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earch close
https://archnews.manualgraphics.com/bk-tt-cover/
문단구분
글자크기
  1. -
  2. +
배경
  1. 종이
글꼴스타일
출력
  1. 출력
목차

Digging Trip

강서연, 김가영, 김민준


강서연 삼육대학교 건축학과
김가영 삼육대학교 건축학과
김민준 삼육대학교 건축학과 


디깅 모멘텀은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소비 트렌드로, 자신만의 가치를 위해 특정 품목이나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디깅 소비에서 발현되었다. 이러한 소비 형태는 근미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여행 형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을 주장한다. 취미 혹은 철학 등에서 더 탐구하고 깊게 알아가려는 행위 자체가 근미래의 여행이 될 것이다.

본 설계안은 비거니즘이란 철학을 하나의 예시로 디깅 트립의 근미래적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더 깊은 비거니즘을 찾으러 신월리로 떠나는 사람들의 여정을 제안함으로써 철학, 취미, 인물, 유행 등 하나의 키워드를 설정하고 깊게 파는 여행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컨셉

오늘날의 비거니즘

최근 비거니즘에 대한 인식은 기존의 비건에서 비롯 된‘채식주의자’라는 범주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식물성 식품의 섭취에서 그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대체하기 위한 식물성 원료의 개발이나 동물권 보장을 위한 환경보호 차원의 윤리적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건 식당과 비건 화장품, 비건 의류의 개발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비거니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이제는 비거니즘이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넘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페르소나

이병건 (36, 교사) 

“평소 비건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에서도 식습관은 물론, 로션, 심지어 의류까지 동물성 원료를 아예 배제하려고 노력해요. 여행으로 몰랐던 비거니즘을 더 알아보고 싶어요!”

정유림(22, 대학생)

“저는 비거니즘을 몰라요. 하지만 선천적으로 육류를 소화하지 못하기에 비건 식단을 하죠. 그래서 더 알아보고 싶어요. 이왕 여행하는 거, 비건 여행은 좀 더 좋은 거겠죠?”

강대성(25, 프리랜서)

“비거니즘이랑 비건은 같은 단어 아니었나요? 그냥 고기 안 먹는 거죠? 그런데 아니라네요? 더 많은 종류가 있다는 걸 디깅 트립을 통해 알았어요. 궁금해서 신청했어요.”

한지혜 (38, 회사원)

“평소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 위주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어요. 어느날 디깅 트립에서 비거니즘 주제의 여행을 봤는데 생각을 발전시키고 건강한 여행인 것 같아서 신청했어요!”

여행지

강원도 인제군 남면 신월리 마을

소양호와 산이 두르는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강원 인제군 남면 신월리 마을은 지형이 초승달을 닮았다 하여 신월리로 이름이 붙혀졌다. 신월리 주민의 대부분은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현재 85명(실 거주 48가구)만이 거주하고 있다. 사람보다 소가 더 많이 살고 있는 신월리는 2030 인구가 현저히 낮으며 택배 서비스도 어려운 오지 마을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신월리는 지역의 정체성과 특성을 반영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월리와 동물해방물결

신월리에는 주민 수(85명)보다 훨씬 많은 한우 2천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청년들이 신월리로 모여들고 있다. 신월리는 과거 목축업을 주업으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소들이 고통받았다. 그런 아픔을 간직한 곳에 신월리와 동물해방물결 단체가 힘을 합쳐 폐교를 활용해 고통받았던 소들을 해방하는 협약식을 맺었다. 

청년과 아이가 귀한 신월리에 동물해방무렬 회원들이 나타나면서 주민들의 기대도 커졌다. 최근 단순히 고기를 안 먹는 한 사람의 소비자로 남기보다 고기를 생산하는 농업생산 및 소비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으로 탈서울, 유기농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려는 비건 또는 비건 지향자가 많다고 동물해방물결은 설명한다. 

동물해방물결은 인제 해방촌 관계 인구가 신월리를 거점으로 활동하게 된다는 계획도 밝혔다. 회원 등을 대상으로 신월리에서 키운 농산물을 소개할 예정이다. 나아가 인제군은 신월리를 자유로운 비건 세상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근미래의 신월리 마을 모습

2022년 신월리 마을은 비건 청년마을 조성을 위해 ‘신월리 달뜨는 마을’ 공동체와 동물해방물결이 30년간의 협약을 맺었다. 현재 ‘비건 마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면서 인제 해방촌 관련 연간 600명 이상의 관계 인구(정기, 비정기로 오가며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인구)가 신월리를 거점으로 활동하게 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부평초등학교 신월분교를 우리나라 최초의 생추어리로 바꾸게 되면서, 신월리는 앞으로 비건 캠핑장과 비건 축제 등이 활성화 된 비건 단체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 있다. 

‘신월리 달뜨는 마을’ 공동체는 이러한 비건 단체의 특성과 활동들을 연계하여 신월리의 인구를 늘리려는 계획 중에 있다. 관계 인구를 확보하는 것을 시작으로, 초반에는 여행을 통해 신월리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고 있다. 비건 단체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회원들을 점차 신월리에 거주하게 하는 계획으로 추후 5년 안에는 비건 단체 회원 60명이 전원 이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 생추어리: 신월리는 약 2,000 마리의 한우가 있는 사육 규모가 가장 큰 마을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소 생추어리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늘어나는 비건 활동으로 축산업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게 되고 소들이 자라는 모습을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소 생추어리가 신월리에 많이 늘어날 것이다. 
  2. 비건 식당: 2022년 5월, ‘동물해방물결’ 단체 회원 4인은 신월리로 주소를 옮기면서 앞으로 많은 회원들이 신월리로 거주지를 옮겨 활동할 것이라 밝혔다. 이러한 행보는 현재 ‘신월리 달뜨는 마을’ 공동체가 추진하고 있는 농촌 체험과 비건 식당들을 적극적으로 연계함에 따라 신월리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의 ‘비건 푸드 식당’ 보편화의 연장선으로 보여지고 있다. 
  3. 비건 책방: ‘동물해방물결’ 단체는 해방촌의 ‘홈마켓’에서 비건 활동 후 애프터파티 행사, 대담회 또는 비건 라디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신월리 또한 비건 청년 마을로의 전환 이후에는 비건 축제 후 대담회나 파티 진행을 위한 공간과 함께 관련 서적이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책방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 비건 캠핑: 신월리는 외부인의 접근이 낮은 위치적인 이점으로 오지 캠핑에 최적화된 장소로 손꼽힌다. 신월리는 비건과 오지 캠핑의 연계를 통해 비건 캠핑장 추진 의사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 소양호 군락에서 이루어지는 오지 캠핑을 비건 캠핑으로 전환함으로써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친화적인 비건 프로그램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5. 숙박시설: ‘동물해방물결’ 단체는 연간 600명 이상의 관계 인구가 신월리로 이주하여 비건 활동을 할 계획임을 알렸다. 이처럼 신월리로 이주하는 인원들 외에도, 비거니즘에 관심을 갖는 디깅러들이 짧은 기간 동안 신월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따라서 현재 한 곳의 민박과 달뜨는 마을 외에도 비거니즘과 관련된 다채로운 숙박시설이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테이

모형


심사위원 질의응답

박중현 가장 만나보고 싶었던 팀 중에 하나인데, 비건은 취향이라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개념이다. 지금 발표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투숙객이 여기 머물면서 즐겼으면 하는 취향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디깅트립 과거에는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고 지금은 혼자서 여행을 떠난다면 앞으로의 여행은 같은 취미를 지닌 사람들끼리 함께하며 관심사를 더 발전시키는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설정한 페르소나를 보면, 비거니즘이 생활 방식에 깊이 침투되어 있는 사람도 있고, 다이어트를 위해 비거니즘을 선택한 경우, 혹은 선천적으로 육류를 섭취하지 못해 비건이 된 경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비건을 만날 수 있다. 이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교류하고, 비거니즘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여행을 기획했다.

노경록 나 역시 꼭 만나보고 싶은 팀이었다. 공모전의 특성 상 이미지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밖에 없어서, 이미지화하기 어려운 주제를 스테이에 녹여내고자 분투한 흔적이 느껴지는 용감한 시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 공모전이라면 현실 가능성을 떠나 이런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귀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 아이디어를 공간에 녹일 때 폐축사를 활용한다거나 영농 폐기물을 활용하기도 하고, 땅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매스를 띄워 올리는 등의 방법을 택했는데, 보면서 여기서 더 나아간 아이디어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무래도 본질적인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공모전의 한계 상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더 듣고 싶다. 

디깅트립 일단 ‘디깅 트립’이라는 컨셉을 잡고, 디깅의 대상으로 ‘비거니즘’이라는 철학을 선택할 때까지만해도 많은 분들이 그렇듯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을 건축에 녹이기 위해 비거니즘을 파고들다보니, 단순한 채식이 아니라 동물의 해방을 고민하는 철학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비거니즘 안에 채식은 물론 동물 해방과 제로 에너지, 컨셔스 패션과 같은 다양한 갈래의 성찰과 실천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이것을 건축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실제로 너무 어려워서 주제를 바꿀까 하는 고민도 여러 번 했다. 결론적으로는 ‘비거니즘=채식’이 아닌, 그 안에 담긴 다양한 키워드를 최대한 다양하게 담아낼 수 있도록 하나의 스테이에는 하나의 주제만 담아서 그에 집중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디깅 트립’을 제안하자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정했고, 지금의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노경록 지금 정한 사이트도 비거니즘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기에 최적화된 사이트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사이트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리고 동물해방물결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디깅트립 처음에 신월리 마을에 대해 몰랐을 때에는 비건 축제가 열리는 곳이나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을 고르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혹시 ‘비건 마을’을 표방하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다가 신월리가 눈에 들어왔다. 동물권 보호 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이 들어와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고, 여전히 축산업이 주를 이루지만 ‘비건 마을’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마을이라는 점에 강하게 끌렸다. 
무엇보다 주민들 대다수가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들이 축사에 갇혀 살아가는 환경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유롭게 방목하는 ‘생추어리’를 자발적으로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비거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배경으로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명확한 주제와 컨셉을 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어 동물해방물결을 직접 만나보거나 인터뷰를 할 시간은 없었다. 대신 주어진 시간 안에 조사를 충분히, 깊이 하려고 노력하고 직접 사이트에 가보았다.

박중현 여기까지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도, 이유도 다 다를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여기에 와서 어느 정도의 비용을 소비하게 되나?

디깅트립 다른 스테이의 평균을 약간 웃도는 가격인 4인 기준 80만 원으로 책정했다.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으며, 크루얼티 프리나 컨셔스,  프리사이클링 세 종류의 스테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위해서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 MZ세대의 소비 패턴을 반영하였다. 결정적으로 같은 초콜릿이라도 ‘공정무역’ 라벨이 붙으면 그 가치가 가격에도 반영되는 것처럼, 우리 또한 같은 스테이일지라도 다른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평균 이상의 가격을 책정했다. 

노경록 공정무역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에 따르는 비용이나 가치를 가격에 녹인다는 논리는 당연하게 들리지만 때로 추가적인 수익을 위한 마케팅적 요소로 쓰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평균을 상회하는 가격을 책정한 이유는 단지 투자비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나? 아니면 가격을 올림으로써 다른 스테이와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인가? 

디깅트립 우선, 평균 이상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만큼 비거니즘이라는 철학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와서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에서 깊이 디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오고, 한 번 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비거니즘 단체와 연결되어 관계를 이어간다고 보면 단순한 ‘숙박비’가 아닌, 비거니즘 디깅의 출발점에 서는 비용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여 평균 이상의 가격을 매기게 되었다. 

이상묵 1차 평가를 할 때, 주제도 좋고 접근 방식도 좋은데 건축으로 연결하는 형태나 당위성이 다소 약해보였다. 그래서 오늘 만났을 때 꼭 그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다. 크루얼티 프리 스테이는 폐축사를 활용한 것이니 당연하다 치더라도, 프리사이클링 스테이나 컨셔스 스테이의 경우에는 어떤 기준으로 저런 형태가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디깅트립 말씀하신 대로 크루얼티 프리 스테이의 경우, 폐축사를 리모델링할 때 골조를 최대한 보존하고 재료도 기존에 사용한 재료를 사용하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프리사이클링과 컨셔스 스테이는 컨셉이 분명한 만큼 그것이 공간에도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재료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프리사이클링 스테이는 재료의 모습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직선 형태를 택했고, 컨셔스 스테이는 원형이나 육각의 매스를 활용하여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그에 순응하는 자세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스테이들 간의 조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각각의 스테이가 표방하는 비거니즘의 키워드가 공간에도 확실하게 드러나 있어 사람들이 그것을 느꼈으면 하는 의도로 매스를 디자인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3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 입선 Digging Trip 공개 심사 영상

원고화 및 편집 최정원

Digging Trip

분량6,711자 / 13분 / 도판 11장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작업설명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