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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상징성, 경험

고영성, 이성범

고영성 저희는 스테이 프로젝트만을 위한 개념을 특별히 만들어 내진 않습니다. 다만 저희 작업 전반의 주제를 네 가지 꼭지로 서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제는 ‘드러냄의 해법’ 입니다. 건축은 결국 드러내는 것인데, 관념적으로 드러내는가 아니면 실체적으로 드러내는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건축은 모형만으로도 사람들의 관념 속에서 살아 움직이면서 작동하고, 또 어떤 건축은 표면으로 잘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에게 바로 인지되어 작동합니다.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 것은 건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희가 드러냄의 해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관된 독특함’이라든지 ‘비일상의 변용’이라든지 ‘시도하는 것에 집착하는 태도’를 아우르면서 건축을 하고 있습니다. 

이성범 그중에서도 스테이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는 ‘비일상의 변용’입니다. 일상과 비일상은 대척점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가깝다는 인식 안에서 모든 디자인을 시작합니다. 일상 안에서의 새로운 접근법 자체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하나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포머티브의 건축 작업 주제 / 자료 제공: 포머티브

이성범 포머티브의 스테이 작업은 세 가지 키워드, 은유적 서사, 개념적 상징성, 비일상적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각 프로젝트에 모든 키워드가 반영되지만 각 키워드가 더욱 두드러지는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은유적 서사입니다. 이것은 공간의 시퀀스와 연관됩니다. 시퀀스가 단순히 공간을 잇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감성적인 지점과 관계를 맺으며 공간의 흐름이 이루어질 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의 의귀소담은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소재를 사용해서 공간으로 접어들 때 느껴지는 감성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 프로젝트입니다.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귤밭으로 둘러싸인 마을 어귀로 접어들면서 스테이로 가기 위한 하나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전체적인 평면을 보면 주출입구부터 여러 길을 냈어요. 제주 올레길의 느낌과 연속성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특히 주변의 시각적인 간섭을 피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담아내기 위해서 중정 형태의 평면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 주변에는 귤밭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개방감을 주면서 이 공간들이 서로 하나의 관계 속에서 커다란 유기체와 같은 느낌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고영성 진입하는 부분을 보면 외부 영역과 내부 영역을 심리적으로 나누는 역할을 하는 게 돌담입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돌담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 장면이 나타납니다. 길을 돌아가면서 제주의 패턴을 가진 외장의 모습이라든지 조경을 통해서 제주에 왔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하고요. 그리고 장면마다 독특한 풍경을 느낄 수 있도록 시퀀스를 떨어뜨려 놨습니다.

제주의 재료와 패턴을 적용한 의귀소담 정면 / 자료 제공: 포머티브
주변의 귤밭으로 시야가 열린 스테이 내부 / 자료 제공: 포머티브
귤밭으로 열린 의귀소담의 중정 / 자료 제공: 포머티브
의귀소담 1층 평면도 / 자료 제공: 포머티브

고영성 두 번째로 설명해 드릴 것은 개념적 상징성이고, 이것이 두드러지는 작업은 청수곶입니다. 대지는 청수 곶자왈 끝자락에 있고 고도가 조금 높은 편이라 제주에서 드물게 한라산 자락과 제주의 숲인 곶자왈을 내려다보는 위치예요. 이걸 실마리로 삼아서 설계를 시작했어요. 곶자왈이 그대로 스테이로 이어져서 들어오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주제였습니다. 그리고 곶자왈 아래 곳곳에 오름이 부유하듯이 떠 있는 모습을 보고, 이 형상을 우리 스테이에도 적용해 봤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주요한 개념적 상징성이었습니다. 그래서 뒤쪽 도로에서 스테이 쪽을 바라보면 특이한 형상 두 개가 떠 있어요.
평면으로 보면 두 채의 집이 있습니다. 오른쪽은 주거 공간이고, 왼쪽이 스테이입니다. 그래서 두 집을 철저히 분리할 방법으로 벽을 택했고, 그 벽이 공간을 단절하는 느낌이 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곡선을 많이 쓰기도 했습니다. 평면을 보면 살짝 축이 틀어진 걸 볼 수 있는데 축마다 향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주거동은 산방산 쪽이고, 스테이동은 한라산을 향하고 있습니다. 축이 틀어진 덕분에 앞쪽 대지에 어떤 건물이 들어오더라도 시선이 막히지 않습니다. 외부 재료도 최대한 인공적인 재료로 자연적인 느낌을 낼 수 있도록 조직해 보자고 생각해서 벽돌을 쪼개서 쌓는 방식으로 직조된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청수곶 / 자료 제공: 포머티브
청수곶 1층 평면, 2층 평면 / 자료 제공: 포머티브
청수곶 단면투시도 / 자료 제공: 포머티브

이성범 마지막으로 비일상적 경험에 방점을 찍은 스테이, 트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자연적인 요소의 다양한 물성을 건축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여러 겹의 켜로 공간적인 깊이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고민을 담아낸 프로젝트입니다. 스테이 건축은 대중의 궁금증을 자아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설계하고 있어요. 멀리서 바라봤을 때 ‘과연 저게 뭘까? 한번 가보고 싶다’와 같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들을 외부로 표출할 때 스테이로서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건물은 외벽 없이 커다란 지붕으로 구성했어요. 지붕은 대지 주변을 둘러싼 주택들로부터 시선을 차단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건축적 장치이기도 합니다. 내부 공간 구성 방식은 센터 코어로 가운데에 기능 실을 두었고, 지붕 아래쪽을 글레이징으로 채워서 외부 풍경이 실내로 들어올 수 있는 평면으로 계획했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아이코닉한데, 실내 공간이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내게끔 했죠. 특히 지붕 끝선과 외부에 있는 돌담의 높이를 맞춰서 외부에서는 이 내부를 바라볼 수 없어요.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면 마운드가 되어 있는 랜드스케이프를 따라서 실내 공간과 같은 눈높이가 형성되는 방식입니다. 여기까지 저희들이 했던 작업을 보여드렸습니다.

지붕의 조형이 두드러지는 트믐 정면 / 자료 제공: 포머티브
완전히 차단된 정면과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는 배면 / 자료 제공: 포머티브
트믐 1층 평면, 2층 평면 / 자료 제공: 포머티브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포머티브

고영성은 한양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솔토건축사사무소와 디자인연구소이엑스에이 소장을 거쳐 포머티브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습니다. 이성범은 한양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를 거쳐 포머티브건축사무소 공동대표로 합류했습니다. 포머티브는 충실한 사고의 과정을 거쳐 발현되는 건축의 감각과 조형에 가치를 두고 작업에 임합니다. 주요 작업으로는 곡성 월든하우스, 제주 스테이 삼달오름, 원주시 로톤다, 강릉시 지안이네 등이 있습니다. http://formativearchitects.com

서사, 상징성, 경험

분량3,305자 / 6분 / 도판 11장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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