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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나무와 평상

김광수

콘셉트

하루 동안의 지역 커뮤니티 행사를 위해 반나절 만에 파빌리온을 설치하고, 행사 후 이를 바로 철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본 계획안은 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하여, 풍선구조로 계획했다. 시골 마을 어귀에서 볼 수 있는 정자나무가 모티브가 되었는데, 풍선구조의 특성상 일정한 형상을 이루기 위하여, 팽창을 잡아주는 풍선 내부의 직물(fabric) 부재를 투과성이 있는 녹색 망사로 채용했고 나뭇잎의 패턴으로 직조했다. 이 망사는 직사광선을 확산시키는 루버(louver) 역할도 한다. 그리고 나무 형상을 한 각각의 기둥은 가변성이 있는 8개의 타원형 평상에 고정되는데, 이는 풍선구조의 취약점인 외풍에 대하여 무게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평상의 배치 패턴에 따라 7가지의 행사 모드를 수용할 수 있게 계획했다.

단면도

사용 방법

가변성이 있는 8개 평상의 배치와 무대의 위치에 따라 그리고 실내화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7개의 사용모드는, 크게 중앙형 무대와 편심형 무대를 기본으로 한다. 편심형 무대는 커튼 구조의 설치에 의한 후무대를 준비실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각 평상은 좀 더 자유로운 관람석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평상의 배치 방식에 따라 진입 지점을 컨트롤 할 수 있다. 평상은 공연 행사뿐만 아니라 기타 교류나 전시대 혹은 판매물의 가판대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는 다목적의 용도이다.

설치 방법

설치 대상지에 일차적으로 깔아 놓게 되는 바닥 비닐에는 각 사용모드에 따른 평상 배치의 가이드라인이 그려져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상을 배치하고, 송풍기 및 조명을 평상 내부의 해당 위치에 설치한다.

운송 방법

본 풍선구조는 송풍기를 통해 공기를 주입하여 최종 형상이 이루어지는 데에 단 10여 분의 시간이 걸리고, 공기를 빼는 데에는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풍선구조 자체의 무게는 약 150kg으로 추산되며, 압축된 풍선의 볼륨은 1m3 정도로서, 30~40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행사 시설로는 대단히 용이한 이동성과 설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평상 및 기타 부속품 등을 고려하면 4.5t 트럭에 적재하여 이동할 수 있는데, 평상 배치를 포함한 총 설치 완료 시간은 약 4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철수하는 시간은 2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예상 제작비

기대 효과

파빌리온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정자다. 특정한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반실내 혹은 반실외의 다목적 시설을 기본으로 하는데, 한국의 정자는 경관의 조망과 여가, 유흥을 위한 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마을의 어귀에 위치하여 이방인을 포함한 오고 가는 사람들의 산발적 교류와 지역사회 속 일상을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도 했다. 이와 함께 하는 정자나무는 마을의 관록과 장소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여기서 제안하는 ‘파빌리온씨’는 이러한 마을 정자나무의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사실 접근 방향은 전도되어 있다. 이 시설은 관록이나 유구함을 상징하며 이방인을 맞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파빌리온씨’ 자체가 임시로 찾아온 이방인이며 방문객이 되는 것이고, 마을 주민들 보다는 참여 단체활동의 상징적이고 구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물론 마을 주민들이 갖게 되는 의외성에 기반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결국 이 ‘파빌리온씨’는 공공 혹은 교류의 항구적 장소를 추구하기보다는 공공 혹은 교류의 ‘시간들’에 기대해보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인터뷰

Q. 건축에 있어서 파빌리온의 위치와 그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파빌리온이 가진 가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광수 파빌리온은 예전부터 존재했던 건축 형식으로 볼 수도 있으나, 어느 시기부터 특별히 부각되었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근대 건축 이후의 시기를 거치면서인 것 같습니다. 근대 건축은 어느 특정한 프로그램과 특정한 공간이 만나는, 즉 일대일의 공간과 프로그램의 정의가 이루어졌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은 학교 건물에서만, 공연은 공연 시설에서만 열리는 공간의 단수성에 대한 관계였습다. 그런데 어느 시기부터 좀 더 융통성 있고 복합적인 공간을 원했던 것 같고 이는 공간의 복수성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 성격의 하나의 단초로서 파빌리온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버나드 추미(Bernard Tschumi)라는 건축가가 라 빌레트(La Villette)에서 폴리(folie)라는 것으로 전체적인 공원을 구성했었는데, 그 폴리가 파빌리온입니다. 특히 파빌리온은 완전히 차단된 내부 공간의 의미만이 아니라 외부 공간과 사용자 간의 상호적인 대화가 쟁점이었고요. 그러면서 파빌리온의 의미가 점점 크게 부각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케일(scale)의 측면에서도 파빌리온은 큰 공간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구축물을 통해 상황과 대화를 하기 때문에 무척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자’가 파빌리온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에 관심을 가지고 파빌리온에 대한, 작지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식의 작업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정자나무와 평상>에 대하여 소개해주세요.

김광수 ‘소외지역을 찾아가서 공연이나 교육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는 개념 자체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를 ‘파빌리온씨’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정자에 대해서 말씀 드렸는데 과거에는 시골 마을 어귀마다 정자가 있었습니다. 파빌리온이 이미 있었는데 마을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정자가 바탕을 두었던 농경사회에서 시대가 바뀌게 되면서 지역사회의 교류가 관료적 공간인 동사무소나 마을회관으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공동체가 제도 형식적인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성격 또한 관료적 활동 안에서 형식적으로 변했고, 이런 이유로 정자의 의미는 이제 단순히 그늘에서 혼자 쉬는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자’라는 타이틀로 작업한 이번 파빌리온은 찾아가는, 이동하는 어떤 것인데 형식적인 공간이나 의사소통의 관계들이 아닌 더욱 캐주얼하고 주변 환경 및 상황과 관계될 수 있어 새로운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어떤 점이었나요?

김광수 가장 힘든 부분은 시간적 촉박함이었습니다. 하루 안에 장소에 가서 설치를 하고 행사를 하고 다시 철수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가장 도전적인 부분이면서 동시에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다른 어떤 조건보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이었기에 이 부분부터 어떤 구조적인 방식, 재료와 설치의 방식이 있는지와 그 외의 기타 등등의 생각이 굴비 엮듯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풀 것인가, 어떻게 재료적인 선택들을 해가며 풀 것인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행사라는 보이지 않는 것과 잘 엮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답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인 ‘시간적 촉박함’에 대한 도전에서부터 나온 것 같습니다.

Q. 구조물의 실현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김광수 그것은 100% 구현 가능합니다. 이러한 것을 제작하는 여러 풍선(balloon) 업체들이 있습니다. 저희가 업체 5군데에 문의를 해봤는데 모두 가능하다고 했고, 저희가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업체들과 함께 조율 하면서 재료와 그 외의 것들을 선택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실현성에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임시 구조물에 대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텐트나 천막 종류이고 어떻게 보면 이는 모더니스트들이 많이 시도했던 방식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끌렸던 점은 무언가 큰 볼륨이 구조물 위쪽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마을의 정자나무를 보면 나뭇잎으로 되어 있어 그 자체가 투과성이 있지만 부피적인 감각은 무척 크고 그래서 마을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런 점이 저의 생각과 관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풍선구조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광수 이번 프로젝트가 어떻게 보면 일회성 이벤트이고 빠른 시간 안에 설치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점이 있어서 풍선구조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볼륨이 컸으면 하는 생각과 풍선구조물과 서로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Q. ‘파빌리온씨’는 여러 장소를 이동해야하며, 누구에게나 설치와 해체가 편리해야합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수용하기 위하여 구조 혹은 소재에 대하여 어떠한 고민들이 있었으며 그 고민들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나타났습니까?

김광수 이 풍선구조 자체의 무게는 약 150kg으로 추산되며, 압축된 풍선의 볼륨은 1 m3 정도로서 송풍기를 통해 공기를 주입하여 최종 형상이 이루어지는 데 단 10여 분의 시간이 걸리고, 공기를 빼는 데는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30~40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행사 시설로는 대단히 용이한 이동성과 설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8개의 평상은 일단 조립식이고, 분절되어 이동되고 현장에서 조립되는 형식입니다. 평상의 무게는 가볍게 만들 수도 있지만, 평상 하나에 120kg정도를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풍선구조의 취약점은 바람에 많이 흔들릴 수 있고 심하면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바닥에 앵커를 박을 수도 있지만 일단 하루만 설치하는 임시 구조물이고 어디에 설치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 점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 대신 파빌리온에 놓일 8개의 평상이 무게중심이 되면 좋을 것 같았고 풍선 제작 업체에서도 120kg에 상당하는 8개의 물체라면 충분히 풍하중에 대한 지탱이 가능하다고 해서 평상의 무게를 그렇게 설정했습니다.

Q. 하부 평상의 무게가 큰데 이동에 문제는 없을까요?

김광수 이동할 때는 분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동의 어려움은 크게 없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고민은 파빌리온이 분리되었을 때 여러 개의 파트로 나뉘기 때문에 분리 후 트럭에 싣는 것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실 한 덩어리로 이동하면 가장 좋겠지만 일단은 분리된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업체와 상의해본 결과 현장에 도착하여 설치 완료하는 데는 4시간, 철수하는 데는 2시간이 걸린다고 추정합니다.

Q. 주요 대상층은 누구입니까?

김광수 저는 일단 소규모 공연들, 예를 들어 현악 4중주, 2~3인이 출연하는 연극이나 무용을 할 수도 있는데, 어쨌거나 다목적성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공간 사용의 모드들을 설정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꼭 공연이라는 활동 보다는 장터의 개념으로 8개의 평상 위에 어떤 물건을 올려놓는 진열 혹은 전시의 형태로도 파빌리온의 요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서 공연하시는 분들이 어떤 것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상정하는 것은 프로시니움(proscenium) 공간의 공연자와 관람자의 관계가 아닌 다른 것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만약 그러한 형식의 공연을 하더라도 정형화된 공연이 생겨나지 않도록 파빌리온의 8개의 평상의 조합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관람자가 질서정연하게 앉아 수동적으로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닌 평상 위에서 자유로운 자세로, 가령 누워서 관람할 수도 있으며, 또한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파빌리온으로 오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도 있었으면 합니다. 아마 김홍도의 <풍속도>의 이미지와 같은 광경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김광수

건축가 김광수는 ‘studio_K_works’ 대표이자 ‘집담공간 커튼홀’의 공동운영자로서, 협업을 지향하며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 대중 그리고 공간 사용자들의 참여와 관계성을 유도하는 작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참여 스태프: 유재강 김성은

정자나무와 평상

분량5,556자 / 11분

발행일2015년 5월 7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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