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리 8-1=1
정현선, 김세연, 이건희
분량4,164자 / 8분 / 도판 14장
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정현선 삼육대학교 건축학과
김세연 삼육대학교 건축학과
이건희 삼육대학교 건축학과
*특별상-발굴상 수상

발굴 대상 선언과 한국 주거 진화 과정
우리는 1980년대 다양한 건물 유형 중에서도 주택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1970년대 단층 단독주택 중심의 형태에서 80년대에는 반지하, 옥상, 테라스, 외부 계단 등의 공간적 요소가 추가되며 주거 공간이 수평·수직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외부 요소들은 점차 내부화되었고, 진입 공간은 주차장으로 대체되었다.

첫 번째 발굴과 두 번째 발굴
첫 번째 발굴에서는 80년대 주택의 연결·매개 공간(야외계단, 마당, 반지하, 테라스, 옥상정원, 담장 등)에 주목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서울의 옛 주택단지를 탐방했고, 이러한 공간이 이미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확장·활용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이 공간을 단순한 여유 공간이 아니라 ‘여지 공간’으로 정의하고, 이를 중심으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여지 공간을 공공 공간으로 확장
첫 번째 발굴의 연결, 매개의 공간이 두 번째 발굴인 활용 공간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연결, 매개의 공간은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공간을 여지 공간이라고 재해석했고 그곳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발굴하였다. 발명의 단계로 넘어가서 이 여지 공간을 공공의 여지 공간으로 만들어준다면, 사람들이 함께 활용해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공공적 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80년대 주택이 밀집된 수유동의 8채 주택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고, 공유와 활용을 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 마을을 제안했다.

발굴 조사 및 공간 활용 방향
우리는 8채 주택의 여지 공간과 활용 흔적을 분석하고, 공공성을 중심으로 ‘제거/보존/강화’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 남측 입면: 정원으로 활용되는 담장은 보존·강화, 폐쇄적인 샷시 발코니는 제거 후 머무름 기능을 강화, 공공성이 높은 옥탑 공간은 강화하여 주민들이 함께 활용하도록 유도.
- 서측 입면: 창고로 변한 계단은 공유공간으로 개방, 거리와의 연계를 막는 담장은 제거하여 열린 공간으로 변화.
- 동측 입면: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발코니는 순환 복도로 확장하여 주민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하고, 외부인의 시선을 차단하는 대문은 제거하여 개방성을 확보.
- 북측 입면: 반지하는 기존의 폐쇄적인 임대공간에서 벗어나 상업·공유공간으로 전환하고, 태양전지판을 활용한 에너지를 공동체 자원으로 보존·강화.





공동체 주거 모델 ‘8-1=1’
공동주거를 만들기 위해 8채 중 한 채를 제거하여 마당 역할을 하는 큰 여지 공간을 만들고, 나머지 주택을 연결해 주민들이 공유하며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개별 주택이 아닌 연결된 공동체 마을을 형성하고자 했다.
각 세대는 거실을 공유하며, 주민들이 커뮤니티 하우스에서 자율적으로 공동체 활동(회의, 요리, 텃밭 가꾸기 등)을 운영하도록 계획했다. 앞서 조사했던 발굴조사서를 통해 기존 공간들은 다음과 같이 변형되었다.
- 담장 → 공유온실, 공유텃밭
- 발코니 → 벤치와 빨래건조대가 있는 머무름 공간
- 계단과 창문 → 공유창고 및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


공동체 마을의 운영 원칙
- 모든 주거는 공유 마당을 통해 진입하도록 구성.
- 커뮤니티 하우스를 메인 진입로 근처에 배치하여 주민 간 소통 활성화.
- 주민 회의 공간을 운영하여 공동체 의사결정 구조 형성.
- 반지하는 상업 공간으로 활용하여 마을 내 경제활동 지원.
- 1층에는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배치 가능.
- 2층 주거 공간은 거실과 커뮤니티 공간이 중정을 바라보도록 설계하여 자연스러운 소통 유도.

미래 변화 전망
이 마을은 가변성을 지니고 있으며,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여 미래 발굴 예정서를 작성했다.
- 5년 후: 주민들은 공유 거실을 활용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당에서 플리마켓을 열어 옆 마을과 교류하는 등 공동체적 삶을 더욱 확장.
- 10년 후: 기존 1, 2인 주거형태는 3~4인 가구를 위한 구조로 개조되며, 복도와 계단에 샷시를 덧대어 실내화. 또한 태양열 전지판, 스마트팜 등을 도입하여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

맺음말
건축가 고 정기용 선생님께서는 1991년, “적절한 이론이 없으면 이론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읽어낼 언어가 없으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오직 그런 방법을 통해서만 우리는 현재 우리들의 일상적 건축환경을 알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진정으로 새로운 현대건축의 전통을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80년대 주택을 우리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하나의 공동체 주거 모델을 제안했다. 이 연구가 앞으로 새로운 건축적 언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이상윤 8-1=1이라는 개념이 명확하고, 기존 여덟 세대를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재개발하되 기존의 것을 보존하면서 어떻게 커뮤니티 개념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특별할 것 없는 여느 건축물임에도 발굴조사서를 예쁘게 그려주셔서 보존하고 싶게 보인다. 계획안 중 ‘다시 쓰기 체크리스트’가 객관성을 담보해서 작성해야 하는 것인데, 세 분이 같이 생각해보고 다수결로 정한 것인지, 아니면 주민 의견을 얻은 것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객관화했는지 궁금하다.
수유리 8-1=1 발굴 조사차 수유동에 방문해서 주민과 만나고 집에도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사진 찍는 것조차 죄짓는 것 같은 기분이라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다. 대신 그려야 할 입면 양이 많다 보니 서로 분담해서 그리고, 각자 기존 건물에 덧대어진 연결, 매개 공간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기록하고 추리했다. 예를 들어 남쪽 담장은 남쪽이니 화분을 많이 두고 관리도 할 것 같아서 주민들이 화초를 가꾸면서 이웃과 인사하는 행태를 보존하고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공동 온실을 제안했다. 우리의 발명품은 완성품이 아니다. 우리 역할은 하나의 큰 여지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고, 5년 후 10년 후에 사람들이 이를 활용해가면서 점차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나간다는 개념이다.
이상윤 유일한 아쉬운 점은 입면을 면밀히 분석했는데 그에 비해 결과적으로 평면을 많이 건드렸다는 점이다. 제출물 분량에 제약이 있으니, 평면에 대한 발굴조사서는 한 페이지로 제한하고, 전후 사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양수인 『빌라 샷시』 같은 입면 묘사가 좋았다. 나는 리모델링 현장에 직접 가서 많이 보려고 노력하고,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입면 드로잉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쓰면서 이게 무엇일까, 어떻게 써야 할까 생각하는 과정과 그 가치가 잘 드러난 결과물이다. 드로잉 자체도 수긍이 된다.
다른 비슷한 프로젝트들은 물리적인 공간이나 건물을 바꾸더라도 프로그램까지 건드리지는 않았는데, 이 프로젝트는 지금 시대에 맞는 다른 형태의 가족이나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바뀌는 것이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까 원래 이 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어떤 가족이었을까, 동네 구성은 어땠을까를 알고 싶고, 원래 집주인들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이 안에서 제안한 것처럼 이 프로젝트는 1인 가구, 혼자 사는 사람들이 와서 사는 곳이 되는 것일까?
수유리 8-1=1 요즘 공공에서 시행하는 매입 주택 같은 경우도 있듯이, 기존에 사는 사람들도 같이 살면서 1, 2인 세대를 위한 주택도 제안한 것이다. 서울이 고밀화됨에 따라 익명성이 강화되고 사람들은 고립되어 살고 있다. 나 또한 원룸에 살고 있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1인 가구를 위한 주거를 더할 것을 제안하고, 가운데 큰 여지를 주면서 그곳에 함께 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것을 상상했다. 그러려면 당연히 주민 회의가 필요하므로 커뮤니티 하우스도 만들어 질 것이다. 이렇게 필요한 것을 만들다 보면 서로 스치는 인연도 있고, 그런 인연을 통해 1, 2인 세대가 앞으로 3, 4인 세대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덴마크의 사회주택 모델처럼 ‘휘게’, 함께 사는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중정형 집합 주거 모델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없을까, 마당 같은 전통 유형은 있는데, 80년대 주택에는 그런 아이디어가 없는 것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주민들도 살 수 있고, 미래에 새로 들어오는 청년 세대, 특히 청년 세대를 타겟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수유리 8-1=1
분량4,164자 / 8분 / 도판 1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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