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station: 주유소의 미래
김유신
분량3,757자 / 7분 / 도판 20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작업설명
김유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콘크리트 호수에 징검다리 놓기
대부분의 건축물은 인간만을 고려하여 설계된다. 서울 강남의 도심지역은 건축물에 대한 개념이 없는 비인간 종 동물들에게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건널 수 없는 콘크리트 호수와 같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양재천, 탄천, 서울숲 등 도심 주변의 다양한 서식지에서 살아가는 비인간 종 동물들이 안전하게 도심지역을 건널 수 있도록, 도심지역에 징검다리 녹지들을 설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작은 녹지들을 도심 내에 고르게 배치하여 단절된 녹지축을 재연결하고, 도심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도시를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생명체를 위한 공간으로 ‘리와일딩’하기 위한 기회의 장으로 삼고자 하였다.

주유소와 폴리
강남 도심지역은 자동차의 보급과 함께 등장했다. 이후 1980~90년대 자가용 시대와 주유소 거리 제한 폐지의 영향으로 주유소는 점점 늘어나다 2010년대 이후 높은 기름값과 친환경 차량의 증가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주유소는 도로망을 따라 균일하게 배치되어 있고,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도심 녹지로 전환하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다. 또한 주유소 구조물은 대부분 유사한 공간적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유사한 형태의 ‘폴리’로 바라볼 수 있다.

폴리는 베르나르 츄미가 라빌레트 공원에서 소개한 개념으로, 츄미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의 폴리에 나누어 담아 공원 전체에 균일하게 배치하였다. 이 폴리들은 각각의 특별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기능이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주유소들을 라빌레트 공원의 폴리처럼 활용하면, 이미 균일하게 배치된 작은 공간들 만을 녹지로 바꾸면서도 도심 전체를 녹지의 영향권에 들게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녹지로 변화하는 주유소의 수가 늘면, 점점 녹지의 영향권이 겹치고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녹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또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집 근처의 공간’을 리노베이션했기 때문에 자연을 더 자주, 일상적으로 접하게 된다. 자연을 나와의 별개의 대상으로 느끼기보다, 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도록 한다.



철로 지어진 둥지
새는 훌륭한 건축가이다. 둥지를 짓고자 하는 공간에 크기에 맞추어 주변 재료를 사용해 집을 짓고, 집이 쓸모를 다하면, 재료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주유소는 각각 다른 크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주유소에 맞게 리노베이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또다른 탄소 배출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마치 새들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조합해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설치했다가 분해해서 재사용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 주유소에서 주유 관련 설비를 철거하고, 내부의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되었다가, 궁극적으로는 철거되어 완전한 녹지로 되돌리는 것이 본 프로젝트에서 건축물의 역할이다. 재료는 이미 구하기 쉽고, 규격화된 재료인 시스템 비계와 pvc 파이프 등을 사용해 추가적인 건축 자재 생산이 필요하지 않은, 재활용 재료만을 활용한 건축을 지향하였다. 구조체 바깥에는 도로변의 분진과 소음 등을 차단하는 외벽을 설치하였다.


모두를 위한 집
생물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충분한 시간을 고려하여,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동식물들이 내부의 생태계를 이루도록 하였다. 초기에는 소형 비행 생물들이 찾아오다, 먹이를 찾아온 주변 자연환경의 동물들이 모이고, 서로 분리되어 있던 동물들의 활동 권역이 겹치며 거대한 생명 공동체를 만들도록 하였다. 초기에 찾아오는 동식물들을 도시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로 분진 차단에 효과적인 곰솔 등의 식재와 폐기물을 활용한 인공 둥지 등을 조성해 두었다가, 점차 인간의 개입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계획하였다.
방문자들은 집 주변의 공간에 방문하여 스마트폰의 카메라 등을 활용해 야생동물 현황 파악에 참여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도시 전역에 퍼져 있는 주유소 들에서 관찰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어떤 개체들이 증가하거나 줄어드는 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환경 문제를 일상으로 끌어들여 모두가 직접 참여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방문자들은 생명체 보호에 참여하는 경험을 하며,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된다. 기술의 발전은, 때때로 환경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친환경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주유소 공간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되어 ‘모두를 위한 집’이 되기를 희망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조재원 심사를 하면서 폐교, 아파트, 그리고 주유소와 같이 미래에 유휴지가 될 수 있는 유형을 대상지로 한 제안이 많았다. 그 중에서 ‘네스테이션’은 많은 연구를 통해 완성도 있게 프로젝트를 해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주유소가 도시에서 갖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주유소는 거점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도로라는 연결망 위의 연결통로로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유소는 부동산 가치가 상당히 높다. 그래서 도심보다는 상대적으로 지가가 낮은 소도시를 대상지로 고민하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김정임 조재원 심사위원의 질문에 덧붙여서 구체적으로 질문하자면, 근미래에는 전기차 충전소도 필요할 것이다. 대상지의 하부를 전기차 충전소로, 상부를 네스테이션의 프로그램으로 제안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이와 관련한 고민이 있었나?
네스테이션 먼저 도심지를 대상지로 선정한 이유는 도심지에 녹지와 소형 동물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적기 때문이다. 또한 주유소를 통한 도로의 연결망은 인간 중심의 네트워크다. 프로젝트는 동물을 대상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했기 때문에 초기에 소형 비행 생물을 네스테이션에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먹이활동을 위해 큰 동물이 유입되고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유소를 연결통로보다는 거점으로 설정했다. 특히 강남구는 바둑판 형식으로 구축된 도심이기 때문에 주유소가 고르게 분포한다. 동물의 생활권 영역이 가장 고르게 배치될 수 있는 형태를 고려하여 강남구를 대상지로 설정했다. 또한 전기차 같은 경우 주차와 동시에 충전을 하기 때문에 주유소라는 공간이 전기차 충전소가 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최진우 주유소 부지이기 때문에 유류 오염 가능성이 클 것이다. 녹지를 조성하고 리노베이션 했을 때, 이 곳에 오는 생물의 유류 오염 문제를 해소할 방법이 있는지 묻고 싶다.
네스테이션 실제로 주유소 폐업 과정에 주유소 부지의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단계로 인해 상당히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 뿐이지 기술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충분한 시간에 걸쳐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녹지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좋은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다.
최진우 주유소가 사라진다는 가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부대적인 상황도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했는지 궁금하다. 경유차가 전기차로 바뀐다는 가정에서 더 나아가, 도로 자체가 사라지고 이동수단이 지하나 공중에서만 이용 가능하게 되는 것 같은 상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주유소만 사라지는 것 외에 더 확장된 상황을 고민해봤나?
네스테이션 마스터플랜에서 30년 정도의 전망을 두고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30년 안에 자율주행 차량과 전기차는 충분히 보급 가능하지만 기존의 인프라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더 오래 걸릴 것이다. 자율주행에서 로드킬 문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소형 비행 생물을 위주로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원고화 및 편집 심하늘
Nestation: 주유소의 미래
분량3,757자 / 7분 / 도판 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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