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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움직임을 기대하며

이한신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문화융성’이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채택되었습니다. ‘문화기본법’이 만들어졌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등 국민의 문화 참여 기회 확대와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문화복지 정책이 크게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졌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 커졌을 뿐더러, ‘문화’와 ‘예술’이 개개인의 삶은 물론 우리 사회에까지 미치는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인식도 함께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우리 국민의 행복 수준은 OECD 34개국 중 25위권에 불과할 정도로 국민들의 행복이 반드시 비례한 것은 아닌 듯 보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화예술이 단순히 미학적 아름다움이나 감수성 제고라는 기능을 넘어, 개인은 물론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사회 통합에까지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훌륭한 예술은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으로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원회)의 궁극적 미션은 훌륭한 예술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과 함께, 국민들이 문화예술이 주는 창조적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움직이는 구조체 파빌리온 씨》(이하 ‘파빌리온씨’) 사업의 시작은 예술과 문화의 경제적, 사회적, 지리적, 특수한 소외 여건을 극복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소외 지역에서 문화를 누리기 위한 장애 요소를 없애고 문화적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2014년 한해 동안 예술위원회의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예술사업(문화순회사업)이 실시되었는데, 202개의 예술 단체들이 연간 약 2,000회 정도 전국의 사회복지시설, 학교, 교정시설, 농산어촌, 군부대를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작은 연극과 전통 유희, 소규모의 음악회를 가지고 우리가 찾아가는 지역은 공연장은커녕 별도의 무대 제작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학교나 군부대의 강당이나 공터의 마당, 공원 등을 이용하는 형편이었습니다. 만약 학교 강당이 아닌, 손쉽게 조립, 설치, 해체, 이동 가능한 ‘움직이는 공연장’, ‘움직이는 무대’ 제작이 가능해진다면? 예술가들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예술적 기량을 발휘할 수 있고, 관객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문화적 몰입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다가갈 수 있고자 하는 목적에서 작된 ‘파빌리온씨’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택한 방식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도였습니다. 결과가 어떨지 예측하기 어렵고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는 있겠으나, 이전에는 관련하지 않았을 법한,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의 협업 방식이 그것입니다. 지난 한 해 예술위원회에서는 장르와 장르 간 협업, 혹은 예술분야과 비예술분야의 협업을 통한 융복합예술협력기획사업을 실험해 왔습니다. 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의 한계를 넘어 실효성 있는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기 위해, ‘융복합’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넓은 사업 수행범위 중, 프로젝트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좁혀 명확하게 설정하고, 위원회 내 타 사업들과의 연결로 성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파빌리온씨’는 예술을 놀이처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연출과 구조 자체가 예술적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했습니다. 또 문화적 하드웨어가 없는 다양한 공간을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기에, 우리는 정림건축문화재단과의 파트너십으로 공연예술, 건축, 구조공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업 풀을 만들었습니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약 5개월 동안, 4명의 건축가들이 ‘파빌리온씨’를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계획을 구체화하고 설계도면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4개의 서로 다른 ‘파빌리온씨’가 실현되기 위해 우리는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모형과 도면이 실제로 실현되기 위해 하드웨어에 담길 내용이 명확해져야 하며, 개발과 제작 비용의 확보, 사업과 사업의 연계, 실제 이 구조체를 이용할 다각의 사람들을 고려한 세세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 자료짐은 지난 5개월간의 연구와 계획의 종지부를 찍고 그 결과가 소개되는 자리이면서, 새로운 ‘움직임’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을 모색하는 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도에 함께 해주고, ‘움직임’을 가능하도록 즐거운 상상을 펼쳐준 4명(팀)의 건축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한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진흥본부장

새로운 움직임을 기대하며

분량2,252자 / 4분

발행일2015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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