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공간에 영혼이 있으랴
문홍욱, 임동민, 박민겸
분량3,783자 / 8분 / 도판 15장
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문홍욱 경북대학교 건축학과
임동민 경북대학교 건축학과
박민겸 경북대학교 건축학과

도심 속 종교시설,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다
도시 속 종교시설은 한때 지역사회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에는 점차 활용도가 낮아지고 있다. 예배일과 미사 등의 특정 종교 행사가 열리는 날을 제외하면, 넓은 공간이 대부분 비어 있는 채로 유지되며, 이는 도시의 중요한 공간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종교와 사회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신앙 경험이 감소하고 종교의 중요성이 점차 약화하면서, 종교시설이 지역사회와 점점 단절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종교 쇠퇴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종교시설이 가진 공간적 가치를 새롭게 모색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에 종교시설이 단순한 신앙의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포르투갈 파티마의 발현소 성당을 주목한다. 이 성당은 개방적인 형태와 높은 접근성을 통해 종교시설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오히려 친근한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 결과, 성당의 광장은 단순한 신앙의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모이고 쉬며 교류하는 장소로 기능하게 된다.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이곳에서 머물며 공간의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 쉽게 관찰된다.
하지만 도심 속 종교시설은 발현소 성당과 달리, 대규모의 열린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종교시설이 본질적인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도시가 요구하는 공공성과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탐구는, 단순한 건축적인 구축을 넘어서 환경을 새롭게 조성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종교시설이 가진 폐쇄성과 거부감을 극복하고,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와 연결된 살아 숨 쉬는 종교시설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상지 선정 및 연구 과정
도심지 종교시설의 공간적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의 종교시설을 발굴·조사한다.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은 1980년대 사용 승인된 단일 건물로, 예배당과 부속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심 내 접근성이 좋은 곳, 그리고 리모델링 및 대수선 경력이 있는 시설이다. 이를 바탕으로 충현교회와 대현성당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다.
각 종교시설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민들이 종교시설을 방문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예배당 공간이 개방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일부 종교시설에서는 지역 개방을 시도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간적 한계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인퓨징 버트레스(Infusing Buttress)’ 개념을 제안한다.







인퓨징 버트레스의 개념과 적용
과거의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는 종교시설의 구조적 보강을 위한 필요에 의해 발생하였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발전해 왔다. 현대의 종교시설이 지역과 단절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트레스를 단순한 구조 보강이 아닌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매개체로 재해석한다.
충현교회의 경우, 기존의 누구나실을 보존하면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도록 포켓 공간과 테라스를 조성한다. 또한, 예배당과 누구나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여 주민들이 종교시설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대현성당은 협소한 외부공간과 낮은 접근성을 고려하여 버트레스를 내부에서 확장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열린 필로티, 투명한 계단실을 추가하고, 머무름 육교를 형성하여 예배당을 지나가면서도 자연스럽게 공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일방향으로만 진입할 수 있었던 성당의 축을 뒤틀어, 양방향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미래를 위한 시도
인퓨징 버트레스는 충현교회와 대현성당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시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외부공간이 넓은 중간 규모 종교시설에는 외부로 확장되는 버트레스가, 외부공간이 협소한 대규모 종교시설에는 내부 공간을 확장하는 버트레스가 적합하다. 이 개념은 단순한 공간 설계 방식이 아니라, 도심 속 종교시설이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변화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종교시설을 단순한 신앙의 장소가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열린 공간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경험한다. 답사와 연구, 설계를 거치며 점차 종교시설에 대한 시선도 변해가고, 물리적 변화가 신앙과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종교시설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이 작은 시도가 하나의 의미 있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양수인 발표를 들으면서 1차 심사 때 깨닫지 못했던 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리가 발명품을 이야기할 때 보통 특허나 물리적인 부분을 생각하듯이, 건축 전략도 붙이거나 자르는 식의 물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프로젝트는 개념적이고 비물리적이지만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종교 시설은 단순히 물리적 존재가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역할도 갖는데, 여기에 다른 요소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전혀 다른 두 사례를 보며 실제로도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버트레스라는 상징적 건축 요소를 재해석해 공간을 만들려는 시도는 다소 억지스러우면서도 충분히 수긍할 만했다. 오늘 결과물을 보면서 다른 차원에서 전략을 제안하고 사고를 유연하게 펼친 점이 인상 깊었다.
이상윤 왜 종교 시설을 선택했는지가 흥미로웠다. 보통은 종교 시설을 다른 용도로 변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프로젝트는 종교 시설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커뮤니티 확장성을 고려한 전환을 시도했다. 천주교와 기독교의 성격이 건축적으로 내향성과 외향성의 차이로 반영된 점도 흥미로웠다. 1980년대 종교 건축물은 지역의 상징성을 드러냈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리모델링과 대수선을 통해 플라잉 버트레스라는 특수한 양식을 적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흥미로웠다. 다만, 여느 건물을 선택해 목사님·신부님 인터뷰를 반영한 것이 프로젝트 기획에서 출발점이었는지, 아니면 ‘고고학자와 발명가’라는 주제를 듣고 생각해낸 것인지 스토리텔링 차원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사람-영혼 두 가지가 공존했다. 종교 시설의 형태가 달라도 ‘여느 건물’의 일부라고 생각했고, 어릴 때부터 주변에 성당이나 교회가 늘 존재했기에 이를 탐구하는 것이 재미있을 거로 생각했다. 인퓨징 버트레스가 나오게 된 과정을 말씀드리면, 발굴 조사를 하며 교회와 성당의 필요를 확인했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건축사 수업에서 배운 버트레스의 기능을 재해석했다. 이를 통해 종교적 색채를 유지하면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종교 시설을 개방하는 것이 사용자 관점에서 반가운 일일지 고민했지만, 답사 과정에서 종교 시설 측이 문만 열면 누구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양수인 보면서 ‘기적의 도서관’이 떠올랐다. 건물의 모양이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고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방식이 핵심인데, 이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로 ‘버트레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유되고 예산이나 정책이 확보된다면 실제로 열린 종교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충분히 실험 가능한 하나의 움직임이 될 수 있고, 점점 더 흥미롭고 유연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사람 없는 공간에 영혼이 있으랴
분량3,783자 / 8분 / 도판 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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