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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테이션

양수인

2010 vs 2020

제프리 킵니스(Jeffery Kipnis)1가 감독한 《A Constructive Madness》라는 다큐멘터리에서 피터 루이스(Peter Lewis)라는 거부가 프랭크 게리에게 주택을 의뢰한다. 게리가 10년 동안 설계를 했으나 너무 비싸서 결국 짓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 이것저것 시도해본 경험과 개발한 기술을 전부 몇 년 후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에 쏟아붓게 되었다. 구겐하임 빌바오는 우리가 알다시피 프랭크 게리의 커리어뿐 아니라 세계 건축의 테크놀로지 측면에서 굉장한 전환점이 된다.

내게도 그런 전환점이 있다. 2010년에 작업한 리빙 라이트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유전자 알고리즘을 사용한 다목적 최적화였다. 그리고 10년 후 포스코의 조각 작업을 하면서 비슷한 최적화 작업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2010년에는 두 가지 지표를 사용한 다목적 최적화를 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가격이 15만 달러였는데, 10년 후에는 훨씬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다목적 최적화를 하는 데 전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가능해서 452달러밖에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 명백하다. 내가 이 컴퓨테이션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은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니 놓치지 않고 알아둬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자이로이드 트레포일 / 자료 제공: 삶것
‘리빙 라이트’ 다목적 최적화 데이터 베이스 / 자료: 포럼 발표 캡쳐
‘리빙 라이트’ 다목적 최적화 후보 / 자료: 포럼 캡쳐

창의력 = 연산력

이제는 건축가나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자신의 직관이나 머리만 믿고 일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인공지능이나 컴퓨테이션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졌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진 후 어느 인터뷰에서 ‘창의력은 곧 연산력’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마음에 와닿았다. 소위 창의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사실 밑도 끝도 없이 창의적인 해답을 불쑥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매우 빨리 처리해서 다른 사람보다 더 창의적인 해답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컴퓨테이션 기술을 이용하면 인간의 영감에만 의존하는 창의력 이상의 창의력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인간 뇌의 연산력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보다 훨씬 더 넓은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시대는 곧 올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가격에 달려있는데, 소프트웨어 가격은 저렴해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그것으로 실험할 수 있고, 별것을 다 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발전은 그런 데에서 일어난다. 연산력의 가격 차이가 결국 창의력의 차이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술을 사용해보면 컴퓨터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음도 깨닫는다. 건물 모양 바꾸기 이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매우 특정한 조건을 디자인해주어야 한다. 이것은 문제 해결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형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크고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조그만 건물 같은 경우 풀어야 할 문제가 그리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직관이 훨씬 빠르고 좋다. 반면, 매우 복잡한 어반 플래닝 같은 프로젝트에서는 기계가 효율성을 발휘하기 시작할 텐데, 그때 이 새로운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써보려고 했는데, 지금 사무소의 프로젝트 중에는 그렇게까지 복잡한 경우가 아직 없었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마스터플랜이나 타운 플랜을 할 기회가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컴퓨테이션 기술을 적용한 다른 작업들을 심심찮게 보지만 아직은 기술적인 도움보다는 심미적인 이유로 활용한 경우가 대다수다. 대수선 리모델링 작업에서도 컴퓨테이션 기술이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다. 그런 작업이야말로 더 직관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이 양수인 / 인터뷰어 김상호 / 원고화 및 편집 김보경

컴퓨테이션

분량1,896자 / 4분 / 도판 3장

발행일2023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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