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조범희, 이지훈, 이윤지
분량6,755자 / 14분 / 도판 15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작업설명
조범희 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이지훈 경희대학교 외식경영학과
이윤지 경희대학교 문화관광콘텐츠학과

서울, 그리고 청계천
서울은 전후 복구와 정부 차원의 건설부양책, 경제개발계획 등을 통해 급속하게 변화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에 대한 고려는 항상 후순위였다. 2000년대 초, 기존 ‘산업화와 근대화’의 패러다임에서 ‘친환경’으로 변화의 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불었고, 서울은 이 기조에 대한 응답 중 하나로 청계천의 복원을 택했다. 도심 정비와 홍수 예방 등의 측면에서는 성공적 사업이라 할 수는 있겠지만, 고층·고밀도의 빌딩숲 사이로 흐르는 이 청계천의 복원이 과연 진정한 ‘자연 회복’의 움직임이었을까?
청계천은 과연 모두를 위한 곳인가?
인간이 복개하고, 필요에 의해 인공물을 부여해 온 청계천 일대. 다시 인간이 개거하고 기존의 인공물을 부수고 다시 인공물을 부여하며 청계천을 복원하였다. 이 청계천의 복원 결과와 현 상태를 두고 우리는 생태성을 논할 수 있을까? 과연 청계천과 그 일대는 생태적인 곳인지, ‘모두’를 위한 곳인지에 대한 의문이 프로젝트의 출발이었다.
복원의 결과
청계천 복원의 성과로 ‘생태하천’, ‘생태환경의 회복’을 선전했지만, 서울시가 발표한 ‘청계천 2050 마스터플랜’에 따라 진행되었던 연구를 살펴보면, 복원 결과와 현 상태가 생태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산책로와 출입제한구간 모두 인간의 영향성이 비교적 강한 상태(β-euhemeroby)이고, EU-WFD에 의거한 청계천 생태성은 ‘불량’으로 평가된다. 그뿐만 아니라, 하천 생태성 향상을 위해 하천의 사행화(蛇行化)는 필수적이지만, 연구에서는 현재 청계천의 역동성을 위한 하도 사행, 홍수터 확장 등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청계천의 생태적 발전에 가장 큰 제한적 요소이다.

‘생태하천’ 천변의 ‘애완동물 판매 상가’
한편, 생태하천이라 이야기하는 하천 물줄기 한 변에는 여전히 수많은 생물을 우리에 가두어 판매하고, 불법 거래가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애완동물 판매 상가들이 있다. ‘생태하천-애완동물 판매 상가’의 공존은 가히 모순적이다. 조류, 파충류 등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은 비좁은 케이지에 수십 마리씩 넣어져 추위와 더위를 나고, 자양강장제 박스에 넣어져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도로 너머에는 이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청계천이 있다. 심지어, 인간은 그곳에 ‘생태보호구역’을 지정하여 자연을 보호하고, 동식물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음을 내세우고 있다. 비인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두고, 그 존재들을 가두어 놓는 이 모순적 병치는 무엇인가? 이 모순의 공간 일대를 개선하고자, 여기서 청계천의 생태계와 애완동물 판매 상가의 동물들을 ‘모두’로 새로이 정의했다.


방사효과, 리와일딩을 위하여
청계천의 온전한 하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생태거점의 역할을 하는 ‘방사구간’을 통한 ‘방사효과’를 활용해야 한다. 하천 내에 생태성 회복의 시작 지점인 방사구간이 있을 경우, 물리적 구조 등급이 개선되며 생물 다양성 역시 증가한다. 이 방사구간 지정을 통해, 해당 구간의 생태성 변화가 하천의 상류-하류 내 일정 구간으로 퍼지는 방사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연구 결과 및 대책으로 방사구간 지정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그 효과가 온전히 작동하기 위한 솔루션들은 다소 소극적이며 피상적이다. 직강화된 구조와 불투수율 개선 등 하천 일대가 내재한 근본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인간’이 그동안 점유했던 공간을 내어주며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다시 그려나가는: ‘모두’를 위한 청계천
방사구간으로 지정한 대상지의 현황 분석과 3단계 계획을 통해 청계천과 애완동물 판매상가 일대를 재조성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1단계에서는 인간이 청계천 내에서 점유해 온 공간인 산책로를 동식물에게 내어준다. 이후, 부유식 서식지와 식재패턴 재구성을 통한 수림대 구조화로 자연하천으로의 회복을 위한 생물 서식처를 마련한다.
2단계에서는 청계천로의 기존 차로를 삭제하여 천변의 혼잡성을 줄인다. 인접 구간에 차도를 신설하고, 기존 차도는 보행로가 된다. 일부 구간에는 홍수터를 조성하는데, 이는 보행로와 청계천의 수직적 경계를 흐리는 동시에 기존에는 조성할 수 없었던 하천 사행화를 위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 공간을 통해, 청계천변은 기후환경에 따른 유량 변화와 시간의 흐름 등에 따라 인간과 비인간이 유연한 점유방식을 취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상가 내 생물종의 현황을 파악 및 검토를 통해 이들을 ‘서식처 회귀종’과 ‘청계천 유입종’으로 분류하여 재조성된 하천 또는 본래의 환경으로 해방한다. 본래의 용도를 일부 상실한 건물은 주변의 맥락을 고려하여 ‘유입된 프롬나드’ 및 ‘리와일딩 보이드’ 도입을 통한 리-이노베이션을 진행한다. 이후 모듈형 데크, 보행전용교량, 수직쉼터를 통해 건물-사람-생태의 거리를 좁히며 일대를 활성화한다.
각각의 단계별 솔루션들은, 현 대상지에만 한정해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방사구간을 추가 지정하여 방사효과가 종횡으로 연속성을 가지며 퍼져나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마스터플랜을 계획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각 단계에서 필요한 솔루션들을 제시하였지만, 결국 모두를 위한 청계천과 그 일대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인간 이외의 생물종을 대하는 인식 및 태도의 변화, 모두가 공존하며 살아가기 위한 생활방식으로의 변화이다. 따라서 우리의 제안은 궁극적으로 생활방식과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밑바탕으로 작용할 것이다. 모든 변화들을 통해 청계천과 그 일대는, 재정의된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변모하며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모형 사진
심사위원 질의응답
조재원 구간 설정이 정말 가능한지 묻고 싶다. 사실은 계속 연결되어 있는데, 단계별로 어떤 레이어가 설정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물리적인 구간에 한정해서 제안된 액션 플랜이 구현될 수 있는지, 또 그 구간 안에서 특정 조치를 취했을 때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 궁금하다.
그대들은 특정 구간을 먼저 한정하여 지정한 이유는, 전체로 확장하기 이전에 기존의 직강하된 하천에서 하천의 양쪽 벽 구조를 제거하면서 추가적으로 하천의 사행화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행화가 실제로 가능할지, 그리고 기존 산책로를 제거함으로써 기존에 생성되지 못했던 생태계가 잘 형성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다. 지금의 이 구역은 그 검토 결과 나온 여러 단계 중에 한 블록을 설정한 것이다. 레이어 단위로 전체 큰 마스터 플랜 내에서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도 고려했으나, 한 블록 안에서 모든 프로세스가 가능할지 여부를 함께 고민한 결과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이 구간을 먼저 생태화하고자 한 이유는, 방문 당시 이 구간 자체가 한쪽 우측 면이 생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까지는 사람들이 산책을 할 수 있지만, 징검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이동하면 이 구역을 지나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생물종의 입장에서 보면, 이 구역에서만 생활해야 하고, 앞뒤 구역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활동이 제한되어 있는 셈이다. 이에 우리는 상황을 반대로 바꿔보고자 했다. 또한 이렇게 산책로 일부만 먼저 없애보면, 사람들이 산책로를 내어주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인식을 점진적으로 갖게되어 향후 전 구간으로 확장할 때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김정임 정리하자면 사람이 그쪽으로 지나다니지 못하게 해당 구간의 산책로를 제거하고, 램프를 통해 그라운드 레벨을 따라 걷게 하는 방안이라고 이해하면 되는 것인가?
그대들은 그렇다. 해당 구간에서 기존에 있던 산책로를 모두 철거하면 앞뒤로는 여전히 기존 산책로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 흐름을 위로 올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램프를 통해 상승시키는 구조를 계획했다. 전체적인 플랜으로 확장되었을 때 쉽게 철거하여 그 아래의 생태환경이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도록 가설 램프로 계획했다.
조재원 법 개정에 대한 언급이 잠깐 나왔는데, 동물들, 특히 애완동물이나 산간 지역의 주요 생물종을 방사할 수 있는 적합한 지역으로 현재 이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된 부분이 궁금하다. 이 법 개정이 실제로 예정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동물권과 관련하여 이런 방향이 예상된다는 것인지, 이와 관련된 사실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
그대들은 이 법 개정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설계한 것은 아니다. 이 시나리오는 특정 시점에 법 개정이 이루어질 것을 가정한 것이다. 그 시점에서는 지금과 같은 애완동물 판매 행태가 불법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물 해방 물결 단체는 2021년부터 정부와 함께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단체에서 식육 금지에 대한 통과 사례가 있어, 이런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법 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조재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서식지가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다면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될 것 같다.
김정임 도시 공간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이 아래에서 다니다가 위로 올라오게 되는 셈이다. 그라운드 레벨에서는 애완동물 상가를 철거하고 ‘리와일딩 보이드(Rewilding Void)’라는 공간을 만들고 공유 오피스, 의류, 신발 스토어 등의 프로그램을 적어두었는데 사람들이 다시 그쪽으로 올라와서 활동하게 되면 그라운드 레벨이 활성화될 것 같긴 하다. 이 건물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논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대들은 처음에는 리와일딩 보이드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조성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청계천 신발 도매상가가 위치한 일대가 의류에 특화된 곳이고 역사적으로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오프라인 의류 상권은 쇠퇴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류나 신발 가게 등을 적어두긴 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이것이 만들어질 시점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이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최진우 마지막 질문을 드리고 싶다. 청계천 변에 있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케이지 안에 있는 동물을 직접 보았나?
그대들은 그렇다.
최진우 그때 다들 풀어주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나?
그대들은 실제로 청계천에 답사를 갔을 때, 자양강장제 박스 안에 담겨 팔려가는 새를 보았다. 새인데도 별다른 가림막 없이 유리창 안에 두었길래 왜 그런건지 물어보니, 어릴 때부터 날지 못하게 길러져서 그냥 두어도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처음에는 동물들을 보고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열악한 환경에 놓인 모습을 보고 나니 아무래도 생각이 달라졌다.
최진우 먼저 제출한 자료와 오늘 발표한 내용이 약간 다른 점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청계천의 유입종에 대해 더 엄정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제안에는 앵무새를 방사하자는 내용도 있었는데, 혹시라도 공격을 받을까 봐 이번 발표에서는 그 내용을 제외한 것 같다. 자생 외래종을 함부로 방사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숙고가 필요하다.
이번 문제는 먼 미래의 일이기도 하고, 외국에서 온 종들을 다시 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그 생물에게 도움이 되는지, 또 현재 전시·판매되고 있는 종들로부터 번식한 후손들도 많기 때문에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다. 일단은 이 동물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더 잘 공존하고 싶은 마음에 출발한 논의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자생종인지 외래종인지만을 기준으로 두고 나누는 것을 넘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해(2024년) 2월, 센트럴파크에 살던 수리부엉이 플라코가 건물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뉴욕 동물원에서 태어나 12년 동안 갇혀 지내는 것을 애석하게 생각한 한 시민이 우리에 구멍을 내었다. 그래서 이 부엉이가 동물원을 탈출해서 센트럴파크로 왔다. 당연히 동물원 관계자들은 다시 포획을 하려 했지만, 많은 뉴욕 시민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탈출한 부엉이를 잡아가는 것에 반대해서 결국은 그냥 공원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다. 그런데 자유를 얻은지 1년 남짓 된 어느 날, 그만 건물에 부딪혀서 죽고 말았다. 이런 사례를 보면 동물들을 위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과연 동물들을 풀어줘서 1년이라도 자유롭게 살다가 죽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안전하게 울타리 안에서 먹이를 공급받으며 10년 넘게 오래 사는 것이 좋은지,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고민이다.
그대들은 실제로 굉장히 논쟁적인 사안인 것은 맞다. 우리도 시나리오를 짤 때, 외래종을 본래 서식처로 돌려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 동물들이 운송수단을 이용하여 원래의 서식처로 이동하는 동안 겪을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오히려 청계천에서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여전히 확신은 없다.
그래도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해서 내린 지금의 결론은, 기존의 자연적인 하천 환경인 청계천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유입종들은 최대한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관리하는 방식이다. 롤렉스에서 진행한 재규어 방생 프로젝트를 유사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방생 초기에는 인간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지만 점진적으로 개입을 줄여나가며 재규어가 자연스럽게 서식처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 역시 이러한 접근이 동물들의 적응과 생존에 더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 하에 시나리오를 짜고, 설계를 했다
원고화 및 편집 최정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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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2024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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