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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교사로 돌아온 학생

박민아, 성주원

건축학교 ‘예비교사’는 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전문가(주강사)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조력자이자 동료로, 때로는 안내자이자 참여자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대부분 건축을 공부하거나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단지 건축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살아온 공간과 경험을 되돌아보며, 다른 세대의 감각과 언어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연결 고리이자 매개자에 가깝다.
그러므로 과거에 건축학교의 수업에 학생으로 참여했던 이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예비교사로 돌아오는 일은 특별한 사건이다. 건축학교가 단기간의 짧은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 속에서 다시 마주할 만한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아 있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건축학교의 수업을 청소년기, ‘학생’으로 경험했다가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다시 ‘예비교사’로 건축학교를 찾은 두 사람—박민아(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건축설계학과), 성주원(경기대학교 건축학과)—과의 인터뷰다. 처음 왔을 때의 마음, 돌아오게 된 계기,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발견한 건축의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건축학교라는 커뮤니티가 품고 있는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밀도가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학생으로 참가했던 건축학교

박민아 제가 건축학교 ‘푸른꿈 과정’에 참여한 연도가 2014년입니다. 당시 저는 진로 탐색의 목적으로 주로 박물관에서 열리는 미술,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참여했습니다. 이때의 건축학교는 아르코 미술관에서 진행됐었고 저는 이 프로그램에서 건축을 처음 접했습니다. 맨몸으로 왔는데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시각화하여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경험을 통해서 건축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됐고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주원 정림건축문화재단의 건축학교와 첫 연을 맺은 계기는 부모님의 반강제적인(?) 권유였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건축학과 진학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소중한 주말에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는 외부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의구심이 있었어요. 떠밀리듯 참여한 건축학교의 ‘푸른꿈 과정’이 제 청소년기의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 활동이 될 것이라고는, 그 당시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건축학교 프로그램 대부분은 답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생각과 느낀 점을 조금씩 다듬어 가며 구체화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집중할 뿐이었는데, 그게 참 좋았습니다. 

제가 당시에 참여했던 수업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하고 이를 부분적인 1:1 스케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때 내 생각이 단순히 내 머릿속에만 머물지 않고 토론과 스케치, 모형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 내 손을 통해 나의 눈앞에 실현되었을 때의 벅차올랐던 감동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제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예비교사로 돌아온 건축학교

박민아 제삼자의 관점에서 수강생을 바라보면 오히려 건축을 전공하고 실무를 하는 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제가 건축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였던 건축학교에 선생님으로 참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비교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원데이 클래스 예비교사로 함께했습니다. 딱 하루뿐이었지만, 여기에 참여했던 학생들과 정이 들어 아쉽다고 생각했었는데, ‘새싹꿈 과정’은 4주 동안 계속 같은 친구들을 만나서 수업하는 것이니까, 수업을 거치면서 친구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예비교사로 참여한 2024년의 ‘새싹꿈 과정’은 1주차에 건축주-건축가의 관계를 배우고 경험하는 것부터, 삼각형 구조로 지오데식 돔 만들기, 그리고 4주차에 아지트 만들기로 이어지는 흐름이 제가 2013년에 수강했던 ‘푸른꿈 과정’과 매우 흡사해서 학생이 아닌 선생님의 입장에서 바라본 수업은 어떨지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성주원 건축학교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밑바탕으로 건축학도가 된 저는, 바쁜 학과 생활 중에 지인의 권유로 다시금 건축학교와 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졸업설계와 취업, 유학, 진로 고민 등 인생의 향방을 정하는 정말 중요한 결정을 앞둔 시기에 걱정과 부담감에 짓눌려 있었는데, 그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운 환경으로 가고 싶었나 봅니다.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하긴 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건축학교 예비교사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까지 마친 상태였어요. (웃음) 건축이라는 분야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열정, 레고로 공간을 만들며 즐거움을 느꼈던 어린 시절의 나와 다시금 대면하고 싶다는 생각에 예비교사에 지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

박민아 예전에 제가 들었던 ‘푸른꿈 과정’ 첫 강의 <건축학 개론>에서도 서로가 건축주와 건축가가 되어 집을 설계하는 활동을 했었는데, 예비교사가 되어 참여한 ‘새싹꿈 과정’의 첫 수업인 <나의 집을 지어줘>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친구카드에 적힌 특징을 보며 크리쳐 자체를 상상해보고 그에 맞는 집을 상상해보고 표현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막막해 했는데, 제가 옆에서 조언하면 그 내용을 진지하게 듣고, 저의 가이드보다 더 큰 상상을 하며 공간을 표현해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예비교사로서 제 역할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보람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성주원 에너지 넘치는 어린이들(특히 남학생들) 5명을 이끈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네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나면 녹초가 된 몸을 끌고 든든한 저녁을 찾아 서울시청 근처를 돌아다니던 제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럼에도 회차가 거듭될수록 아이들과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마음속에 ‘이 아이들이 상상하는 것을 꼭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제가 그랬듯이, 학생들이 자기 생각으로 만들어진 어떤 결과물을 직접 보는, 뿌듯하고도 기분 좋은 경험을 느끼고 기억에 남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남기고 싶은 말 

박민아 건축 지식의 습득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몸으로 체험하고 상상하는 사고를 키워주는 것에 집중된 수업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예비교사로 참여하면서도 몸을 움직이다 보니 저도 수강생 못지않게 여러가지를 상상할 기회였고, 즐거웠습니다. 한편으로 건축학교 수업 내용과 과정이 성인 교육으로도 손색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인 대상으로 유사한 수업이 생성됐으면 하는, 작지만 큰 바람도 있습니다. 건축학교에서 건축의 카테고리 안에 이렇게 다양한 ‘건축’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성주원 저에게 있어 예비교사 활동은 현재의 제가 ‘내가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꼈던 것이 뭐야?’라는 깊은 질문을 던지는 행위의 일환이었고, 함께한 아이들을 닮은 과거의 제가 답을 주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와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고유한 관점을 만드는 과정에 행복과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고등학생에서 건축학도로, 그리고 다시 건축학도에서 건축가로 성장할 제 20대의 커다란 두 번의 변화에, 건축학교에서의 예비교사 활동은 저의 소중한 가치관을 만들어준 활동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서면 인터뷰 및 편집 김보현

예비교사로 돌아온 학생

분량3,506자 / 7분 / 도판 2장

발행일2025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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