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메트릭 디자인 / parametric design
김세진, 김지우, 권소윤, 배윤경, 심서영, 여명은, 이민영, 이진, 최병하
분량3,420자 / 7분 / 도판 1장
발행일2024년 7월 9일
유형좌담

여명은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파라메트릭이란 수학, 컴퓨터 과학, 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법으로, 특정 시스템이나 사물의 형태, 구조를 조합해서 다양한 결과를 도출해 내는 기법을 말합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에서는 주어진 변수들을 통해 여러 형태와 구조를 스스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죠. 특히 노먼 포스터의 건축물 중에서는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형태와 구조를 생성하고 최적화하는 데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특하고 혁신적인 건축물을 창조해 내고 있습니다.
김세진 파라메트릭은 일종의 최적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찾아보셨던 것처럼 ‘매개 변수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전에 있었던 셀프 오거니제이션(self organazation) 즉, 최적화된 패턴이라든지 형상을 찾아나가는 과정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어요. 예전에 프라이 오토(Frei Otto)라는 사람이 모형으로 이것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우리가 변수를 조절해 가면서 디자인 툴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파라메트릭을 건축적인 의미로 해석하여 정리할지 아니면 파라메트릭 자체의 어휘로 정리할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배윤경 용어의 일반적 의미보다는 건축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는 앞서 김세진 선생님 말씀처럼 결국 파라메트릭은 ‘최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진 최근 미술에서 사용하는 파라메트릭은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 예를 들어 터치디자이너(TouchDesigner)를 활용해서 오디오 비주얼 작업을 만들 때 등장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용어가 건축과 미술에서 쓰이는 맥락이 다를까?’가 제가 갖고 있던 의문이긴 했습니다. 나아가 노먼 포스터의 건축적인 맥락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였는지도 궁금하였습니다. 이 부분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김세진 저는 여명은 참여자가 말한 마지막 두 문장이 가장 적합한 해석이라고 생각해요. 자하 하디드(Zaha Hadid)도 파라메트릭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자하 하디드가 사용하는 파라메트릭의 결과물과 노먼 포스터가 사용하는 파라메트릭 결과물은 매우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에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겠다는 취지보다 이 툴을 통해서 얼마나 복잡한 기하학적 형태와 구조를 최적화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진 어쩌면 효율성에 대한 부분이 중요할 수도 있겠네요.
배윤경 파라메트릭 개념은 건축을 생명체에 유비시켜서 보는 관점과 과학적인 방법론이라는 두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지금은 옛날과 다르게 보이지 않는 요소들의 가시적인 데이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 점이 건축 및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파라메트릭 같은 경우에는 파사드나 표피, 외피를 덮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외부 환경이랑 직접적으로 만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건축은 제조를 해야만 하는 분야죠. 소프트웨어가 입력값을 한 번씩 바꿀 때마다 디자인 및 부재의 크기들이 다 달라지는데, 파라메트릭을 사용하면 그때마다 한 번에 데이터들이 전부 나오는 겁니다. 그걸 공장에 파일만 전달해 주면, 조립만 하면 되는 형태로 가져다주는 이른바, 매뉴팩처링(manufacturing) 시스템까지 같이 포괄하는 개념인 거죠. 그런데 저는 이 과정을 전부 설명에 쓸 수는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권소윤 저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에 대한 오늘의 논의가 건축 방법론에서도, 또 시대적 가치 측면에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건축과 전공 학생들은 주로 미래의 건축 자동화에 대한 이해의 연장선에서 파라메트릭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예 건축적 지식이 없는 사람을 위해서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실뜨기다’와 같은 방법으로 조금 더 쉽게 비유하여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드점도 있고 비슷한 형태로 인풋에 의해서 아웃풋이 바뀌니까요.
최병하 저는 실뜨기를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그래스호퍼 알고리즘(Grasshopper Algorithm)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래스호퍼 화면 하나를 띄워놓고 슬라이드로 옮길 때마다 모형이 바뀌는 것을 스크린샷으로 찍어서 첨부하면 파라메트릭 아키텍처 디자인을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진 건축 용어의 해설에 있어, 이전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하는듯 했습니다. 몇 문장의 글보다는 이미지가 때로 가장 쉬운 전달 매개체가 되어주죠. 그래서 저희 건축 용어 해설집에서도 이미지 촬영이 가능하면서도 꼭 필요한 용어에 대해 이미지를 넣고자 합니다. 아쉽게도 전시장 내에서 건축 모형이나 드로잉을 촬영하는 것이라, 그래스호퍼 화면 스크린 캡쳐본은 실리지 않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이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봐도 좋겠네요.
심서영 저도 그래스호퍼를 가지고 초등학교 때 숫자를 넣고 상자를 지나면 결과물이 도출되던 도식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상자 자체가 파라메트릭이라고 느껴지거든요. 입력값이 있고 아웃풋이 있고, 입력값에 따라서 파라메트릭이라는 시퀀스를 따르고, 마지막에 결과가 나오는데 그걸 함축적인 ‘네모’로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런 효율성이 파라메트릭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테고요. 심지어 거대한 건축을 하는 사무소에서 파라메트릭을 쓰는 이유는 단계에서의 시간이나 아니면 에너지 비용이라는 모든 것을 다 함축하는듯 해요. 하나의 클릭만으로 이런 부분들을 전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죠. 그래서노먼 포스터 같은 대형 건축물을 짓는 입장에서 특히 ‘효율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개인적으로 들었습니다.
김지우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주로 사용하게 된 이유가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 때문이잖아요. 베를린 국회의사당 스터디 모형들을 보면,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적용해서 각 돔을 어떤 구조로 어떻게 나눠서 구성하고 구축할 것인가를 포스터+파트너스에서 고민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각 모형마다 ‘수평적으로 나눌 것인지’ 아니면 ‘삼각형으로 나눌 것인지’ 이런 입력값과 알고리즘을 넣었을 텐데요. 그것에 주석을 달아서 ‘입력값을 수평으로 나누고, 이것을 삼각형으로 나눴다’와 같은 해석들을 더하면 사진 자료 없이 모양을 상상하며 함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민영 파라메트릭은 결국 노먼 포스터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효율적인 건축물 파사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하셨듯이 최적화라는 개념에 따른 태양, 자연적인 변수들에 맞춰서 한 외벽 디자인, 그런 것들이 저는 에너지 절약적인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도출해 낼 수 있는 파라메트릭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진 네, 그럼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용어로 넘어가겠습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 / parametric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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