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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감독 손뗀 공공, 예정된 부실

박인석

건축의 시대: 한국 사회의 질곡, ‘40년건축’을 넘어서
2편. 부실시공, 공공책임 부재의 귀결 ①


부실시공의 진짜 원인

건축공사 부실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공사 중 붕괴(2021.6),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중 붕괴(2022.1),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신축공사 중 지하주차장 붕괴(2023.4)…. 사고가 날 때마다 원인 조사팀이 구성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진단이 분분하다. 공사 불법 재하도급, 이 때문에 더욱 낮아지는 실제 공사비, 숙련 노동자 부족 및 외국인 노동자 증가, 감리 용역 입찰 담합과 부실 감리, 구조설계 하도급과 부실 설계 등등. 하나하나 수긍할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매번 진단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원인이 비슷하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그 원인을 해결 못 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재발 방지 대책도 매번 비슷하다. 감리 강화, 불법 하도급 근절 … 이걸로 될까? 예전에 통하지 않았던 대책이 이제는 통할까?

부실시공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꼽히는 원인들 하나하나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재하도급으로 실투입 공사비가 낮아지고, 낮아진 공사비에 맞추기 위해 값싼 비숙련 노동자 고용을 늘리고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면서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대표적이다. 낮은 공사비에서 이윤을 남겨야 하는 시공 상황을 떠올려 보라. 안전시설 한두 개 빼면 수천만 원이 남고, 시공 점검 절차 하나 건너뛰면 수백만 원이 남는데? 안전사고와 부실시공 위험을 감수하고픈 유혹이 끊임없다. 원청 건설사 직접 시공을 의무화하고 불법 재하도급을 엄격하게 단속하면 이 유혹에서 벗어날까? 공사비를 올려주면 숙련공 부족 문제가 해결될까? 그런 조치들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설사 그렇게 조치한다 해도 과연 고질적인 악순환 고리가 끊어질까?

진짜로 악순환 고리를 끊을 방아쇠는 무엇일까? 복잡한 문제일수록 원론과 원칙으로 접근해야 풀린다. 재하도급, 비숙련 노동자 증가 등이 문제인 것은 틀림없지만 모두 부실시공을 야기하는 간접적 원인일 뿐이다. 이런 간접적 원인은 해소하기도 쉽지 않지만 설사 해소한다 해도 곧장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직접적인 원인을 잡아야 한다. 직접적 원인은 분명하다. 공사 감독이 철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은 부실이 발견돼도 책임 소재 추궁과 재시공 이행이 어려운, 불철저한 공사 감독 업무시스템 때문이다.

그 어떤 이유나 사정이 있든 공사 감독이 철저하다면, 부실 적발에 따른 시공업체의 재시공 부담 이행에 철저하다면, 이 때문에 공기가 지연되고 건축주가 시간적-금전적 손실을 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환경이라면, 그리고 이에 따른 책임자 문책을 당연시하는 환경이라면 부실시공은 발붙일 수 없다. 이런 환경이라면 시공업체는 어떻게 해서든 부실시공의 원인을 스스로 관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안전시설을 규정대로 설치하는 것은 물론, 재하도급을 막는 것이 필요하면 막을 것이고 숙련 노동자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면 늘릴 것이다. 종국에는 공사비 인상을 요청하는 일이 불가피해지더라도 말이다.

결국 부실시공 문제는 엄격한 감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환경에 기인하는 것이다. 부실이 적발되어도 시공업체나 건축주가 그리 큰 손해를 입지 않고 책임자 문책 역시 철저하지 않은 환경! 그 속에서 낮은 공사비가 구조화하고, 이는 다시 40년건축 체제를 공고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공사 현장에는 시공업체 자체 감독원도 있고 감리업체 감리원도 있다. 대규모 공사라면 상주하는 감독원과 감리원의 숫자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왜 공사 감독이 철저하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공업체-감리업체-건축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같기 때문이다. 부실시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방아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감리’는 건축주(발주자)가 민간업체에 발주하는 용역이다. 건축주가 감리비를 용역업체에 지급하는 ‘갑을 관계’에서 ‘을’인 감리자가 부실시공에 대해 재시공이나 공사 중지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공기 지연을 초래할 것이고 이는 곧 건축주, ‘갑’의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실을 발견한다 해도 공사 기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처리하려는 압력이 작동하기 십상이다. 감리업체와 시공업체의 관계도 엄격한 감리를 어렵게 한다. 감리업체는 이번 공사 외에 다른 공사에서도 감리 용역을 계속 수주해야 한다. 감리 용역을 수주하려면 건축주는 물론 시공업체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는, 일종의 협력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시공업체에 일정 수준 이상의 손해를 입히는 조치는 피하려 하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건축법에 “건축주나 공사 시공자는 (…) 위반 사항에 대한 시정이나 재시공을 요청하거나 위반 사항을 허가권자에게 보고한 공사감리자에게 이를 이유로 공사감리자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보수의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등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건축법 제25조 7항)라는 걱정 가득한 규정까지 넣었을까?

이 모든 일이 공사 감독과 검사-확인 업무를 민간 시장에 맡기는 시스템에서 비롯된 일이다. 공사 감독원은 시공업체, 감리원은 감리업체 소속 직원이다. 모든 건축공사의 모든 감독-검사-확인 업무를 공사비와 감리 용역비로 운영하는 민간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요컨대 현재 한국에서는 건축물 시공 상황을 공공이 직접 검사-확인하는 절차가 전혀 없다. 공사 완료 시점에서 사용검사만을 하고 있으나 시공 결과물만을 확인하는 사용검사로는 안전한 시공을 담보할 수 없다. 그마저도 공공이 직접 하지 않는다. 건축사협회에 위탁하고 있다. 공공이 발주하는 공공건축물도 공공이 직접 검사-확인하지 않는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시공 과정 전체에 대한 검사-확인을 감리 용역에 맡기고 있다.

이것이 연례행사로 발생하고 있는 부실 공사 퍼레이드의 진짜 원인이다. 공공의 검사-확인 책임 방기! 모든 검사-확인 기능을 민간 감리 용역 시장에 맡기고, 건축주-시공자-감리자의 불가피한 협력 관계 속에 ‘감독-검사-확인’이 원칙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풍토! 부실시공은 이런 막무가내 시장주의가 낳은 예정된 결과라 해야 한다.

공공의 검사-확인 기능이 소멸한 경위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문제를 따지고 해법을 논하려면 문제 상황이 성립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경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건축물 안전은 국민의 안전한 생활에 중요한 사안으로 모든 나라에서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건축 허가부터 시공 과정, 준공 후 유지관리에 걸쳐 각종 조사와 검사-확인 업무를 공공이 직접 관장하고 이를 위한 여러 법령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건축법 제정(1962) 당시에는 모든 건축물에 대한 허가권자(시장, 군수)의 준공검사가 의무였다. 1972년에는 소규모 건축물(2층 이하, 1,000㎡ 미만)을 제외한 모든 건축물에 대해 시공 과정 중 중간검사를 받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면서 공공의 검사 기능을 강화했다. 1970년 건축법 개정으로 건축사가 수행하는 공사감리가 의무화되었지만, 공사감리와는 별도로 당시 중간검사와 준공검사는 허가권자인 시장・군수의 업무였다. 즉, 시청・군청 소속 공무원이 직접 수행하는 업무였다.

1981년에는 건축 민원 해소 및 주택 건설 활성화를 이유로 주택건설공사와 소규모 특수건축물의 중간검사를 면제하는 완화 조치가 있기도 했으나(1981.4 주택건설촉진법 개정, 1982.4 건축법 개정) 이후 중간검사는 더욱 강화되었다. 소규모 건축물을 포함한 모든 민간 건축물이 중간검사를 받도록 했고(1991.5 건축법 개정),1 검사를 받아야 하는 공정 단계도 대폭 늘렸다.(1992.5 건축법 시행령 개정)

그런데 이때 중간검사를 공무원이 직접 수행하지 않고 건축사에게 대행하도록 하는 조치가 병행되었다. 이제까지는 소규모 주택 및 근린생활시설에 한해 현장 조사 및 검사 등의 업무를 건축사가 대행했으나 이때부터 그 대행 범위를 4층 이하 연면적 2,000㎡ 미만의 모든 건축물로 대폭 확대했다. 건축물 착공 통계에 따르면 매년 착공 건축물 중 연면적 2,000㎡ 미만 건축물이 95%에 달한다. 거의 모든 건축물에서 공공의 직접 검사-확인 업무를 중단한 셈이다. 그러다가 1996년에는 아예 검사-확인을 대행하게 할 수 있는 건축물 규모 범위를 삭제하고 허가권자(시장・군수・구청장)에게 대행 여부 결정을 맡기는 내용으로 바뀌더니(1995.12 시행령 개정) 1999년에는 대행 범위를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1999.4 건축법시행령 개정) 이에 따라 모든 지자체의 조례에는 모든 건축물의 검사-확인을 건축사가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때부터 공공이 직접 건축공사 현장을 감독-검사하는 업무는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 건축공사의 검사-확인 업무를 건축사가 대행하는 체제가 되었다.

대폭 강화되었던 중간검사 규정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시행한 지 3년이 못 되어 중간검사와 사용검사(준공검사)를 모두 폐지했다.(1995.1 건축법 개정) 대신에 공사감리자가 중간보고서 및 완료보고서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당시 문민정부의 규제 개혁 바람 속에 유행어가 된 ‘건축 민원 해소를 위한 건축 절차 간소화’ 등이 그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후 오피스텔 복층화 등 불법 구조변경 성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준공 시 감리완료 보고서와 함께 준공도서(공사완료 도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허가권자의 사용검사 의무화 조항도 복원했다.(2005.11 건축법 개정) 그러나 부실시공 감시에 훨씬 긴요한 중간검사는 끝내 복원되지 않았다. 복원된 사용검사 또한 건축사가 대행했다. 공공에 의한 직접 검사-확인은 옛일이 된 채 영원히 사라졌다.

감리공화국의 역사 – 감리용역 의존 체제 성립 경위

1995년 당시 정부가 건축물 공사의 중간검사와 사용검사를 폐지할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 민간 용역업체에 의한 감리가 강화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리 용역을 강화해 공무원의 검사 업무를 대체한다는 명분이 있었던 것이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감리 제도는 계속 강화되어왔다. 부실공사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책으로 소환된 것은 ‘감리 강화’였다. 그런 가운데 건축공사 검사-확인의 모든 것을 감리 용역에 의존하는 체제가 돼버렸다. 감리비가 설계비의 몇 배인 일이 보통인 지경으로, 가히 감리공화국이라 할 만한 상황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감리제도의 탄생과 강화의 경위를 살펴보자.

건설기술관리법 제정(1987) 이전

건축-토목공사 관련 제도가 틀을 갖추기 시작한 1960년대에는 감리제도가 분명치 않았다. 공공 발주 건축-토목공사는 예산회계법에 의한 검사 규정이 있었고(1965.7 예산회계법 시행령에 공사 도급 계약에 대한 검사 조항 신설, 1971.12 감독 조항 신설), 민간 건축공사는 건축법에 의한 준공검사 규정이 있었을 뿐이다. 1963년 제정된 건축사법에 공사감리 관련 규정이 있었으나 이를 의무화하는 규정은 없었다. 얼마 안 가서 건축공사에 대한 공사감리는 의무화되었지만(1970.1 건축법 개정) 토목공사는 여전히 감리제도가 없었다. 대형 토목공사는 대부분 공공이 발주하는 공사였으므로 예산회계법에 의한 감독-검사 규정에 따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 공공발주 대규모 공사가 증가하자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건설공사 시공감리 규정’을 제정(1984.2)한다. 건축공사를 포함해 공사비가 일정 규모 이상인 공공 건설공사는 민간 ‘기술용역업자’에 의한 시공감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것이다. 대규모 공공발주 공사에 대한 감독-검사를 공무원이 감당할 수 없으니 민간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것으로, 이때부터 한국의 건설공사 검사는 공무원 손을 떠나 민간 용역업체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한편, ‘건설공사 시공감리 규정’이 대상으로 각종 토목공사 분야를 망라한 가운데 ‘건축 분야’를 그중 하나로 포함함으로써 사태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2 없던 감리제도가 새로 생긴 토목공사와는 달리 건축공사는 이미 공사감리가 시행되고 있었다. ‘대형 공공건축 공사’에 국한한 일이기는 하지만 기존 공사감리와 새로 제정된 (시공)감리가 중복하면서, 적용 대상 및 시행 기준에서 두 제도 사이에 중복과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이는 이후 건축 설계-공사 업무가 토목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법제도에 휘말리게 되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건설기술관리법 제정과 감리제도 강화

1986년 8월 4일 독립기념관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감리제도가 강화되는 일대 전기가 됐다. 경제기획원 주관으로 ‘건설공사 제도개선 및 부실 대책’이 마련되었고, 여기에서 유력한 대책으로 내세운 것이 ‘감리 강화’였다. 후속 조치로 ‘건설기술관리법’이 제정(1987.10)되었다. 이 법은 감리 업무를 ‘감리전문회사’가 맡아야 한다고 규정했고, 이때부터 민간 감리업체의 업역이 공식적으로 성립하게 된다. 이제까지 건축공사 공사감리 업무를 수행해 오던 건축사(사무소)를 주체로 한 건축법 공사감리 업역과 양립하며 갈등과 괴리도 시작된다.

건설기술관리법에서 특히 중요한 점은, 일정 규모 이상(공사비 50억 원 이상, 연면적 2만 제곱미터 이상) 공사에 대한 시공감리 의무화와는 별도로 대규모 건설공사(공사비 100억 원 이상 공사)에 대해 ‘전면책임감리’를 의무화한 것이다. ‘전면책임감리’란 건설공사에 대한 공공 발주청의 감독 업무와 권한을 감리업체가 전면적으로 책임지고 대행한다는 뜻이다. 즉, 정부는 감독-검사 업무 일체에서 손을 뗀다는 것이다. 정부가 감독-검사에서 손을 떼고 민간 용역업체에게 넘기는 것이 왜 ‘부실공사 대책’이 될 수 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당시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별로 없었던 듯하다. 어쨌든 이것으로 건축공사를 포함한 건설공사 감독-검사는 완전히 민간 용역업체에 넘겨진다. 발주청 공무원에 의한 감독-검사를 규정한 예산회계법도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한 책임감리를 시행하는 경우는 감독-검사를 감리회사에 맡길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이후 건설공사 감리제도는 대형 건설 사고가 있을 때마다 강화를 거듭한다. 그 속에서 건축법 공사감리와 건설기술관리법 책임감리로 이원화된 건축공사 감리제도 역시 강화되고 복잡해진다. 1991년 3월 26일에는 공사 중이던 팔당대교가 무너졌고, 1992년 7월 30일에는 남해 창선대교가 붕괴했다. 급기야 바로 이튿날인 7월 31일에는 공사 중이던 서울의 신행주대교가 붕괴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들은 모두 건설기술관리법 시행 이전에 착공한 공사로 창선대교(1975.10 착공, 1980년 준공)는 예산회계법에 의한 공무원 감독-검사를, 팔당대교(1986.5 착공)와 신행주대교(1987.12 착공)는 옛 규정인 건설공사 시공감리 규정에 의한 시공감리를 받는 건설공사였다.

부실공사에 대한 비판과 걱정으로 아수라장이 된 여론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공무원 중심의 감독 체계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이었다. 이미 전면책임감리 도입으로 민간 중심으로 전환한 상태인데 달리 내놓을 대책이 마땅치 않았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를 계기로 민간 용역업체에 의한 책임감리가 더욱 강화된다. 건설기술관리법 개정(1993.6)으로 시공감리-전면책임감리 구분을 없애고 공사비 50억 원 이상 건설공사는 모두 책임감리 의무화로 통일했다.

1993년 1월 7일에는 청주 우암상가아파트가 화재 진화 작업 중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립기념관이나 신행주대교와는 달리 민간 건축물로, 건축법에 의한 공사감리 대상 건물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건물 붕괴 원인이 부실공사와 설계-공사감리자 부실로 모아졌고 건설부는 ‘설계자 아닌 제3자 건축사에 의한 공사감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주택 공사감리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3 이 대책에 따라 공동주택에 대해 건축법 공사감리와는 별도로 주택 감리를 의무화하도록 주택건설촉진법이 개정(1994.1)됐다. 건축법에 의한 공사감리,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한 책임감리에 더해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한 주택 감리까지, 건축공사에 대한 감독-검사 업무는 3개 영역으로 분리되면서 복잡해졌다. 그러나 3개 모두 민간 용역업체에 감독-검사 기능을 맡기기는 마찬가지였다.

1994년 10월 21일에는 32명의 사망자를 낸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터졌다. 멀쩡하게 주행 중이던 버스와 승용차들이 한강으로 추락한 모습이 생생히 보도되면서 전국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이번에는 기존 시설물 관리 문제가 대책의 중심이 되었다. 시설물의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이 제정(1995.1)되면서 공공시설물 유지관리 강화 및 부실 관리에 대한 벌칙 조항이 새로 만들어졌다. 동시에 건설공사 감리제도도 다시 한번 강화되었다. 건설기술관리법 개정(1995.1)으로 설계 용역에 대한 감리제도(설계감리)가 신설되고 설계 및 감리 부실에 대한 벌칙 규정도 신설되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여진이 가라앉기도 전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터졌다. 사망자가 502명이나 되는 최대 참사였다. 부실 공사, 불법 증축, 유지관리 태만 등 모든 문제가 얽힌 사고로 밝혀지면서 민간 건축물의 부실시공 대책이 사회적 쟁점이 되었다. 이번에도 대책은 감리 강화였다. 건축법시행령을 개정해(1995.12) 민간 건축물 중 다중 이용 건축물에 대해서는 건설기술관리법의 책임감리 감리자 자격 및 감리 기준을 준용하도록 했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 대해서는 상주 감리자 인원을 늘리는 등 배치 기준을 강화했다. 여기에 더해 부실한 설계자-시공자-감리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벌칙을 건축법에 신설(1995.12)했다. 모든 대책이 민간 감리 용역업체의 업무를 늘리고 벌칙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공공의 직접 감독-검사를 요청하는 대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건설기술진흥법 제정(2013) 이후

2013년에는 건설기술관리법을 전부 개정하고 법률명도 건설기술진흥법으로 바꾸었다. 책임감리를 ‘건설사업관리’에 통합해4 ‘시공 단계의 건설사업관리’라는 이름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토목공사와 건축공사에 대해 공공(발주청)의 감독 권한을 대행하는 건설사업관리를 의무화했다. 

이에 아랑곳없이 건설 안전사고는 계속되었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폭설 하중을 못 이겨 무너지는 사고가 터졌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연면적 1,200㎡로 다중이용시설(5,000㎡ 이상)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상주감리 대상 건축물이 아니었다. 정부는 건축법시행령을 개정해(2015.9.22) ‘준 다중 이용 건축물’(연면적 1,000㎡ 이상) 규정을 신설하고 이에 대한 구조 안전 확인 및 상주감리를 의무화했다. 여전히 모든 대책의 중심은 ‘감리 강화’였다.

한편 이 당시 건축공사에 대해 허가권자인 지자체의 감독-검사 기능을 되살리자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건축공사 검사-확인 업무를 건축사에게 대행케 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지자체에 지역 건축센터를 설치해 직접 검사-확인 업무를 수행토록 하자는 건축법 개정안(20150619)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원래 취지가 흐려지고 결국 “(지자체 장은) 건축허가, 공사감리 등에 대한 관리ㆍ감독 업무 등을 지원하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2017.4.18 건축법 개정)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2017.8)을 내놓았지만, 그 후에도 용인시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 현장 타워크레인 전복 사고(2017.12.9), 해운대 LCT 공사 현장 작업 발판 추락 사고(2018.3.2), 부산 구랑동 공장 건설 현장 추락 사고(2018.6.20) 등이 이어졌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건설기술진흥법을 개정해(2018.12.31) “발주청에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건설사업관리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 내용은 감리 대상을 확대하고 감리자의 안전관리 의무를 추가-강화하는 것이었다. 연면적 660㎡ 이상인 공공건축물은 모두 건설사업관리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이어졌다.(2019.6 건설기술진흥법시행령 개정) 이제 소규모 건축물까지 포함해 사실상 모든 공공건축물에 대해 민간 용역업체가 공공의 감독 권한을 대행하는 책임감리를 의무화한 것이다.

이후에도 대형 건설 사고는 계속되었다. 서울 잠원동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고(2019.7.4), 광주 학동 아이파크 아파트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해체 공사 중이던 학산빌딩 붕괴 사고(2021.6.9),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고층아파트 붕괴 사고(2022.1.11)가 잇달아 터졌다.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슬래브가 붕괴하는 사고(2023.4.29.)도 이어졌다. 

계속되는 건설 사고 속에 공공의 검사-확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이에 따른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인구 50만 이상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고(2020.12.22. 건축법 개정), 건설공사 현장 안전관리 강화를 취지로 한국시설안전관리공단과 한국건설관리공사를 국토안전관리원으로 통합(2020.6.9 국토안전관리원법 제정)하는 조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관리-지원, 혹은 불시 점검 기능에 그치는 조직일 뿐이다. 담당 기능이 제한적이고 불분명하니 업무 수행도 지지부진한 상태다.5

부실시공 대책의 중심은 여전히 감리제도 강화였다. 예컨대 LH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정부의 대책은 ‘감리전문법인’을 도입하고 다중 이용 건축물 감리자 선정 권한을 시공사가 아닌 인허가권자(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이었다.(‘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 국토교통부, 2023.12.12) 감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운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민간 용역 없이는 쓰러질 감리공화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주요 건설사고(좌)와 정부대책(우)의 타임라인

박인석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도시와 건축 및 주택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가 건축정책위원회 5기 위원과 6기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 생산 역사』(전 3권), 『건축이 바꾼다』, 『아파트 한국 사회』 등이 있다.

품질 감독 손뗀 공공, 예정된 부실

분량10,830자 / 22분 / 도판 1장

발행일2025년 11월 25일

유형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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