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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2019 건축큐레이팅워크숍 라운드테이블

김용주, 김태형, 김희정, 박정현, 심소미, 윤원화, 이성민, 이현영, 임진영, 정다영, 정다은, 정성규

건축 큐레이팅이란

정다영  CAW 1기 프로그램이 오늘 ‘참고문헌 읽기’ 발표와 함께 끝났다. 지금 종합토론 시간은 전체 발표자분들을 모두 모시고 이번 워크숍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각자 ‘건축 큐레이팅’ 을 무엇으로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1기 워크숍이 끝난 지금 다시 한번 나누고 싶은 이슈가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다.

이성민  건축 큐레이팅에 대해서는 나도 아직 분명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씀을 못 드리겠다. 다만 이번 워크숍에서 참여한 많은 분들이 건축에 관한 전시와 건축가가 생산한 작업에 관한 전시를 구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일반 관람객 시각에서는 건축 관련 주제가 아니라, 건축가가 생산해낸 건축 매체를 다루는 것을 건축 큐레이팅이라고 구별해서 보는 것 자체가 생각해볼 지점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런 관점 자체가 건축 큐레이팅의 특성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술 안에는 회화, 조각, 퍼포먼스, 비디오 같은 다양한 분야가 있고, 건축도 미술관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여전히 미술관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예술 장르도 있다. 그런 예술과 미술 혹은 건축의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봐야겠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건축이 생산하는 매체나 담론이 차별성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심소미  오늘 김희정, 정성규 님이 발표해주신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잡지 기사를 통해 당시 건축 전시의 화두를 받아들이는 시각을 재확인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나 또한 예술의 범주에서 건축과 도시 공간에 관심을 두고 기획을 해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한쪽(미술)에서 다른 한쪽(건축)으로 흘러가는 기획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데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만약 내가 입장을 바꾸어 미술로부터 건축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건축에서 시작해 다른 곳으로 나아간다면 지금까지 내가 기획했던 전시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내가 작년에 기획한 《건축에 반하여》를 건축의 입장에서 출발했다면 그 결과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건축 큐레이팅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출발점을 건축에서 찾는 것일 수도 있다. 그로부터 관계와 차이를 발견하면서 나름의 방법론을 만들어가는 게 건축 큐레이팅이어야 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최근 건축의 입장에서 출발하는 전시를 하나 기획하고 있는데, 이런 역방향의 접근이 나에게는 처음이라 굉장히 어렵다. 큐레이터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오늘 만난 참고 자료들이 도움이 되었다.

CCA(The Canadian Centre for Architecture )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건축물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바로 이 점 때문에 현실에서 수용되지 못하는, 건축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전시장 안에서는 논의될 수 있다. 한편, 전시는 또 전시만의 현실적 논리가 있으므로 현실에서 실패한 담론이 전시로 들어올 때는 다시 나름의 논리를 갖추게 된다. 현실 건축의 실패가 어떻게 전시의 실험 안에서 의미 있는 담론을 만들어 낼 것인지도 건축 큐레이팅에서 다룰 만한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현영  나는 큐레이터가 아니라서 건축 큐레이팅을 무엇이라 말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다만 이런 자리를 통해서 건축 큐레이팅이 하나로 수렴되기보다 좀더 발산하면서 다양한 논의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건축이 미술관 안으로 들어온 까닭은 미술관의 의지가 크다. 처음부터 이건 건축 전시라고 정해놓고 기획을 한 거다. 그렇기에 건축이라는 장르에 어떤 예술적 가치가 있기에 미술관에 들어왔을까, 혹은 건축 전시가 어떻게 처음 기획되어 자기 영역 안으로 다양한 작업을 끌어들이는지에 대한 생각이 더 중요할 것 같다.

정다은  건축 자체가 우리 생활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건축 전시는 관람객이 그 모든 맥락을 읽어낼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다른 예술 작품과는 달리 각자가 읽고자 하는 부분만 취하기도 한다. 전시장에서도 저마다 다른 동선으로 전시를 읽는데, 그것을 더 다양하게 읽어낼 수 있게 고민하고 구현하는 것이 건축 큐레이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진영  건축 전시가 많아지면서 확신 없이 화이트 큐브 전시를 흉내 내는 건축 전시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건축 전시의 편차도 매우 컸다. 잘 기획된 전시가 있는가 하면, 전시라는 틀 안 에 집어넣고 흉내만 내는 전시도 많이 봤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서 건축 전시만의 힘도 드러나고, 사람들도 건축 전시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 전시가 좀더 긴장감을 가져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계속 이런 질문이 든다. 과연 한국 건축에 담론이 존재하나? 지금 우리 건축과 도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이제는 담론의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도 있지만, 원점으로 돌아와서 국제적인 것이 아닌 한국 건축의 담론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든다. 결국 우리의 토대가 너무 빈약하고, 그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는 것을 이번 워크숍을 거치면서 많이 깨달았다. 연구자와의 협업이나 연구 결과를 재해석한 실천들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과정 없이 연구와 실천이 동시에 이루어 지다 보니 다들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 전 발표에서 이시가미 준야의 사례가 나왔는데, 그야말로 작가적 세계를 구축한 미술관 안의 건축가이지, 이 사람이 ‘건축가로서’ 전시에 개입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건축적 사고방식을 가진 것과 별개로 작가로서의 태도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건축가로서 작품에 접근하면 다른 예술 작품과는 상당히 다른 메커니즘을 갖게 된다. 그 메커니즘을 잘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구현하여 전시로 엮어내는 것이 건축 큐레이팅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그래야 이상향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딛고 사회적 반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결국 건축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원론으로 돌아오게 된다. 건축 큐레이팅의 정의에 대해 물었지만, 건축 큐레이팅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한국 건축의 토대에 대해 같이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김용주  큐레이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건축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나도 건축 큐레이팅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이 수많은 고민이 어떤 필터로 개인에게 적용될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누리는 일상 속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건축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끌어내주는 것이 건축 큐레이팅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미술관으로 건축이 들어온 이유는 건축이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받았다기보다는 건축이라는 이슈를 통해서 사회적 이야기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효용 가치 때문인 것 같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는 건축의 이슈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건축이 미술관 안으로 들어와서 매체적 힘을 갖게 된 것이다. 미술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미술이 단지 예술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박정현 건축 큐레이팅은 일종의 정보 처리 프로세스 같다. 이번에 여러 발표자들이 보여주신 다양한 사례를 보면, 매체가 무엇이든 간에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있고, 그걸 다시 재가공, 재처리하는 여러 방법을 거쳐 전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정보 처리 프로세스에서 가 장 중요한 게 처음에 들어가는 원재료다. ‘개비지 인, 개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 )’ 이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임진영 님과도 비슷한 생각인데, 건축 전시의 가 장 큰 문제는 들어갈 좋은 데이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워크숍에서 계속 나왔던 이야기 중 “전시가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면 한국에서 건축 전시가 좋은 건축을 생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도 무척 중요한 지점이라고 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건축 전시에 대한 담론이 많이 생겼는데, 같은 시기 생산된 한국의 현대 건축물이 실제로 좋아졌는지 반문해 보면 썩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도 않는다. 이런 고민을 해볼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윤원화  나도 큐레이터가 아니다 보니 지난 시간 발표할 때도 스스로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정리하기로는, “건축을 좀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을 건축 큐레이팅이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면서 건축을 단순히 건축 설계, 혹은 건물을 만드는 일로 좁히지 않는 반대 방향으로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했다. 건축 큐레이팅을 하나로 규정하고 좋은 건축 전시의 기준을 세워서 전문 역량을 키우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건축 전시가 더 다양해질 수 있을까, 전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미술 전시 비슷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건축이나 미술과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드리고 싶었다.

물론 전문 큐레이터가 되는 길도 있지만, 건축을 배운 사람이 전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도 있고, 건축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외부적 관점에서 건축을 주제로 전시를 만들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워크숍에서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특히 실제로 건축 전시를 만드는 분들은 오히려 자신의 일이 좀더 선명하게 정의되고, 좋고 나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나의 직업으로서 건축 큐레이팅은 여전히 불안정한 일이고, 건축 전시가 이미 존재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전문 분야로서 제대로 인정받고 논의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미리 방향을 재단하기보다는 건축의 이름으로 더 다양한 시도를 포괄하고 촉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성규  건물을 짓지 않는, 설계를 하지 않는 건축가의 영역을 건축 큐레이팅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학생들과도 이런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번에 건축을 둘러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발표자분들의 강의를 통해 건축 전시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여러 일이 있다는 것을 본 것 같다. 학교에서는 건축(설계 )을 한다, 안 한다라는 이분법밖에는 없는데, 그게 아니라 설계를 하지 않는 건축가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김희정  나는 이번 발표를 통해서 전시의 범위와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깨게 되었다. 나만 해도 건축 큐레이팅이라고 하면 건축 전시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건축 전시는 시작일 뿐이고 전시가 끝난 이후에는 다른 많은 일로 이어나갈 수 있으며, 어떻게 보면 오히려 그 이후의 일들이 더 영향이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건축 전시는 단지 건축 큐레이팅의 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번 워크숍의 커리큘럼에도 방향성이 있는 것처럼 건축 큐레이팅에도 리서치를 하고,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디자인해서 출판까지 한다는 순차적인 프로세스가 암묵적으로 담겨 있다. 오늘 발표를 준비할 때 이 동시다발적인 많은 정보를 나름의 방향성을 갖고 정리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약이 생겼다. 사실 이 자료들은 이렇게 한 방향으로만 정리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닌데 효과적인 내용 전달을 위해 약간의 과장이나 축소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건축 큐레이팅이란 상당히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임을 말하고 싶다.

김태형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이야기하면, 결국 우리는 한국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건축 큐레이팅도 결국 한국 건축의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홍대에서 원로 건축가를 연구 대상으로 한 세미나가 있었는데, 발제자 중 한 분 이 1960~1970년대 한국 건축에 관한 마땅한 언어가 없다고 했다. 건축 언어가 발화되기 시작한 때는 4.3그룹 세대가 활동을 시작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정도인데, 그 세대부터 언어를 가지고 개념적인 건물을 설계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큐레이터나 아키비스트의 입장에서는 한 건축가가 어떤 시각으로 설계했고 그게 시대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자료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성민  김태형 님이 건축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예전에 한국과 호주의 건축가들과 함께 전시를 기획했을 때 경험이 떠올랐다. 호주 건축가들은 자기 작품을 설명할 때 보통 이 땅에는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런 재료를 선택했고, 이런 방법으로 풀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런데 한국 건축가들은 “삶을 담는 그릇” 같은 비유적인 표현으로 철학적인 이야기를 먼저 했다. 건축이 출발하는 지점, 사고하는 방향, 설계 방식에 대한 차이를 이러한 언어와 철학을 통해서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정다영 윤원화 님의 지적처럼 건축 큐레이팅은 매우 불안정한 영역이다. 내가 강의했던 발표 제목이 ‘불확실한 기획’ 이었던 것처럼, 솔직히 말해 나는 이 분야의 지금과 같은 흐름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공적인 자리나 기고에서는 건축 큐레이팅의 미래가 밝다고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이 흐름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내 안 에 그늘처럼 드리워 있다. 이건 단지 내가 속한 기관(국립현대미술관 )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지침서까지는 아니라도 문제의식을 공론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어찌 되었든 일을 벌이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그게 바로 기획이기도 하다. 그렇게 계속 일을 만들면서 지금의 흐름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불안감을 해소하는 측면도 있다.

그런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이 워크숍에서 적어도 세 개의 이슈를 함께 나누어보고 싶었다. 첫째는 건축이 단지 건물을 짓는 일만은 아니라는 것, 둘째는 건축 큐레이팅이라는 분야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 기관의 중요성을 외부로 알리는 것, 셋째는 전시를 매개로 다른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게 윤원화 님이 말씀한 ‘건축 문학’ 이나 ‘건축 퍼포먼스’ 일 수도 있겠다. 계속 다른 분야와 교접해가며 새로운 것을 실천해보고 싶다.

또 박정현 님이 큐레이팅의 정보 처리 능력에 대해 말씀했는데, 그 말은 매우 유효하다. 첫 시간에 구마 겐고의 말을 빌려 미술관이 건축가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이유가 건축가들이 지닌 “전투 능력”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미술관은 건축 큐레이터에게도 그런 부분을 기대한다. 실제로 나는 미술관 안에서 다이어그램을 잘 만들고 복잡한 사안을 한 장의 슬라이드로 잘 정리해내는 사람으로 통한다. 나도 이 워크숍을 통해서 전시장을 벗어난 다른 형식의 실천을 계속 고민하게 되었다. 연구를 위한 전시, 출판을 위한 전시와 같은 식으로 전시를 목적이 아닌 수단의 자리에 놓는 시도 또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건축 큐레이팅의 참고 문헌들

  1. Eeva Liisa Pelkonen, Carson Chan and David Andrew Tasman (Eds.), Exhibiting Architecture: A Paradox? (Yale School of Architecture, 2015)
  2. Edward Dimendberg, Diller Scofidio + Renfro: Architecture after Images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3)
  3. Jesus Vassallo, Seamless: Digital Collage and Dirty Realism in Contemporary Architecture (Park Books, 2016)
  4. 할 포스터, 『콤플렉스: 미술을 소비하는 현대 건축의 스펙터클』, 김정혜 옮김 (현실문화, 2014)
  5. 줄리아나 브루노, 『퍼블릭 인티머시: 시각예술의 공간적 확장』, 정용도 옮김 (픽셀하우스, 2011)
  6. 권미원, 『장소 특정적 미술』(현실문화, 2013)
  7. Henry A. Milton, The Renaissance from Brunelleschi to Michelangelo: The Representation of Architecture (Rizzoli, 1997)
  8. Mario Carpo, Architecture in the Age of Printing (MIT Press, 2001)
  9. 최상철, 『무대미술의 눈: 극장에 묻고 무대에 답하다』(안그라픽스, 2013)
  10. 랜달 C. 지머슨, 『기록의 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6)
  11. 스벤 스피커, 『빅 아카이브』, 이재영 옮김(홍디자인, 2013)
  12. 한국건축가협회, 『한국의 현대건축: 1876~1990』(기문당, 1994)
  13. 자크 랑시에르, 『무지한 스승』, 양창렬 옮김(궁리, 2008)
  14. Denis Hollier, Against Architecture: The Writings of Georges Bataille (MIT Press, 1992)
  15. OASE 88: Exhibitions: Showing and Producing Architecture (nai010 publishers, 2013)
  16. OASE 99: The Architecture Museum Effect (nai010 publishers, 2018)
  17. Zoë Ryan (Ed.), As Seen: Exhibitions That Made Architecture and Design History (Yale University Press, 2017)

정다영  처음 강의 요청을 드리면서 주제와 관련된 참고 문헌을 요청했다. 발표 때는 시간 관계상 참고 문헌에 관한 내용이 많이 다루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제안하신 참고 문헌을 어떤 이유로 추천했는지, 후속 공부를 위해 공유하고 싶은 자료나 실천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달라.

김태형  나는 건축 설계를 전공하고 건축 역사를 공부한 다음 아키비스트 일을 시작했다. 아카이브에 대한 개론적인 내용이나 방법론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다.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살펴본 자료 중 가 장 유용했던 것이 시카고에 있는 미국아키비스트협회(Society of American Archivists )에서 펴낸 책들이었다. 매체 유형별로 자료를 어떻게 기술하고, 수집하고, 정리하는지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그 후 실제로 자료를 접하고 정리, 분류, 기술하는 일을 하면서 점점 노하우가 쌓였다. 물론 경험을 통해 배운 부분도 크지만, 그 책이 경험치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김희정  『Exhibiting Architecture: A Paradox?(건축을 전시하기: 패러독스? )』1라는 책은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건축 큐레이팅이란 가능한가’ 라는 역설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예일대학교에 열린 심포지엄을 바탕으로 만든 이 책은 최근 전시보다는 건축 큐레이팅이라는 논의가 활발해지기 전의 옛날 전시들을 갖고 건축 큐레이팅이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찬찬히 짚어보기에 좋은 지침서 같다. 그리고 이번에 자료 조사하면서 홈페이지에 아카이브와 귀중한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는 미술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MoMA의 건축 전시 자료들은 리플렛은 물론 당시 보도자료까지 PDF로 상세하게 담겨 있다. 발표 때 소개해 드린 화이트채플갤러리에도 자료가 풍부하다. 구겐하임뮤지엄 아카이브도 홈페이지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정성규  건축 전시와 관련된 텍스트를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이 과정을 좀더 흥미롭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전시를 하나 선택해서 그 과정을 추적하면서 읽는 것이 참고 문헌을 살피는 좋은 방법이었다. 해당 전시의 실제 기획 의도를 떠나서 다양한 추론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기획에 관한 생각을 넓혀갈 수 있을 것 같다. 흥미로운 전시 하나를 각자 선택해 그로부터 파생된 참고 문헌을 읽어가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

윤원화  개인적으로 나는 건축 전시가 단순히 건축을 전시장에 옮겨 오는 것이 아니라, 건축 실무의 범위를 확장하고 건축 담론을 학제적으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먼저 건물과 도면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매체로 건축에 대한 사고 실험을 확장시킨 건축가들에 대한 책들을 골랐다. 에드워드 디멘버그(Edward Dimenberg )가 엮은 『Diller Scofidio + Renfro: Architecture after Images(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 이미지 이후의 건축 )』2는 20세기 후반에 건축가들이 페이퍼 아키텍처 또는 ‘미디어 아키텍처’ 로 자신의 건축적 방법을 구축하고 이를 실제 건물 설계로까지 이어 나가는 전형적인 궤적을 보여준다. 헤수스 바사요(Jesus Vassallo )의 『Seamless: Digital Collage and Dirty Realism in Contemporary Architecture(천의무봉: 동시대 건축에서 디지털 콜라주와 흙투성이 리얼리즘 )』3은 2010년대에 디지털 사진 기술에 기반한 건축가와 건축 사진가의 새로운 협업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건축과 미디어가 교차하는 방식이나 그것이 놓인 시대적 맥락이 21세기 들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분과를 교차하는 건축 책들이 있다. 할 포스터의 『콤플렉스: 미술을 소비하는 현대 건축의 스펙터클』4은 미술 비평가 입장에서 2차대전 이후 현대 미술과 건축의 교차를 이야기한다. 줄리아나 브루노의 『퍼블릭 인티머시: 시각예술의 공간적 확장』5은 영상 이론을 바탕으로 미디어 설치와 영상 작업 속에서 건축과 공간의 문제를 탐구하는데, 미술 이론서 같지만 의외로 건축 책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권미원의 『장소 특정적 미술』6은 건축을 전공한 미술 큐레이터이자 미술사학자의 관점에서 2차대전 이후 미술관 바깥으로 뛰쳐나간 미술들의 역사를 추적한다. 이런 책들은 학제적 접근이 단순히 분과들을 뒤섞는 것이 아니라 한 분과에서 다른 분과를 꿰뚫고 들어가는 매우 특이한 벡터들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박정현 참고 문헌으로는 리촐리(Rizzoli )에서 나온 르네상스 건축에 관한 책, 『The Renaissance, from Brunelleschi to Michelangelo: The Representaion of Architecture(르네상스, 브루널레스키부터 미켈란젤로까지: 건축의 재현 )』7을 추천했다. 역시 전시를 기반으로 만든 책이다. 이 책의 참고 문헌은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접한 참고 문헌 중에 가장 인상 깊었다. 보통 학위논문을 쓸 때 참고 문헌을 1차 문헌, 2차 문헌, 외국 문헌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무런 구분 없이 900년부터 2007년까지 나온 책을 연도순으로 나열해 놓았는데, 4단 배열로 30쪽을 채웠다. 그만큼이나 르네상스 건축 연구의 역사가 이어졌다는 것을 과시하듯 소개하고 있다. 참고 문헌 하면 가 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라 의식적으로 소개해보았다.

또, 건축 매체에 대한 이론가들이 많은데, 페레즈 고메즈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현상학적 입장을 취한다. 이들은 대부분 현대에 와서 풍부했던 건축적 유산이 다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는데, 내가 참고문헌에 소개한 마리오 카르포(Mario Carpo )라는 이탈리아 학자는 그 반 대 입장에 서 있다. 그가 쓴 『Architecture in the Age of Printing(프린팅 시대의 건축 )』8라는 책은 상대적으로 현상학적 관점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최근의 디지털 건축까지도 르네상스 건축이론으로부터 소급해서 해석하고자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관심 있는 분들은 보면 좋을 것 같다.

김용주  한 편의 희곡이 연극이나 뮤지컬이 되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프로세스를 다룬 책들을 추천하고 싶다. 『무대미술의 눈』9과 같은 책들에서는 희곡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계속 새로운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전시도 우리가 다루는 컨텐츠를 계속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되는 것 같다. 희곡 작품이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변환되는 지점과 관련해서 중요하게 참고할 만한 것이 많다. 사회의 요구에 따라 표현 방식이 계속 달라지고, 이 부분이 전시의 특성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현영 내가 제출한 참고 문헌은 두 개다. 하나는 『기록의 힘』10이고, 하나는 스벤 스피커(Sven Spieker )가 쓴 『빅 아카이브』11이다. 첫 번째 책은 ‘아카이브’라는 용어에 대해서 오해하는 분이 많은 것 같 아 골라보았다. 기록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기본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두 번째 책은 그동안 역사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아카이브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제대로 된 아카이빙을 하는 게 가능한지 질문을 던지고, 또 전시장에서는 이 아카이브가 어떻게 사용되고 새로운 의미를 얻는가에 대해 다룬 책이다. 어떻게 보면 두 가지가 상당히 상충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두 번째 책 의 내용처럼 기존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자료들이 쌓여야 한다. 나는 그 차곡차곡 쌓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처럼 전시나 비평에 관심 있는 분들은 두 번째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만들어가는 아카이브를 비판하거나 새로운 틈을 찾아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다은  기문당에서 나온 한국 현대건축에 대한 총론이 있다. 『한국의 현대건축: 1876~1990』12을 쭉 살펴보면, 이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한국 건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를 상상하게 된다. 열심히 읽지 않고 도판만 쭉 보아도 한국 건축이 서양과는 얼마나 다르게 흘러왔는지 알 수 있다.

심소미  자크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13과 드니 홀리에(Denis Hollier )의 『Against Architecture(건축에 반하여 )』14이다. 『무지한 스승』을 처음 읽었을 때 나 는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에게는 앎에 대한 욕망이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학자는 수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진 사람인데, 어느 날 자기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대학에서 강연하게 된다. 그때 이 사람은 그 나라에서 번역된 한 권의 책을 선택한다. 서로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결고리로서 그 책이 존재했던 것이다. 배움에 있어 소통 의지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런 태도가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건축 역시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파하는 데서 조금 벗어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다영  CAW 기획팀은 이번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OASE #88 Exhibitions: Showing and Producing Architecture(전시: 건축을 보여주고 생산하기 )』15, 『OASE #99: The Architecture Museum Effect(건축 뮤지엄 이펙트 )』16, 『As Seen: Exhibitions That Made Architecture and Design History(본 바와 같이: 건축과 디자인 역사를 만든 전시들 )』17와 같은 해외 책들을 참고했다. 아직 건축 큐레이팅에 관해 참고할 수 있는 국내 문헌들은 찾기 어려운 것 같다.

건축큐레이팅워크숍 2기

정다영  CAW 2기도 구상하고 있다. 2기 때는 다루는 주제가 더욱 다양하고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내용이 포함되면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다.

김희정  1기에서는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가지고 건축 큐레이팅 과정을 하나씩 뜯어보았다면, 2기 때는 전시 외 출판이나 심포지엄 같은 가 상 프로젝트 하나를 선정하여 그것이 진행되는 과정을 들어보면 좋겠다.

정성규  2기에서는 전시 외에 건축 큐레이팅을 통해서 경제적인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장기적으로 이 분 야 또한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흘러가야 하기 때문이다.

윤원화  이번 1기 워크숍은 두 가지 방향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 한편에서는 실무자들이 궁금한 내용이나 좀더 공부하고 싶은 부분을 품앗이하듯이 서로 나누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관련 경험이 전무한 분들이 건축 큐레이팅 실무에 어떻게 진입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런데 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강연 형태도 좋지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진짜 워크숍 형태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각자 전시 아이디어를 내고 그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키다 보면, 전시를 만드는 데 어떤 역할들이 필요하고, 어떤 의사 결정들이 요구되는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참석한 분들도 전부 건축 설계 전공은 아닐 텐데, 서로 다른 배경지식과 기대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전시를 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궁금하다.

박정현  2기에서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전시를 함께 리뷰할 필요가 있겠다.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우리가 외국의 좋은 전시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결국 남이 분석한 걸 읽고 얘기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담론이 축적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도 있고, 여러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에서 건축 전시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의 의의와 한계 등을 논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김용주  전시가 끝난 이후 리서치 등을 통해 후속적으로 생산되는 것들이 흥미롭다. 거기에는 전시 기획에 대한 부분도 있고, 전시에서 보여준 표현 방식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2기 프로그램에서는 전시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박정현 님의 의견과 비슷하다. 전시 자체를 가지고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그 이후에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좀더 잘 알 수 있 을 것 같다.

임진영  나는 윤원화 님이 말씀하신 ‘다양성’ 이 인상 깊다. 나와 남편은 둘 다 건축을 공부했지만, 남편은 설계를 하고 있고 나는 편집자와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기자로서 항상 완성된 결과물을 봐왔기 때문에 논리적인 프로세스에 익숙하지만, 실제 설계할 때에는 반드시 그 방식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남편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 중 하나가, 내가 초기 과정에서 보이는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완성물만 보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깨달은 바가 많은데, 건축 전시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나는 직접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것을 보는 입장이다 보니 자꾸 비평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전시를 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자화자찬으로 끝나는 전시들이 너무 많았고, 남는 것은 별로 없었던 같다.

정다은  많은 전시들이 그렇긴 하다. 좋은 전시를 하고 싶기 때문에 건축 전시를 잘 읽는 법에 대해서 나도 관심이 많다. 나는 요즘 건축 공모전을 아카이빙하는 업무를 하는데, 수많은 도면과 조감도를 접한다. 그래서 그런 도면들을 통해 그 건축을 읽을 수 있을지, 그 자료들로 전시를 만들거나 다르게 활용할 방법이 있을지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이성민  워크숍 중에 큐레이팅의 끝은 전시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에 대해 간단히 답하고 싶다. 미술관의 기능이나 업무 차원에서 볼 때 예전에는 전시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공공 프로그램, 서비스,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미술관을 새로 지을 때도 편의시설이나 교육 공간을 중요시한다. 전시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있다. 어떤 전문가는 이런 상황을 두고 미술관이 복합문화공간화 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전시를 만들 때는 큐레이터만 있는 게 아니라 전시와 관련한 교육가도 있고, 기술자도 있고, 프로듀서도 있다. 전시가 대형화되면서 영역별로 전문화되는 것이다.

한편, 큐레이터가 어떤 담론을 생산하기 위한 주제를 상정할 때 그것이 작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1932년 MoMA에서 열린 《현대건축: 국제전시회》의 참여 작가였던 미스 반 데어 로에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모두 ‘국제양식’ 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엮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 전시 과정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미술관 아카이브에 다 남아 있다. 이처럼 전시 주제를 정하는 일부터 진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절차들이 하나의 전시가 어떤 담론을 생산하려고 했는지를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심소미  나도 2기에 대해서는 박정현 님 생각에 공감한다. 현실적인 조건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나 ‘잘 된’ 사례들만 접하면 그걸 따라가고 싶은 욕망이 발동할 수밖에 없다. 이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는 건축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하면서, 건축 큐레이팅으로 어떤 담론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번 워크숍에서 했던 것처럼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점검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한편, 미술 전시를 건축가의 입장에서 비평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건축의 입장과 태도를 가지고 건축 밖의 영역들에 대한 관심을 넓혀가야, 그렇게 만들어진 틈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건축 안팎을 오고 갈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정다영  CAW 2기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것은 없으나, 공유하고 있는 생각들은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또 함께해주면 좋겠다. 2개월 동안 뜻깊은 논의를 나눠준 발표자분들과 이 자리를 만들어준 정림건축문화재단, 참여하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 일시: 2019년 2월 20일
  • 장소: 정림건축문화재단
  • 참석자: 김용주, 김태형, 김희정, 박정현, 심소미, 윤원화, 이성민, 이현영, 임진영, 정다영, 정다은, 정성규

(부록) 2019 건축큐레이팅워크숍 라운드테이블

분량16,104자 / 32분

발행일2019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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