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aving: Market(h)All
원지연, 이준표, 하영제
분량3,196자 / 6분 / 도판 17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작업설명
원지연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이준표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하영제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인간의 욕심의 산물인 도시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또, 그 장소는 어떠해야 할까? 우리는 그 해답을 ‘동굴’에서 찾고자 한다.
동굴은 지구 생물체 ‘모두의 집’이었다. 과거, 안전하고 따뜻한 쉼터였던 동굴에서 인간을 포함한 생물들은 포식자를 피해 몸을 숨기거나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한 채 공존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간이 동굴로부터 탈피하여 도시와 문명을 이루고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개발하게 되면서, 인간 이외의 생물들의 공간은 점차 줄어들었고 소수의 개체만이 도시 속에 점처럼 숨어 있다. 이에 우리는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도시에서 비인간생물과 공존할 수 있는 공간, ‘도시 속 동굴’을 상상해 본다.

시장은 인간 문명의 발달 과정에서 자연히 생겨난 교류의 장소이자 마을의 중심이었다. 그러나현대의 시장, 특히 전통시장은 인터넷 쇼핑과 대형마트의 발달로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유휴화 되어가고 있다. 인간이 여전히 점유하고 있으면서 인간의 접근이 줄어든 시장은 인간이 자신들의 터전을 잃지 않으면서도 비인간생물들에게 공간을 내어줄 여지를 가지고 있다. 시장의 구조는 비인간생물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여 주면서도 건물 사이의 길에서는 교류할 가능성을 만들고, 도시 속 곳곳에 존재하여 생태거점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시장은 ‘도시 속 동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도시 속 동굴로서 시장이 자연의 동굴과 유사한 모습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도시 속 동굴과 자연 동굴의 거주자 및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추어 동굴의공간적 요소를 재해석해 시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과정을 ‘재동굴화’(Recaving)라고 칭하기로 하였다. 재동굴화의 과정은 시간에 따라 단계별로 이루어지고, 이는 하나의 큰 시나리오를 이룬다.

창동시장은 도시의 빽빽한 건물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지만, 근처에 우이천과 초안산이 위치하여 인간과 비인간생물의 접점이 많아 도시 속의 생태거점으로 기능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비인간생물의 접근을 고려하여 창동시장 가장 남단에 위치한 건물 9채를 첫 번째 재동굴화의 대상으로 선택하였다. 이후 시나리오에 따라 시장의 나머지 부분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우리는 동굴이 형성되는 과정을 차용한 ‘비움’과 ‘채움’의 방식으로 재동굴화를 진행하고자 한다. 아무것도 없이 꽉 막힌 암석에서 침식을 통해 빈 공간이 생기고 그 안에 생성물이 생기는 동굴의 형성 과정처럼, 빽빽한 도시 속의 기존 시장에서 일부를 비워 외부에서 접근할 여지를 부여하고 다시 일부 채움으로서 새로운 거주자를 위한 공간을 형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시장의 물리적 재구성을 통한 인간의 개입 이후, 우리는 한 발짝 뒤에서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관망하고 수용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여지가 있는 재료의 사용은 시장이 인간의 손길을 떠난 뒤 자연에 의한 변화를 유도한다.
사이트 내부에서는 예상되는 거주자별로 공간이 배치된다. 접근 가능성을 고려하여 도시 속 비인간 생물부터 시작된 거주자의 범위는 시나리오의 각 단계에 따라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시장에 있던 인간의 주거를 변형하여 인간과 비인간생물이 함께 사는 주거를 상상하면서도, 각각 천적이 되는 비인간생물끼리는 주거를 분리하여 각자의 공간을 확보하여 주었다. 1층은 시장의 기능을 일부 유지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나온 식품 폐기물을 이용해 사료나 퇴비 등을 만드는 공장이 삽입되었다. 1층의 시장은 재동굴화 이후 새로워진 거주자와 환경에 맞추어 기존 상점의 성격 유지, 자연과의 공존, 사라짐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게 된다.
재동굴화된 시장에서는 다양한 거주자 사이의 갈등과 교류를 포함한 복잡한 생태 관계가 드러난다. 골조, 집과 집 사이, 화분, 아케이드, 광장 등에서 거주자들은 공존하는 법을 배우며 서로에게 익숙해진다.



30년 후, 시장은 도시 속 동굴로 변모하였다. 인간과 비인간생물은 시장에서 어우러져 살아가고, 인간만의 교류가 일어나던 시장에서 거주자 모두의 교류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제안을 기점으로 더 많은 시장들이 재동굴화되어 도시와 자연이 함께 하는 미래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조재원 (재야생화라는 특성 때문에) 이런 시설이 도시에 들어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 큰 반대가 있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로운 계획일 수 있지만 초기 단계에서 이런 시설이 도시에 들어와 커뮤니티에게 어떤 이점을 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리케이빙 전통시장의 쇠퇴를 해결할 수 있다.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의 발달로 전통시장이 쇠퇴하였다. 인간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공간을 자연에게 내어주면서 재야생화를 이룰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시장은 기존의 물자 거래의 역할만이 아닌 재야생화를 통해 미래에도 도시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력을 갖는다.
김정임 시장으로서의 기능은 대체되고 시장이라는 공간을 활성화 하는데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활성화의 주체는 인간인가 비인간인가?
리케이빙 시장은 유지, 공존, 변화할 수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만 활성화하기 보다 모든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성격을 갖는데에 초점을 맞췄다.
김정임 시장이라는 공간이 동굴의 성격을 갖는다는데에 동의한다. 그런데 동굴의 형성 과정에서 비움과 채움의 요소를 구성할 때 인간의 의지가 들어간다고 본다. 비움과 채움의 과정을 이곳에 찾아올 수 있는 동물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했는지,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디자이너로서의 의지인지 궁금하다.
리케이빙 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부터 고려를 했다. 도시 생물부터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동물까지 세 단계로 나누어 점진적으로 재야생화가 진행된다. (동물의 특성과) 재야생화의 과정을 고려하여 공간에 반영했다.
최진우 재야생화 되어가는 과정이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공존의 모습이라고 기대하는데, 동물원이나 전시관이 아닌 이상, 자연에서 먹고 먹히는 긴장감 있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그런 부분이 프로젝트 진행에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리케이빙 인간을 피할 수 있는 작은 구멍이나 연결통로를 만들었는데, 그런 공간을 통해 각 종만의 안전지대를 설정해서 먹고 먹히는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원고화 및 편집 심하늘
Recaving: Market(h)All
분량3,196자 / 6분 / 도판 17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작업설명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