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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리중학교 재발명하기 – 학교, 두 번째 이야기

민지원, 윤기민, 최은서


민지원 경북대학교 건축학과
윤기민 경북대학교 건축학과
최은서 경북대학교 건축학과


우리가 경험했던 학교는 80년대에 고착화된 잔재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오며 교육 발전의 기회를 잃었고, 급증하는 인구수에 대응하기 위해 가성비 학교를 짓기에만 급했다. 이러한 것에 치중한 정책 과제는 표준설계도면을 낳았다. 학교 표준설계도면은 4.5m×7.2m 모듈을 기본으로 하는 편복도식과 장방향 교실의 조합이었다. 계속 양산되기만 한 표준설계도면은 계획적으로 주목할 만한 변화 없이 경직된 채로 고착화 되어 모두 평이한 외관을 가지게 되었다. 80년대 당시에도 존재하던 학교 공간에 대한 문제점은 최근 들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공간적 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인 고교학점제의 공간 조성 방향은 공간에 유연성과 복합성을 지원하고, 공용공간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업을 증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남아있는 80년대 학교 공간들은 고교학점제와 부적합하다. 이에 따라 공용공간의 개념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 되었다. 더는 자기 교실이라는 것이 없다. 그 때문에 홈베이스, 복도 뿐만 아니라 교실까지 공용공간으로 재정의했다.

갑갑한 모습에서 탈피하고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색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확장하고자 했다. 단순히 넓은 공간보다는, ‘움직임’을 통해 넓어질 학교를 제시한다. 평이한 학교의 모습에 흥미를 더해주고,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직관적으로 보조하는 ‘다시 쓰기’로써 “움직이는 학교”를 계획했다.

더 이상 교육은 고정된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 성장과 다양한 학습을 위해서 공간은 계속 모습을 달리 해야한다. 교실이 움직이고, 홈베이스가 열리는 학교는 어떨까? 중리중학교는 80년대 표준설계도에 입각한 심심하고 고전적인 학교 설계의 보편적인 예시이다. 설계에 앞서 내진 보강이 우선이었으므로, H-Beam을 활용한 외부 프레임 보강 방법을 선택하였다. 전면부와 후면부에서 구조 보강은 각각의 ‘움직임’을 고려하여 산정하였다.

전면에는 레일 위로 모듈러 교실이 기차처럼 지나다니도록 하여 동선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들의 학습공간 확장을 지원한다. 모듈러 교실은 언제든지 결합할 수 있는 알파룸으로서 기존 교실이 갖는 한계를 해소하고 확장하는 다양한 융합 수업을 원조한다. 이 아이디어는 비효율적인 특별교실 분산배치에 주목하여 적용하였다.

특정 교과수업 시 요하는 모듈러 교실을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켜 기능을 보충해주며 긴 복도에 의한 불필요한 동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이동 교실을 통해 미술실에는 학생들의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고, 음악실은 무대와 객석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후면에는 학년별 학생들의 거점 공간인 홈베이스가 증축된다. 홈베이스는 ‘복도대면형’으로 학년별 교과 교실 앞에 위치시켜 교실이 늘어져 있는 중리중학교의 특성에 적합하게 동선을 단축할 수 있는 형태이다. 또한 학년별 복층 형태로 홈베이스 내 계단을 통해 이동할 수 있게 했다. 홈베이스에서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모습이다.

먼저, 무빙월이 열리면 홈베이스는 외부로 확장되어 개방감을 주고 내 외부 연계성을 높인다. 학생들은 열린 무빙월을 테라스 삼아 창문으로만 보던 외부와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동시에 중간 마당에서는 무빙월의 프레임에 맞게 그늘이 생기며, 학생들에게 색다른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무빙월이 천장이 된 중간 마당은 하나의 이벤트 영역이 되어 동아리 혹은 짧은 행사를 즐기기 좋은 공간이 된다.

프레임이 된 무빙월은 불규칙적인 보이드를 통해 우연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무빙월이 닫힌 홈베이스는 외부에서 학교의 다채로운 입면 일부로 작용한다. 무빙월의 프레임과 천창은 빛을 다양한 측면에서 투과하여 내부 공간을 풍성하게 한다.

앞으로의 학교는 더 이상 멈춘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움직이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우리의 다시 쓰기는 가장 표준적인 80년대 학교 건축을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규모의 학교에 보편화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중리중학교를 시작으로, 고정적인 학교를 탈피하여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변화할 학교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이상윤 제출안 중에 학교 프로젝트가 상당히 많았는데, 파이널리스트에 올라온 작업은 이 프로젝트가 유일하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를 제안했는데, 하나는 레일을 이용한 모듈러 건축으로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다른 하나는 키네틱 건축을 활용해 야외 공간이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공간 활용 아이디어였다. 두 안 다 현실 적용 가능한 기술적 아이디어 같아 보였다. 

한편, 학교 건축물은 증축에 부담이 적으니 수요가 있다면 굳이 모듈러가 아니더라도 증축해서 홈베이스를 늘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움직이는 시스템이 투자 대비 어떤 효과가 있을까? 모듈러가 레일을 통해 움직이는 자체는 흥미롭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키네틱 구조는 실제 활용 가능성이 커 보여 좋았다. 내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비 오면 운동장을 못 쓰는 걸 아쉬워했는데, 이런 시스템이 있으면 야외 공간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리중학교 우리가 대상지로 삼은 중리중학교를 예로 들면, 이 학교는 표준 설계 동선에 가장 가까운 학교로, 교실이 단순히 나열되어 좌우로 길게 늘어진 형태다. 그래서 복도가 길고 동선이 비효율적이라 고교 학점제라는 새로운 교육 과정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다. 그래서 동선의 효율화를 꾀하려 했다. 단순히 테라스를 확장하는 해법도 있겠지만, 교실 자체가 움직이며 학생들과 함께 이동하고, 생동감 있는 학교를 만들고자 했다. 교육 변화에 맞춰 새로움을 주는 공간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었다.

양수인 제출안 중에 학교를 다시 쓰는 프로젝트 대다수는 출산율 감소 등으로 학생 수가 줄고 있으니 학교 건물의 유휴 공간을 다른 용도로 쓰자는 제안이 많았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1980년대 표준 교실과 학교 유형은 당시 교육 제도에 맞춰 설계된 것이고, 지금은 교육 제도가 많이 바뀌었으니 공간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취지가 좋았다. 

여기에서 동선 효율화를 계속 강조했는데, 내가 미국에서 중학교에 다녔는데 반 개념이 별로 없고, 학생들이 수업 장소를 찾아 이동하는 형태였다. 그런 점에서 바뀐 교육 제도상 과도한 동선 설계가 타당한 디자인 전략인지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브리지도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단순한 공간 잉여, 여유 차원이 아니라 교육 제도 변화에 맞춰 공간을 업데이트한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동선 효율화는 아직도 의문이 있다.

중리중학교 우리가 생각하는 모듈러 교실 유형 중 하나는 비품실이나 미디어실, 도서실 등 다양한 학습 도구가 있는 공간이다. 모듈러 교실이 위아래, 좌우로 움직이면서 여러 학년과 교실에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리중학교에는 음악실과 미술실 같은 특별 교실에 모듈러를 적용했는데, 요즘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는 점을 반영했다. 예를 들어 밴드부 공연은 주로 강당에서 하는데 악기들이 무겁고 예민해 옮기기 어렵다. 그래서 밴드부가 공연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제공하려 했고, 미술실은 작품을 옮기다 파손될 우려가 있어 교육 공간과 전시 공간을 같이 구성해 미술 활동이 활발해지도록 했다.

일반 교실에 모듈러가 붙는다면, 고교 학점제 도입과 학습 방식 변화로, 교실은 책걸상 중심의 공간뿐 아니라 팀 활동, 토론, 의사소통을 위한 회의 공간 등 다양한 용도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중리중학교 도서관은 뒷동 가장 위층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모듈러 교실을 이동식 도서관처럼 활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5 ‘고고학자와 발명가’ 공개 심사 영상 / 입선 – 중리중학교 재발명하기 – 학교, 두 번째 이야기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중리중학교 재발명하기 – 학교, 두 번째 이야기

분량3,905자 / 8분 / 도판 11장

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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