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촌동어울림플라자: 추진과정
윤승현, 이규상, 고광현
분량8,981자 / 18분
발행일2025년 1월 10일
유형좌담
어울림플라자는 이전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인 강서구 공항대로 489번지에 위치한 연면적 23,758m2, 지상 5층, 지하 4층 규모의 복합문화복지시설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을 추진하며 남은 부지에 대한 활용계획을 검토하며 시작된 사업으로 2019년 1월 (주)보이드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와 윤승현이 설계를 맡아 진행했다. 2022년 8월 3일에 착공했고, 2년동안 건립 후 내년 8월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설계자 발표: 이규상 보이드아키텍트 대표, 윤승현 인터커드 대표
- 운영자 발표: 고광현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
사업계획 검토와 결정
고광현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 고광현이다.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을 추진하며 생긴 부지의 활용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이 있었다. 2012년 4월에 장애인복지정책과에서 장애인리더십센터 건립 계획안을 제출했다. 처음 사업계획을 제출할 때는 장애인 당사자만을 위한 시설로 계획했다. 장애인의 자립 역량 강화를 위해 회의장, 공연장, 평생교육시설, 숙박시설, 장애인체육시설, 건강관리시설과 사무공간을 세우자는 계획을 제출했다. 부서 입장에서는 장애인들이 문화예술이나 연수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통합적인 복지센터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장애인을 돕는 현장에서도 지금의 장애인시설은 통합적이지 않고 편의시설도 부족해 장애인에게 특화된 숙박 및 문화 시설을 갖춘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2013년부터 2년간 전문가 자문단으로 구성된 전문기구에서 시장단과 함께 여러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거치며 리더십센터의 건립 방향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어울림플라자’로 명칭을 변경했고, 장애인과 주민들이 어린이 어르신 할 것 없이 함께 이용하는 문화복지시설로 건립 방향을 수정했다. 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인 복지관 등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정부와 서울시 정책의 주된 방향이었는데, 이와 다르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어울려 이용하는 복합문화복지시설로 조성해보자는 것이었다. 또 건축물을 조성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재정 운영의 건전성과 공공성을 함께 고려해 수익시설을 추가하고 건립 방법 또한 위탁개발사업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2년 이상의 부지 활용방안 검토를 거친 후, 2015~2016년에는 어울림플라자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2015년 6월에 기존 한국정보화진흥원 건물의 활용을 검토했는데, 내진설계 등 안정성 측면에서 합리적인 신축으로 결정되었다. 2016년 4월에는 기본계획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시설을 어떤 규모로 어디에 배치할지 검토했다. 대규모 투자 사업의 경우 타당성 조사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서 서울시의 투자심사,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 내부의 공유재산 심의회, 시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쳤다.
2017년 12월엔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공유재산 개발 및 관리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며,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위탁개발사업 방식을 도입한 사례가 됐다. SH와의 계약을 통해서 서울시는 어울림플라자 조성 계획의 총괄, 사업 계획 수립과 관리 역할을, SH는 어울림플라자의 건축 계획 수립, 공사 계약 체결 및 시행과 완공 후의 관리 역할을 서로 분담하게 되었다. 또 복지시설은 서울시 재원으로 주민편의시설과 임대시설은 SH 재원으로 운영기로 결정되었다.
어울림플라자 국제설계공모는 2단계로 진행되었다. 2018년 10월 1단계 공모를 통해 3개 팀이 선정되었고, 2단계 공모에서 4개 팀을 추가해 총 7개 팀을 대상으로 설계안을 제출받았다. 2018년 12월 심사 결과 보이드 건축의 제출안이 당선됐다.
건축 계획 변경
고광현 어울림플라자는 장애인이 이용하는 연수, 숙박 기능을 갖춘 복지지원시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연장, 도서관, 다목적홀, 문화체육센터 등의 주민편의시설, 그리고 근린생활시설, 일반업무시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세부적인 공간 구성은 2016년 4월의 1차 계획, 2018년 12월의 2차 계획, 2020년 5월의 3차 계획, 총 세 번에 걸쳐 변경됐다.
설계 전 2016년 기본구상안 조감도를 보면 광장을 사이에 두고 공항대로변 앞쪽과 뒤쪽에 건물이 있고, 공항대로에 접하는 건물에는 임대시설, 안쪽 건물에는 장애인복지시설을 배치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2018년 설계 전 계획에서는 1차 계획에 수영장과 장애인치과병원이 추가되었고, 주차장을 110면에서 142면으로 확장하기 위해 지하층을 하나 더 추가되면서 지하가 3층으로 늘었다. 당선안에 따른 2020년 3차 계획에서는 건물이 하나로 통합됐다. 연면적은 18,098m²에서 23,758m²로 증가했고,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주차장을 170면으로 늘어나 지하가 한 층 더 추가됐다. 장애인치과병원의 규모도 확대되었다.
주민 소통 과정
고광현 서울시에서 강서구가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다. 장애인시설이 부족하니 어울림플라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반대했다. 왜 하필이면 장애인시설이 들어오냐는 이야기부터, 공사장 바로 옆에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 들이 있어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울림플라자 부지는 백석초등학교와 바로 인접해 있다. 학부모들은 기존에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던 부지 쪽으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해왔는데, 어울림플라자가 조성될 경우 공항대로변으로 아이들이 통학해야 하는데, 너무 위험하다며 반대했다. 1년 반 동안 이런 심한 반대에 부딫혀 힘들었다.
끊임없이 지역 주민과 학부모와 소통했다. 2017년 8월에는 지역주민 의견수렴 공청회를 열었고, 2020년 7월에는 주민설명회도 했다. 50여 회의 면담을 진행하며 소통의 기회를 만들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는 여러 번 시도했으나 결국 열지 못했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건립의 필요성과 서울시의 입장을 전달해 주민들에게 건립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고자 했고, 주민들이 주장하는 안전 대책 등을 충분히 검토해 실행하겠다는 합의 후 사업을 진행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의 전면 공원화 요청이나 장애인이 들락거리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이유로 어울림플라자 내 연수시설을 빼해달라는 요청은 사업의 핵심 목표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역 주민이 이용 가능한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해달라는 요청은 법정 주차 대수 108대에 62대를 추가해 주차장을 170면까지 늘렸다. 또 철거 공사와 본 공사에 대해 안전대책을 수립하라 하여 이미 강서구, 국토안전관리원,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안전성 심의를 받았지만, 안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의 자문단을 구성해 두 차례에 더 자문을 받고 그 내용을 반영했다.
강서구의 직능 단체 대표들, 시의원, 구의원, 장애인 단체, 지역 주민들, 그리고 강서구 관련 부서장과 사업 관리 주체인 장애인복지정책과가 함께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현재도 계속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과는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만나 공사 진행 사항을 알려주고, 추가 요구사항을 듣고 반영하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사 차량의 진출입로를 정례화할 것, 등하교 시간에는 공사를 중단할 것, 안전 펜스를 보강할 것, 기타 안전시설들을 더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공사장 밖 공항대로변의 안전통로와 공사 차량 진출입로에 신호등을 설치했고, 서울시 뉴딜 일자리 사업에서 신호수를 배정받아 곳곳에 배치해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관리를 진행했다.
시공사, 감리단, 신호수, SH공사 측 관계자들이 진정성 있게 학부모들과 소통해온 덕분에 지금은 오히려 환대를 받고 있다. 예전에는 주민센터에서 서로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논의했는데, 최근 두 달은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공사장 펜스가 지금은 운동장에 설치되어 있는데, 원래는 학교 운동장은 사업 부지가 아니라 공사장 쪽으로 들여서 설치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통로가 좁아서 공사에 불편함이 많았는데, 운동장 쪽에 펜스를 설치해 공사를 빨리 끝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2019년에 설계 용역에 착수해, 2021년 6월에 실시설계를 완료했다. 2021년 8월에 건설공사 입찰 공고를 했고, 11월에 베이건설, 웰크론, 백산종합건설의 컨소시엄이 선정되어 SH와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2월에 공사필증을 교부받았고, 교육시설 안정성 평가 ‘적합’ 통보도 받았다. 그리고 주민과 협의 과정을 거쳐 8월에 공사를 개시했다. 현재 흙막이와 터파기 공사를 하고 있고, 13.2%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시설 운영 계획
고광현 어울림플라자는 SH에서 향후 30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SH가 전체적인 시설 운영을 맡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시설(건물) 관리, 주차장과 임대공간 관리만 SH가 맡고, 복지지원시설은 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어울림플라자가 복합문화복지시설로서 더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복지재단보다는 복지 분야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 아래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은 고민 중에 있다.
어울림플라자에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계획이다. 장애인 대상 연수 프로그램, 도서관, 공연장, 수영장, 체육센터 등 주민편의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교육 연수 프로그램으로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여가 기회를 확대하고, 주민편의시설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조성된 만큼 통합적인 콘텐츠 개발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 프로그램들로 일상에서 모두가 자연스럽게 동행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지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하고 있는데, 공사 마무리 전에 내부 공간 배치와 인테리어에 장애인 감수성을 반영해야 할 부분이 많다. 무장애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 유니버셜 디자인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내부 사이니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검수받을 예정이다. 공사가 마무리될쯤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지역사회에 통합되는 프로그램들이 적절하게 운영되도록,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상에서 제약 없이 함께하는 유니버셜 공간’이라는 어울림플라자의 건립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해낼 것이다.
토론 문답
청중A 사업이 길어져서 시장이 바뀌었는데, ‘동행 매력 특별시’라는 슬로건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줬을지 궁금하다.
고광현 변화 없이 일관성있게 진행했다.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업의 방향이나 중요도가 바뀐 것은 전혀 없다.
청중A 건축주가 세 곳으로 나눠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SH공사, 민원(주민) 세 곳이 원하는 것이 다를 텐데, 의견 조율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고광현 민원은 오늘 함께 자리한 원경진 주무관을 전담으로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처리했다. SH나 시공사보다도 전면에 나서서 일했고, 잘 했다.
윤승현 설계와 관련된 주민 요구 중 일조권에 대한 부분은 건물 층수를 낮춰 해결했다. 서로 맞대면하는 창호 계획은 애초에 의식하고 설계했지만, 추가적인 요구에 다 대응 조치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장애인시설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업을 중지시켜야 되겠다는 목표 때문에,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고 어떤 시설을 얼마나 넣을지 같은 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공영주차장 확보는 수용했다. 부지가 작아 공영주차장까지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주민들이 지역 국회의원에게 청원해서 설계 변경을 강요받아 힘들었지만, 주민들이 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이곳에 자주 올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잘됐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는 다른 곳에 비하면 정말 유기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자체다. 예를 들면, 애초에 설계공모 지침서 상 비용은 460억이었다. 현실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금액을 책정해놨다. 국제 공모까지 여는 중요한 프로젝트로 해놓고 6천평 규모에 460억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우리는 공모를 하냐 마냐로 고민할 일은 아니어서 일단 했고, 당선되자마자 장애인복지정책과와 SH공사에 계속 예산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많은 경우 공고된 비용을 보고 참가했고, 당선 후 약정했으니 책임을 지고, 그러지 못할 거면 설계권을 포기하라고 나오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든 대응해보려고 노력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결국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720억이라는 1.5배가 넘는 금액으로 증액했다. 시설 규모도 7200평으로 늘어났으니 평당 1천만 원이 안 되는 금액이니 여전히 적다. 그렇지만 실효적으로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그 유연성과 역동성에 같이 일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SH공사의 경우 힘겹긴 한다. 이번에 꾸려진 시스템이 SH에 너무 많은 짐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공사비에 대한 전권을 줬다고 하지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한 것 같다. 서울시의 공사를 하급 기관으로서 유기적으로 맞춰주야 하고, 유지관리를 고려해야 하고, 관리 감독도 해야 하는 역할이다. 그렇다보니 우선순위로 봤을 때 관리 감독이 가장 후순이 될 수 밖에 없다. SH로서 가장 중요한 건 공사비에 맞춰 건물을 짓는 것, 안전에 문제 없게 하는 것, 민원에 문제가 없게 하는 것이다. 품질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다. 공사라는 회사는 시스템이 공고하다. 도시 개발과 아파트에 맞춰 세팅된 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을 ‘품격 있는 공공건축물’을 만드는 일에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이규상 SH에서 주거가 아닌 일반 건축물을 맡은 것이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사에서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같은 유닛으로 반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아파트와 달리 일반 건물은 모든 층이 생긴 것도 재료도 전부 다르다. 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공사하는 것이 난이도가 높은 일인데, 공공건축물에 대한 마인드가 필요하다. 어울림플라자가 어떤 위상을 가져야 될까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하는데, 수지타산이라든지, 유지관리의 편의성 같은 것 위주로 접근하면 또 그냥 공공복지관이 하나 덜렁 생기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아 걱정이다.
이곳은 거의 주택가다보니 상가가 잘 안 되는 동네다. 그래서 어울림플라자에 학원을 넣으려고 한다는 거다. 공공공간으로서 안 될 말이다. 떡볶이 가게가 들어올 수도 있고 의원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뭔가 중심을 잡아주는 공공적인 것이 있고 근생은 그 옆에 조금 있는 정도로 테넌트를 구성해야 한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플라자로 만들었던 공간이 수지타산 문제 때문에 다 근생으로 바꾸고 있다. 테넌트를 정말 잘 선별해야 할 것 같고, 관에서 개입해서 공익적인 뭔가를 할 수 있는 앵커시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주어진 숫자를 맞춰야 하는 SH 혼자서는 결정하지 못할 일이다.
윤승현 등촌동 어울림플라자가 위탁개발사업 형식으로 시행하는 첫 프로젝트다. SH공사는 아파트를 지을 때 들어가는 주민센터나 노인정은 만들어봤지만, 이런 공공건축 시설을 다뤄본 적이 없으니 난감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다.
이 사업은 매우 업그레이드된 공공 개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공공 사업도 민간 사업을 닮을 필요가 있다. 물론 공공 차원의 전략을 잘 짜야겠지만, 경직된 공공 개발 방식의 경계가 물러지는 것은 매우 좋은 시도라고 본다.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일이어서 수지타산 외의 원칙이 세워져 있지 않으니 거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상황이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그로 인해 결과가 망가질까봐 걱정은 된다.
김상호 어려움과 고생 끝에 시설이 다 지어진 후에 잘 이용되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고 복잡한 미션일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노력했으면 좋겠는지, 건축적인 부분이든, 사회적인 부분이든, 문화적인 조건이든 생각을 나눠주기 바란다.
고광현 어울림플라자 관련해서 행정적으로 조치해야 할 부분이 많다. 장애인복지시설의 경우 장애인 복지법 같은 관련 근거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운영하면 된다. 지금 어울림플라자는 기존의 복지시설이 아니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시설이다. 그래서 어울림플라자만의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된 것 처럼 원래 취지가 위탁개발 형식으로 인해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그래서 그 일환으로 자문단을 구성 중에 있는데,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설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서 당초 취지대로 건립되게 하고, 자문단을 발전시켜 운영위원회로 만들어서 이를 통해 어룰림플라자의 취지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
윤승현 우리 사회가 그동안 뭔가를 구분하고 나누는 데는 익숙한데, 나눠진 것을 다시 합하는 데는 아직 서툴다. 사회적으로 계속 공감하고 서로 눈높이를 맞추어 같이 걸어갈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 더디지만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리는 공공시설인 이 첫 어울림플라자가 너무 중요하다. 지역, 프로그램, 사람을 합하는 이 시설이 어떻게든 잘 지어지고 성공해야 한다. 누구나 잘하는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덧대어 향유할 수 있는, 심지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기에 정말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7200평 짜리 대규모 시설이라는 걸 내세우는 게 아니라, 이곳이 모든 사람을 따스하게 맞이하고 차별이 없는 곳으로 알려졌으면 한다. 그 정도의 품위를 담을 수 있는 집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건축은 과정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조건을 기획하고 구상해서 디자인의 형식으로 하나의 그릇 안에 담는 일련의 치열한 과정이다. 하지만, 축구 경기에서는 져도 경기가 훌륭했다는 말을 할 수 있지만, 건축은 결과가 잘못되면 그 과정이 아무리 고귀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잘 만들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생각도 의미 없어 진다. 90분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 6~7년이 소요되고, 결과물에 의해서 그간의 시간이 보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판가름난다. 이런 건축의 생리를 생각해서 집을 제대로 다 짓는 데까지 먼저 힘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두 번 세 번 할수도 있다고 하니, 집을 잘 만들어서 다음 포럼은 과장님, 주무관님과 함께 등촌동 어울림플라자의 세미나장이나 공연장에서 더 멋있게 진행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주면 좋겠다.
원고화 김보경 / 편집 김상호
등촌동어울림플라자: 추진과정
분량8,981자 / 18분
발행일2025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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