장 분석 결과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간대를 노리는 것이 좋다.
모두에게 개방된 곳이며 주민 외에도 관광객 등의 방문이 많은 장소.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간다면 산책을 하거나 강아지와 놀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혹은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대형/특수견에도 익숙하고 너그러운 이웃이 있다면 더 좋다.
주택이 많은 동네 특성상 일반적으로 키우는 소형견이 아닌 중형견, 대형견이 많다. 다른 동네에 비해 비교적 너그럽고 자연스러운 편이다.

인근의 공원, 산 등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 코스가 유용하다.
청와대 인접도로의 특성으로 늘 깨끗하고 안전하다. 도심이면서도 근거리에 공원과 산, 계곡길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Case 3. 서울의 또다른 개뮤니티를 찾아서

www.textureontexture.kr/dog-mmunity(폐쇄)

  • 설문 기간: 2017년 9월 18일 ~ 9월 25일
  • 설문 방식: SNS를 통한 개뮤니티 제보 요청
  • 취합 정보: 제보자와 제보자의 이메일 구체적인 장소 및 시간대 부연 설명
  •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각자 지인의 반려견 산책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니 개들을 위한 공간과 모임은 의외로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견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서울의 개뮤니티 정보를 제보받아 한 곳에 모아보기로 했다.

서울에는 사람도 많지만, 함께 사는 동물도 많습니다. 특히 개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은 서울의 5가구 중 1가구에 달할 정도로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개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나 사회적 여건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우리의 보편적 주거형태가 개인 마당이 따로 없는 공동주택으로 점차 바뀌면서 개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 이웃과의 마찰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반려견이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반려견을 중심으로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르는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가능성도 발견한 만큼, 사회 구성원을 이어주는 새로운 방식으로 반려견 커뮤니티를 더욱 장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희는 반려견을 중심으로 모이는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티 개뮤니티(dog-mmunity)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려 합니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모이고, 그 안에서는 어떤 교류가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제나 아쉬운 부분은 없는지, 새로운 가능성은 더 없을지 다 방면으로 알아보고 함께 고민하려 합니다. 리서치의 시작은 우선, 반려견을 위한 크고 작은 모임들이 발생되고 있는 서울의 장소들을 다 모아보는 것에서 출발하려 합니다. 수집된 현장은 방문 조사하여 개뮤니티 형성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을 분석에 활용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개뮤니티가 있으면 제보를 통해 본 프로젝트에 기여해주세요.

  • 설문결과: 조사기간 일주일, 개뮤니티 제보 25개
  • 주요 개뮤니티 생성시간: 저녁 6~8시 사이
  • 장소: 공원의 잔디밭 또는 반려견 놀이터 (대형견, 특수견은 우선 모임을 결성하여 공간을 찾아 모임)

서울시내 반려견 놀이터

서울의 개뮤니티 설문에서 알 수 있는 점

1. 넓은 공원 안에서도 공간적 분리가 필요한 개뮤니티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개뮤니티는 대부분 개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터가 있는 공원이었다. 완충녹지 1곳, 어린이놀이터 1곳도 공원으로 본다면, 전체 18곳 중 17곳이 사실상 공원에 위치 한다. 공원 안에서 개뮤니티 모임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주로 사람들의 보행로와 조금 떨어진 잔디 밭으로, 개들을 풀어놓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천변을 따라 ‘선형’으로 이어진 양재 천에서는 지대의 높낮이에 따라 개뮤니티가 모이는 잔디밭과 보행로가 완전히 구분되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분리될 수 있는 환경이다.

2. 턱없이 부족한 시설형 반려견 놀이터

서울에 설치된 반려견 놀이터는 4곳에 불과하다. 서울의 5집 중 1집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수이다. 펜스로 구분해 놓은 시 설에서만 개들의 목줄을 풀어놓고 뛰어놀도록 제한하기엔 이용할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 시설이 너무 없다.

서울시 내 반려견 놀이터
마포구 월드컵공원
동작구 보라매공원
도봉구 초안산 공공 반려견 놀이터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서초구 반포공원 반려견 놀이터 (오픈과 동시에 민원으로 폐장)

3. 개들끼리도 체급, 견종, 습성에 따라 적절한 구분이 필요하다

다 같은 ‘개’로 묶이지만 견종별로 체급이나 습성 차이가 큰 편이다. 대형견 또는 중형견이지만 에너지가 넘쳐서 습성이 격한 견종 (예: 비글, 코카스패니얼, 슈나우져, 시바견 등)은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모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설형 반려견 놀이터에는 공간이 소형견, 대형견으로만 구분되어 있어, 격렬 한 산책과 놀이를 요구하는 ‘중소형견’들이 소형견 놀이터에서 놀다가 난폭한 개로 비난 받기도 한다. 개들끼리도 더 잘 맞고 친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체급과 성향이 잘 맞을 수 있는 아이들이 따로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친해진 아이들끼리 계속해서 만나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소결

개들은 자주 산책을 시켜줘야 하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에는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 되어 있지 않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개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 빽빽한 도시에 잘 없는 공터를 찾아 다니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시간을 틈타 개들을 풀어주곤 했다. 하지만 최근 산책할 때 개들의 목줄 미착용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마저도 요원하게 되었다. 상황적 맥락과는 상관없이 잠시라도 목줄을 풀어주는 것은 불법행위로 낙인 찍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나마 알음알음 형성되고 있던 개뮤니티도 조금씩 와해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서울의 개뮤니티를 둘러보며 개뮤니티를 양성화하고 확대해야 하는 필요성과 함께 새로운 커뮤니티 형성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 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고, 반려견을 매개로 일상적인 공간에서 우호 적인 이웃 관계가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개뮤니티는 작게는 반려견의 건강과 행복 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조금 관점을 넓게 바라본다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귀한 매개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이를 위한 작은 아이디어를 제안 하고자 한다.


아이디어 제안

우리는 개뮤니티를 통해 더 많은 관계가 만들어 질 수 있게 돕고,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각박한 도시에서 반려견과 함께 살기 위해 애쓰는 견주들의 노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며, 부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도시의 사람들이 조금씩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개뮤니티 App

같은 지역에 살아도 우연에만 의지해야 했던 개들의 만남이 조금 더 조직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주위에 살고 있는 반려견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체급과 성향이 잘 맞는 개들이 함께 만날 수 있게 돕는다.

개뮤니티 임시 펜스

공원에 놀러가면 한켠에 돗자리를 펴놓듯이, 간단한 구조물을 통해 공간을 일시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 한다. 그리고 구획된 시설물 안에서만 개를 풀어 놓아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갖는 우려를 해소시킨다.

실행안 A: 임시 점거를 위한 구조물

그물과 벨트형 차단봉을 합쳐 그물형 차단봉을 만든다.

해당 구조물은 지정된 공간에 대여 및 설치가 가능하지만 고정된 설치물이 아닌 필요 시에만 설치를 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사라지는 펜스이다. 사람과 반려견들이 모였 을 때 특정 공간을 일시적 분리, 일시적 점거를 하게 된다. 견주와 반려견의 공간과 보행 자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될 수 있는 구조물이다. 기준이 되는 봉은 상시로 설치되 어 있으면 두명만 모이게 되어도 삼각형으로 설치 가능하다. 모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큰 공간이 만들어진다.

기준이 되는 하나의 봉이 상시로 설치되어 있으면 두 명만 모이게 되어도 세개의 꼭 지점으로 삼각형의 공간이 임시로 설치 가능하다. 공간의 형태나 설치되는 시간 모두 반려견과 주인들이 모여지는 시간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변하게 되는 유동적인 시스템 이며, 모여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큰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는 애견놀이터나 애견 카페와의 큰 차이점이며 이러한 방법은 상시로 설치되어 있는 공간에 비해 거부감을 줄 일 수 있다.

산이나 공원에 있는 배드민턴 코트가 필요에 따라 네트가 설치 되었다가 사용하지 않을 때는 그 공간이 다르게 쓰일 수 있는 것처럼,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에 다양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개뮤니티 모임이 이루어지는 환경은 주로 사람들의 보행로와 조금 떨어진 잔디밭이나 통행이 많지 않은 공터였다. 그러한 공간에서 안전한 분리가 이루어진다면, 보행자나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뛰어놀고 싶은 반려견과 주인들 모두의 욕구가 충족될 수 있다. 이러한 실행이 가능 하려면 일시적 점거가 끝나고 난 뒤에 공간을 잘 정리하고 배변을 잘 치우는 등의 기본적인 에티켓이 필요할 것이다. 

실행안 B: 개뮤니티 활성화 어플

‘어플 개뮤니티’(가제)는 위치기반 LBS 어플리케이션으로 견주/반려견이 단순히 공간 혹은 시설물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좀 더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여러 기능을 제공한다. 가벼운 교류부터 동네 중심의 견주/반려견 커뮤니티가 이뤄질 수 있다.

1. 위치 서비스

• 어플을 켜면 현재 나의 위치와 근거리 유저들의 위치를 표시
• 구조물 대여 현황 표시
• 구, 혹은 동을 선택해 가입한 견주/반려견 리스트 보기 기능
• 지도상의 위치를 확인해 근처에 있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다. 근거리에 있는 강아지의 프로필을 확인하여 메세지를 보내거나 친구 추가를 할 수 있다.

2. 프로필/친구 추가 기능

• 이름, 견종, 나이, 특이사항, 산책 시간대 표시
• 친구 추가 및 메세지 기능
• 견종과 나이를 기본적으로 표시해 사전에 반려견과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
• 친구를 맺거나 간단한 메세지 기능을 이용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지도상의 위치를 확인해 근처에 있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시설물 이용

3. 커뮤니티

구, 혹은 동을 선택하면 볼 수 있는 멤버 피드로 간단하게 글을 올리고 리플을 달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정보 공유, 물품 나눔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할 수 있다.

4. 인포

인근 동물병원 및 애견 시설 표시 등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살고 있는 동네 혹은 생활 반경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작게는 공동주택의 구성원에서부터 동, 넓게는 구 단위의 커뮤니티 형성을 도운다.

홍보 계획

지도 배포

반려견의 산책 루트와 시설물에 대한 지도를 만들어 배포한다.

펫티켓 안내

시설물을 본격화 하기 앞서, 반려견과 비반려견이 함께 알아두면 좋을 펫 에티켓을 배포한다. 보행자, 개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회 구성원들과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행사 및 프로그램

반려견과 견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인 프로그램들을 연계 및 실행한다. 개를 키우고 동네를 산책하지만 연결고리가 없던 사람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SNS 페이지 운영

지속적으로 개뮤니티에 대한 정보와 사진, 간단한 이야기들을 올려 꾸준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한다.

개뮤니티

분량11,237자 / 20분 / 도판 7장

발행일2017년 12월 18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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