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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문화탕

마윤재, 오세진


마윤재 국민대학교 건축학부 건축설계전공
오세진 국민대학교 건축학부 건축설계전공


홍은탕, 고고학적 발굴

홍은탕과 마스크

처음 홍은탕을 발견했을 때, ‘홍은사우나’ 간판 아래 입구가 양옆 건물을 잇는 통로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뒤쪽에 드러나는 건물의 입구인 것을 알게 됐다. 과거에는 홍은탕의 전면에 건물이 없었지만, 이후 앞쪽으로 건물이 들어서 홍은탕이 가려지자, 통로를 만들고 거대한 간판을 설치해 존재감을 강조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홍은탕은 몸체는 숨기고 가면을 쓴 듯한 지금의 모습을 띠게 됐다.

공유하는 옹벽

건물의 한구석에서 특이한 공간을 발견했다. 옥상은 정원, 나머지는 창고로 추측됐다. 더 조사한 결과, 홍은탕과 인접 주택의 건축주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먼저 지어진 주택은 대지 높이차로 옹벽을 설치했고, 이후 홍은탕이 들어섰다. 이후 홍은탕과 옹벽 사이 공간의 활용을 위해 옹벽을 일부 허물며 증축했고, 상부 공간은 주택, 하부 공간은 홍은탕에서 활용하며, 기존 경계를 넘어 공간을 확장할 수 있었다.

상징만 남은 굴뚝

80년대에 물을 데우던 연료는 매연이 발생했고 이에 환경보전법에 따라 20m 이상의 굴뚝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90년대부터 LNG를 사용하면서 굴뚝은 사용되지 않았고 해당 조항도 사라졌다. 이렇게 기능을 잃은 굴뚝은 현시점에서 붕괴 위험과 철거 문제를 떠안은 채 ‘목욕탕’을 상징하며 도시 속에 남아 있다.

낮은 벽과 소심한 계단

낮은 벽과 단차는 공간을 구분하면서도 개방감을 유지하는 목욕탕만의 독특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용자의 시점, 자세 등에 따라 동일한 공간도 다양하게 인식된다.

마스크와 오브제

위의 발굴품들은 건축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들을 기능과 형태에 의거해 마스크와 오브제로 분류했다. 마스크는 기존의 입구로서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고자 했고, 오브제는 굴뚝, 욕탕, 옹벽으로 형태를 유지한 채 적합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자 했다. 보존되는 마스크와 오브제를 제외한 부분은 철거하여 새로운 것들을 삽입한다.

새로운 발명, 홍은문화탕

다시 쓰이는 굴뚝

상징만 남은 목욕탕의 굴뚝을 재해석하고자 했다. 굴뚝은 수직적으로 강한 축을 갖기에 건물을 지지하는 구조체로 변모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굴뚝의 반대쪽에 수직적인 힘을 가진 코어를 삽입하고, 이 둘을 트러스로 엮어 강력한 보를 형성했다. 보에서는 캔틸레버 구조체를 돌출시켜 지지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했고, 처짐을 방지하기 위해, 끝부분에 굴뚝에 의해 당겨지는 장력을 걸었다. 이렇게 형성된 구조체에서는 기존의 것들에 간섭하지 않도록 와이어가 내려가고, 새로운 것들은 와이어에 의해 지지가 된다.

굴뚝을 구조체로 활용하기 위해 두 가지를 보강했다. 먼저 굴뚝은 구조 역할로 계획되지 않았기에 기둥 다발을 결합해, 수직하중과 전단력을 보강했다. 다음으로 한 방향으로 치우친 와이어 장력에 대응하기 위해 버팀기둥을 결합했고, 굴뚝 상부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강력한 와이어를 걸어 기초에 결합했다.

새로운 것들은 목욕탕의 타일, 콘크리트와 대비되는 메탈로 구성되며, 슬라브는 H-beam 프레임에 각파이프가 용접되고, 위에 메탈패널이 올라간다. 이를 통해 하중부담을 줄이며, 가볍고 열린 공간을 확보했다. 새 슬라브는 기존 콘크리트와 이격되어 구조적으로 분리되고, 이를 당기는 와이어는 콘크리트를 관통하며 각 슬라브를 연결한다.

새로운 마스크

기존 홍은탕의 마스크는 애매하게 존재하고 기능하는 통로이다. 그래서 새로운 마스크는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고 사람들을 유도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자 했다.

1층에서는 곡면 벽과 원기둥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내부로 끌어들이고자 했고, 이는 타일과 석재로 마감하여 목욕탕의 상징을 표현함과 동시에 낯선 경험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그리고 거대한 간판으로 쓰이던 2층은 FRP그레이팅으로 마감하여,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은은하게 드러낸다.

경계로써 벽과 계단

욕탕 특유의 낮은 벽과 단차를 활용해 새로운 공간을 구성했다. 1층은 기존 욕탕과 새로운 요소가 공존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욕탕이 형성하는 동선과 시선을 적극 활용했다. 가변적인 벽을 설치해 닫으면 욕탕만의 동선을 유지하고, 열면 주변 공간과 연결되도록 했다. 3층 전시공간은 이러한 경계 요소를 활용해 관람자의 자세와 시점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계획했다.

독립된 옹벽

옹벽하부는 인접대지와의 레벨차로 인해, 지상임에도 어두우며 본건물과 구분된다는 특성을 띈다. 그렇기에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고, 이를 도서관으로 계획했다. 도서관은 독립적인 동선확보를 위해 개별 출입로를 조성하여, 문화공간을 거치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어둡고 조용한 공간으로 독서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며, 다른 공간과는 대조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이상윤 1차 제출안 중 목욕탕 프로젝트가 많았는데, 발표를 듣고 보니 이 작품이 파이널리스트에 들어올 수 있었던 힘이 느껴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존 목욕탕의 특징을 어떻게 읽어냈는지가 차별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건축물대장과 주변 건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 시작점이 단단하고, 새로운 것들을 가벼운 행잉 구조로 만들고 기존의 것들은 벽에 기대어 특징을 유지하게 한다는 두 가지 기법이 설득력 있게 드러났다. 밑에서 올라오는 것과 위에서 내려오는 신구의 조화, 그 공존이 적극적으로 발현되는 층들을 어떻게 명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지 부연 설명해달라.

홍은문화탕 리노베이션 시 보존 가치가 있는 것들을 보존하면서, 이를 건축가뿐만 아니라 사용자들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대비하는 방식을 택했다. 재료 측면에서 기존 목욕탕의 콘크리트나 타일 같은 매트한 재질과 대비되는 메탈이라는 가볍고 광택 있는 재료를 선택했다. 구조 또한 기존 탕은 콘크리트 구조인데, 저희가 덧붙인 부분은 행잉 구조로 위에 걸어서 와이어와 굴뚝을 노출해 사용자가 대비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그 대비가 가장 잘 나타나는 부분은 1층 공간이다. 슬라브가 절반으로 쪼개져 우측은 기존 목욕탕 슬라브, 좌측은 새로 삽입한 슬라브가 쓰인다. 중간에 가변적인 벽을 설치하여 기존 목욕탕의 낮은 단차가 가진 경계를 강화할 때는 벽을 닫고, 두 공간이 공존하는 것을 명확히 보고 시야가 개방되고 확장되는 것을 의도할 때는 벽을 열도록 설계했다.

이상윤 1층 부분에서 와이어로 걸려 있는 부분과 기둥의 관계가, 와이어가 걸려 있지만 실내에서 기둥으로 구조를 지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까? 사실상 안 들게 하는 것이 의도인가?

홍은문화탕 맞다. 콘크리트와 새로 삽입된 부분이 이격되도록 계획하여 사용자들이 필수적으로 동선상 접해야 하는 곳이 아니면 이격시켰다.

양수인 이 프로젝트는 구조적인 요소가 굉장히 재미있다. 내가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이 프로젝트의 구조를 파악한 대로 설명해보자면, 굴뚝 안에 기둥 다발을 넣고 뒤에 또 하나 넣었는데, 결국 굴뚝 단면을 넓히려는 의도인 것 같다. 뒤에 새로운 구조적인 굴뚝을 만든 것이 영리하고 잘한 것 같다. 참고로, 목욕탕을 대상으로 한 다른 안 중에는 굴뚝 안에 철골 기둥과 콘크리트를 채워 SRC 기둥처럼 만든 안도 있었다.

어쨌거나 구조적으로 더 말이 되려면 케이블 위치가 조정되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앞쪽 마스크가 있는 어딘가에 새 구조적인 굴뚝을 하나 더 만들었을 것 같다. 굴뚝을 수직적으로 보강할 생각이었으면 기둥 다발을 안에, 뒤에 숨기는 것보다 굴뚝 밖으로 있는 것이 더 말이 됐을 수도 있다. 흥미롭고 좋지만, 재미를 위해 더 생각해보자면, 굴뚝이 있고 위에 가로지르는 부재가 강조되는데, 기존 굴뚝과 새로운 구조적인 굴뚝이 있고 거기서 옆으로 케이블이 나갔으면 구조적으로 훨씬 더 말이 되는 배치가 됐을 것 같다.

홍은문화탕 우리도 계속 현실과 개념 사이에서 저울질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반대쪽에 있는 철골 굴뚝은 사실 처음에는 계획하지 않았는데, 현실적으로 굴뚝 하나만으로 와이어의 힘을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넣게 됐다. 말씀하신대로 처음에는 굴뚝 보강재를 외부로 쌓아 올렸는데, 굴뚝을 개념적 상징물로도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려지는 것이 아쉬워서 안쪽으로 보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와이어를 굴뚝에 계속 건 것은 어떻게 보면 고집일 수도 있다.

이상윤 새로운 마스크 부분 렌더링이 주변 기존 건물과 틈 사이를 통해 기존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의미 있는 렌더링인 것 같다. 이러한 맥락이 좋았는데 부각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홍은문화탕 그렇다기 보다는, 설계를 진행하면서 굴뚝이 다른 것들보다 위계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마스크와 오브제로 발굴품을 분류했는데, 마스크가 오브제와 구분이 되는 지점은, 기능을 유지하고 형태를 새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여기서 사람들을 유도하는 통로가 되고, 원래 거대한 간판이 있었던 자리에 내부의 밝은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재료로 마감하고, 디자인함으로써 건물의 첫인상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상윤 나중에 포트폴리오 만들 때는 이 부분을 좀 더 크게 하면 프로젝트가 훨씬 더 빛날 것 같다. 이 부분이 프로젝트를 강하게 호소하는 부분이 있다. 신구에 대한 확실한 맥락적 제스처와 실제 건물에 들어갔을 때 기존 구조와 새로운 것들을 구분하는 것이 굉장히 좋았는데 너무 작게 표현돼서 아쉽다.

정림학생건축상 2025 ‘고고학자와 발명가’ 공개 심사 영상 / 대상 – 홍은문화탕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홍은문화탕

분량4,667자 / 9분 / 도판 18장

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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