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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벽 품은 집

송찬, 김지훈


송찬 중앙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김지훈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서울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오래된 옹벽과 낡은 주택. <옹벽 품은 집>은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서울의 익숙한 풍경에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경사주거지에서 건물을 세우기 위해 단단히 세운 옹벽을, 이제는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을 펼쳐 보이는 기회로 삼아본다.

대상지의 역사와 주민들의 일상을 이해하기 위해, 옹벽과 조사 대상이 어떻게 여기까지 남아 있게 되었는지를 발굴한다. 대상지에는 서로 다른 시대에 지어진 담장과 옹벽의 흔적들이 뒤섞여 있으며, 축대마을의 도로와 건물 경계면을 통해 옹벽의 축조 방식과 시대적 흐름을 읽어낸다. 또한, 건물과 옹벽 사이에는 확장된 불법 증축물, 옹벽 위의 사유화된 공간, 해가 들지 않는 어두운 구석들이 자리한다. 이들은 조사 대상의 환경적 결함이자, 공간의 재구성과 새로운 발명을 위한 단서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속에서 우리는 고고학자의 눈으로 과거의 흔적들을 분석하고 발명가의 감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 경사 주거지를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며, 연와조 건물과 옹벽 사이의 환경적 열악함과 층별·세대별 동선의 단절로 인한 조각난 공동체를 인식한다. 전후면의 불법 증축을 통한 사유화 현상 역시, 대부분 실내외 공간 활용에 제약을 주고 있음을 확인한다. 옹벽을 단순한 물리적 방어체로서의 닫힌 벽으로 남겨두기보다, 옹벽과 건물 사이 공간의 외벽으로 인식한다. 이를 통해 보행 동선이나 만남의 장을 옹벽 쪽으로 내어 주민들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스치도록 유도하여 기능적·정서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발명이 고안된다. 구조적 발명인 ‘크로스앵커’는 노후된 옹벽의 안정성을 보완하며, 연와조 건축물의 구조적 변경을 위한 철골 구조와 결합되어 서로 다른 시대의 구조물을 하나의 안정된 체계로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건물의 활하중이 옹벽으로 전달되어 구조적 안정성이 저해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진장치의 원리를 결합한 보완 시스템을 도입한다. 한편, 환경적 발명인 ‘반사판’은 그늘에 가려진 옹벽 사이의 공간에 자연광과 환기를 불어넣으며, 회전 가능한 힌지로 연결된 알루미늄과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통해 옹벽의 물성을 극대화한다. 빛이 부족한 날에는 조명으로 작동하여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 두 발명은 과거의 구조적·환경적 결함을 새로운 기능으로 전환시켜, 경사주거지에 숨어 있던 잠재적 가치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기존 환경을 존중하면서도 새롭게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 지역이 수십 년간 품어온 옹벽의 흔적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설계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어떤 모습이 완성될지, 낡아버린 옹벽이 주택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주민들의 일상에 작은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묻는다.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는 현실적 요건을 충족하는 과정을 통해, <옹벽 품은 집>은 경사지 주거의 실질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양수인 1차 심사 때도 독특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여서 “이게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개인적인 궁금증이 컸다. 그런데 실제로 1차 제출보다 훨씬 더 잘 발전시켜서 아주 인상 깊게 보았다. 허가를 받고 지어도 될 정도로 굉장히 섬세하게 잘 준비한 것 같다. 다만 1차 심사 때부터 계속 든 궁금증이 있는데, 이건 건축상 주제와 상황에 따른 특수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아이디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나 프로젝트로서 흥미롭긴 하지만, 실제로 저런 상황이 흔한지, 그리고 일반해로서 적용 및 확장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그렇다고 믿으려면, 어떤 부분이 그 핵심인지 알고 싶다. 그리고 저 동네에 옹벽 앞 주택이 실제로 얼마나 흔한지 잘 모르겠고, 서울을 포함한 우리나라에서 옹벽이 얼마나 일반적인 조건인지 명확히 이해하고 싶다.

옹벽 품은 집 일반해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에 일부 동의한다. 다만 경사지에는 옹벽을 마주한 건물들이 많고, 축대 위에 바로 올라가 있는 건물들도 있다. 우리는 옹벽과 마주해 환경이 취약한 주거 건물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만약 일반해를 도출한다면, 한쪽 면이 완전히 막혀 통풍과 환기가 어려운 공간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공간에서 일반해를 이야기할 때, 사이 공간을 확장하고 그 공간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저희가 도출한 일반적인 해법이다.

양수인 건물과 옹벽 사이 공간, 그런 부분을 말하는 것인가?

옹벽 품은 집 그렇다. 논리의 흐름은 먼저 공간적 제안을 설정하고, 그것을 구조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구조적으로 실현했을 때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 생각해서, 저희는 공간적 제안, 구조적 제안, 환경적 제안 이렇게 세 가지 발명 제안으로 구성했다.

이상윤 처음 프로젝트를 접했을 때, 긴 선형 건축물과 경사지 선택이 너무 영리하다고 느꼈다. 그 선택만으로도 어느 정도 점수를 얻었을 것 같다. 경사지와 긴 매스는 결과물이 멋지게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점을 제쳐두고 다른 부분들을 보려고 노력했는데, 현실적으로 기존과 새 제안의 연면적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법규적 문제 없이 해결 가능한지 궁금했다. 그런데 오늘 발표를 듣고 보니 이전에 가졌던 질문들이 거의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적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옹벽 부분에서 환기, 통풍, 자연채광을 끌어들이면서 공간을 좀 더 열어주는 느낌이 있어서, 면적이 줄어도 충분히 시도해 볼만하다. 그리고 용도 변경을 통해 공간이 죽지 않고, 카페 등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런 건물 하나가 실제로 지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현실적인 해결책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셔서 칭찬할 점이 많다. 주변 환경과 입면 형성 과정까지 꼼꼼히 살펴봤고, 일반해를 특수해로 해석하려는 노력도 인상 깊었다. 구조적, 환경적 측면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토탈 패키지로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고 평가한다.

양수인 질문이라기보다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긴 건물이나 연립주택이 아니더라도 서울 안에 이런 옹벽이 문제되거나 불안정한 대지가 많다. 평창동, 창동 등에도 널려 있는데, 건물 하나를 지으려 해도 땅을 파야 하고, 옹벽에 어느 정도 이상 접근하기 어려워 뒤쪽 공간을 1~2m 정도 그냥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작업이 매우 흥미롭다. 소일 네일 같은 공법으로 옹벽을 안정화하면서 건물을 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 팀의 발명품이 구조적, 채광·환경적, 공간적 세 차원으로 나뉜다고 했는데, 렌더링에서 보이는 뒤쪽 공간, 밑에 그릴 같은 이미지가 있다. 이 공간이 단순히 옹벽을 손대지 않고 남겨둔 것보다 특별히 개선된 점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단순히 버려진 공간보다는 나을 것이고, 위쪽이 막힌 공간보다는 좋겠지만, 저런 발코니나 공간보다 훨씬 중요하고 실질적으로 쓸모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옹벽에 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 점은 이해하고, 교수님 말씀처럼 옹벽을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적극적이고 기능적으로 활용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림학생건축상 2025 ‘고고학자와 발명가’ 공개 심사 영상 / 대상 – 옹벽 품은 집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옹벽 품은 집

분량3,619자 / 7분 / 도판 18장

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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