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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명을 담는 자연주의 정원

신준호

포럼 개요

정림학생건축상 2024 사전포럼 – 다시 야생으로: 자연주의 조경과 정원활동 – 신준호(연수당)

타임코드

  • 00:00~03:20 발표 개요
  • 03:24~19:28 아모레 성수 가든
  • 19:30~25:43 모노하 한남
  • 25:44~41:31 어반 포레스트 가든

스크립트

함께 살기 위한 정원 만들기

(00:00~03:20) 제주도 서귀포에서 연수당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준호입니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사진은 코로나 시기 때 영국 웨일즈가 락다운되면서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으니까 야생 염소가 도시를 활보하는 사진입니다. (실제로 유튜브에 있는 영상입니다.) 도시에 정말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활보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어요. 사실은 그들이 원래 살던 공간이었는데, 인간들이 도시에 모여 살기 위해서 도시를 만들면서 그들을 쫓아낸 거잖아요. 그런데 인간이 활동을 하지 않는 시기에, 그들이 원래 살던 환경과는 상당히 달라졌음에도 다시 찾아오는 걸 보고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라는 곳이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원’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개인 취향을 담아서 예쁘게 만들거나 좀더 확장된 개념으로 보더라도 도시의 법에 의해, 녹지의 양을 늘리기 위해, 그늘을 만들기 위해, 각종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원, 공원 이런 녹지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저는 거기에서 조금 더 나가서 앞에서 얘기했던 인간 외에 다른 생명들까지도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도시, 그런 공간 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으로 정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정원 디자인과 직접 시공하는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연수당을 차리기 전에 제가 다녔던 더가든에서 김봉찬 대표와 같이 했던 3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세 프로젝트가 다 서울에 있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했던 프로젝트들이어서 비교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모레 성수 가든

(03:24~05:57) 첫 번째 프로젝트는 아모레 성수 가든입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의뢰를 받아서 진행했습니다. 성수역 바로 근처에 이런 공장지대는 풀이나 녹지를 보기가 힘든 지역입니다. 이 지역을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주변에 제일 유명한 곳은 어니언 커피고요. 바로 옆에 신도리코가 있습니다.
정원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갔을 때 처음 모습(04:12)입니다. 여기가 원래는 자동차 정비소였어요. 정비를 위한 공간이니까 대부분이 다 차가 다닐 수 있게 콘크리트로 포장이 돼 있었고 건물 밑을 필로티로 해서 차가 들락날락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이 공간을 아모레퍼시픽에서 쇼룸 형태로 만들고 2층에 카페를 놓고 관리 동선도 만들고, 정비 공간은 실내 공간으로 만들고, 바깥에 정원이 생기는 가운데 공간에 정원을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실제로 여기 틈바구니에서 조금의 토양 같은 데서 흔히 얘기하는 잡초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요. 아주 잠깐 비워놓은 시기에도 이렇게 된 거죠. 
그리고, (외부 공간이었던 정비 공간에) 창을 끼워서 내부 공간으로 만들고, 정원과 분리해서 사람들은 안에서 정원을 바라보게 하는 그런 구조로 계획을 했었습니다. 이건 저희보다는 먼저 건축에서 그렇게 계획이 돼서 나중에 이 공간에 대한 정원의 설계와 시공 의뢰가 온 거죠. 그래서 보셨다시피, 여기가 건물로 ㄷ자로 둘러싸여서(05:36) 대부분 내부지향적인 곳이고, 실제 공간의 좁은 폭이 한 9.5m, 긴 폭이 23.5m이었으니까 규모가 그렇게 큰 공간이 아니에요. 
(05:57~09:05) 저희가 처음에 고민했던 것은 (대지가) 좁고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까 햇빛도 거의 안 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좁고 그늘진 공간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깊이감 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두 번째는 콘크리트로 돼 있다 보니까 여기에 식물을 심으려면 방법은 두 가지인 거죠. 거기에 흙을 돋구거나, 콘크리트를 깨고 흙을 드러내서 식재를 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건물의 레벨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결국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정원을 만드는 방식을 택하게 됐고, 그랬을 때 이왕 땅을 파는 김에 더 파서 공간의 깊이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간의 골격을 잡았습니다. 
그늘진 공간이다 보니까 여기에 일반 초지 같은 것을 만들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숲의 분위기를 ‘서식처’로 설정을 했고, 바깥에 입구부의 일부 공간만 (G라고 써 있는 부분) 그라스 가든 초지를 조성하는 걸로 큰 골격을 잡아놓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골격이 잡히면 그 땅의 전체적인 골격을 잡고, 그 상층에 교목으로 중요한 골격을 잡아 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여기 같은 경우는 건물이 이미 거대한 숲처럼 바람도 막아주고 그늘도 생성해주는 구조였기 때문에 상록성 교목보다는 낙엽수 위주로 선정했고, 하부에 일부만 상록성 관목, 즉 키가 작은 나무로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조경에서 잘 다루지 않는 영역인데, 교목층, 관목층 하부에 초지를 구성할 때, 패턴으로 식물을 심는 게 아니라 서식처에 맞는 군락 단위로 식물을 묶어서 식재 계획을 합니다. 사실은 이 부분이 저희가 하는 자연주의 정원의 핵심인 거죠. 그래서 1번부터 5번까지의 군락이 있으면, 거기에 식물 종별로 자라는 크기라든지 식물들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밀도나 식재 비율을 설정해서 계획했습니다.
(09:05~11:12) 그래서 이 정원을 설계하면서 도심에서 경험하기 힘든 오래된 숲(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산 좋아하는 분들도 오래된 숲을 가서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근데 도시에, 성수동 같은 데 들어왔을 때 그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고, 당시에 미세먼지 이슈가 있어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의 이미지로부터 촉촉함 등을 차용하고 언급하면서 진행했어요. 
실내에서 바라 보는 이미지가 중요해서 이를 고려했고, 땅을 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낮춤으로써 시선이 좁아지면서 바깥쪽 앞에 있는 건물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공간을 더 확보하려 했고, 그다음에 반대편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이나 앞에 보이는 공업사 같은 도시 풍경이 완전히 가려지는 게 아니라 그것까지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고민했습니다. 옥상 정원도 계획했지만,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하중 등의 문제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외부의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고민했어요. 제가 만드는 정원뿐만 아니라 그 정원을 거쳐서 보이는 외부의 풍경이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고민했습니다.
(11:18~13:22) 정리된 도면으로 보여드리면 이런 구조(11:23)입니다. 여기는 숲 정원이면서, 빗물 정원입니다. 비가 왔을 때 여기가 중정형이다 보니까 빗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자칫하면 건물로 넘칠 수 있기 때문에 땅을 팝니다. 땅을 파는 이유로는 공간 디자인도 있지만 실제 그 우수 처리를 하는 방식의 핵심이 있으면서 이 땅에 내린 물과 건물 지붕에 쏟아진 물이 다 가운데 정원으로 모여서 일시적으로 습지가 됐다가 오버플로우 포트를 통해서 일정 수위 이상의 물만 우수관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구조가 돼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시적으로 물이 고여 만들어진 습지다 보니까 그 물과의 관계나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서 해가 들어오는 양이 달라집니다. 거기에 맞춰서 식재 군락 패턴이 결정됐습니다.
입구 쪽에는 초지를 만들어서 분위기 전환도 하고, 안에서 봤을 때 초지를 거쳐서 바깥의 풍경이 보일 수 있게 계획했습니다. 식물종은 교목부터 관목, 초본류들을 서식처 별로 다양하게 식재했습니다. 종으로만 따져도 거의 70종 넘게 심었던 것 같아요. 여기가 80평이 안 됩니다. 단순히 많은 걸 심는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지만, 식물의 종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여기에 찾아오는 벌, 나비, 새와 같은 동물종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그런 걸 고려했습니다.
(13:22~17:19) 조성 과정을 (사진을 보면서) 말씀드릴게요. 저희가 샘플로 1m x 1m x 1m를 파보았는데 땅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어요. 밑에 기름기도 많았고, 한강 주변이니까 진흙 토양이었고, 오랫동안 (콘크리트에) 덮여져 있다 보니까 배수가 워낙 안 돼서 약간 냄새도 났어요. 그래서 식물을 심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1m(깊이의 땅)를 다 걷어내고 새로 흙을 붓는 과정부터가 정원 조성의 시작입니다. ‘서식처’를 얘기할 때,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고요. 흙을 부은 다음에 기본적인 지형을 만듭니다. 좁은 데서 땅을 파다 보니까 흙의 각도와 같은 것이 안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돌을 가지고 그 지형을 다시 잡아가면서 계획된 수목들을 심습니다. (대지가) 좁으니까 가장 안쪽부터 시작해서 바깥으로 빠져나가면서 장비 작업을 합니다. 이제 한 번 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죠.
이때 추석 연휴 끼고 태풍이 왔는데, 나무들을 다 제주에서 갖고 왔거든요. 9월에 공사하고 10월에 오픈하는 일정이어서 식물들을 미리 준비한 다음 최상의 상태로 딱 전시하듯이 (마무리)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악조건이었어요. 그래서 추석 때 일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지형에 맞춰서 (배치)했고요. 교목이 공간에 비해서 좀 많아 보일 수는 있는데, 아파트 조경할 때보다 수량, 밀도가 적게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핵심이 나무가 한 그루여도 여러 그루처럼 보이게 다간형, (밑동에서) 여러 가지로 올라오는 교목을 썼어요. 사람들이 ㄷ자로 내부 공간을 돌아서 지나가니까 움직임에 따라서 이게 중첩되어 보이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처음에 (대지 조성을 위해) 받았던 흙은 마사토라고 하는 일반 토양인데, 숲 정원에 사는 식물들을 위해서 보습성을 높이는 피트모스(peatmoss)라는 흙을 섞어 토양 개량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형을 다시 잡고 어느 정도 정리를 합니다. (조금씩 모양이 나오죠.) 건물 지붕에서 나온 물을 여기로(정원 내부에 설치된 관으로) 뺍니다. 사람이 계속 들어가서 관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관수 시설 등을 다 설치했고요. 제일 마지막에 풀 종류를 심었습니다. 물이 고이는 밑바닥부터 가장 습한 데 자라는 식물부터 상대적으로 건조한 곳에 자라는 식물까지 심었어요. 마지막에 포장이 다 끝난 다음에 초지까지 해서 일차적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멀칭(mulching)으로 우드칩, 바크(bark)를 써서 식재면을 마감했습니다.
(17:26~19:28) 이 프로젝트의 대지가 좁지만, 사람들이 옥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층별로 또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 정원이 계속 달리 보이는 매력이 있어요. 그런 것을 고려해서 건축 파트와 창의 크기라든지 높이 등을 논의하면서 설계했었고요. 가장 하이라이트(17:49)는 이 안쪽에서 이렇게 길게 볼 때 모습이고요. 10월에 오픈하고 다음 해 봄의 모습입니다. 저희가 일반적으로 이렇게까지는 잘 안 하는데, 식물을 최대한 큰 것들을 가지고 세팅을 했었어요. 다음 해 새로 순이 나온 식물들이에요. 낙엽성 식물이 대부분이었고요. 처음보다 물도 깨끗해졌죠. 비 온 후인데 이 정도 물이 거의 항상 고여있습니다.
(건물) 안에서 본 모습입니다. 꽃도 피고 어두운 내부 공간과 바깥 정원의 밝은 곳에 선이 중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도 내부 공간에서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계속 바꿔가면서 하는데, 그런 것과 변화되는 모습도 재밌습니다. 정원은 계절에 따라 변하고 건물 안에 프로그램은 그때그때 기획해서 바꿉니다. (정원 조성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깊이감이나 촉촉함이 느껴지시나요? 바깥 초지에 큰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돼서 능수버들 한 그루를 심었는데, 이게 건물의 포인트가 됐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이렇게 계절에 따라서 서로 다른 식물들이 꽃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노하 한남

(19:30~22:35) 같은 해에 모노하 한남을 작업했습니다. 여기는 아모레 성수와 비슷한 조건이긴 했어요. 여기도 (대지가) 좁고 콘크리트를 걷어내서 할 수밖에 없었고요. 다른 점은, 아모레 성수는 (건물의) 창을 통창으로 낼 수 있었던 것에 비해서 여기는 구조적으로 반창으로(할 수 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이 정원에 나가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아모레 성수보다 훨씬 더 좁은 데다가 동선까지 확보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건물 뒤편에 정원을 만드는 거라서 나무들을 다 크레인으로 옮겨서 심었고요. (공간이 좁아서) 미니 장비가 겨우 들어가서 땅을 팔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완성된 것만 보면 상상이 잘 안 가는데,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나무들이 어느 정도 세팅되면 동선을 내고 작업하는 순서는 비슷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포장 작업이 추가됐습니다.
저희가 작업할 때 실내에 어떤 브랜드가 들어오는지도 몰랐어요. 클라이언트 분이 패션 디자이너여서 쇼룸 같은 거라고만 얘기를 들었거든요. 근데 다 만들고 나서 ‘혹시 너희가 모노하 정원(설계)했냐’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거기가 어디냐?’ 물었더니 한남(동)이래요. 그제야 저희 프로젝트가 모노하 한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이렇게 프로그램을 모른 채 공간의 구조만 가지고서 디자인을 했고, 전체적으로는 일본 디자이너(마키시 나미)가 건축 계획, 인테리어를 했어요. 
(정원으로 바로 통하는) 유일한 출입구 폭이 한 2.5m, 3m가 안됩니다. (21:47) 원래 계획에서 여기는 직원들이 보조동선처럼 쓰는 곳이니, 방문객은 건물 주출입구로 들어와서 정원을 나가고 싶은 사람들만 나가도록 하겠다고 해서, 저희는 최소한의 동선만 확보하는 대신에 여기에(정원 바로 옆 건물 벽에) 창이 엄청 큰 게 있어서 밖이 보이는데 거기를 삭막하게 둘 수 없으니 최소한의 행위만 하겠다 생각하고 풀었습니다. 이끼를 좀 심어가지고 숲의 분위기를 더 내려고 했고, 공간이 좁으니까 오히려 너무 거친 것들로 (구성)하기보다 깔끔한 면을 두고 뒤에 거친 것들이 보여지게 하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22:35~25:43) 그런데 오픈한 뒤 연락받고 가보니까 주출입구가 (정원 쪽 입구로) 바뀌었더라고요. 다 만들어 놓고 보니까 건축주도 여기가 너무 좋았대요. 그래서 오히려 정원을 통해서 건물로 진입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폭은 좁지만 출입구를 아예 여기로 바꿨어요. 
내부 전시도 기획이 계속 바뀌는데 정원의 변화와 같이 보게 되는 맛이 있습니다. 건물 안에서 통창으로 내다봤을 때 가느다란 나무 딱 두 그루를 심었는데, 자리를 잡으면서 점점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23:46) 브랜드 이름인 ‘모노하’가 일본어로 모노파(もの派), 단색화 그룹을 의미하는데, 그런 분위기를 생각하고 한 건 아니지만 나중에 보니까 잘했구나 (느꼈습니다). 반창을 통해서는 나무 선들이 뒷편의 담벼락 면과 만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건 특히 잎이 떨어진 다음에야 드러나게 되죠. 출입구 부분도 저는 딱 이 계절이 좋아요. 사실은 잎이 다 떨어지고 밑에 면하고 선만 남는…. 겨울로 갈수록 해의 각도가 내려가면서 해가 엄청 깊이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벽에 비치는 그림자나, 건물 안쪽까지 나무 그림자가 지면서 정원이 이 건물 안까지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죠. 비 오는 날도 갔었는데, 환경이나 계절 변화에 따라서 작은 정원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가 갔던 날에도 새들이 나무에 많이 앉아서 쉬고 있었습니다. 아모레 성수 같은 경우는 물웅덩이가 있으니까, 새들이 와서 목욕도 많이 하고요. 정원을 만들어 놓으면 그런 걸 관찰하는 재미가 있어요.

어반 포레스트 가든

(25:44~26:47) 마지막으로, 2021년 작업한 어반 포레스트 가든입니다. (사이트는) 피크닉이라는, 남대문 시장에서 남산쪽으로 올라가면 있는 전시공간인데, 원래 제약회사 건물이었고 리모델링해서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2021년에 피크닉에서 정원을 주제로 《정원 만들기》 전시 기획을 하면서 실내 전시도 하지만 바깥에 정원을 실제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체험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1층에는 김봉찬 대표와 제가 공동작가로 참여하게 됐고, 옥상 정원은 서안조경의 정영선 선생님이 작업했습니다. 처음에 전시라고 그래서 김봉찬 대표가 거절했었는데, (정원을) 존치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진행했습니다.
(26:47~29:57) 기존에도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이거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1월에도 눈이 안 녹고 쌓여 있을 정도로 그늘이 많이 지고요. (여기가 건물의 북면이어서 그렇습니다.) 사진에서 잘 안 보일 수도 있는데 바닥에 판석 말고 구조물이 있어요. 실이 있어서 앞의 사례처럼 (바닥을) 까낼 수가 없고, 흙을 돋워야 하는데, 다행히 건물 레벨이 높아서 저희가 흙을 평균 50cm로 복토한 다음에 정원을 조성했습니다. 대신에 사람들이 통행을 해야 하다보니, 통행로를 띄워서 데크 형식으로 만드는 기본적인 개념을 갖고 시작했고요. 그리고 북면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앞에 서울의 도시경관들이 이렇게 보입니다.
그리고 기존에도 이런 숲 정원이 어느 정도 조성이 되어 있었는데, 천이 단계(숲의 발달 단계)로 보면 아랫단계에 있는 숲이라고 생각해서 저희는 이거보단 더 오래된 숲을 여기다가 조성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걸 정리하는 작업을 같이 진행했고요. 
두 번째로 저희가 현장에 갔을 때는 어느 정도 계획안을 갖고 갔는데, 이 정원이 어떻게 하면 아름다워 보일지도 중요하지만, 정원을 통해서 도시가 아름다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래서 어느 높이에서 어느 각도로 보면 이게 좋게 보일까, 그런 고민을 해서 올라가도 보고, 원래 바닥 높이에서도 보고, 트럭 위에도 올라가서도 (경관을) 봤고요. 그 반대편에도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이 있는데 그쪽에서 또 봤을 때 가장 긴 축으로 보는 정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이 세 개 정원이 다 동서축으로 긴 정원이고, 그게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해의 각도에 따라서 정원의 깊이가 결정되는데 동서로 했을 때 그게(원하는 깊이가)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했어요.
(29:57~31:49) 김봉찬 대표가 동선을 그리면 최정화 작가가 받아서 수정하는 식으로 작업하다가 결국엔 비용 때문에 (규모가) 절반이 줄었죠. 그늘이 지는 곳은 대부분 숲으로 하고, 다양성을 만들기 위해서 그나마 해가 좀 들어오는 곳에 초지를 계획했었는데 나중에는 이 초지 영역이 좀 더 넓어졌습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기존의 수목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과, 토심을 많이 확보하지 못하니까 식물을 식재하는 위치를 정교하게 설정해야 했습니다. 특히나 밑에 배수 문제라든지 흙의 하중도 중요한데, 배수가 잘 안 돼서 물이 너무 오래 머금고 있으면 그게 또 하중을 증가시킵니다. 오래된 건물이라서 아예 하중 계산 자체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최소화했습니다. 데크도 사람들이 이동해야 해서 필요한 시설이긴 했는데, 데크를 2m 폭으로 만들면 그 밑에 그늘이 지고 비도 안 들어가니까 죽은 공간, 식물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레이팅(grating)을 써서 그런 문제를 해결했고, 대신에 힐을 신고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최소폭만 목재 데크로 계획했습니다. 
(31:49~36:36) 아모레 성수 때 생각했던 개념에 더해서 도시와의 관계를 좀더 고민하고, 설득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여기도 아모레 성수랑 숲 정원이라는 기본 개념이 같기 때문에 비슷한 식물을 쓰면서 규격을 다르게 했고, 토심 등을 고려해서 식물군에 변화를 줬고요. 시공 과정 보시면(32:22) 여기는 처음에 구조물 설치부터 시작해서 흙 붓기 전에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통로만 확보하고, 데크 설치하고 배수판 깔아서 나중에 배수 잘 되게 하고 흙을 붓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사대문 안이라서 대형 화물차가 평일 낮에 못 들어와요. 그래서 일요일 저녁에 흙을 받아서 주차장에 하차를 해두고 월요일, 피크닉 휴무날 작업을 해야만 했어요. 아침에 장비차로 흙을 옮기면 지게차로 떠서 건물 뒤편로 돌아서 흙을 붓는 식으로 릴레이를 한 거죠. 이렇게 미니 장비가 다리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작업했습니다). 그래서 장비가 올라탈 수 있게 배수판도 일반 조경용 배수판보단 두꺼운 걸 썼고요. 그리고 여기도 피트모스 같은 것도 많은 양을 한번에 가져올 수 없어서 사람이 들어서 나를 수 있는 정도의 상토를 가지고 만들어진 흙을 배합해서 숲 정원의 토양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에 있는 수목 중 옮길 수 있는 것들은 옮겨서 정리했고, 그 다음에 최정화 작가 작품을 하나 설치해야 해서 일부 들어냈죠. 그리고 그레이팅을 시험 삼아 설치한 모습이고, 구조물을 먼저 만든 다음에 나머지는 사람이 들어다가 심는 나무들로 위치를 잡았습니다. 작고 가느다란 나무를 하나만 뒀을 땐 보잘 것 없지만, 여러 그루를 모아서 분위기를 만들고 중첩시켜서 대비감 등을 고려해 조성했습니다. (조성하는) 그 사이에 막 순이 올라왔어요. (34:32) 도시 풍경 속 덩어리와 면 위로 선이 걸쳐지고 녹색의 점들이 생겨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밑에는 풀을 심습니다.
해가 들어올 때마다 모습이 이렇게 바뀌어요, 공사하는 순간에도. 그나마 아침에 동쪽 해가 가장 길게 들어오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와서 보는 게 제일 좋은데 운영 시간이 있어서 항상 아쉬워요. 아모레 성수(의 정원)도 동쪽 해가 깊게 들어오는 그 시간에 보는 게 좋은데 (매장) 오픈 시간이 늦어요. 그런 게 상업 공간이 갖는 한계 같아요. 같은 시간대에 옥상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그리고 물빠짐 등을 생각해서 500mm을 평균으로는 삼았지만 그 안에 미세 지형을 조절하면서 바탕을 만들어 놓고 식재하는 모습입니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된 모습입니다. (작업이) 끝나면 이렇게 물을 주고, 그 다음에 스프링클러 설치해서 자동으로 관수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춰 놨고요. 경관 연출이기도 하고 관리 측면에서도 필요한 작업입니다.
끝나고 나면 바크 작업을 합니다. 그렇게 하면 토양의 보습성도 유지하고 잡초가 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크는)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토양으로 돌아가는데, 정원 작업하는 데에 필수입니다. 비가 왔을 때 흙탕물이 튀는 것도 방지해 주고 마감재 역할도 합니다.
(36:36~41:31) 그런데 문제는, 저희가 심은 식물들이 잘 안보였다는 겁니다.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작은 식물을 많이 심다보니 그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여건에 맞추다 보니 일단은 이렇게 만들어 놓고 식물까지 다 심은 다음에 데크 완료하고 한 달 만에 원래 있던 나무나 작은 나무들은 잎이 많이 났고, 큰 나무들은 좀 늦게 나오는 편이죠. 잎이 난 다음 모습이고 전시가 거의 다 다가왔는데도 식물들이 너무 안 보인다 그래서 이끼를 보완했었고요. (37:26) 이끼 심는 도중에도 식물들이 자라는 느낌이 나죠. 그렇게 하고 나서 전시 반응이 꽤 좋았고요. 
가을에 또 가서 찍은 모습들인데, (37:42) 한 계절 만에 이렇게 바뀌었고 실제 (작업의) 핵심이었던 이 그레이팅 밑에도 작은 식물을 심었는데 1년 만에 이렇게 바뀌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은 해외에서 많이 하는, (뉴욕) 하이라인 같은 데서 이미 쓰고 있는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시공하기가 까다로워서 안 하던 거를 저희가 공들여서 했고, 지금은 많은 쇼 가든 등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절마다 바뀌는 모습(38:21)이고요. 건물 그림자도 있지만, 숲으로 생기는 이런 어두움이나 밝음의 대비가 이 공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정화 작가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대길 정원사와 같이 식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저희가 제주도에 있는 회사다 보니까 주기적으로 관리하기가 힘든데, 이 친구를 처음부터 작업에 참여시키고 소개해서 전시기간 동안 관리를 맡아서 했어요.
여기에 도시에서 보기 힘든 식물들이 있거든요. 특히나 50cm 깊이의 흙에서, 원래 아무것도 없던 데서 이런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거죠. 그리고 여기(프레젠테이션)에는 다 담지 못했는데, 이대길 정원사가 매주 관리를 하면서 여기에 일어나는 변화들을 계속 보내줬어요. 근데 저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곤충이나 새의 활동이 여기서 일어났어요. 그런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원에서는) 계절의 변화도 중요한데 여기는 그런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모니터링했고요. 여기가 전시 기간 동안은 유료였는데, 요즘에는 개방이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회 되시면 한번, 요즘(가을철)에 가면 이 정도 모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야경 같은 경우도 저희가 보통 공원에 사용되는 업라이팅을 안 썼고, 다 다운라이팅 썼거든요. 그래서 그것도 정원의 포인트입니다. 수목 하나하나에 포인트를 주기보다 서울의 야경 자체가 아름다워 보였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이용하는 데만 불편하지 않은 정도로 빛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했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까 그레이팅 밑에 있는 식물도 야간에 더 돋보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제가 준비한 자료는 여기까지고요. 나머지는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서 좀 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립트 정리 심미선


신준호

서울시립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6년간 더가든에 근무하며 김봉찬과 다수의 정원작업을 함께 했고, 「베케, 일곱 계절을 품은 아홉 정원」을 공동 저술했다. 2021년 연수당(然樹堂)을 설립하여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귀포에 베이스캠프를 두고 떠돌며 다양한 생명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생명을 담는 자연주의 정원

분량12,565자 / 영상 41분 37초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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