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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_2030ver.

유가영, 이류경


유가영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이류경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특별상 – 발명상 수상


‘지옥고’라는 단어를 아는가?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합친 이 신조어는 수도권 거주자들의 열악한 거주환경을 나타낼 때 주로 사용된다. 이 중 특히 반지하는 최근 몇 년간의 기록적인 폭우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며 그 열악함이 다시금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울시는 2022년 반지하의 주거목적 사용 제한에 대해 검토하기에 이르고 그 대안으로서 반지하를 매입해 공유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정작 대책이 시급한 침수피해지역에 대한 해답은 명쾌하지 못한 상황이다.

동시에 서울시는 열섬현상, 강우편중,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물 순환계의 이상을 겪고 있으며, 배수 및 정수시스템의 정비를 통한 미래 수자원 확보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 상황에 주목해 침수지역 반지하에 깃든 정수시설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도시습지와 결합함으로써 서울시의 새로운 정수 및 배수 시스템의 발명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세 단계 과정을 거쳤다.

  1. 서울시 자치구역 별 배수 시스템과 초과 용량을 분석하여 반지하를 빗물이용시설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2. 정수의 단계를 침투-여과1-여과2-저장-이동-활용의 단계로 구체화한 뒤 그에 맞는 반지하 정수시스템 기본 모듈을 설계했다.
  3. 대상지 내에 위치한 반지하를 진입 방식에 따라 유형화하여 지상부 주거공간과의 동선 분리 및 접근성을 고려한 최적의 모듈을 적용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많은 문제점을 가져온 기존의 중앙집중형 빗물저류방식과 달리 저류공간을 도시 곳곳에 분산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점을 가진다. 또한, 주거환경으로 부적합한 반지하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저류시설 마련을 위한 추가적 비용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 우리가 제안한 2030버전의 반지하가 가장 취약한 삶의 공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서울시에 새로운 수 순환 체계를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이상윤 이번 공모전에서도 ‘반지하’를 주제로 한 제안서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 팀의 안이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었다. 이유는 다들 발표를 들으며 공감했겠지만, 반지하 문제를 매우 ‘마이크로’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안은 도시 인프라 차원의 매크로 시각에서 접근했다는 점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빗물 저장 시설’이라는 인프라 리서치를 기반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을 건축적 제안과 연결한 점이 인상 깊었다. 단순한 인테리어나 건물 리모델링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를 건드리면서 “내 건물 지하를 사회 기반 시설로 쓰게 해 줄 테니, 대신 혜택을 받는다”는 기브 앤 테이크 개념이 명확히 반영됐다. 실질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회적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궁금했던 점은, 프레젠테이션에 비해 모형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형을 만든 의도를 간단히 설명해 줄 수 있나?

반지하_2030ver. 모형을 제작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하 공간과 지상 공간의 입체적 구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상부층에는 주로 커뮤니티 공간이, 하부층에는 정수 공간이 배치되는데, 이를 레진으로 물을 표현하며 흐름까지 시각화했다. 둘째, 단순히 건물 하나의 모형이 아니라, 도시 내 다른 건물들과의 위치와 관계를 단면 형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제안한 인프라 시설이 도시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는지 보여주려 했다.

양수인 이건 여러분에게 묻는다기보다 제가 이 프로젝트를 한다면 어떨지 상상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실제로 반지하 공간을 기반 시설로 전환한다면 개인이 아니라 시나 국가 같은 공공 주체가 운영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집주인이 그 공간을 ‘파는’ 걸까? 아니면 임대료를 받고 사용하게 해주는 것일까? 혹은 사용권을 주는 대신, 꼭대기 층 용적률을 더 받는 식의 교환일까? 결국 그냥 내줄 수는 없고, 사회적 합의나 교환 조건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점이 궁금해졌다.

또, 우리나라 도시 지형을 보면, 평평해 보이는 길도 실제로는 상당한 경사 차이가 있다. 물은 이런 경사에 굉장히 민감하므로, 제안한 시설을 실제 배치하려면 지형과 경사 관리가 필수일 텐데, 그런 점은 어떻게 해결할지도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건축가는 당장 내일이라도 지을 수 있을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제안을 하는 한편, 건축가의 또 다른 역할은 이슈를 던지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비전 제안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그런 ‘비저너리’한 유형으로 보았다. 재미있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5 ‘고고학자와 발명가’ 공개 심사 영상 / 입선/특별상 – 반지하_2030ver.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반지하_2030ver.

분량2,339자 / 5분 / 도판 15장

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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