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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농부

김희재, 강동훈, 배상권


김희재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강동훈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배상권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과거에는 필수적이었던 시설이 시간이 지나며 흉물로 변하기도 한다. 1980년대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계식 주차장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전기차의 보급과 대중교통의 활성화, 유지비 부담 등의 이유로 기계식 주차장은 점차 도태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도심 속 방치된 기계식 주차장을 환경문제 해결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공간으로 재활용하고자 한다. 

프로젝트 대상지는 장안동의 한 기계식 주차장으로, 철거 비용 부담으로 인해 방치되어 있으며, 건물들 사이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주안점은 비용 절감을 위하여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대상지 기계식 주차장의 특징은 와이어 리프트와 롤러를 이용한 승강기 시스템인데, 이 구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할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기존 승강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었으나, 우리는 이를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환하고자 했다. 그러나 제한된 하중과 안전상의 문제로 사람을 수용하는 공간보다는 창고, 서고, 전시 공간, 농장과 같은 프로그램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직 농장을 도입하여 기계식 주차장의 구조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추가로 승강기의 사용 방식뿐만이 아니라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을 느꼈다. 노후화된 기계식 주차장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용도 변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부족해진 주차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공영 주차장을 신축하는 새로운 제도를 제안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장안동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방치된 기계식 주차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기존 건물이 수직 농장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응할 수 있도록 건물 내부에 주차장과 연결되는 골목을 조성하여 접근성을 개선하고,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농업과 도시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폴딩 도어를 설치하여 내부 공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하며, 2층에는 브리지를 배치하여 효율적인 동선을 확보한다. 수직 농장에서 재배된 작물은 도매 및 소매점을 통해 지역의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며, 이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기계식 주차장의 특성을 농업에 적합한 형태로 다시쓰기 위해 온도 조절이 가능한 이중 플로트 유리 외피를 설치한다. 운반기의 1,850kg의 하중 제한을 고려하여 흙을 사용하지 않고 양액 재배 방식으로 작물을 키우며, 재배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팜 시스템을 도입하여 연중 재배가 가능하게 한다. 

작물 재배와 정비 주기를 고려하여 9월에는 모든 작물을 수확한 후 시설 점검을 진행하며, 10월부터 다시 파종을 시작하여 1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수확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겨울, 봄, 여름에는 농산물 소매점을 운영하고, 수확이 어려운 가을에는 카페, 오피스 등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공간이 지속적으로 지역에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다. 골목과 광장을 통해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하며, 수직 농장을 직접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농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도시 주민들에게 농업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1980년대의 트렌드였던 기계식 주차장을 2025년 이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시설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도시 농업은 환경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직 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은 단순한 농업 공간을 넘어 다양한 활동과 지역 커뮤니티가 융합되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농업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간 재활용이 아니라, 도시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양수인 주유소나 목욕탕을 다룬 경우는 예전부터 그런 공간들이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하고, 프로젝트 대상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던 아이템이었는데, 이 프로젝트는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여서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기계식 주차 타워가 실제로 위험하고 사용도 제한되고, 방치된 곳이 많다. 그런 공간들을 이렇게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매우 신선하고 의미 있다고 느꼈다.

그런 한편, 결과물 중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예를 들어 멀쩡한 건물을 반으로 자르는 평면이 이상하다고 느꼈고, 만약 그 부분을 주차장으로 쓰지 않는다면 주차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했다.

도시속농부 건물 가운데를 자르고 차량이 진입하게 만든 이유는, 원래 주차장이 뒤쪽에 있었지만, 대로에서 접근성을 높이려고 일부러 골목을 뚫은 것이다. 우리가 기계식 주차장을 대상으로 선정하기 전에는 기계식 주차장을 실제로 접한 경험이 적었는데, 보통 기계식 주차장은 건물 자투리 어두운 곳에 숨겨져 있어 사람들의 인식이 낮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수직 농장으로 변환하며 사람들이 그 변화를 인식하고, 골목을 통해 내부 활동을 관찰할 수 있게 유도하고자 했다.

이상윤 기계식 주차장을 아이템으로 활용한 점이 고고학적 발견처럼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발견에서 출발해 스마트팜 같은 발명으로 이어졌는데, 스마트팜과 기계식 주차장 중 어느 것이 먼저였나? (도시속농부 기계식 주차장이 먼저였다.) 왜 질문했냐면, 기계식 주차장을 활용하는 자체가 매우 흥미로워 별도의 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기계식 주차장만 건드리기 어려워 옆 건물까지 포함했는데,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있다. 기계식 주차장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접근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메커니즘, 활용 방안, 그리고 사용성을 자세히 조사한 점은 매우 칭찬할 만하다. 

도시속농부 우리도 설계 과정에서 처음에는 기계식 주차장만을 다시 쓰는 방향으로 고민했으나, 그런데 그것만으로 이번 공모전 주제에 적합한 답인지 계속 고민했다. 수직 농장을 도심 속에 숨겨두고 사업적으로 쓰기보다는 사람들이 취미로 적극 참여하고 커뮤니티를 이루는 모습을 상상했기 때문에, 농산물 판매점 같은 프로그램 설치를 통한 주민 참여 유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상윤 1980년대 지어진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계식 주차장을 새 용도로 전환할 때, 스마트팜 같은 프로그램을 제안한 이유가 무엇인가?

도시속농부 스마트팜을 제안한 이유는, 도심 속에 농업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도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장소 활성화를 위해 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양수인 기계식 주차 타워와 스마트팜은 그 자체로 딱 떨어지는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계식 주차 타워는 이미 움직일 수 있는 구조이고, LED 같은 인공광이 아니라 자연 햇빛을 조절하며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점이 매우 좋은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1,850kg의 하중 제한 같은 명확한 수치도 있어, 디자인과 시스템 구성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1,850kg 제한 안에서 어떻게 스마트팜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느냐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운반기 구조 설계 페이지가 한 페이지 정도로 간략히 다뤄져 밀도와 치밀함이 부족해 아쉽다.

정림학생건축상 2025 ‘고고학자와 발명가’ 공개 심사 영상 / 입선 – 도시 속 농부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도시 속 농부

분량3,759자 / 7분 / 도판 11장

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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