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설명회
김정임, 조재원, 최진우
분량11.517자 / 23분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강연록
주제설명회 개요
- 일정: 2023년 11월 29일 (수) 오후 7:00~8:3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유튜브 생중계)
- 심사위원 : 조재원(공일스튜디오 대표), 김정임(서로아키텍츠 대표), 최진우(환경생태 연구활동가)
정림학생건축상 2024 ‘모두의 집: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 주제설명회 영상
사전 질문
Q1. ‘모두’의 범위를 정의할 때 일부 생태종과 공생하는 것도 괜찮은가? 아니면 모든 범위의 생태종과의 공생을 고려해야 하나?
조재원 거주 대상자가 인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최 박사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얼마나 많은 종을 포용할지가 중요하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싶다면 그 범위를 좁혀서 생각해도 좋고,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두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다루는 것도 좋다. 인간 외의 다른 생명체, 즉 식물, 동물, 균류, 버섯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으며, 그 범위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참가자에게 맡긴다.
김정임 처음 과제를 설정할 때 자신만의 ‘모두’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조재원 소장님이 발표에서 언급했듯 기존에는 건축에서 신체 건강한 성인 남성을 표준으로 상정해두고 그에 따른 설계를 했다면,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상자들을 포함하는 넓은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인 남성을 대상에서 배제하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정의하는 ‘모두’가 누구인지를 먼저 정의하고, 그 ‘모두’를 위한 주거 공간을 디자인하면 된다.
최진우 추가로 설명을 드리면, ‘모두’라고 할 때 식물, 나무, 풀,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버섯, 균류 등 다양한 생명체가 포함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지만, 특정한 분류군이나 특정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생물 종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더 흥미롭고 의미있을 수 있다. 물론 어떤 분들은 수리부엉이나 제비, 수달 처럼 특정한 한 종이나 몇몇 개체만을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에도 그 생명체들이 어떻게 다른 종과 상호 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한 내용이 설계에 반영되어야만 더 풍부한 결과물이 될 것이다.
Q3. 설계 과제에 ‘현존하는 부지’가 언급되어 있는데, 비어있는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설계하는 것도 가능한가?
김정임 현존하는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과제의 취지를 고려할 때, 기존에 존재하는 폐가나 현재 사용되지 않는 건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권장한다. 새로운 건축 폐기물을 만들지 않고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 이번 과제에서는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Q4. 설계 과제에 ‘시간의 스케일로 리-이노베이션’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리노베이션의 범위가 있는지? 건물로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환경을 새로 바꾼다는 의미에서의 리이노베이션인지가 궁금하다.
조재원 이노베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공간에 대한 성찰적이고 비판적인 접근을 시도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접근은 그 공간이 물리적으로는 비어 있더라도 실제로는 결코 비어 있지 않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기존 사이트에 내재된 가치와 잠재력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프로토타입이나 혁신적인 설계보다는 공간과 그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찰이 필요하다. 아무 맥락이 없는 장소에서 새로운 건물을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이번 공모전에서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Q5. 대상지 선정에 있어서 다른 사회 문제와 이어서 사고해도 괜찮을까?
조재원 대상지를 선정할 때 다른 사회 문제와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특정 사회적 관계성이나, 갈등, 문제 등이 물리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은 대상지 선정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전포럼에서 소개해주신 생츄어리의 사례처럼 사회적 문제를 포함시키는 것은 프로젝트에 깊이를 더하고, 보다 복합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최진우 나는 다른 사회 문제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 사회 문제는 흔히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특정한 사회적 불의만을 다루기보다는 여러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젠더 문제, 사회 불평등, 빈곤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아야만 보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는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 다양한 대상의 요구와 선호를 이해하고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Q6. 거주(방식)의 제안에 스테이도 포함이 되는지?
김정임 주제에만 부합한다면 건물의 용도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어떤 방식으로 머무를 것인지는 제안자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당연히 스테이도 포함할 수 있다고 본다.
Q7. 비인간을 위한 공간의 프로그램 및 도면이 얼마나 필요할까?
조재원 기본적으로 ‘공존’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벽이든 천장이든 그 공간을 사용할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요소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도면이 필요하다. 계획을 수립하는 사람이 자신의 설계 안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제안해주면 좋겠다. 도면의 양이나 종류에 대한 제한은 없다.
Q8. 설계 과제인 미래 시나리오에서 미래의 허용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또한 미래가 기준인 만큼 어느 정도의 건축적 허용이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김정임 나는 근미래로 상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예측 가능한 기술이나 기후 변화 등을 고려하면 한 2-30년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너무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보라는 식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조재원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더하는 기계적인 작업이 아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공간의 스케일과 다이내믹이 변화할 수 있고, 우리의 사고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실험이라고 생각해 달라.
시간을 설정함으로써 우리는 그 범위 내에서 특정 자원이 부족할 것이라거나, 특정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일종의 ‘도구’가 생긴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의도한 대로 가져가기에 적절하다면 시간의 한계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설정해보자면 아까 이야기한 6차 대멸종의 100년 정도가 한계일까? 하지만 그보다 더 가까운 시간대라 하더라도 상상이 잘 되지 않아서 사고나 작업의 도구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시간대를 상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시간의 범위가 어떻든 간에, 참가자가 상상하는 계획 안에서 필요하다는 것이 충분히 납득이 간다면 우리는 그 문맥 안에서 이해할 것이다.
김정임 조 소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굳이 제한을 둘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영화 ‘아바타’나 ‘듄’에서는 먼 미래를 그리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고 그에 대한 제안을 한다. 건축적 제안을 하는데 그런 시간대가 필요하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최진우 근미래, 대략 20~30년을 미래 시나리오의 주요 초점으로 본다. 시나리오의 범위 설정에 따라 개인의 미래만을 고려할 것인지, 자신의 자식 세대까지 포함한 보다 깊은 계획을 세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또한, 상호작용하는 특정 생물이나 야생 생명체들의 수명에 따라 계획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
건축물을 구축할 때 일반적으로 30년에서 40년의 수명을 고려하지만, 이번에는 10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건축물을 모색하고, 특정 생물과 장기간 공생할 수 있는 설계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사람이 처음 30년 동안만 거주하고 그 이후에는 해당 부지를 완전히 야생 생물에게 넘겨주는 생추어리 같은 설계도 가능하다.
김정임 통계에 따르면 100년 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현재의 3분의 1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인구 감소가 어떤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작은 지역에 집중되어 살면 나머지 지역은 자연스럽게 재야생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100년 후를 이러한 방식으로 상상할 수 있다면, 그러한 시나리오를 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실시간 질문
Q9. 최진우 심사위원의 생태적 연결망과 리와일딩(rewilding)에 대한 설명에서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는 것은 동물을 가축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야생의 상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본 ‘건축적’ 대안의 예시가 있을지 궁금하다.
최진우 길고양이와 야생조류 간의 포식 문제에 대해 건축적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제안을 한 이유는 나 역시 풀고 싶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길고양이 중에는 완전히 길에서 사는 고양이도 있지만, 집에 살면서 외출하는 고양이도 있다. 이러한 고양이들이 자택에서 외출하거나 산책할 때 발생하는 동선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고양이가 어디에 머무르고, 어디를 이동하는지 파악하여, 주변의 새들이나 다른 동물과의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별도로 설치하여, 그 통로만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다른 새들과의 간섭을 줄이는 시설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현실적으로 고양이에게 수용될 수 있을지, 또한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토끼와 같은 다른 동물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되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와 같은 문제를 고양이의 입장, 토끼의 입장, 그리고 다른 동물의 입장에서 고려하여, 어떻게 하면 인간의 편견과 혐오를 줄이고, 동물 간의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Q10. 심사위원 세 분의 의견을 종합해서 발전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주제글 중 한 가지의 주제를 채택해서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면 되는지 궁금하다.
김정임 세 심사위원의 의견을 모두 종합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어렵다. 오늘 제시된 다양한 아이디어는 주로 우리의 궁금증과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참가자는 제시된 여러 주제 중에서 관심이 가는 하나를 선택하여 그것을 발전시키면 된다. 이 과정에서 너무 거창한 접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쨌든 건축으로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관찰을 하고, 내가 설정한 ‘모두’라는 존재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며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들을 위한 거주 환경이나 공존에 관한 문제를 고민해보자는 것이 이번 공모전의 취지이다.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Q11. 이번 공모전의 주제는 환경 지속가능성을 위한 건축이라고 이해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비인간 주체와 공존하기 위한 건축을 강조한 것 같다. 흔히 지속 가능성 관련 건축이라 하면 에너지 소비, 환경오염물질 배출 등을 떠올리는데 강조점과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환경의 관점과 공존의 관점을 잘 연결하는 것이 주제인지, 아니면 각 관점을 따로 생각해도 되는건지 궁금하다.
조재원 주제는 명확히 공존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 앞으로의 건축에서 공존을 이야기하면서 환경적 측면이 간과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며, 기후 위기 등의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책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에도 살고 있는 생명체가 있다면 그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토대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공모 요강에서도 명시된 바 있다. 이 접근을 토대로 건축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때, 주변에 있는 재료를 활용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해결책을 관찰 대상지 안에서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임 친환경 건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우리가 그동안 고려해 온 인간 중심적인 친환경 건축의 관점은 이번 과제의 방향과는 다르다. 이번 과제는 단순히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관점의 건축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건축을 통해 삶의 장소를 만든다고 할 때, 인간만을 위한 생활 공간이 아닌 모든 존재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자는 거다. 참가자들은 ‘모두’라는 대상을 반드시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하여 과제에 포함해야 한다.
구축하는 방법론에서는 기존 구조물을 일정 부분 활용하여 진짜 리노베이션을 해야 한다. 아까 ‘물질의 재배치’라고 이야기한 부분이 헷갈릴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물질’은 건축 재료뿐만 아니라 인간까지도 물질의 하나로 보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이번 과제는 전통적인 의미의 친환경 건축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주었으면 좋겠다.
조재원 친환경 건축에 대한 익숙함 때문에 오는 반응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접근법을 더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다른 존재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단지 이윤을 내기 위한 또 하나의 산업으로 친환경 기술이 사용될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본다. 자칫 잘못하면 ‘그린워싱’이 될 수도 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기술적 솔루션이 실제로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하며, 거창한 기술적 솔루션이 없더라도 자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가능하면 이런 접근을 더 권장하고 싶다.
Q12. 인간들은 환경, 동물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건축을 시작했는데, 비인간 생물에게 인간의 점유 공간을 내어주는 리와일딩 과정에서 동물들에게 위협받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리하는 것이 맞을 것도 같고. 이에 대한 심사위원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최진우 지금까지 우리의 사고 방식은 주로 인간 중심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벌이 무섭다는 이유로 우리는 창문을 닫고 몰아내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 양봉을 위해 옥상에 벌통을 놓거나, 벌과 나비를 유치하기 위해 꽃을 심고 가꾸는 등의 다른 움직임이 보인다. 이러한 작은 행동에는 기존에 무서워하고 배제하고자 했던 생물들을 친근하게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래서 이번 공모전에서는 새나 곤충,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 집터나 집 바깥의 오픈된 공간에서 어떻게 머무르고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접점을 탐구하고자 한다. 우리가 조금 더 물러나고 배려함으로써 공존하는 방식을 건축물의 형태나 디자인, 외부 공간에서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Q13. 실제로 사람들이 어디까지 불편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에 대한 부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과학적 혹은 미학적 차원의 입증 근거가 얼마나 필요할지 질문하고 싶다.
최진우 불편을 감수하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편익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것을 정량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과학적 근거나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특정한 대상의 감정이나 정서를 충분한 폭과 깊이의 서사 안에 담아낸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본다.
Q14. 현재 설계 계획이 진행중인 건축물과 부지에 대한 고려도 가능한가? (ex. A라는 건축물이 지어지고 30년 후에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김정임 계획이 진행 중인 건축물과 부지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좋은 방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Q15. 주제 설명 시간에 언급된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은 인간의 욕심으로 탄생한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포스트)아포칼립스 사태를 그리고 있다. 이번 공모전 시나리오에서 그러한 상상까지 포용하실 의사가 있으신지 궁금하다.
조재원 다양한 상상을 포용할 의사가 있다. 우리가 예시로 들었던 <지구 끝의 온실>, <파견자들>, <아바타>와 같은 작품은 인류가 겪은 어떤 종류의 파국 또는 멸종 직전의 상태를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설정에는 망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인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상상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참가자의 선택에 맡기고 싶다.
Q16. 공존의 건축이 동물의 집단행동에 기반한 이동성을 배제한 상태로 말씀하신 것 같았다. 사이트가 한정되어야 하는지, 건축 스케일에서만 접근하는 것을 권장하는지 묻고 싶다.
김정임 이동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다양한 모빌리티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 거주지에서 생활하는 것도 언젠가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최진우 생물의 이주와도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흥미롭게 풀어나갈 수 있겠다.
김정임 지브리 스튜디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곰팡이와의 싸움을 그리고 있지만, 알고 보니 이 곰팡이들이 문명이 멸망한 후에 인간들이 만들어낸 폐기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이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이런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는 것도 이번 공모전의 주제와 관련된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Q17. 김정임 심사위원이 건축적 재료를 통해 새와 함께 공존하는 예시로 왕슈의 건축을 보여주었다. 나 역시 생태적 관점에서 다른 종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느끼지만, 건축가 및 건축물이 추구하는 이상과 별개로 실제 사용의 관점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궁금하다.
김정임 지금까지 인간은 주로 안락한 공간을 구축하고 경계를 설정하여 다른 요소들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주 방식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접근 방식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생명체와의 접촉을 경험하면서 점차적으로 공존에 대한 이해와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이다.
어렸을 때에는 동네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이런 인물들이 언제부턴가 눈에 잘 띄지 않게 되었다. 과연 이런 분들이 아예 안 계신 걸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양성을 격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왜 이런 격리가 일어나는 걸지 생각해보면,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이는 다른 생명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배제는 우리가 공존해야 여러 생명체들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방해한다. 따라서 공존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서로 익숙해지는 과정부터 단계별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 역시 예전에는 벌레를 굉장히 무서워했지만,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요즘은 많이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잡초 또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무조건 잡초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 보이는 대로 뽑았는데 이제는 되도록 뽑지 않으려고 하고, 뽑을 때에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 인식을 전환하면서 실생활 속에서 조금씩 공존의 범위를 확장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이번 과제에서 우리가 할 일은, 건축가로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에 적응해나가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조재원 건축가가 추구하는 이상과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함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요구를 반영할 것인지, 또 그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건축가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함께 학습하고, 서로의 필요와 요구를 이해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기후 위기는 인간이 더 편안한 환경을 구축하고자 하는 선택이 중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의 선택과 결정들이 누적되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공모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취합하고 그들 간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접근을 중시한다.
협력과 공존 없이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인간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명체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택과 결정이 쌓여서 발생하는 큰 문제들, 예를 들어 기후위기 같은 이슈는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의 선택과 결정의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공모전에서는 이러한 공존의 필요성과 그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고자 한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건축가는 다양한 목소리를 어디까지 포함시켜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이해관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공간에 대한 갈등이나 리소스의 부족과 같은 문제를 포함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와도 유사하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관계가 항상 행복하고 화목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건축가가 어떤 방식으로 계획에 개입할 것인지, 그리고 이 논의를 어디까지 확장하여 공유할 것인지는 결정적인 요소다. 단순히 책상에서 계획하는 방법론을 넘어서, 책상의 크기 자체를 키우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렇게 범위를 확장하지 않으면, 계획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이 과정은 공모전의 주요 도전 중 하나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최진우 한 가지 의견을 덧붙이고 싶다. 연못을 만들었는데 모기가 생기면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연못을 없애자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솔루션 중 하나는 생태학적인 질서를 고려한 해결책이다. 연못에 물고기나 개구리가 살게 해서 장구벌레를 잡아먹는 방식으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절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도시에 비둘기만 존재하는 것은 생태적으로 다양성이 적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새들이 함께 살면 여러 가지 새 소리도 즐길 수 있을 뿐더러, 황조롱이 같은 포식자가 비둘기를 잡아먹어 개체수를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한두 종의 생물만을 대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해답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여러 생물종 간의 상호작용과 생태학적 지식을 탐구하여, 생물 다양성이 인간 사회의 갈등 해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접근 방식은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이다.
조재원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사전 포럼의 내용들이 다 훌륭했다. 참가자분들에게는 이 사전 포럼의 내용들이 다 공유되었다고 하니, 많이 참고하시면 좋겠다. 주제에 대해서는 참여자들의 몫으로 많이 열어놓았다. 주어진 주제를 어떤 스토리로 풀어나갈지에 대한 적극적인 호기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바이오필릭(Biophilic)’은 생명체에 대한 애정을 뜻한다.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생명체를 위협적으로 느끼고 두려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르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관찰하고 공부하다보면 더 잘 알게 되고 상상하게 된다. 그렇게 상상력을 펼쳐나가다보면 또 막히는 부분이 생길 텐데, 거기서부터 또 새로운 공부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모전은 ‘공동 학습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참여자들이 각자가 공부한 지식을 나누면서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이해를 성찰하고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공모전에서 ‘완벽성’이 평가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얼마나 정확한지보다, 성실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상상을 어떻게 다음 단계로 연결하고 확장해나갔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자 한다.
원고화 및 편집 최정원
주제설명회
분량11.517자 / 23분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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