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지공원 저항의 여파
펠린 탄 Pelin Tan
분량3,905자 / 8분 / 도판 2장
발행일2015년 1월 15일
유형오피니언
게지공원Gezi Park을 점거한 이후 나타난 여러 가지 변화들이 있었다.1 먼저 2013년 6월 15일 이후 공원이 와해되면서 토론회가 많이 생겨났는데 그중 다수는 도시, 노동력, 교육 그리고 생태학의 권리를 위한 모임이었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나는 집단의 몇몇 형태들과 새로운 연구가 지역 내 분쟁에 맞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내겐 공원 부지에 잔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게지 공원에서의 경험은 차이의 인정, 자발적으로 공유된 노동, 논쟁을 좋아하는 민주적 플랫폼 등이 있었음에도, 무엇보다 협업과 연대가 중요했다. 터키에서는 요즘 들어 훨씬 폭력적이고 혹독한 도시 붕괴, 그리고 민영화가 이스탄불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진행 중이다. 밸리드백Validebağ 투쟁이 일어난 이 녹지 공간은 이스탄불 근교를 파괴하려 하는 지방자치당국에 맞서 거주민들이 스스로 지켜냈다. 수천 년간 자리를 지켜온 성벽 주변의 채소밭을 허물고 그곳을 민영화하려는 지방자치당국에 의해 이스탄불의 오래된 성벽은 변화의 위기에 처해 있고, 터키 서부 이르카Yirca 마을의 투쟁은 올리브나무 농장을 파괴하는 회사의 공격에 맞서 한 달 이상 지속 중이다. 위에 언급한 일들 이외에도 현재 터키 내 다른 도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에는 이웃 간, 마을 간, 시민 간의 연대 행위는 필수적이다. 또한 이스탄불의 건축도시계획 입법 기관Chamber of Architects and Planners이 수행하는 재판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사법적 역할을 한다.2 그러는 사이 정치부터 예술, 역사를 포괄하는 수많은 출판 프로젝트와 모든 분야에 걸친 컨퍼런스, 강연회가 게지 점거 이후에 있었다. 이는 사람 대 사람 간 경험을 변형시키고 사회적 저항과 반발에 관한 행위 개념을 강화시켰으며 나아가 권위주의적 제도들에 의문을 던졌다.
잠시 상기하자면, 2013년 6월 15일 토요일 저녁의 폭력 사태가 있기 전, 게지 공원은 자립적으로 조직된 마을이었다. 점거에 가담한 사람들은 먹을거리, 음료수, 텐트를 무료로 제공하였고 야영지는 1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확대되어갔다. 시위자들은 야채를 심고 화단을 꾸몄으며, 행동주의 그룹은 시위 장면을 송출하기 위해 ‘Videoccupy’를 만들었다. 이와 같은 모든 활동들은 집단적이고 유기적이다. 음식은 무상이고 교환을 기반으로 하였기에 여기에서 돈은 유용하지 않다. 이것들은 전부 J. K. 깁슨 그래함J. K. Gibson-Graham의 공동체 경제, 집단 조직의 수직적 측면, “집단 행위의 정치학” 개념을 연상시킨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명심해야한다. “우리의 욕구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우리의 욕구에 과잉으로 넘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생산되고, 나눠지고, 안배되고, 배치되어야 하는가? 어떤 재원들이 소비되는가, 그리고 이 소비가 어떻게 분배되는가? 우리의 공유재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새롭게 하고, 유지하고, 확대하고, 끌어내리고, 타인에게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현대미술 리서치 그룹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은 게지 공원에서 자발적 노동과 자원봉사 인력에 초점을 맞춘 공개 모임을 열었다. 자발적 노동은 이질성과 집단적 유대감에 있어 필수적이다. 이런 종류의 유대감은 상호 간의 필요, 참여자들의 요구, 결속과 자율성에 기초한 능력을 통해 키워진다. 이 유대감은 경제 활동과 노동 과정을 구축할 수 있다. 이 같은 문맥에서,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행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집단 노동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자발적 노동의 역할은 무엇인가?’ 토론은 예술적 실천들이 어떻게 집단적으로 전파될 수 있는지 검토한다. 우리는 집단적 협업, 전파의 방식들, 노동의 교환 조건들이 제공하는 사회 참여 예술을 실행함으로써 공동체를 보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자원봉사자들’의 조합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발적 노동은 스스로를 집단적인 일상 행위의 동력으로 변환시킨다. 도시의 토론회들과 새롭게 공존하는 단체들은 도시화, 노동, 페미니즘, LGBT, 학생 운동, 활동가들의 매체와 생태학과 같은 다양한 문맥 안에서 출발하여 일상의 모든 영역 내에서 진행 중인 투쟁에 대해 다른 종류의 절실한 관심을 만들어 냈다. 예를 들어, 이스탄불에 근거지를 둔 “모두를 위한 건축Architecture for All”은 게지 저항 후 건축적 드로잉들을 그려냈다. 임시로 지은 모스크, 단순한 재료로 만들어진 이동 가능한 음식 저장고, 텐트, 계속해서 확장되는 열린 병원, 이런 것들이 탁심 광장과 게지에서 상황에 맞게 즉각적으로 세워진 건축물의 예이다. 게지 공원의 각 구역과 장소의 경계를 표시하는 끈들은 각 장소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주었고 이것들은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도 하였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도시화, 가건축과 급진적 공간 저항의 사례들과 같은 ‘비상사태’의 상황에서 수행적인 건축이 가장 자주 나타난다. “모두를 위한 건축”은 이런 관계적 저항의 구조를 통해 ‘게지점거건축’을 만들었고 “우리에게는 건축가들로부터 건축이 지워진 상황에서 건축을 위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거리와 게지 공원에서 마주한 각각의 독특한 구조물은 그에 적합한 디자인과 실행 과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 다른 예로는 Videoccupy 구성원들이 설립한 웹 기반의 디지털 아카이브 ‘bak.ma’가 있다. 이들은 게지 투쟁부터 그 이후까지 촬영한 비디오 녹화 아카이브에 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이렇게 출처가 공개되는 디지털 비디오 아카이브는 짧은 영상을 업로드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접근할 수 있다. 게지 반란은 대안적 비디오 액티비즘 실행을 ‘아카이빙’하거나 반항적 디자인 실천을 수집/기록하는 독특한 방식의 건축/디자인 활동을 사용하여 ‘아카이브’에 대한 개념의 중요성을 이끌어냈다.


우리는 초지역적 네트워크와 결합한 자기 조직적 집단을 만들어내는 지역적 운동의 국면에 확실히 접어들었다. 여기에서 초지역적 네트워크는 뿌리줄기적rhizomatic 전파와 과잉을 생성해 낼 수 있다. 반면 여러 도시에서 발생한 점거는 기존의 집단적 저항 실천들을 수렴하여 이전과는 달라진 공통적 실천의 영역을 선보인다. 반 세계적 항쟁과 20세기 운동들의 차이점은 점거 운동은 특이한 형태의 연대, 초지역적 네트워크, 횡단적 지식의 종류, 교육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 사이먼 크리츨리Simon Critchley는 “우리는 점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점거는 혁명이 아니라 반역이다. 그것은 매우 흥미롭고, 유용한 정치적 전술의 매우 다른 조합을 만들어 냈다. 점거는 다수의 좌파 무정부주의자들에게 매우 친숙한 대상이다. 나는 저차원의, 거의 보이지 않은 일련의 행동들이 어떤 지점에서는 가시성을 가지게 되고 실제로 효력을 지니게 된다고 믿는다. 그람시가 언급했듯이 정치는 책략의 전쟁이나 권력에 대한 전면 공격이 아니다. 그것은 끈질기게 지속되는 진지전이다. 이것은 낙관주의, 교활한 속임수, 인내를 요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더하여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Franco ‘Bifo’ Berardi에게 점거 운동은 타인의 신체가 주는 즐거움이자 다른 연합체 간의 공감을 뜻한다. 어떤 까닭인지 우리는 더 이상 새로운 액티비즘에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우리가 생산하는 비공통적 지식과 점거의 사례들로 깨우친 새로운 제도의 힘 및 집단적 노동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며 이런 부분이 공동의 삶 속 모든 분야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동안 힘써야 한다.
번역 우현정
펠린 탄 Pelin Tan
터키의 마르딘Mardin에서 활동하는 리서치로, 비디오콜렉티브artikisler/videoccupy의 멤버이기도 하다. 도시의 정의urban justice와 실천적 현대미술에 대한 다수의 글을 발표했다.
게지공원 저항의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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