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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화장실

차영원, 김연지, 장현지


차영원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김연지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장현지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들어가며

인류세의 인간은 어떻게 공생해야 할까?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은 식물과 동물에 가려 지금껏 잘 부각되지 않았던 생명의 시작인 곰팡이 네트워크의 특성을 적용하여, ‘생태계의 흐름을 생성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몰려오려는 순간에서야 우리는 자연과 공생할 방법을 찾고 있다. 우리가 제시하고자 하는 공생의 방법은 그들(비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우리가 간과했던 지하 세계에서 생태계를 위해 헌신하는 작은 ‘곰팡이’로부터 거대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늦었지만, 우리의 제안이 자연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 모두의 화장실

우리가 지난 몇 년간 겪어온 이상기후, 그로 인한 재앙 등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인류세’임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의 “미생물이 없는 공간은 지구상에 단 한 뼘도 없다”라는 문구를 통해 시나리오의 시작점을 찾았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90퍼센트 이상이 땅속 균근 균사체(곰팡이)에 생존을 의지합니다. 이 곰팡이들은 나무들이 공유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우드와이드웹 wood wide web’이라고 불리며 식물 세상의 일부로 주변 생명(체)과 공생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지하 세계로부터 곰팡이와 식물이 연결되어 생태계를 만들어가듯이, 지상 세계에도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까요?

도시공원은 삭막한 도시 속 자유롭게 생태계가 군집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인간의 쉼터가 되는 공간이면서, 다양한 식생이 자라나는 공간으로서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거점 장소입니다. 생태계의 흐름을 생성하는 공간으로서의 건축이 도시공원에 위치해야 하며, 첫 대상지로 인천의 대표적인 선형 공원인 중앙공원 조각원지구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을 선택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도시의 공간을 확장하여 생태계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생태순환형 공중화장실’ 프로토타입을 제시합니다.

관점의 전환

시나리오에서 생태계의 흐름을 재생산하는 방식은 ‘인간-곰팡이-식물-동물’ 순으로 정리됩니다. 자연의 ‘이용자’였던 인간이 ‘제공자’가 되는 것으로부터 흐름이 재구성됩니다. 인간의 화장실을 모두의 화장실로 변화하기 위해 다시금 곰팡이의 특성에 집중했습니다. 곰팡이는 흙을 만들며, 오염물질을 소화하고, 식물에 양분을 주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수많은 곰팡이 중에서도 생명을 만들어내는 균사체와 이를 생성하는 버섯균을 활용하여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생태 순환 시스템

‘생태순환형 공중화장실’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한 건축 과정은 모듈화 작업으로 이어집니다. 식물을 담는 그릇인 ‘화분’을 차용하여 식물과 동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보울형의 1m*1m 규격의 유닛을 설정했습니다. 모듈은 형태를 정의할 수 없는 곰팡이의 유전적 특성인 길어지는 방식과 불분명함을 반영했습니다. 모두의 화장실에 적용된 생태 순환시스템은 곰팡이 생성을 위한 환경조성, 기간확보 등의 필요조건을 수립하기 위한 체계가 구성되어야 합니다(ⓐ대소변 분리, ⓑ퇴비 분해, ⓒ수처리, ⓓ포자 생성 단계로 구성).

모두의 화장실과 인간 

인간이 제공한 작은 것이 이러한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었던 것은 곰팡이 덕분입니다. 인간은 화장실 이용과 더불어 순환시스템 중 낙엽을 투입하고 퇴비를 수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로써 생태계 순환에 기여하고, 외부 공간을 통해 도심 속 독특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화장실과 비인간

모두의 화장실은 식물에 새로운 거주지를 내어주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곳이 됩니다.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균사체는 식물의 생장을 돕고 모듈 구조는 식물이 자라날 토양이자 지면과 다시금 연결될 통로입니다. 동물에게는 험난한 도시 속 안락한 안식처가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스케일로 조성된 구조체 속에서 각자의 스케일에 맞는 적합한 공간을 찾아 집을 만들어가는 자연적인 경험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작은 곰팡이로부터 피워낸 거대한 변화

시나리오는 화장실, 재구성된 생태순환 타워, 곰팡이의 여정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모두의 화장실은 주변 생태계와의 공생을 이루고 지하 속 우드 와이드 웹을 확대할 것입니다. 모두의 화장실은 프로토타입으로서 도시 어느 곳이든 적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는 인간의 화장실을 모두의 것으로 되돌려주고 여전히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생명체를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간과했던 영역을 조명하고 일상 속 작은 것으로부터 변화를 만들어 함께 공생할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조재원  타워형 디자인에는 화장실이 집중되어 있고, 거기서 나온 배설물로 자연 퇴비를 만들어내는 설비가 계획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타워 옆에 보이는 레이어들의 재료는 무엇인가? 이 구조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면 이 레이어들이 점차 변화해 가는 구조인가?

모두의 화장실  구조체는 그림에서처럼 기존의 모듈 시스템으로 확정된 상황에서 내부에 철골 구조와 여러 레이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레이어들은 토양과 동일한 형태를 만들어내며, 균사체가 이 곳에 안착하여 식물의 생장을 돕는 시나리오를 상상했다.

조재원  구조체가 지표면에서 떠 있는 부분도 있고, 접하는 부분도 있는 구조인가? 이렇게 띄워진 부분에서 발생하는 공극은 그 아래에 다른 생태계가 존재할 가능성을 뜻하는 건지도 궁금하다.

모두의 화장실  그렇다. 지면과 만나는 공간에서는 식물들이 레이어를 통해서 자라나거나 동물들이 안식처로 사용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김정임  시스템에 대해 많이 연구하신 것 같아서 궁금증이 생겼다. 생태순환 타워가 있고, 그 다음에 울퉁불퉁한 위아래의 표면이 있는데, 이곳에서 생성된 영양분이나 유기물이 저쪽으로 공급되는지, 아니면 여기서 생성된 곰팡이 포자가 저쪽으로 날아가서 자연스럽게 울퉁불퉁한 곳에 안착하는 건지 궁금하다.

모두의 화장실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모듈 시스템으로 구성된 이 구조체에서 보면, 기반이 되는 틀 구조가 있다. 이 구조 사이에는 포자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었고, 포자의 특성상 어느 곳에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의 순환 타워의 중심 축이 포자가 이동하는 통로가 되며, 이 사이의 관들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별도로 만들었다.

최진우  곰팡이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변화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리서치를 수행했고 그와 관련된 과학 기반의 증거를 확보한 후에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나 과학계에서는 우려나 질문이 나올 수 있는 부분도 보인다. 예를 들어 어떤 곰팡이는 인간을 비롯한 생태계에 이로움을 주지만, 어떤 곰팡이는 병원체를 옮겨 나무 뿌리를 썩게 하거나 전염병을 매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공중 화장실에서 나온 배설물이 어떤 곰팡이를 만들어내며, 이것이 숲에는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실증적인 단서가 필요하다. 공중화장실에서 나온 배설물의 양으로 만들어질 곰팡이의 양과, 그것이 생성하는 포자의 확산과 순환 주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

모두의 화장실  시스템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증명된 자료들을 첨부하였다. 우려하신 부분에 대해 우리 또한 많은 고민을 했다. 곰팡이는 식물이나 동물처럼 하나의 개체를 이루는 군집체로서,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곰팡이와 이로운 곰팡이도 그 수를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배설물의 퇴비화 과정에서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곰팡이에 대한 증거나 연구를 다수 발견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진행하였다. 이 점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최진우  주변 공원이나 도시 전반에서 작은 곰팡이가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공용화장실에서 모아야 하는 사람들의 배설물 양이 궁금하다.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 될까, 아니면 그 양을 늘려야 할까?

모두의 화장실  솔직히 수치로 정확하게 환산해본 적은 없다. 공중 화장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고, 정해진 시간대가 없기 때문에 배설물의 양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단기간에 가정에서 발생하는 배설물의 양보다는 확실히 많을 것이라고 예상되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보았다.

김정임  화장실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지만, 그 밖에도 포자로 이루어진 정원과 계단이 설계된 부분도 보인다. 그곳에 사람들이 접근하여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인지, 아니면 관리자 동선 정도로 생각한 것인지 궁금하다.

모두의 화장실  이 이미지가 인간이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상상해서 만든 것이다. 특히 모듈 시스템의 하부 공간은 충분히 인간이 앉거나 기댈 수 있으리라 보았다. 또 설명하지 못한 부분 중에서 화장실 입구에 해당하는 부분을 보면,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를 함께 배치하여 공중 화장실이라는 맥락에서도 어우러질 수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설계를 진행하였다.

조재원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은 이 프로젝트의 실현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라, 포자층을 통해 포자가 움직이고 활성화되는 과정, 그리고 식물과 곰팡이의 공생 관계에 대해 더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곰팡이가 먼저 자리 잡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발전한다는 것을 믿고 싶다. 현재 설명되지 않은 부분은 기술을 가진 이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술이 우선되어 시설 관리(FM, Facility Management)와 1대1로 결부되는 것보다는, 그 접점에서 상호작용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설계자가 상상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더 넓은 범위로 열어두고, 이 상상을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정림학생건축상 2024 ‘모두의 집: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 공개 심사 영상 / 대상 – 모두의 화장실

원고화 및 편집 최정원

모두의 화장실

분량5,033자 / 10분 / 도판 17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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