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서 피어나는 공간
정상철, 송인혁, LIMINGZHU
분량3,597자 / 7분 / 도판 11장
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정상철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송인혁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LIMINGZHU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과거 일본의 도호쿠 대지진 이후 한반도의 지층 구조가 변화하며 지진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였고, 경주·포항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현행 내진 설계 기준은 기존 건축물에 소급 적용되지 않아 여전히 구조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내진 설계가 미비했던 경북 지역, 그중에서도 포항 구도심은 1980년대에 건축된 건물이 많고, 무분별한 증축이 이루어지면서 구조적 취약성이 더욱 심화되었다.

2008년과 2024년 항공사진 비교 결과, 포항 구도심의 불법 증축 비율이 약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상은 저층 상가, 주택, 빌라로, 대부분 추가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채 증축되었다. 현행 법규상 불법 증축은 철거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 전면 철거가 어렵기 때문에 증축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사한 두 개의 대표 사례를 통해 불법 증축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첫 번째 사례는 1984년 사용 승인된 주택 및 상가로, 건축물대장에는 세 차례 합법적 증축이 기록되었으나 추가 불법 증축이 이루어졌다. 두 번째 사례는 1983년 사용 승인된 주택으로, 건축물대장에는 한 차례 증축만 기록되어 있으나, 재료 분석 결과 세 차례 불법 증축이 확인되었다. 두 사례 모두 불법 증축 공간이 창고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증축 방식을 ‘끼우다, 얹다, 채우다, 덮다’ 네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현재 내진 설계 장려 정책이 실효성이 낮은 이유는 개인이 내진 보강을 통해 얻는 실질적 이득이 크지 않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법 증축 공간을 활용하여 내진 보강을 병행한다면, 내진 보강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 조적조 건물의 내진 보강 방식(벽돌 제거 후 몰탈 주입)을 철재 강관 삽입 방식으로 대체하여 구조적 안정성과 공간 확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설계 개념은 기존 건물 벽면에 부착된 사각 강관을 돌출시켜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주요 고려 요소는 △사각 강관이 기존 벽체까지 도달하도록 연결 부재 설계 △하중이 지면까지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수직·수평 부재 배치 △횡력에 저항할 수 있도록 사재 배치 등이다. 실내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구조물 레이어와 별도의 레이어를 적용하며, 부재 연결부에 실내 구조물을 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구조적 안정성을 강화하며, 철재 활용으로 재사용 가능성을 높이고, 노후 증축물의 재료를 교체하여 도시 미관을 개선할 수 있다. 설계 적용을 위해 기존 증축 공간을 분석한 결과, 상가 1층에는 12㎡ 규모의 창고가, 2층에는 18㎡ 및 4㎡ 크기의 창고가, 통로 및 창고로 활용되는 5㎡ 공간이 존재하였다. 1층 증축물 외부 경계를 기준으로 증축 구조물 최대 크기를 산정하고, 수직적으로 볼륨을 형성하여 연면적을 최적화하였다.
주택의 경우, 1층에 20㎡, 2층에 7㎡, 3층 옥상에 62㎡ 규모의 증축 공간이 확인되었다. 기존 서까래 구조를 활용하여 하중을 효과적으로 지면에 전달하도록 설계하였으며, 프라이빗 공간 형성을 위해 기존 주택에 사용된 샌드위치 패널의 특징을 적용하였다.
본 설계는 노후 건축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넘어, 미래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계획이다. 1, 2단계에서는 개인의 증축 공간을 재구성하고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며, 3단계에서는 개별 증축물이 서로 연결되어 공유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4단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도시 전체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포항의 사례를 기반으로 진행된 본 연구는 전국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전체 건축물의 50% 이상이 30년을 초과한 상황에서, 불법 증축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다. 따라서 철거가 아닌 보존, 보존을 위한 재해석, 그리고 재해석을 통한 확장을 통해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이상윤 ‘내진’과 ‘포항’이라는 키워드가 이번 프로젝트 결과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지역적 특성, 특히 포항의 철강 산업이 이 프로젝트에 반영되었다는 것을 잘 알겠다.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 현실적인 측면도 느껴졌다. 학교 스튜디오에서라면 좀 더 꿈을 펼쳐보라는 식의 제안도 가능했을 텐데, 이 프로젝트는 공모전 특성상 현실적이고 면밀하게 접근한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구조적 부분이나 벽돌 구조체 삽입 같은 부분은 전문적이고 면밀한 해석이 더 필요할 것 같지만, 도전적인 모습을 구체화한 점을 칭찬한다. 질문이 하나 있는데, 만약 이 프로젝트가 포항이 아닌 경기도나 서울 같은 다른 지역이었다면 비슷한 해법을 어떻게 제시했을지 궁금하다.
틈-공간 불법 증축물이 메탈 구조로 되어 있어 전국 어디서든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체를 메탈 구조로 하면 원재료의 느낌을 살리고 강성도 확보할 수 있어 구조적 해결도 가능하다고 본다.
양수인 1차 제출안 중에서도 독특하고 신선한 접근법이 특히 눈에 띄었다. 극도로 현실적인 면도 매력적이었다. 한편, 최종 공개 심사 단계에서 이 안이 더 발전될 여지가 있을까 의문이었고, 그 우려가 현실화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명료함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궁금증도 많이 생겼는데, 내가 실무를 오래 하다 보니 생긴 질문일 수도 있다.
첫째, 보전을 전제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만약 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게 에너지나 자원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면, 왜 굳이 이런 2층 건물을 보존해야 할까? 불법 증축 면적만 확보해주고 보존에 큰 비용을 들이는 게 합당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둘째, 이런 프로젝트를 정책으로 입안하려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텐데, 현실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개고기 금지 정책 시행을 앞두고 유예기간 동안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전업, 폐업 지원금을 주기로 했더니 법안 통과 전보다 개 농장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이 프로젝트 관련 정책도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서 걱정된다. 건축이라는 일이 예술적,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사유재산의 이해관계 등 매우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이 프로젝트는 구조적, 미래적 차원에서 접근했지만, 반대로 정책이 되면 악용될 수 있는 부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틈-공간 답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먼저, 자원 절약의 이유가 있다. 둘째, 감성적인 접근인데, 노후 주택을 없앤 자리에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현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2~3층 주택들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보존하고 싶었다.
악용 가능성에 대해선, 설계안에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증축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내진 보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내진 보강 효과가 있고, 소유주 입장에서는 공간이 더 생기니 모두에게 이득인 방안이라 생각한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틈에서 피어나는 공간
분량3,597자 / 7분 / 도판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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