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의 건축공사 검사 제도 (1)
박인석
분량12,016자 / 24분
발행일2025년 12월 5일
유형오피니언
건축의 시대: 한국 사회의 질곡, ‘40년건축’을 넘어서
2편. 부실시공, 공공책임 부재의 귀결 ②
감리, 감독, 검사
앞글에서 우리나라 건축물 공사 과정에서 시공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검사-확인 업무가 전적으로 민간 감리용역에 맡겨지고 있는 사정을 보았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질문이다. 건축공사 과정에서 검사(inspection) 업무를 중심으로 몇몇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한다면, 살펴본 다섯 나라(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모두 검사-확인 업무를 지방정부나 공적 인증을 받은 전담 기구가 수행하고 있다. 한국처럼 감리나 건설사업관리 등 민간 용역 업무에 검사-확인 업무를 포함하여 맡기는 경우는 없다.
다른 나라 사례를 조사할 때 주의할 점은, 우선 감리, 감독, 검사 등 관련 업무의 내용을 따로 정리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업무의 내용이나 주체가 한국에서 통용되는 방식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는 없는 업무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업무로 통용되기도 한다.
우선 감리 업무를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건축공사에 감리가 의무화되어 있다. 앞글에서 보았듯이 건축법으로 관리되는 건축물은 공사감리를, 주택법으로 관리되는 건축물은 주택감리를, 건설기술진흥법으로 관리되는 건축물은 책임감리를 포함하는 건설사업관리를 의무적으로 용역 발주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주요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 비록 일정 규모 이상 건축공사는 대부분 건설사업관리(CM)를 용역으로 발주하지만 건축주의 선택에 따라 이루어질 뿐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결정적인 차이는, 우리나라가 검사(inspection) 업무를 감리에 포함하고 있는 반면에 다른 나라들은 검사를 지방정부 등이 공적 업무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사(inspection)는’ 건축물 시공 과정과 시공 결과물이 법령에 따라 안전과 품질을 확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업무로서 어느 나라나 필수적인 절차로서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이를 민간업체가 수행하는 감리나 건설사업관리 용역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용역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검사 업무를 지방정부 등 공적 기관이 수행하고 있으므로 특정 용역을 의무화할 이유가 없다. 외국에서 민간업체에 의한 건설사업관리 용역이 일반적인 것은, 건축주가 공공의 ‘검사’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미리 전문업체에 관리를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설사업관리는 CM이라 불리며 건축주가 선택적으로 용역 발주하는 업무로 통용됐었다. 그러나 2013년 건설기술진흥법이 건설사업관리를 감리 업무와 통합하고 이를 의무화하면서 그 개념과 업무 범위가 혼란스러워졌다.
외국에서는 건설사업관리와는 별도로 공사행정(Construction Administration)이 용역으로 발주되는 것이 보통이다. 흔히 CA라 불리는 이 업무는 공사가 설계 의도대로 계약 내용 및 각종 법적 규제 취지에 맞게 이루어지도록 공사 과정 전체에 걸쳐서 관리하는 업무로서 해당 건축물 설계자인 건축사에게 발주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업무인데 2013년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설계의도 구현’이라는 이름으로 건축 설계자의 CA 업무 일부가 제도화되었다.
감독(supervision)은 시공 현장에서 작업 전체를 지속적으로 관찰-관리-조정하는 업무로 시공업체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다. 그런데 각종 법령에서 발주청이 ‘도급업체나 용역업체의 계약 이행 적절성을 감독한다’는 의미로 쓰고 있어1 ‘감독’의 개념이 다소 혼란스럽게 혼용되고 있다. 발주청의 감독은 결국 시공 상황이나 관련 도서에 대한 몇 차례의 ‘검사’ 행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발주청 등이 공사의 적절성과 적법성을 확인하는 업무는 ‘검사’라 하고, ‘감독’은 시공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관리 업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감리’에 대해 정리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감리’는 “자기 책임 아래 건축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물,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품질관리, 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감독하는 행위”(건축사법), 또는 “건설공사가 관계 법령이나 기준, 설계도서 또는 그 밖의 관계 서류 등에 따라 적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거나 시공관리・품질관리・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는 건설사업관리 업무”(건설기술진흥법)로 정의되고 있다. 매우 폭넓은 업무 범위를 포함하는 내용이다. 한국의 감리 제도가, 법적으로 강제되는 필수 업무인 검사(inspection)와 건축주가 자율적으로 발주-계약하는 업무(CM, CA 등)를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감리’는 감독-CA-검사 업무가 혼합된 형태로 한국에서 제도화된 개념으로 외국에서는 이에 정확히 대응하는 업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외국 사례에 대한 조사보고서에서도 검사와 감리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가 하면 CM과 CA 업무를 감리 업무로 서술하는 경우도 많다. 또는 지방정부의 검사 업무를 감독이나 감리 업무로 표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혼선이 있음을 유의하면서 외국에서의 검사(inspection) 제도를 살펴보자.
미국
미국은 한국의 건축법이나 건설기술진흥법처럼 건설공사에 대한 검사-확인 절차를 규정하는 국가 차원의 일률적 법률이나 기준이 없다. 각급 지방정부나 기관별로 자체 규정에 따라 시행한다. 따라서 미국의 건축공사 검사 제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검사 시행 주체인 지방정부와 상위 기관인 주정부 및 연방정부의 업무-권한 범위 및 상호 작용 체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방정부 조달청(GSA)은 연방정부가 관할하는 정부 건물 및 군 건물에 대한 건축법규 제정-시행을 통해서 설계-엔지니어링-시공에 대해 지방정부들이 지향해야 할 정책 방향 및 표준을 제시한다. 또한 전국 차원에서 활동하는 비정부 표준기구들 역시 표준규정을 제시함으로써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여러 자치 정부로 구성된 미국에서 건축 기준이 균일하게 유지되는 것은 이들 비정부 표준기구들이 개발-제시하는 모델 코드를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영리 표준기구인 국제코드위원회(ICC)가 발행하는 국제건축코드(IBC) 및 여러 국제코드(I-Code), 그리고 전국소방협회(NFPA)가 제시하는 국가전기규정(NEC)을 미국 모든 주에서 채택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들 기구가 모델 규정을 발표하면 주정부와 지방정부들은 이를 법률로 채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별 사정과 특성을 반영하여 일부 조항을 변경하거나 추가한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있는 주정부는 모델 규정을 채택-보완하여 관할 지방정부들에게 모범으로 제시하는 한편, 지방정부의 검사 업무를 위한 제도를 관장한다. 대부분의 주정부는 건축법규 담당관(Building Codes Officer), 특별검사관(Special Inspector) 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산하 지방정부 건축부서에 대한 인증제도를 운영하는 주도 있다. 또한 공립학교, 의료시설 등 주정부 소유 건축물에 대해서는 주정부가 직접 설계 검토-승인 및 시공에 대한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정부는 관할 행정구역 안 건축물에 대한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주정부가 제시한 모델 건축규정을 토대로 건축법규를 제정하고 건축허가와 시공 현장 검사를 포함한 일련의 업무를 통해 모든 건축물이 이 규정을 준수하여 건축되도록 한다.
지방정부의 검사-확인 업무는 건축허가 단계에서 시작한다. 건축허가 도면 및 서류가 제출되면 지방정부는 계획심사관(Plan Examiner)에게 해당 도서가 건설이 진행되는 지방정부의 건축법규 등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확인토록 한다. 계획심사관은 전문 지식과 자격을 갖추고 주정부 및 공공기관의 인증을 받은 전문인력으로서 지방정부에 고용된 공무원이다. 설계도서가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신청자에게 수정을 요구한다. 계획심사관이 설계를 승인하면 건축허가가 발급된다.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하는 건축물은 공사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검사관들에게 일련의 현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외관 수리 등 경미한 공사나 임시 구조물을 제외한 모든 건축물이 건축, 전기, 배관, 기계 등 전문 분야별 검사가 의무화되어 있다.
검사관은 계획심사관과 마찬가지로 주정부에 등록된 전문인력으로서 지방정부에 고용된 공무원이다. 건축・전기・배관・기계 등 전문분야별로 나뉜다. 건축검사관(Building Inspectors)은 건축법규 충족 및 품질 요건 부합 여부, 소방법상 화재 안전성 등을 검사한다. 분야별 검사관을 통칭하여 건축검사관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기검사관(Electrical Inspectors)은 배선・조명・발전 장비 등 건물에 설치된 전기시스템을, 배관검사관(Plumbing Inspectors)은 식수 안전과 폐기물의 위생적 처리 시스템을, 기계검사관(Mechanical Inspectors)은 HVACR 시스템, 보일러 및 기타 기계장비를 검사한다. 동일인이 여러 분야 자격을 갖춘 검사관이 많고, 구조검사관(Structural Engineer)이 별도로 선임되어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공사 현장 안전관리에 대한 검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별도 검사 절차가 운용되고 있다.
검사관은 공사 주요 단계마다 중간검사를 통해 건축물이 승인된 설계도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시공되는지 검사하고 확인한다. 중간검사 시점은 지방정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기초공사, 골조공사, 전기공사, 배관 및 기계시스템 공정이 해당된다. 매번 중간검사마다 검사관은 서면이나 구두로 검사 결과를 설명한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검사관은 위반통지서를 발행하고, 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재검사 신청을 해야 한다. 심각한 위반 사항이 있거나 허가에 포함되지 않은 작업이 수행되는 경우, 검사관은 작업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작업중단 명령을 어기고 작업을 계속하는 것은 위법 행위로 민사상 처벌 대상이 된다. 모든 중간검사를 통과하고 완공 단계에 이르면 준공검사가 이루어지며, 검사관에 의한 준공검사 통과가 확인되면 지방정부 건축부서에서 사용승인서를 발급한다.
검사관은 주정부 및 공공기관이 인증한 전문인력 중에서 지방정부가 직접 고용한다.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직접 공사 현장 검사를 수행하는 경우 역시 검사관을 고용하여 활용한다. 검사관 인증을 받은 전문인력 중에는 민간 CM 회사나 검사 전문업체 등에 취업하거나 독립적으로 사무소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2024년 현재 전체 검사관 인력 137,210명 중 37%(51,290명)가 지방정부에, 4%(5,160명)가 주정부에 고용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2
소규모 지방정부의 경우 예산 관계상 별도 조직을 구성하지 않고 인근 지방정부에 검사 업무를 의뢰하기도 한다. 대규모 공사 등 많은 검사관 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 전문업체에 용역을 발주하여 검사 업무를 대행토록 하기도 한다. 이 경우 지방정부 공무원 중에 감독원을 선임하여 검사 업체를 통제-관리한다.
민간 건축물 중에는 건축주가 CM 용역을 발주하는 경우가 많고 CM 회사의 검사관 역시 시공 단계별로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CM 용역 여부와 관계없이 지방정부는 자신들이 건축허가를 내준 모든 건축물에 대해 자체 검사관에 의한 검사-확인 업무를 수행한다.
영국
영국의 건축공사 검사는 지방정부 건축물관리기구(LABC: Local Autority Building Control)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LABC는 영국과 웨일즈의 모든 지방정부에 설치된 조직으로서 관할 행정구역의 건축물 관리를 수행한다.
1980년대 초까지는 지방정부에 소속된 공무원이 모든 건축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즉, 지방정부 건축부서에서 공사 분야(건축・설비・소방・에너지 등) 별로 건축검사관을 고용하여 도서 검토와 현장 검측 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이는 19세기부터 지속되어온 방식이다. 런던시만 예외로, 지역별로 계약한 반독립적 전문가를 검사원(District Surveyor)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건축물 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건축량의 증가로 건축검사관의 업무 과중 문제가 제기되면서 1984년 건축법(Building Act 1984) 개정하여 민간 전문인력을 건축검사관으로 활용하는 ‘공인검사관’(Approved Inspector) 제도를 도입, 병행하기 시작했다.
공인검사관은 정부기구인 건설산업부 공인검사관 등록청(CICAR; Construction Industry Council Approved Inspectors Register)에 의해 자격을 인정받은 민간전문가 개인, 혹은 회사로서 공무원인 건축검사관과 동일한 권한과 효력을 갖는 검사-확인 업무를 수행했다. 개인 공인검사관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므로 공인검사관 회사 이외에 시공업체 등 일반 민간회사에 취업할 수 없으며, 업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보장하는 전문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했다. 또한 공무원인 건축검사관과 달리 규정 준수를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 규정 위반 사항을 발견하고 시공사에 수정을 권고하였으나 해결이 안 될 경우, 해당 프로젝트를 지방정부로 이송해야 한다. 이후 지방정부가 집행 통지서 발부나 법적 조치 등을 집행한다. 이러한 양립 체제는 공공 검사관과 민간 검사관의 경쟁을 통해 보다 양질의 건축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2022년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2017년 6월 그렌펠 타워 화재 사고 이후 이 체제가 건축물 안전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건축물 안전 규정 체계를 개편, 2022년 건물안전법(Building Safety Act 2022)이 제정되었다. 이 법의 초점은 고위험 건물(HRB; 높이 18m, 혹은 7층 이상의 다중거주 주거용 건물)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건축검사관의 역량 또한 강화하는 것이다. 지방정부 건축검사 기구인 LABC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앙정부 보건안전청 내에 건물안전규제기구(BSR; Building Safety Regulator)를 신설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건축검사관은 BSR에 등록해야 하며 등록 전에 역량 평가를 받고 4년마다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편, 이전의 ‘공인검사관’은 민간조직인 건물관리승인기구(RBCA; Registered Building Control Approvers)로 대체했다. RBCA는 공인검사관을 고용하여 건축검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공사 집행-중지-변경을 명령할 법적 권한은 없다. 공사 중지 등의 명령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방정부 당국으로 프로젝트를 이송한다. RBCA는 공정성이 중요하므로 건축물의 설계나 시공 관련 업무는 수주할 수 없는 등 이해 상충이 우려되는 일체의 행위가 금지된다. 보건안전청은 이를 ‘등록 건물관리승인기구를 위한 전문가 행동 규칙’(Professional Conduct Rules for Registered Building Control Approvers)에 명시하고 있다.
건축검사관은 관련 학위, 전문자격,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실무경험을 갖춘 인력으로 선발된다. 건축검사관의 등록 등급은 1등급(수련검사관)부터 4등급(기술 관리자)까지 있으며 1등급은 상급 검사관 감독하에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2등급 이상으로 등록하려면 건축엔지니어협회 등으로부터 독립적인 역량 평가를 받아야 한다. 2024년 7월 현재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BRA에 등록된 건축검사관은 4,049명이다.3 수련검사관 1,971명, 등록검사관 1,614명, 특별검사관 464명, 기술관리자 516명이다. 이 중 약 60%가 LABC, BSR 등 정부기관에서, 40%는 민간기구인 RBCA에서 근무하고 있다.
건축주는 건축물 착공 전, 한국의 착공신고서에 해당하는, 건축규정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여 승인받아야 한다. LABC나 RBCA 중에서 검사 주체를 선택하여 신청할 수 있다. 단, 고위험 건축물(HRB)은 BSR에 직접 신청해야 하며, 이 경우 BSR이 직접적 검사 주체가 된다. 신청서가 승인되면 공사 진척에 따라 착공검사, 기초공사 검사, 주요 구조체 공사 검사, 방습-단열 검사, 배수시스템 검사, 지붕구조 검사, 준공검사 등 일련의 의무 현장검사가 진행된다.
요컨대, 영국의 건축물 검사는 1984년 이전까지는 지방정부 공무원에 의한 검사 체제로, 1984년 건축법 이후로는 지방정부 공무원 검사와 민간전문기구 검사가 양립하는 체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2022년 건물안전법 제정을 통해 민간 검사관의 역량 평가 절차를 강화하였으며, 고위험 건축물에 대해서 공공기관(BSR)이 직접 검사 업무를 수행케 함으로써 건축검사 업무에서 공공의 관장 범위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프랑스
다른 주요 외국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건축허가 단계에서는 주로 건물 높이, 대지 면적, 전반적인 미관 등 도시계획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검증할 뿐 건설및주거법(Code de la construction et de l’habitation) 등에 규정된 각종 기술기준 준수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 건물의 구조・안전・건강・에너지 성능 및 이동 약자 접근성 등 기술기준 검사 절차는 시공 단계에서 수행된다. 건축허가 단계에서부터 도시계획적 사안과 기술적 기준 일체를 충족하도록 하면서, 정작 시공 단계에서는 모든 검사 권한을 민간 감리 용역업체에 일임하고 있는 한국의 건축 관리 체제와 비교하여 참조해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프랑스의 건축 시공 단계에서의 기술적 기준 관리-검사 체계는 1978년 제정된 스피네타법(The Loi Spinetta of 1978)에 의한 기준과 절차를 토대로 하고 있다. 이 법 제정 이전에는 건설업자와 건축사에게 건물의 구조적 결함이나 용도 부적합에 따른 손해를 10년간 책임지도록 하는 민법상 책임 제도가 있었을 뿐 시공 과정에서 의무적 검사제도는 없었다. 지방정부는 건축허가권을 통해 도시계획 및 기술 요건을 충족하도록 관리하였을 뿐이고, 시공 품질은 ‘장인의 규칙’(règles de l’art)으로 알려진 업계 표준 및 관행에 의해 관리되었다. 즉, 1978년 이전 프랑스의 건축공사관리 제도는 사전 예방적 검사보다는 사후 책임 부과를 통한 징벌적 관리 성격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후 책임 이행의 핵심인 10년 책임제도 또한 보증보험과 연계되지 않아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손해를 입은 건축주가 건설업체를 상대로 길고 복잡한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고, 업체 파산으로 배상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78년 제정된 스피네타법은 이러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꾸어 건설공사의 품질과 기술기준 준수를 일관되게 관리하기 위한 검사 기준과 절차를 확립했다. 민간회사인 건설기술관리회사(contrôleur technique de la construction, CTC)의 기술관리 기능과 공무원인 건설규정검사관(Contrôle du Respect des Règles de Construction, CRC)의 사법적 경찰 기능을 양대 축으로 하고, 여기에 의무 보험제도를 결합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건설기술관리회사(CTC)에 대해 살펴보자. 프랑스 건설및주거법에서는 공공건축물, 높이 28m 이상 고층건물, 대경간 구조물, 지하층 15m 이상의 건축물 등 고위험 건축공사에 대해 스피네타법에서 규정한 CTC를 통한 기술 관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CTC는 건축주와의 계약에 의해 업무를 개시하며 건축주로부터 보수를 받는다. CTC의 관리가 의무로 요구되지 않는 소규모 주택이나 상업 건축물의 공사 감독은 건축주가 궁극적인 책임을 지며, 설계자인 건축사가 건축주의 대리인으로서 감독-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건축주는 품질관리를 위해 자발적으로 CTC를 고용할 수 있으며 보험회사가 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CTC는 건설부가 관리하는 국가 인증을 받은 민간업체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기술적 전문성, 재무 안정성, 그리고 독립성에 대한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CTC에는 전국 지사 망을 갖는 대형 기업이 10여 개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은 1인 기업 등 소규모 지역 업체들이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프랑스 정부 발간물에 등재된 인증 CTC 숫자는 약 140개에 달한다. CTC에 소속된 개별 기술관리자(contrôleur technique)는 공인 엔지니어 자격과 경험을 보유한 인력으로, CTC는 직원들이 할당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역량을 갖추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 CTC와 이에 소속된 기술관리자에게는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무가 요구된다. 프랑스 건설및주거법에는 “기술 관리 업무는 설계, 시공 또는 감정 등 다른 어떤 활동과도 양립할 수 없다”(제L.125-3조)고 명시되어 있다. CTC는 정부를 대신하는 중립적인 검사 업무 이외에 건축물의 설계, 시공, 또는 감정 등 어떠한 작업에도 참여가 금지되어 있다.
한편, 건설규정검사관(CRC)은 중앙정부의 지역국과 지방정부의 지역 환경-계획-주택국에 고용된 공무원이다. CRC는 관할 행정권역의 건설공사 현장에 대해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하는 불시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검사 대상 현장은 지역별 무작위 추첨에 의하거나 이웃 주민 등의 공식적인 불만이 제기된 곳 등이 선택된다. 다른 민간 인증기관들이 제공하는 전기 또는 가스 시스템 등 특정 설비에 대한 검증 및 인증을 보완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요컨대 프랑스의 건축공사 검사 제도는 건설공사 현장을 담당하는 민간 부문의 건설기술관리회사(CTC)를 주축으로 하고 여기에 경찰이 불시 순찰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는 지방정부 건설규정검사관(CRC)의 검사를 병행하는 체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개 주체에 의한 검사 체제의 실효성을 더해주는 중요한 제도가 의무보험 제도다. 1978년 스피네타법에 의해 프랑스에서 건축허가를 받으려는 모든 건축주는 10년 공사손해보험에, 건설업체와 건축사 등 관련 전문가는 10년 민사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 보험은 시공품질로 인한 손해에 대해 신속한 재정적 보상을 보장함과 동시에 시공품질 관리 업무의 충실성을 견제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민간기업인 CTC는 시공사나 건축주에 대해 자신의 의견 반영이나 보완 공사 등을 강제할 법률적 권한 없이 자문 성격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CTC의 의견을 시공자나 건축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CTC는 이를 공식 문서로 남긴다. 보험회사는 이 문서를 근거로 해당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보장을 거부할 수 있다. 보험회사의 손익 계산이 CTC의 업무가 영향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셈이다.
CTC는 시공사가 자체 품질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요 공정 단계마다 표적 현장 방문 및 샘플링 점검을 시행한다. 완공 단계에서 CTC는 모든 조사 결과를 종합하고 시공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명시적으로 강조한 포괄적인 최종 기술관리 보고서(RFCT)를 작성한다. CTC의 보고서는 건축주에게 전달되고, 필요한 경우에 지방정부나 보험회사에 중요한 근거 자료로서 제출된다.
건축공사가 완료되면 건축주는 지방정부에 공사 완료 및 규정 준수 확인서(DAACT)를 제출한다. 일정 기간(일반적으로 3개월) 내에 지방정부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해당 공사는 법적으로 적합하게 완료된 것으로 인정된다. 만일 CTC의 미해결 부정적 의견 등이 있음에도 DAACT를 제출한 것이 확인될 경우, 지방정부는 건축주에 대한 처벌 및 시정 조치를 강제할 수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건축사(설계자)가 시공 단계에 참여하는 것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설계자가 시공 단계에 공사행정(CA) 업무 수행 등을 위해 참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프랑스 건축사법(Loi n° 77-2 du 3 janvier 1977)은 특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 대해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축사에게 설계 및 공사관리를 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축사는 공사가 설계도면과 시방서에 따라 진행되는지 확인할 뿐 아니라, 시공 현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기술자, 계약자 등) 간의 조율을 담당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전반적인 프로젝트 관리에 참여한다. 또한 준공 후 10년간 건축물에 발생한 중대한 하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다.
박인석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도시와 건축 및 주택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가 건축정책위원회 5기 위원과 6기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 생산 역사』(전 3권), 『건축이 바꾼다』, 『아파트 한국 사회』 등이 있다.
다른 나라의 건축공사 검사 제도 (1)
분량12,016자 / 24분
발행일2025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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