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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과 반향 – 뉴욕의 점거에 관한 견해

이와사부로 코소 Sabu Kohso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운동’으로서 보는 것, 다른 하나는 ‘이벤트’로 보는 것이다. 운동으로서의 점거는 2011년 여름과 가을에 시작하여 2012년 노동절 집단 운집 이후 끝이 났다. 그러나 이벤트로서의 점거는 광범위한 투쟁에 영향을 미치는 변형적 힘을 지닌 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점거는 최초로 미국, 아랍계, 유럽 등지에서 나타난 국제적 반란과 함께 반향을 일으키며 곳곳에서 실존한다. 이벤트를 만들어 낸 원동력은 본질적으로 이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점거 구역에서 조직된 위원회와 실무단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사람들의 다툼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거기에는 지도자도,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도, 정치노선도 존재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온갖 사람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탐색하는 곳에서는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벤트였다. 물리적으로 점거한 공공장소가 있었고, 어떤 이상적 운동에 의한 것이 아니었던 덕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음에 언급하는 것들로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를 대변할 수도 없고 할 의도도 없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아트포스터 (출처: globalvoicesonline.org/wp-content/uploads/2012/01/Occupy_Wall_Street_Revolution.jpg) / ⓒ David Shankbone (CC BY 3.0)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한 가장 실제적인 요인들 중 하나는 바로 ‘점거’라는 용어이다. 정치적 구호나 목적과는 별개로, 점거는 지역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에게 즉각적으로 이해시키고 널리 공유하는 행위와 전략을 표명한다. 이 용어는 실천의 주변에서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든다(an action=word, 용어가 곧 행동과 직결되는 것이다). 즈카티 공원 점거 초기 단계에는 그것이 수 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벤트의 중심에는 우리가 도심 내 공공장소를 두 달 간 실제적으로 점거한 구체적인 현실이 있다. 이렇게 주어진 현실 주변에서만 행위, 소통, 집단생활, 정치 프로젝트, 문화 생산이 이뤄질 수 있다. 다양한 주제와 경향의 소위 정치 사회적 운동들은 오직 (대다수 익명의 개개인들이 항시 경찰에 대치한 채로) 점거를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전략적, 전술적 그리고 수송의 노력들에 기대어 점거 인력, 점거 교육, 점거 환경들을 호출함으로써 이벤트에 개입할 수 있었다. 용어가 곧 실천으로 이어지는 문맥의 외부에서 용어를 무리하게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운동과 집단을 홍보를 위한 유행성 상표처럼 점거는 종결되었고 원동력은 분산되었다.

북미에서 점거의 개념은 그리스 학생들이 주도한 반란에 영감을 받아 2008년 캘리포니아와 뉴욕 내 대학 점거에서 유래한다. 뉴욕은 1980-90년대 무성했던 스쿼팅의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90년대 후반 보안이 강화되면서 무력화되었다. 점거가 불법점유와 다른 점은 후자가 사유재산이나 토지를 (반)영구적으로 탈취하려고 하지만, 전자는 탈취에 있어서 잠정적 융통성과 공간적 이동성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불법점유가 최소한 지금 뉴욕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반면 세계적으로 ‘점거’의 지역적 개념화는 2009, 2010년과 2011년 카이로, 바르셀로나, 아테네 등지의 도심 광장을 대대적으로 점령했던 국제적 반란의 새로운 흐름에 의해 극적으로 강화되었고 그 후 점거의 행위는 뉴욕에서 북미로 번져나갔다.

이러한 관점에서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는 뉴욕이라는 특수한 문맥에서 행한 이벤트이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전 지구적으로 폭넓게 자주 나타나기 시작한 국제적 반란들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반란은 ‘용어는 곧 행동’이라는 ‘점거’의 기초적 측면이 되었는데 여기에 속하는 행동에는 도심 내 공공장소를 탈취하고 점거한 공간을 기초로 별도의 현실들을 창조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 중차대한 시기에 각각의 프로젝트는 머지않아 어떤 지점에서 끝을 내야할 운명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동시에 프로젝트들은 조지 카피아피카츠George Kastiaficas가 말한 반향(파급)의 ‘에로스 효과Eros effect’를 일시적이나마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위해 물리적으로나마 다른 곳으로 전달한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60일째 즈카티 공원에 모인 사람들 (출처: commons.wikimedia.org/wkii/Occupy_Wall_Street#mediaviewer/File:Day_60_Occupy_Wall_Street_November_15_2011_Shankbone_16.JPG) / ⓒ David Shankbone (CC BY 3.0)

2011년 11월 뉴욕경찰청에 의해 즈카티 공원의 점거가 해산되고, 브랜드화된 점거의 효과가 사라진 직후, 뉴욕 내 하나로 뭉쳐진 거대한 자극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관습적인 단합과 역동적으로 대비되는 분산과 반향이다. 말하자면 점거를 통해 빚, 철거, 임대료 인상, 환경 파괴, 오염, 경찰 폭력과 같은 다양한 쟁점들을 타계하고자 프로젝트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작은 문제들을 가지고 소규모 집단으로 흩어진 것이다. 그 사이 더 베이스The Base와 1882 우드바인1882 Woodbine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사회적 장소가 점거 과정에서 친목을 이룬 사람들 사이에서 등장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분산에도 불구하고 혹은 이것 때문에 이런 분자로 된 프로젝트들의 질적인 부분은 강화되기까지 했으며, 동시에 분산된 집단과 개인들이 광범위하게 조직화된 행동을 할 때 동원력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확장하게 된 것이다. (2014년 9월 기후정상회담에 맞춰 열린 대규모 행진을 보라)

혁명이나 개혁을 목표로 하는 중앙집권화된 운동에 집착하는 이들에게 이벤트의 이런 경향은 안타까운 변화이다. 그러나 점거 이후, 운동의 테두리를 자주 벗어나는 분쟁의 역동성에 극도로 민감해진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대한 운동의 부재가 꼭 약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점거의 가장 결정적인 사례 중 몇몇은 제도적 결속 없이 헤매기보다는 ‘분산과 반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물리적으로 공간을 점유한다는 점이 다양한 참여자들 하여금 그들의 삶에 관한 문제들을 소통하고 공공 생활공간을 건설하게 하였고 그 가운데 권세에 맞서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중대한 역할로 작용했다. 이러한 경험의 공유는 많은 이들에게 위기 감각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에서부터 환경적인 것까지 위기는 자본가와 국가에 의해 지배되는 지구적 현실 안에 서로 연결되고, 이와 관련된 사람들의 실천과 참여도 늘고 있다. 이러한 참여는 반란의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에서 이 상황은 하나의 주제를 지닌 운동이 장악하는 산발적인 시위의 침체된 순간을 능가한다. 그리하여 점거 후에는 현재의 상황에 반대하는 것만큼 어떤 행위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에서 한 경찰이 18세 흑인 남성을 살해한 사건은 당시 북미의 각기 다른 도시들에서 반란의 흐름을 만든 도화선이 되었다. 이 사건에서 경찰에 의한 발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필수적인 행위에 해당하는 존재의 기본적인 존엄성이 공권력에 의해 침해받기 시작한 생활환경을 상징한다. 정치적, 사회적인 조건의 이례적인 상태는 오염물질에 대한 과세와 경제적 부채와 같은 경제적, 환경적인 조건의 상태와도 공유된다. 따라서 반발의 강도는 이 사건이 공유되던 상태와 그 상태를 알아차리면서 더욱 세졌다. 그러나 분쟁을 지속하고 나아가 그것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점거를 통해 배웠듯이 일시적 항쟁과 정치적 프로젝트를 넘어, 삶 자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 이것이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점거의 경험이 남긴 최후의 교훈일 것이다. 뉴욕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사회적 공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브루클린의 부시윅에 위치한 더 베이스는 무정부적 조직의 개념에 기초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역고급화 현상, 감옥 연대, 경찰의 만행과 같은 지역사회 문제를 자각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www.thebasebk.org) 한편 퀸즈의 리즈우드에 있는 1882 우드바인은 개인의 심신, 사회적 관계와 환경 등 실존하는 모든 영역에 걸쳐있는 것을 변모시킬 도심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한다. (www.woodbind1882.wordpress.com) 이 두 곳은 매우 의식적으로 국가와 국가를 연대성으로 경계 짓는 관습적 국제주의를 우회하여 분자처럼 미세한 수준에서 지역사회와 지역사회를 잇는 국제적 연계성을 육성하고 있다.

무형의 위원회Invisible Committee에서 발간한 신간 『우리의 친구À Nos Amis』(2014)에서처럼 문제점과 반란의 사태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적 혁명이 곧 일어날 것 같은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책이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쓰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 질문은 다른 장소와 문맥에서 동일한 상황에 대항하고 있는 전 세계적 분쟁 간에 반드시 공유되어야 한다.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지역민의 삶이 점차 황폐해짐에 따라 반란은 점점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모순이 있다. 지구적 혁명이 세계적으로 작용하는 힘을 축출해내지 못한다면 어떠한 지역의 분쟁이라도 그 자체로 완전한 승리를 성취할 수는 없다. 반면 지구적 혁명은 널리 걸쳐져 있는 지역적 분쟁이 동시 다발적으로 강화되어야만 일어날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점거가 남긴 씁쓸한 교훈 중 하나는 세계의 경제력이 제도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그곳에 존재했었으나 실제적으로는 부재했다는 것이다.)

결론에 준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격렬해지는 반란들이 실천과 인식의 두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순을 깨고 나가기 위한 틈은 오직 새로운 형태의 공유 안에서만 존재한다.

번역 우현정


이와사부로 코소 Sabu Kohso

일본 오카나마현 출생으로 1980년대 초부터 뉴욕에서 거주하며 일해 왔다. 전지구적인 반자본주의 투쟁에 오래 참여해왔다. 『뉴욕열전』, 『유체도시를 구축하라!』와 더불어 도시공간과 민중의 투쟁을 그린 3부작을 구성하는 『죽어가는 도시, 회귀하는 거리/여항』을 출간했고 아나키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새로운 아나키즘의 계보학』을 일본어로 출판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와 존 홀로웨이, 가라타니 고진, 이소자키 아라타 등 다수의 책을 영어와 일본어로 옮겼다.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지진,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의 세계에 대한 비판적이고 이론적인 분석을 엮은 책, 『후쿠시마 내 사랑』을 냈으며, 현재 온라인 jfissures.org를 동료들과 함께 편집하며 뉴욕 오큐파이 운동에도 함께 해왔다.

확산과 반향 – 뉴욕의 점거에 관한 견해

분량4,957자 / 10분 / 도판 2장

발행일2015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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