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번지
김희진, 장지후, 최현수
분량4,277자 / 8분 / 도판 16장
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김희진 숙명여자대학교 환경디자인과
장지후 건국대학교 건축학부
최현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전공

우리의 거리는 어떠한 모습인가. 갖가지 다양한 유형, 형태의 건물들이 즐비해 있지만, 그들 사이에는 방치된 틈새가 있다. 우리는 건물 사이 공간이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이점이 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였고, 미래 도시에서는 이 공간을 다층적인 공간으로써 의미있게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건물 사이 공간의 새로운 활용 방법으로 합리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면서도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접근법을 제안함으로써 도심 속 새로운 공간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였다.

그렇다면, 본래 그곳에는 어떤 공간이 있었을까.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빠른 도시화로 인해 생겨난 빌라와 상가 등의 건물들이 들어오기 전, 건물 매스와 빈 여유 공간(마당)의 조화로 구성되어 있던 대지는 건폐율을 비롯한 법률에 의해 간신히 틈새 공간으로만 남게 되었다. 우리는 이 틈새에 주목하였고, 마당이라는 공간을 재해석해보며 공간의 가능성을 찾으려 하였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 마당은 자연과 인간이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마당은 급격한 도시화와 주택난으로 인해 아파트와 같은 수직적 주거 형태가 선호되며 점차 사라졌다. 이 밀집된 도시 형태에, 수직적으로 재해석된 마당인 ‘0.5번지’라는 보편적인 키트이자 발명품을 제안하고자 한다.

0.5번지 프로젝트의 발명 단계는 크게 두 가지 개념인 ‘붙이고 떼다’와 ‘연결하다’로 구성된다. 여느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폭넓은 선정 기준을 바탕으로, 특정 건물에 국한되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발명 과정을 고안하였다. ‘0.5번지’는 모든 건물의 기능이나 용도에 대응하며, 마당처럼 독립적인 의미를 가지면서도 건물과 종속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였다.
0.5번지는 사유와 공유의 개념이 중첩되어 있으므로 건축가와 사용자, 사용자와 사회 간의 상호 이해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붙이고 떼다’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의 공간이 새롭게 추가된다는 측면에서 건축가와 사용자 간의 관계를, ‘연결하다’에서는 사유와 공유 사이의 성격을 띤 ‘마당’이라는 공간이 추가되어 내부와 외부 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사용자와 사회 간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전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발명 과정의 상세 개념 중 첫 번째인 ‘붙이고 떼다’는 사이 공간의 합리적인 활용을 위해 ‘맞벽 건축’의 개념을 사용한다. 건폐율을 넘지 않는 선에서 내부 사용자들에게 효율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일정 면적을 붙이고, 외부에 공공적으로 개방하기 위해 일정 면적을 뗀다.

두 번째인 ‘연결하다’는 뗀 이후의 공간에 수직 동선을 추가하여 도시의 맥락을 담는 공유 마당을 만드는 개념이다. 이 수직 동선은 분리되어 있던 건물 내부와 외부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단조로운 도시의 수평적 이동 동선을 입체적으로 변화시킨다.

‘붙이고 떼다 – 연결하다’라는 발명 단계를 가진 발명품을 여느 건물에나 적용하기 위해서는 건물 속에서 발굴해야 하는 요소 4가지가 있다. ‘구조/그리드, 단차, 코어 위치, 주출입 동선’의 네 가지 발굴 요소는 발명품을 적용하기 위해 건물에서 필수적으로 발굴해야하는 요소이며, 동일한 위계를 가진다. ‘구조/그리드’와 ‘단차’는 사이트마다 각기 다른 형태와 값을 갖기 때문에 디자인을 비롯한 보의 변형, 계단의 방향과 개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굴 요소이다. 더하여 ‘코어 위치’와 ‘주출입 동선’은 그 위치에 따라 유형을 나눌 수 있으므로 키트의 성격을 띠는 발명품으로서의 보편성과 기준을 확립한다.

유연성을 지닌 발명품의 특성상, 0.5번지 프로젝트의 발굴지는 특정 대상지에 국한되지 않는 여느 건물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대상지를 1980년대 가장 빠른 도시화가 이루어졌던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로 범위를 축소하고 대상지를 특정하기 위해 선정 기준을 첫째, 1980년대 사용 승인을 받은 건물 중 인접한 두 건물이 있는 경우와 둘째, 건물 간 이격거리 공간이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경우로 나누었다.

대상지 후보 중 서초구 방배동 사이트를 표준 삼아 발굴했고, 사이트 답사 결과, 현재 이 사이트는 이격거리 1.8m로, 사이 공간이 쓰레기장 혹은 야외 창고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이 공간의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앞서 정립하였던 발굴 요소를 중심으로 발굴을 진행했다.

‘붙이고 떼다’ 에서는 구조와 그리드를 바탕으로 건물의 매스 중 붙이는 면적과 떼는 면적이 동일하도록 비율을 맞추어 법률이 규정하는 건폐율 안에서 최대의 합리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연결하다’ 에서는 수직적 마당의 개념을 추가하여 다시 쓰기 위해 단차와 코어 위치를 발굴해냈다. 이를 통해 수직 마당을 구성하는 계단의 개수와 공공 공간의 크기를 산정하였다.
새로 추가되는 키트의 계단은 건물 내에서의 수직 이동뿐만 아니라 외부에서의 자연스러운 접근과 내부 실 간의 유기적인 흐름을 구축한다. 외부 계단참과 이어진 간이 테라스는 건물의 동선 내에 동적인 흐름과 정적인 흐름을 교차시켜 보다 다채롭게 구성한다.




0.5번지 프로젝트는 과거의 공간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미래 도시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도이다. 건물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전통 마당의 의미를 바탕으로 현대 도시 환경에 맞는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이 공간을 제안하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디자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0.5번지 프로젝트는 1980년대 건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여느 건물에 적용될 수 있는 발명품으로서 도시의 흐름과 색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양수인 리모델링 후 평면을 보니 오른쪽 건물 코어는 없애고 왼쪽 건물 코어는 유지했다. 왼쪽 코어도 없앨 생각은 안 해봤는지 궁금하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형태를 취했는지 더 알고 싶다.
0.5번지 ‘고려 요소’ 파트에서 코어에 대해 이야기했고, 빌딩의 코어 타입을 앞뒤를 제외하고 좌우로만 생각했을 때 총 세 가지 타입이 나온다. 코어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가운데에만 계단을 두고 양쪽 코어를 없애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코어 위치를 고려해서 없앨지 말지를 정했다. 저희 사이트의 경우 왼쪽 건물 코어가 왼쪽으로 치우쳐져 있고, 오른쪽 건물은 저희가 추가하는 계단과 가까우므로 이를 고려하여 설계했다.
이상윤 이 프로젝트는 사이 공간을 이용하는 다른 프로젝트와 차별화된 방식으로 접근했다. 특히 맞벽 건축 개념을 통해 중간 영역을 채우는 것을 넘어, 이 부분을 건물의 새로운 파사드로 구현한 것이 특징적이다. 보통 사이 공간을 고스란히 일체화하며 채워 넣는데, 붙이면서 오히려 두 건물을 세 개의 입면으로 만든 효과를 얻은 것이 큰 장점이다. 발굴 핵심 요소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조화롭게 끌어낸 방식인데, 이 팀에서 생각한 맞벽 건축의 방향성이 두 개를 세 개의 입면으로 보이게 하는 전략이었는지, 아니면 프로젝트 특성상 그렇게 적용된 것인지 궁금하다.
0.5번지 발표에는 넣지 않은 내용인데, 맞벽 건축을 조사할 때 이 유형이 유럽 국가에 더 많고, 이는 과거 중세 시대 상업 공간을 최대한 많이 늘리기 위해 파사드를 잘게 나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파사드를 좁게 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을지라도, 지금은 도시 상업 시설이 밀집한 상태이기 때문에, 파사드를 최대한 많이 나누었을 경우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윤 세 팀원이 ‘맞벽 건축사 사무소’를 열어서 이쪽으로 특화해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경쟁력이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유형을 보여준 것 같다.
양수인 발표 첫 페이지 아이콘이 1차 제출 당시엔 없었는데, 결과물 자체가 눈에 띄고 형태적으로 예뻤다. 최종 공개 심사에 추가된 아이콘이 아이덴티티 구축에 좋은 것 같다. 다만, 설계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안을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왼쪽 계단을 없애고 싶고, 엘리베이터도 아예 옮겨서 새로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 낭비가 심하다. 비슷한 경우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부분은 증축으로 생기는 피트 등으로 적당히 잘 쓰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주차 문제도 있겠지만… 이건 굉장히 실무적 차원의 코멘트일 뿐이다. 얼핏 보면 이 결과물이 대단해 보이지 않겠지만, 사실 굉장히 면밀하고 잘 고안된 리모델링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0.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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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2025년 9월 8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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