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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되는 틈, 확장되는 삶

이승윤, 김다원, 전명철


이승윤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김다원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전명철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1980년대 도시화가 만든 주거 형태의 전형성

1980년대 도시화와 경제성장 속에서 서울 외곽은 대규모 개발이, 도심은 재개발이 이루어지며 단독 및 다가구 주택의 전형적 형태가 형성되었다. 이는 ‘주택 500만 호 건설계획’(1981)과 합동재개발사업(1983)의 결과로, 반복 적용 가능한 ‘고쳐쓰기 방법’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대림동, 일원동, 장안동은 서로 다른 도시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었으며, 각기 다른 발전 양상을 보인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은 특정 지역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단절된 틈, 방치된 공간: 대림동 사이 공간의 역설

대림동은 서울 서남부의 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으로, 1980년대 도시화와 함께 형성되었다. 노후도가 높고 외부 계단 및 불법 구조물이 밀집해 공간 구조가 복잡하며, 주거 환경의 비효율성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공용 공간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탐구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대림동은 일원동, 장안동과 비교해 가장 높은 노후도와 공간적 복잡성을 보이며, 다가구 주택 문제와 해결 방안을 제시할 사례로 선정되었다. 대상지는 도림천로와 도림로 사이의 1980년대 전형적 주택 9채로, 과다열가구 현상이 두드러지는 지역이다. 좁은 도로와 높은 주택 밀도로 인해 형성된 과밀 주거는 주거 환경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주요 요인이다.

층별 개별 동선으로 인해 외부 계단과 불법 구조물이 난립하며, 사유화된 사이 공간이 도시 공간의 비효율성을 가중한다. 이에 따라 지역 노후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주거 환경 전반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이 공간을 재구성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주거 환경 개선을 넘어 도시 공간의 질적 전환을 위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불법과 필요 사이, 틈새 공간을 공유로 전환하다

대림동 다가구 주택의 외부 계단과 불법 구조물은 공간적 특성을 형성하면서도 건축적, 도시적 문제를 유발한다. 최대 공간 활용을 위해 불법적으로 확장되거나 실내화된 구조물은 사유화된 공간을 만들어낸다.

한편, 세대별 출입구와 외부 계단, 골목 공간의 관계는 우연한 마주침을 촉진하며 사회적 커뮤니티 형성의 잠재력을 지닌다. 출입구 주변에 남겨진 화분 등의 생활 흔적은 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이에 우리는 대림역 인근의 사이 공간을 공용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구성하여 공간 활용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의 사회적 연결성을 강화하며, 도시 환경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보다 나은 도시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탐구한다.

보강과 확장, 틈새 공간의 새로운 역할

건축적 구축 방식은 다음과 같다. 담장, 외부 계단, 불법 구조물을 제거하고, 철골 구조를 이용해 주거 공간의 구조를 보강한다. 철골 보를 통해 사이 공간 플랫폼을 지탱하며, 철골 기둥을 연장하여 증축층의 슬라브를 지탱한다. 채광을 고려해 플랫폼 바닥에는 반투명 재료를 적용한다. 구성 방식에서는 주거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대상지 별로 사이 공간의 폭이 다르므로, 폭이 좁은 경우 공간의 역할을 동선으로 한정하거나, 넓은 경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다.

대림동 : 공유되는 틈, 확장되는 삶

이 방식을 적용한 대림동의 9채 다가구 주택은 공동 주거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기존 외부 계단이 있던 공간은 세대별 발코니 등으로 재활용되며, 건물 간 어긋난 틈을 활용해 채광을 위한 보이드를 조성한다. 또한, 구조 보강을 통해 증축된 주거층이 추가되면서, 반지하는 다양한 용도로 전환될 수 있다. 기존 대지 레벨과 연결되어 마을의 새로운 골목으로 기능하게 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이상윤 사이 공간을 해석한 팀이 많았는데, 이 프로젝트의 흥미로운 점은 기존 사이 공간에 대한 개인적이고 면밀한 생각들을 구체화하여 새로운 공간의 확장성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이 공간은 본래 비어 있는 공간인데, 이 공간을 채우는 작업을 했고, 불법 증축에 대해 ‘합의’라는 표현도 썼다. 철골 구조 보강 역시 기존 벽 안쪽에 넣었는데, 어떻게 보면 사이 공간이 너무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다. 내부 공간보다 오히려 외부인 이 사이 공간이 너무 잘 정리된 것 같은데, 이것이 의도한 바인지 궁금하다. 또 사이 공간이 채워지기 전에는 장소성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장소성에 대해 어떻게 해석했나?

틈-삶 첫 번째 질문에 답변하자면, 원래 외부에 철골 보강을 하는 방식을 고려했으나, 증축해야 하는 상황이라 내부에 철골 보강을 진행했다. 사이 공간이 비정형이라 외부에 철골 기둥이 많이 노출되면 기존 슬럼화 문제, 즉 복잡한 환경과 쓰레기 문제 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부 보강을 택했고, 외부 노출에 따른 문제는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두 번째 장소성에 대해서는, 우리가 현장에 방문했을 때 외부 공간에 대한 기존 거주민들의 사용이나 이야기를 더 면밀히 조사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그 공간은 대부분 출입 동선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거주민들의 장소성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

이상윤 기존 실내 공간과 새로 제안한 부분이 도면에서 선명하게 분리되어 보인다. 이 두 공간이 만나는 연결 지점, 즉 교차하거나 겹치는 부분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간단히 설명 부탁한다.

틈-삶 도면에서는 기존 주거 공간을 사이 공간으로 제안한 후, 동선을 재구성하며 벽을 새로 치는 부분을 강조해서 표현했다. 이에 따라 명확한 구분이 도면상에 나타났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엄격하게 분리된 것은 아니다. 

양수인 개선안에 보면 ‘공동개발 시 일조권·사선제한 규정 완화’ 같은 내용을 제안했는데, 이런 법이 이미 존재하는 걸 알고 있었나? 이 점이 아주 좋은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런 제도가 필요하고 이미 인정받고 있다는 걸 잘 잡아냈다. 그리고 처음에 건물 유형과 대림동을 분석적으로 설정한 점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기존 공간에 더하는 방식의 작업이라, 사이 공간이라는 제목이 내포한 의미와 달리 구현 방식은 좀 복잡한 느낌이다. 기존 건물에 기둥 보강을 위해서는 거주민들이 모두 나가야 하고, 벽에 있던 가구도 빼야 하며, 슬래브를 뚫는 등 공사가 복잡하다. 꼭대기 층 양옆으로 몇십 센티 정도 더 넓혀서 바깥에 기둥을 세우는 게 더 가볍고 쉬운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5 ‘고고학자와 발명가’ 공개 심사 영상 / 입선 – 공유되는 틈, 확장되는 삶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공유되는 틈, 확장되는 삶

분량3,258자 / 6분 / 도판 11장

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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