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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도시농업센터

이소진, 이정은, 박혜진, 한승재


강감찬도시농업센터는 관악구에 위치해, 서울 남부권역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총 25억 원의 사업비로 추진된 공간이다. 2021년 완료되어,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과 2023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 설계자 발표: 이소진(리옹건축 대표)
  • 운영자 발표: 이정은(관악구청 도시농업팀 주무관), 박혜진(강감찬 도시농업센터 실무관)
  • 패널: 한승재(2023 공공건축상 심사위원, 푸하하하프렌즈 공동대표)

소규모 프로젝트의 퇴적

이소진  강감찬도시농업센터는 관악구청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로, 2012년 이후 서울시에서 도시농업 활동을 넓혀가며 2019년 관악구에서도 도시농업을 위한 거점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서울시 지도 위에 진행했던 작업 위치를 점찍어보면, 44개 중에 29개가 서울시 지정의 공원에 있다. 공원에서 작업했던 것들 중 규모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그리고 공중화장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었다. 오늘 공유할 내용은 우선 어떤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퇴적의 과정과,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하려 한다.

공원에서 여러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름의 진화 과정을 겪었다. 사실 공원 내에 아주 작은 것부터 규모가 있는 것까지 굉장히 다양한 건축을 해왔다. 그중에 공중화장실들도 꽤 있는데, 이 공중화장실들을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부르고 싶다.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게 만들려다 보니 이 공중화장실을 보고 주택 의뢰가 꽤 많이 들어왔다. 다른 예로 골프 클럽 안에 있는 화장실로 시작해 호텔까지 연결됐던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렇게 작은 공간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프로젝트로 성장을 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겪다 보니, 이 작은 화장실이 소중해 보인다.

새샘근린공원 실내놀이시설, 동대문구 / 천장산 목공예 공방, 동대문구 / 중평어린이공원 실내놀이시설. 노원 / / 불암산 근로자 쉼터 / 상암근린공원 책쉼터. 마포구 / 창신1동 어르신복지관. 종로구 / 불암산 정원지원센터. 노원구 / 관악산 강감찬 도시농업센터, 관악구 / 고척초등학교 증축. 구로구 / 대청초등학교 교실 리모델링. 강남구 / 동대문구청 도서관. 동대문구 / 용왕산 관리소/공중화장실. 양천구 / 용왕산 주민이용시설/공중화장실. 양천구 / 천왕산 책쉼터. 구로구 / 천왕산 스마트팜. 구로구 / 천왕산 캠핑시설. 구로구 / 국회대로 공원내 시설들. 서울시 / 서대문구의회. 서대문구 / 배봉산 숲속도서관. 동대문구 / 서빙고 초등학교 교실 리모델링. 용산구
상록수 어린이집. 종로구 / 숭인공원 주민이용시설/정순왕후 전시시설. 종로구 / 용암초등학교 교실 리모델링. 용산구 / 청운공원 공중화장실. 종로구 / 산새마을 주민이용시설. 은평구 / DDP 키오스크. 동대문구 / 삼청공원 공중화장실. 종로구 /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종로구 / 효문화진흥원. 종로구 / 서울노인복지센터 홀 리모델링. 종로구 / 인사동 10길재정비. 종로구 / 이화장 1나길재정비. 종로구 / 청운공원 윤동주 문학관리모델링. 종로구 / 청석길 재정비. 종로구 / 한국공예디자인재단 리모델링. 종로구 / 대청초등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강남구 / 한강 나들목 사업 III -마포나들목 / 한강 나들목 사엄 II -당산,고덕,낙천정,난지 나들목 / 한강 나들목 사엄 I -금호,암사,서초 나들목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이소진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은 신축이었지만, 사이트에 도착해 보니 주어진 환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부담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내가 이 환경을 망치지만 않으면 되겠다’라는 자세로, 건축물이 튀기보다 그 숲에 하나의 배경이 되는, 숲에 굉장히 오래 있었던 건물처럼 만들려 했다. 이때 처음 목구조로 설계를 시도했다. 그 당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은 사람들이 편안해하는 건물 정도였다. 

그런데 2018년도에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데이비드 색스 작가가 「뉴욕타임스」에 삼청동 숲속도서관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썼다. 서울같이 최첨단 기술을 중요하게 여기는 도시에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은 굉장히 얌전하지만 파워풀한 건물이고, 시민의 해독제 역할을 하는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글이 소개되면서 몇 개월 후에 서울시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서울시에서도 300억 이상의 예산을 편성해서 숲속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이후 ‘도서관’의 명칭에 대한 규제에 장애물이 있었지만, ‘책쉼터’로 명칭을 바꿔 계속 진행해 천왕산 생태공원까지도 이어져왔다. 

이렇게 소규모 공공건축물을 통해서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경험들을 해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고, 지금도 소규모 건축과 영감을 주고받으며 계속 해 나가고 있음을 공유하고 싶었다.

식물을 위한 공간

이소진  대상지 주변에는 이미 강감찬 텃밭이나 낙성대 텃밭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강감찬도시농업센터의 경우 다른 공모전들과 다르게, 프로그램이 제시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공간과 함께 구성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온실에서는 일사량과 온도, 환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강감찬도시농업센터를 사용하는 대상이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도 있다는 점에서, 공간을 계획할 때 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했다. 강감찬도시농업센터 이전에 노원구 불암산의 나비정원에서 정원지원센터를 계획했던 일이 도움이 되었다. 온실은 사람이 거주하기 위한 공간이 아닌 철저히 식물 중심의 공간이어서, 사람과 식물이 동시에 만족하는 공간을 만들기가 어렵다. 노원구의 정원지원센터 온실의 경우 식물에 환경을 맞추고, 방문자에게 이러한 환경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교육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쩔 수 없이 여러 냉난방 공조가 설치되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강감찬도시농업센터에서는 사람을 위한 온실과 식물을 위한 온실, 두 가지 공간이 연결되도록 진행했다.

강감찬도시농업센터 단면도
강감찬도시농업센터 평면도

사람을 위한 온실과 식물을 위한 온실의 차이점은 냉난방 여부에 있다. 그리고 유리와 창호도 다르다. 온실은 온실 전용의 창호 시스템이 있고, 유리도 굉장히 얇다. 사람을 위한 온실은 커튼월이나 삼중 로이 유리로 구성된다. 그래서 눈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양이 아주 다르다.

식물을 위한 온실 공간은 창호나 철물이 최대한 얇게, 잘 안 보이길 원했다. 결과적으로 너무 잘 보이지만, 이런 것들은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식물을 위한 곳이기도 하고, 완벽한 디테일의 건축물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까만 실리콘으로 마감된 멋진 창호도, 진행하면서 깜짝 놀라긴 했지만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 식물 온실을 구성할 때, 최대한 외부처럼 될 수도 있게 폴딩도어로 온실을 완전히 열 수 있게끔 했다. 강감찬도시농업센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폴딩도어가 없었다면 식물들이 굉장히 힘들었을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강감찬도시농업센터가 지어지고 1~2년 후에 갔더니, 큰 바나나 나무가 심겨 있었는데 꽃도 피고 열매도 맺힐 정도로 잘 자라더라. 서울시 건축상 심사를 왔을 때 이 바나나1를 심사위원들에게 줬는데, 이것 덕분에도 상을 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을 위한 공간을 구성할 때 신경 썼던 점은 방문자의 특수성이었다. 자연 지반인 온실 부분에는 최대한 그레이팅 같이 구멍이 뚫린 소재로 마감해서 풀이 어디서나 자랄 수 있도록 계획했다. 공공건축물이다 보니 힐을 신거나 휠체어, 유모차로 오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기에, 이런 그레이팅 외에도 철망 같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한 부분도 있다. 완공된 지 3년째가 됐는데 강감찬도시농업센터를 운영하고 큐레이팅했던 첫 번째 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다. 지금의 사람들도 너무 중요하지만 그 첫 번째 팀이 이곳을 정말 애정을 갖고 시작했다. 건물 뒤에 토종 작물 텃밭을 조성해서 그 토종 작물에서 나오는 씨를 말리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했다. 강감찬도시농업센터에 씨앗을 받으러 사람들이 오가고, 그 씨앗을 통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실제로 작물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모습이 만들어졌다. 이런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가 가꾸는 문화센터

박혜진  강감찬도시농업센터를 만들 때 팀장과 담당 주임하고 같이 다른 구에 있는 도시농업 관련 시설들을 돌아봤었다. 그 시설들의 장단점을 확인하면서 건축가와 설계팀에게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일 처음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이곳을 알리는 것이었다. 식물 전공이기도 했고 조경을 전공하기도 했지만, 갑자기 이곳을 도시농업으로 유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우선 이 공간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관악구에서 도입했던 부분은, 노지에서 하던 교육을 실내에서 사계절 해보자(노지 체험활동을 병행)는 것이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취소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센터 같은 곳이 생긴 격이다. 

보통 정책을 얘기할 때 “참여 정책을 해야 한다”고 많이 하는데, 농업에서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했던 일이 키친팜이었다. 시민들에게 나무로 짜인 화분형 공간인 키친팜을 같이 가꿔보자고 말했다. 스무 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좁은 공간에 다 같이 들어가 작물을 심었다. 물론 그 안의 작물을 우리가 설계한 대로 심어야 했지만, 하나를 심으면서도 너무 행복해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봤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한 시민은 “관악구에 있는 이 공간을 내가 함께 만들고 있어”라고 하더라. 덕분에 2년 동안 키친팜도 많이 무성해졌다. 사람들이 교육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듣기보다, 테이블을 깔고 키친팜에 앉아서 정원을 가꾸고 예쁜 쟁반도 만드는 활동을 하면서 “심적으로 부자가 된 것 같다”는 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농업이 건강한 먹거리를 취득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농업 활동을 함으로써 몸과 신체를 움직여서 정신적으로 힐링을 얻는 일 같다. 강감찬도시농업센터도 도시민에게 힐링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씨앗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있다. 씨앗도서관에서 제일 처음 했던 프로젝트가 토종 작물 씨앗을 마치 도서관처럼 전시하는 일이었다. 사실 토종 작물의 씨앗을 채종하는 일 자체가 조건이 까다롭다. 씨앗을 채집하는 밭을 ‘채종포’라고 부르는데, 강감찬도시농업센터의 경우 프로그램과 연계가 되면서 채종포 공간을 갖게 되었다. 씨앗도서관에서는 작물의 꽃이 맺히고 씨앗을 채종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다. 종자 관련 전문가 입장에서는 바로 옆에 산이 있어서 교잡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곳이 채종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강감찬도시농업센터는 식물의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도시 안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공간이다.

공공건축, 시민의 공간

이소진  좋은 공공건축은 시민의 자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용하는 사람에게 공공건축이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면서 자랑이 되는 경우를 목격하고는 한다. 배봉산 숲속도서관에 갔었는데, 시민 한 분이 이곳이 너무 좋아서 지방에 있는 자녀들에게 엄청나게 자랑했다고 말해줬다. 그런 걸 보면서 되게 놀랍고 감동적이었는데, 공공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가진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 말고, 공공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공공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잘 됐을 때 시민의 자랑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한승재  공원이나 공공공간이 너무 없는 것 같다. 공공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척박하기 때문에 여태까지는 마음대로 들어갈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감찬도시농업센터에 가서는 공공공간이 나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기도 함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도시농업에 대한 나의 지식과 감각을 확장해주는구나, 공원이 이렇게 실험적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좋은 공공건축에 대한 내 기준이 올라갔다. 공공건축에 대해 ‘마음대로 들어갈 수만 있어도 좋다’에서 더 바라는 점이 생긴 것 같다.

이정은  이제는 도시농업이 녹지지역의 범주로 들어오면서 소규모로 축소되기도 하고, 강감찬도시농업센터를 도시농업센터가 아니라 공원여가센터로 바꾸면 어떠냐는 의견도 들어오는 등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하는데, 공원도 그렇고 공공건축도 그렇고 모든 시민의 의견을 다 받아버리면 방향성을 잃게 되는 것 같다. 초기 목적이나 콘셉트가 있었을 텐데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운영자가 많은 고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상을 받은 이유도 농업과 건물과 주변의 텃밭 환경이 어우러진 덕분이지 이 건물 자체로는 아니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말고 콘셉트를 살리면서도 시민 의견을 많이 반영해서 계속 잘 운영해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박혜진  어떤 장단에도 춤을 출 수 있도록,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항상 동적일 수 있는 그런 준비 태세가 되어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원고화 박세미 / 편집 김상호

강감찬도시농업센터

분량6,397자 / 13분 / 도판 10장

발행일2025년 1월 10일

유형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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