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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탄생

강민정, 박희준, 장예린


강민정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박희준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장예린 홍익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학과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 앞에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사라진다. 자연은 매일 새로운 하루마다 또 다른 아침을 선사하며 우리를 맞이한다. 속도와 경쟁 중심의 현대 사회 속에서 인간의 삶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비교하여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잠시 멈춰 놓고, 자연 속 ‘느림’의 요소를 가진 것들에 주목하며 천천히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근미래의 여행은 과도한 일상의 습관과 속도로 인해 잃어버린 감각적 인식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곳 ‘하루의 탄생’은 느림의 요소를 가진 것들, 특히 자연 현상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그중에서도 소금이 가지고 있는 상태 변화라는 독특한 특성을 이용해,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각각의 소금 결정 공간들 속에서 사람들이 자연 현상에 담긴 느림의 미학을 경험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일상생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한편, 건축 재료로써 소금 결정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안한다. 스테이 ‘하루의 탄생’은 현대인들에게 매 순간 살아있는 존재로서 아침마다 햇살을, 저녁마다 어두움을 맞이하는 기쁨을 나누고 피에르 쌍소의 ‘삶이 행운의 기회’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여행지

신안 증도 태평염전은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증도에 있는 염전이다. 2007년 11월 22일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360호로 지정되었다. 전증도와 후증도를 둑으로 연결하고 그 사이 갯벌에 조성한 국내 최대의 단일 염전으로, 동서 방향으로 긴 장방형의 1공구가 북쪽에, 2공구가 남쪽에, 남북 방향으로 3공구가 조성되어 있다. 염전 영역에는 목조 소금창고, 석조 소금창고, 염부사, 목욕탕 등의 건축물이 있으며, 자연 생태의 갯벌, 저수지와 함께 천혜의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고 있다.

과거의 신안군은 돈이 날아다닌다는 뜻으로 비금도라고 불릴만큼 염전 인부들의 지갑에 실밥이 터질정도로 돈이 많았다. 지금 신안은 현대사회에서 중범죄로 간주되는 염전노예와 같은 사건이 여러차례 발생하여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되며, 산업이 쇠퇴하고 있다. 대형사건사고가 이 곳에서 많이 발생한 건 사실이나, 충분히 반성하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려는 사람과 군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신안 천일염은 대신 값싼 중국산 소금으로 바뀌어 우리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염업이 사양 산업으로 바뀌어가고 정부는 염전을 태양광 발전소로 사용하려는 지금, 우리는 신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스테이를 통해 다시 찬란했던 그 때 그 시절로 되돌리려 한다.

페르소나

이현지 (27세, 회사원)

27세 이현지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증권사에 취업하여 직장에 다니고 있는 4년차 회사원이다. 꿈에 그리던 여의도 증권가의 커리어우먼이 되었지만, 이상과 현실의 다름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8시 지옥철을 타고 9시까지 출근, 6시 퇴근 또는 7-8시 연장근무 후 집에 돌아오는 쳇바퀴같은 삶에 지루함을 느낀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매일 같은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함을 느낀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즐겁게 놀던 추억을 떠올리며, 절친한 선경, 민희와 함께 2박 3일의 국내 여행을 계획한다.

최선경 (27세, 요리사)

27세 최선경은 국내 유명 호텔에서 일하는 막내 셰프이다. 명색이 셰프이지만, 눈코뜰새 없이 바쁜 주방일에 정작 본인은 2000원짜리 삼각김밥으로 허겁지겁 끼니를 떼우기 일쑤다. 늘 긴장되고 바빠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업무환경에 지쳐감을 느끼고 있다. 기계적으로 일하며 둔감해져가는 감각, 지친 몸과 마음을 일깨우기 위해 신선한 자극이 필요함을 느낀다. 어릴적부터 절친한 현지가 민희와 함께 스테이 여행을 제안하자 기쁜 마음으로 응한다.

김민희 (27세, 유튜버)

27세 김민희는 대학시절부터 해외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며 여행 브이로그를 만드는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해외 여행지라면 안가본 곳이 없는 그녀는 흥미가 떨어질때 즈음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몇년간 해왔던 콘텐츠 제작 일에 난항을 겪고있었다. 슬럼프를 겪으며 우울감을 느끼고 있던 민희는 일상의 변화와 관점을 전환시켜줄 기회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마침 절친한 현지와 선경이 함께 국내 스테이 여행을 제안하고, 좋은 기회라 생각해 여행을 준비하게 된다.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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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심사위원 질의응답

이상묵 심사할 때 무척 인상적으로 봤다. 다른 팀과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근처에 염전이 있어 소금을 중요한 요소로 선택했는데 그 과정에서 색다른 관점이 돋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하루의 탄생 사이트를 선정할 때, 일상과 비일상을 매개해줄 수 있는 요소로 일상에서 많이 접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재료인 ‘소금’을 택했다. 소금을 스터디하던 중 알게 된 결정화 과정에서 건축적인 영감을 받았고, 이를 모티브로 여행을 계획했다. 우선 소금의 결정화라는 자연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이트로 신안을 선정했다. 염전 산업이 쇠퇴하고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로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인근에 위치한 태평염생식물원과 너른 갯벌 등의 자연 환경은 여행지에서 체험의 요소로도 매력적이고, 지역에도 활기를 줄 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했다. 

이상묵 발표 중에 ‘자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스테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이 개념이 무척 새롭게 느껴진다. 소금 말고도 이런 것이 가능한 물질이 또 있을까? 

하루의 탄생 발표 자료 중 재료 스터디 내용을 보면, 소금 외에 명반(백반) 결정을 가지고 실험을 한 결과도 있다. 결정을 물에 녹인 뒤 굳히면서 만들어진 더 큰 알갱이와 콘크리트를 섞어 빛이 투과되는 효과를 의도했다. 이처럼 소금이나 명반 외에도 암석이 될 수 있는 물질은 충분히 건축 재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노경록 2차 과제인 모형 제작이 제일 어려워보였던 팀이 이 팀이었다.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훌륭하게 표현을 해냈고, 스터디의 결과가 잘 드러났다. 정말 멋지고, 수고 많으셨다. 실험 결과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듣고 싶다. 첫 번째 실험은 소금을 메쉬 소재 천에 결정화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했는데 두 번째 실험은 어떻게 진행했나? 

하루의 탄생 소금 결정과 명반 결정을 콘크리트와 섞어서 굳혀보았다. 결정이 크면 그만큼 빛이 많이 투과되는데 이러한 특징을 건축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소재를 1층 정화의 공간에 사용하여 샤워를 할 때에도 투과되는 빛을 감상하고, 그 옆의 간이 주방에서 차를 마실 때에도 화장실에 불을 켜두면 은은한 조명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했다. 

노경록 모형도 단순히 폼보드로 만든 것이 아닌 것 같다. 모형을 만들 때는 무슨 재료를 사용했나? 석고인가? 모형 만들 때 며칠 걸렸나?

하루의 탄생 석고를 주로 쓰고, 해당하는 장소마다 실제로 사용하고자 하는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모형을 만들었다. 이를 테면 소금 콘크리트로 만들어질 공간은 실제로 소금과 콘크리트를 섞어 만든 재료로 표현했다. 지난 겨울에 한두달 간 석고 스터디를 한 적이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모형을 만들 때는 3일 정도 걸렸다. 우드락과 아이소핑크로 모든 틀을 제작하고 석고를 수십 번 뜨는 과정을 반복했다. 

박중현 경험의 차원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 투숙객이 머무는 3일 동안 소금 결정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만약 지금 있는 손님이 떠나고 다음 손님이 오면 기존 결정은 물을 뿌려서 녹이는 건가? 

하루의 탄생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는 소금 채취실을 계획했다. 투숙객이 직접 소금 채취실에서 3일 동안 결정화된 소금을 채취해서 가져가는 방식을 생각했다. 본인들이 머무는 시간 동안 만들어진 소금을 가져가고, 다음 손님이 오면 다시 만들어지는 식이다. 또 결정지에 있는 메쉬는 고리에 연결되어 있어 결정이 만들어지면 끌어 올려 걸어서 결정이 맺힌 모습을 보여주고,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지는 결정지에 내려두었다가 다시 설치하는 방식으로 계획했다. 

노경록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훌륭한 아이디어다. 현장 심사 후보 중 염전을 주제로 한 팀이 있다. 양쪽 다 지역성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서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염전 창고를 리모델링해서 만들 것 같은데 의아하게도 신축을 제안했다. 그에 대한 뒷이야기가 있나? 

하루의 탄생 우리도 처음에는 소금 창고를 생각했다. 처음 신안에 도착하자마자 소금 창고가 눈에 들어왔는데, 리모델링하면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스터디를 할수록 콘크리트에 소금을 넣어 굳히고, 결정화되면서 빛이 변화하는 모습을 공간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리모델링보다는 신축이 우리의 의도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결정했다. 

노경록 발표에서 박명, 박모에 대해 디테일하게 설명했는데 이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다. 

장예린 조사를 하면서 박명의 색이나 시간대에 따라 이름이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염전을 바라보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우리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이 내용을 발표에 넣었다. 

박중현 그래서 스테이의 1박 기준 가격은 얼마인가? 비싸게 받아야 할 것 같다. 

하루의 탄생 소금 결정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3-10월을 성수기 기준으로 삼았다. 성수기에는 1박당 60만원, 비수기에는 40만원으로 책정했다. ‘스테이 하루’는 단지 자연 안에서 힐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현상을 통해 세심하게 감각을 일깨우는 여행을 지향한다.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지만, 이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며 투자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기꺼이 지불할 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또 신안의 경우, 아직 관광지로서는 많이 부각되지 않았다. 연관 검색어에도 여전히 ‘염전 노예’가 뜨며, 온라인 상에서도 ‘무섭다’, ‘꺼려진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가격이 저렴한 대지라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땅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좋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비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실제 사이트 근처에 ‘엘도라도 리조트’라는 현재 운영 중인 숙소가 있다. 이 리조트의 경우, 자쿠지 욕조가 비치된 숙소 가격이 1박에 42만원이고, 바베큐와 소금테라피 등의 부가 서비스 비용을 더하면 1박에 5-6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유사한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는 ‘스테이 하루’의 성수기 가격 60만원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3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 대상 하루의 탄생 공개 심사 영상

원고화 및 편집 최정원

하루의 탄생

분량5,216자 / 10분 / 도판 19장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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