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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사람에 이로운 마을

김지현

포럼 개요

  • 제목: 공존의 환경으로서 집
  • 일시 및 장소: 2023년 11월 8일 오후 7:30~9: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온/오프라인)
  • 발표: 김지현(밭멍 대표), 이지연(동물해방물결 대표)
정림학생건축상 2024 사전포럼 – 공존의 환경으로서 집 – 김지현(밭멍)

타임코드

  • 00:00~05:29 밭멍의 원칙과 철학
  • 05:29~11:51 밭멍의 시작
  • 11:51~19:45 공동체 공간을 만드는 과정
  • 19:46~23:26 밭멍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
  • 23:36~27:35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스크립트

밭멍 소개 

(00:00~01:24)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영월에서 청년들과 함께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는 밭멍 대표 김지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에는, 왜 건축문화재단에서 저를 불러주셨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저는 건축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모든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이 점점 대두되는 것 같아요.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퍼머컬처라는 게 농업을 넘어서 문화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위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포럼 주제가 환경과 지속 가능한 집이다 보니 농업을 할 때 물리적인 환경을 어떻게 조성했는지, 그리고 공간을 조성할 때 어떤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었는지, 그리고 사람과 공간을 기반으로 앞으로 어떻게 지속 가능한 청년들의 커뮤니티,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싶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퍼머컬처의 원칙과 철학

(01:24~03:24) 저희는 퍼머컬처(permaculture)라는 큰 개념을 가지고 농장을 운영을 하고 있어요. 사실 농장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 기반의 여러 가지 공간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퍼머컬처는 내 집, 내 공간의 주변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디자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퍼머컬처를 검색하면 이런, 식물이 주가 되는 공간의 이미지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퍼머컬처는 호주에서 처음 생겨난 개념이고, 단순히 농장이나 정원 디자인이 아닌 에티컬 디자인(Ethical Design), 윤리적인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내가 살고 있는 집, 더 나아가서는 마을, 전체 사회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12가지의 원칙과 3가지의 철학을 근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02:38)
우리가 집을 지을 때도 우선 사계절을 보내보라고 하잖아요. 이처럼 퍼머컬처 디자인을 할 때 제일 첫 번째 단계가 관찰 상호작용입니다. 이 첫 번째 원칙으로 시작해서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어떤 피드백을 주고받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지나 마지막 열두 번째 원칙은 ‘변화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는 나의 시각과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퍼머컬처 디자인은 12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설계를 합니다.
(03:24~05:29) 퍼머컬처의 3가지 철학이자 윤리적 원칙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지구를 돌보는 것,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 그리고 공정하게 자원을 분배하는 것. 이 원칙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와 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전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퍼머컬처 디자이너스 매뉴얼’(Permaculture: A Designer’s Manual)에 나와 있습니다. 모든 퍼머컬처 디자이너들은 이 원칙에 기반하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농업뿐만 아니라 7가지의 영역에 걸쳐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04:13) 저희 같은 경우에는 교육이나 문화 기반의 활동, 그리고 청년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지요. 또 빌딩(building)이라는 분야와, 도구와 기술(Tool and Tech)라는 분야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건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퍼머컬처의 설계 방법론 중에 조닝(zoning)이라고 해서 zone 0부터 시작해서 5까지 설계하는 기법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존0에 해당하는 게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어떻게보면 이게 제가 퍼머컬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요. 집을 지을 때는 클라이언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하는지가 제일 중요하잖아요. 제 농장을 설계할 때, 제게는 그 클라이언트가 바로 저 자신이었어요. 만드는 사람도 나, 설계하는 사람도 나. 그러다보니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물어보는 사람도 나인 거에요. 내가 누군지를 잘 알아야 이 스토리가 담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농장, 집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거든요.

퍼머컬처를 시작하게 된 계기

(05:29~07:17)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드리려면 제 개인사를 약간 밝혀야 할 것 같은데요. 대가족의 장남인 아버지 밑에 아들 한 명 없이 세 딸 중 장녀로 태어나 책임감을 요구받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방의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조차 실제로 해볼 수 없어서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전부였죠. 동생들과 세 명이서 나누어 써야 하니까 공간이 매우 비좁았죠. 이런 상황 속에서 저는 가족의 맏딸이자 큰 손녀로서 정해진 교육을 받으며 평범하게 자랐습니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저를 마지막으로 폐교되었습니다. 서울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죠. 1년에 한 번 정도 홍대를 방문할 일이 있는데, 그럴 때면 마치 홍콩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에요. 사실 농사가 싫어서 저는 강원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부산으로 학교를 갔습니다. 당시 항공관광 전공으로 전국을 돌다가 2010년에 강원랜드에 입사하여 13년 정도 근무한 뒤 퇴사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쭉 관광 쪽에 있었어요. 그런 제가 왜 농사를 짓게 되었는지 궁금하시죠?
(07:17~08:19) 제가 관광업계의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강원랜드에 입사했을 당시, 저희 아버지도 큰 꿈을 가지고 절임배추 공장을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약 4년 간 열심히 운영을 하셨는데, 과로사로 쓰러지면서 3주만에 산더미 같은 배추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이 배추를 처분하러 돌아왔습니다. 배추를 더이상 키우지 않고 농사도 짓지 않겠다, 다 없애버리겠다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이게 마음처럼 쉽지 않더군요. 마을 기업이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군에서 지원 받은 비용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왕 하는거 이 3,000평의 밭을 잘 활용해서 돈이라도 벌어보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통장을 열어보니 4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 벌어둔 돈은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왕 하는거 돈을 많이 벌어보자고 생각하게 된 거죠. 

농업과 관광의 결합, 퍼머컬처와의 만남

(08:19~10:10)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배추를 절이는 생활을 1년을 하다보니 돈이 서서히 벌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2년, 3년이 되니까 돈이 벌리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더라구요. 거기서 농업의 한계점을 보았습니다. 왜 농사를 해서 돈을 벌 수 없을까? 왜 일년에 한 번만 돈을 버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강원랜드에서 계약 과정으로 강원대학교에 있는 관광학과에 편입해서 다니게 되었고, 거기에서 퍼머컬처를 처음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때 수강했던 과목 중에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거기에 교수님으로 오셨던 인재개발센터장님이 퍼머컬처라는 개념을 알려주셨어요. 강원도가 농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인데, 기존 농업과 다르게 차별화된 농업을 한다면 관광에 있어서도 충분히 승산 있는 모델이 된다고 말씀해주셨죠. 그때 처음 이 개념에 눈을 뜨고 나서 정말 열심히 배웠습니다. 이 과목에서는 시험을 보지 않고 설계도를 그렸어요. 지금 보여드리는 이 그림(09:33)이 과제물이자 시험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없는 집을 상상하면서 진입로와 먹거리 정원, 과수원을 상상하면서 여기에서는 어떤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을까, 어떤 관광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하는 과정에서 땅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배추만 키울게 아니라 가능성이 너무 많은 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사내 벤처로 시작한 애플체인 키친가든 

(10:10~11:51) 그때 바로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2년 뒤에 강원랜드 내 사내 벤처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과 두 명의 제자가 강원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퍼머컬처를 확산시키는 사업을 기획했고, 2년 동안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450평 규모의 실험 농장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 숲을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2년 동안 자체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모델을 개발해 나갔습니다. 100평의 비닐하우스와 300평의 농지에 과실수 숲을 조성하며, 한국에 특화된 교육과 체험을 사람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초반에는 교육생이 거의 없었지만, 5년차가 되는 현재는 교육생이 1,000명을 넘어서는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와도 협업을 하고, 영국의 사례를 기반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애플체인 키친가든이라는 강원랜드 사내벤처로 시작했던 이 사업은 이제 ‘맛있는 정원 코리아’와 ‘밭멍’이라는 두 이름으로 분사하여 협력 구조를 가지고 모든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실험으로 시작한 나뭇잎 밭

(11:51~13:40) 밭멍에서 시도하는 지속가능한 퍼머컬처 모델은 사실 한국에 기존 사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실험 농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3,000평의 배추밭을 나뭇잎 밭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어요. 이곳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고, 이동 동선을 효율화하면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이렇게 조닝을 했어요. 접근성이 가장 높은 곳을 존 1, 가장 낮은 곳을 존 5로 설정해서 식재도 서로 다르게 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상품들도 차별화하여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첫 해에는 나뭇잎 밭을 중심으로 테스트베드 겸 농장을 구축했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던 땅이 3년이 지나면서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도전은 남아있는데, 사람들이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농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연중  고른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수확 시즌에만 딱 한 번 수익이 발생하고, 그 외의 시간은 그걸 준비하기 위한 과정인 거지요. 우리 농장은 서울에서 3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문제가 됩니다. 이런 단점을 콘텐츠로 보완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다보니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없더라구요.
(13:40~14:35) 그래서 유휴 공간들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빈집들을 하나씩 고쳐가면서 사무실도 만들고,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창고 같은 곳들을 계속 바꿔나갔습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갔고,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던 곳들도 정원으로 바꾸었습니다. 또 20마리의 소를 키우던 축사 공간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되, 자원을 과하게 투입하지 않고 그 모습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공간으로 

(14:35~17:11)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저희에게 합류한 건축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쓰레기에 현타를 느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공사를 하면서 알았어요. 내가 쓰레기 속에서 살고 있었구나. 그런데 내가 이걸 또 돈을 내고 버려야 되는구나. 처음부터 안 버릴 걸로 지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진짜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퍼머컬처가 왜 건축까지 얘기하는지를 경험으로 알게 되었죠. 기존에 있는 것을 무조건 부수고 다시 짓는 게 아니라, 살릴 것은 살리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고, 도저히 안 되는 것은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으로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공간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려면 그 사람들이 원하는 공간을 알아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제 3의 공간’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제 1의 공간이 집이고, 제 2의 공간이 직장이라면,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제 3의 공간, 집도 직장도 아닌 애매한 중간적인 커뮤니티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일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과 직장을 떠나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다시 만들었어요. 메주를 띄우던 메주 공장의 벽을 다시 다 뜯어내고 볏짚을 쌓아서 스트로베일 하우스(Strawbale House)로 바꿨습니다. 왜 바꾸었냐면, 운영을 하다보니 이 숙소라는게 에너지를 먹는 하마더라고요. 겨울에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난방을 하려다 보니 전기세만 50만 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이를 절약할 수 있는 재료를 찾다가 볏짚과 황토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알게 되어 이곳을 스트로베일 하우스로 바꾸기로 했죠. 자연친화적으로 오랫동안 머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숙소 공간으로요.
사실 겉에서 보면 진짜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허허벌판에 딱 이 집 한 채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안에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얘기해주면 사람들은 여기에 머물고 싶어하더라구요. 짓는 방법도 궁금해하고요. 이번에 브리크에 저희 공간이 소개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안을 보시면 굉장히 울퉁불퉁하지만, 그럼에도 애착이 가는 이유가 저희가 황토 바르는 걸 다 직접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숙소 공간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17:11~19:45) 아버지께 물려받은 절임 배추 공장 이야기 기억하시죠? 그 공간이 저희가 신축하지 않고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3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공간을 다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최소한의 단열을 하고, 안을 채우는 건 우리가 직접 하자고 했죠. 위험한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한 거죠. 배추 나르던 컨베이어 벨트 같은 걸 버리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사용했고, 절임 배추 박스를 가지고 외부를 볼 수 있는 평상 형태의 자리를 만든다든지, 절임 배추를 건져서 물을 빼는 받침대를 세워서 테이블로 바꾼다든지 하는 부분을 전부 직접 했어요. 기존에 안 쓰던 것들에 대한 가치를 우리가 재해석함으로써 청년들이 계속 사용하게 된다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거죠.
단점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생각하고 기획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잘 이루어지면 좋은 사례로 남게 되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예전에 절임 배추 공장이었던 곳이 청년들이 같이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져 있고요. 외부는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직도 김장 시즌에 절임 배추 사러 그냥 문 열고 들어와요. 
안에는 청년들이 상주하면서 교육하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저런 공간이 생기니까 여러 친구들이 더 많이 모일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행안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아 청년마을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도 그냥 사비를 들여서 계속 지역 살이를 해왔습니다. 다들 농업 하면 무슨 농사를 짓는지, 그래서 뭘 파는지를 궁금해하는데 그 한계점을 저희는 컨텐츠로 보완하고 있어요. <시골의 밭으로>라는 행사로 채소를 그대로 파는 게 아니라 채소 부케를 만들어 간다든지, 수확한 채소를 가지고 먹거리 체험을 한다든지, 아니면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나 색을 가지고 보물찾기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사실 작년부터는 못하고 있긴 합니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참여자들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행사를 하기 시작했고, 여기 오는 청년들이 더 많아져야 된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지속가능한 농업과 커뮤니티 프로젝트 

(19:46~21:34) 그래서 로컬투어부터 시작해서 퍼머컬처를 매개로 어떻게 우리 동네에 내가 같이 살 수 있을까를 2년 동안 계속 실험하고 있고요. 밭에 나가는 행사도 하고, 고기 없는 금요일이라는 행사도 하면서 자급자족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 계속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많은 청년들이 오가며 꼭 농업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로 풀 수 있는 것들, 그리고 무형의 자원으로 풀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시도하고 있고, <이었던 공작소> 같은 게 그 시도 중 하나였어요. 버려진 자재들로 우리한테 필요한 무언가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키친가든이라고 하는 먹거리 정원을 만들 때도 사서 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돌과 버려지는 나무 더미들을 이용해서 퇴비장도 만들고, 퇴비장에 정원을 덧붙인 형태로 식물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경제적 소득이 나는 게 아니라, 함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학습 공동체로서의 활동. 그래서 저희는 이번에 이렇게 커다란 포레스트 가든을 만들면서 닭장도 지었거든요. 터키에서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축가들이 참여한 닭장을 모델로 한국에 맞게 변형해서 작업했습니다. 설계도 같이 하고, 건축 자재를 보는 법, 설계 도면을 읽는 법, 그리고 공구를 쓰는 법을 같이 배우면서 3일 만에 이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했었어요.

먹거리로 함께 성장하는 지역 사회

(21:34~23:36) 이에 덧붙여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결국 지속가능해지려면 단발성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계속하기 위해서 9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각자 있는 지역에서 이게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모이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환대해 주지 않으면 지역에 살 수 없거든요. 그래서 마을에도 경제적으로 어떻게 환원을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합니다. 지역에 있는 자원을 발견해서 잘 이어주는 방식으로 이번에 <느리게 느리게>라는 행사를 하면서 아이들, 청소년, 마을 어르신들이랑도 친해질 수 있었어요. 이 행사를 계기로 전국에서 60명 정도가 3시간 거리를 무릅쓰고 1박 2일 행사를 와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폐교에서 거의 몇 십 년 만에 운동회가 다시 열린 거죠. 그런 변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플리마켓을 할 때에도 부스는 다 지역 중학생들이랑 같이 직접 운영을 했고요. 이 행사를 계기로 이장님이 홍수에 떠내려간 다리도 다시 놔주시면서 텅 빈 광장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플리마켓에서도 기성 제품을 사와서 파는 게 아니라 할머니들 주방에서 우리가 직접 다 공수해온 옛날 컵, 옛날 그릇 같은 것을 되팔아서 할머니들의 용돈을 드리는 형태로 순환의 형태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게 거의 꽉 채운 3년이 되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점차 진심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동체의 고민 

(23:36~27:35) 우리 활동을 하는 청년들 중에 강원도에서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오는데, 이 친구들이 실험을 하며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이제는 지속가능성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의 경우에는 그 시도들을 묶어 하나의 가치가 바로 ‘퍼머컬처’라는 개념이었어요. 이 하나의 개념이 7개의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러 결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서 그 다양성 덕분에 폭넓은 행사를 많이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렇게 저희는 5년 동안 꽉 채운 시간을 보냈고, 심지어는 장기 프로젝트 다큐멘터리를 찍자며 제작사들까지 연락이 왔어요. 이렇게 정림건축문화재단에 온 것도 그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항상 ‘시각’을 중요하게 여겨왔어요. 어떤 시각으로 집, 사람, 공간, 공동체를 바라보는지가 중요한데, 저는 항상 ‘자연’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제일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은 자연과의 파트너십’이라고 했다고 하죠. 자연은 절대 거짓말을 말을 하지 않거든요. 언제나 내가 하는 만큼 돌려주기 때문에 그 점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하고, 언제나 시작이라는 것을 되뇌이려고 합니다. 
우리의 규모나 영향력 더 선하게 펼치려면 정말 무해함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내가 한 발짝 걸으면 한 걸음 나아가는 건데, 친구들 열 명이랑 한 발짝을 내딛으면 열 걸음 나아가는 거라고. 그래서 주변에 친구들이 정말 중요하다고요. 
저희 주변에도 건축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애플체인 키친가든을 함께 했던 ‘맛있는 정원’의 이진호 대표님도 건축 전공이시고요. 저희도 해외에서 하는 협회 기반의 퍼머컬처 활동을 우리나라 기반으로 조직화, 체계화, 다양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보니 다양한 친구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해외 사례는 어디까지나 참고일뿐, 결국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모델이 나와야 되고 그 안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아야 될 거예요. 지속 가능성이라는 게 사실은 굉장히 큰 분야잖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지속 가능하면 어떠한 집이든, 마을이든, 공동체든 간에 시간은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성장하고 그게 완전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 시각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으려고 하고, 여기가 한국이라는 건 절대 잊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나라에 맞는 모델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변해야 된다는 거죠. 해외에 좋은 사례가 너무 많아요. 하지만 그 중에 우리나라에서 못하는 게 훨씬 많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맞는 것들을 계속해서 찾아 나가려고 하고, 저희와 함께 하는 무해한 사람들로부터 시작을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내년이 올해보다 더 재밌어질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올해도 너무 재밌게 하고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 건축을 하실 때, 아니 꼭 건축이 아니라 나의 삶을 디자인할 때도 그 선한 시각을 바탕으로 내 주변의 사람과 자연을 함께 고려하는  무해한 집, 무해한 디자인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응원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립트 정리 최정원


김지현

2018년도 말 강원랜드 사내벤처로 퍼머컬처를 시작하여 2021년 말 분사를 하며 밭멍을 창업했다. 고향이자 전국읍단위 중 최소인구가 살아가는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에서 2022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퍼머컬처 라이프로 살아가고 싶은 전국의 청년들을 모여들게 하고 있다.

지구와 사람에 이로운 마을

분량10,921자 / 영상 27분 41초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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