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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축을 찾아서

심미선

학생건축공모전 과제는 대개 건축 설계 결과물(도면)을 중심으로, 이를 부연하는 텍스트나 그래픽을 포함하며, 간혹 모형을 요구한다. 그러나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은 과제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다. 참가자 모두에게 주어진 1차 과제로, 스테이에 머무는 사람(페르소나)과 장소(여행지) 설정, 스테이 설계, 여정 시나리오 작성, 여행자 피드백(SNS 게시글) 작성 등을 부여함으로써 기획부터 건축 설계까지 풀어내야 했고, 현장 심사 대상자는 (모형을 포함하여) 브로셔 제작, 1일 숙박 가격 설정, 한 문장의 카피와 같이 셀링, 마케팅 영역의 추가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즉, 과정 자체가 지랩이 일컫는 ‘토탈 디자인’을 적용한 스테이 프로젝트 프로세스와, 스테이폴리오에서 스테이 운영 전략을 세우는 과정과 유사하다. 따라서 다른 공모전과 비교했을 때 과제에서 드러난 차이가 곧 스테이 프로젝트의 차별점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다름’을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연계 포럼 기획이 시작되었다. 궁극적으로 스테이라는 동시대 현상이 지닌 다면적인 양상을 다루면서 스테이 바깥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주제를 다듬었다. 지랩이라는 스튜디오와 스테이폴리오라는 회사를 두 축으로 세운 뒤, 자신만의 해법과 아이디어를 담은 스테이 작업을 하고 있는 건축가 그룹과, 건축 교육을 받았거나 실무 경험을 한 뒤 건축 설계가 아닌 영역에서 사업을 일구고 있는 기획자, 사업가 그룹을 초대했다. 그리고 이들과의 대화를 이끌어 줄 모더레이터와 함께 두 차례의 포럼을 준비했다.

‘한국적 현상으로서의 스테이’는 스테이를 통해서 드러나는 건축적 현상을 짚고 그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포럼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스테이 건축과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취향의 공간인 스테이에 잠시 머무르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사는 집과 공간에도 각자의 경험과 취향을 반영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맥락에서 여인숙 프로젝트로 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중간 주거’ 등 거주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임태병(문도호제 대표)에게 모더레이터를 청했다. 그는 ‘건축가로서 스테이 프로젝트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 ‘스테이의 가능성’, ‘스테이와 주택 프로젝트의 차이’ 등을 위주로 패널에게 질문했다. 건축가들은 스테이라고 해서 별도의 개념이나 접근법을 만들어 내지는 않지만, 클라이언트가 건축가에게 상당 부분 기댄다는 점이 주택 프로젝트와 다른 점이라 답했고, 한편으로 클라이언트가 본인들이 설계한 다른 스테이를 경험하고 디자인 특성을 이해한 뒤 찾아오기에 더욱 과감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스테이 프로젝트의 특징으로 꼽았다. 대화를 마치며 남긴 임태병의 말처럼, 스테이에서 보여준 각 건축가의 개성과 가능성이 일상의 공간으로 들어온다면 그것이 주거와 건축에 가져올 ‘다름’은 기대해 봄 직하다.

‘건축으로 창업을 꿈꾼다면’은 스테이라는 건축 공간과 시장이 탄생한 배경에 주목했다. 기존에는 없었던 용어인 ‘스테이’가 대중화되고 시장이 형성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스테이폴리오처럼, 건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공간 비즈니스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해나가고 있는 이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창업과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이 결정에는 올해 재단에서 시작한 탈건학부의 영향도 컸다. 지금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 혹은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 싶은 사회 초년생에게, 건축을 공부함으로써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 선배들이 있다는 사실과 그들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민, 시행착오, 후회 등등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건축의 영역에서 설계 이외에는 다 하고 있다’는 박성진(사이트앤페이지 대표)을 모더레이터로 초대해 이야기에 깊이를 더했다. 포럼에서는 ‘창업’과 ‘공간 비즈니스’라는 두 가지 큰 주제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패널 모두 공통적으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공간을 사업으로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제도, 금융, 경영, 기술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의 대화 속에서 자기 관심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와 호기심,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용기가 새삼스럽게 와 닿았다.

정림학생건축상 2023을 기획하던 시점만 해도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일상생활을 했다. 도록을 마무리하는 지금은 엔데믹도 옛말이다. 스테이가 발돋움할 수 있었던, 그러나 대부분의 공간 비즈니스가 보릿고개를 지나야 했던 시대적 요인이 흐려진 셈이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무엇이 될 것인가? 학생들에게 내주었던 과제와 질문이 그대로 현실 건축가, 사업가에게 되돌아온다. 어쩌면 포럼 대화 시간에 나왔던 이야기처럼, 건축은 땅의 감각으로, 사업은 근본 가치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인지도 모른다. 가장 트렌디한 주제를 다루었으나 이렇게 원론으로 회귀하는 이유는 결국 다름의 출발점이 거기에 있기 때문 아닐까?

심미선 정림건축문화재단 팀장

다른 건축을 찾아서

분량2,417자 / 5분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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