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블 & 버블
유걸
분량3,249자 / 5분 / 도판 7장
발행일2015년 2월 10일
유형작업설명
시나리오: 유걸
72세의 전직 요리사 최현욱 씨는 근교에 조그마한 땅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은퇴 후 이 땅을 이용해 경제생활을 하는 동시에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이웃을 만들고 싶었고, 7~8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마을 <페블 & 버블>을 기획하게 된다. 공용 공간으로 이용할 버블 2개와 자신의 개인 생활을 위한 페블 1개를 아이아크 건축사무소 카탈로그를 보고 구입한 최현욱 씨는 동네에서 멀지 않은 3D 프린팅 가게에서 이들을 출력하여 자신의 땅에 배치한다. 버블에 들어갈 가구 컴포넌트 및 여타 가구 디자인도 카탈로그에서 선택하여 출력하고 이외의 부품들은 구입하여 직접 조립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익힌 요리 솜씨와 전문 요식업체 못지 않은 부엌 시설을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람이 이곳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고자 했고, 최현욱 씨는 참가자들을 검토한 후 이웃을 선별하여 결정한다.
결국, 33세 동갑내기 신혼부부 이건, 김미영 씨, 학업을 위해 상경한 20세 대학생 조효진 씨, 이혼한 58세 전업주부 김혜옥 씨, 한국으로 파견된 무역회사 직원인 42세 일본인 오노 씨, 독신생활을 즐기는 39세 건축가 이철규 씨, 이렇게 다섯 세대가 들어오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페블을 가지고 참여한 건축가 이철규 씨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최현욱 씨의 추천에 따라 카탈로그에서 자신들의 생활에 적합한 페블 디자인을 선택 후 출력해온다. 최현욱 씨는 주말마다 특별한 요리를 함께 즐기고 때로는 이웃들의 친구들까지 모이는 동네잔치도 할 수 있는 시설을 1억 5천만 원이 넘지 않는 예산으로 마련했다. 이웃 다섯 세대의 페블의 대지 이용비로 매달 들어오는 125만 원은 은퇴한 최현욱 씨의 생활을 위한 충분한 여유 수입이 되었다. 오노 씨와 대학생 조효진 씨는 페블의 디자인 사용료와 프린트 비용으로 4천만 원 내외를 사용했는데 나머지 세대들은 전에 사용하던 공간을 용해시켜 재활용을 한 덕분에 디자인 사용료와 프린트 비용만 지불하면 되었다. 이미 세 명 이상의 대기자 명단을 갖고 있는 요리형 <페블 & 버블>의 성공으로 조금 더 큰 규모의 사업을 계획하는 업자도 생기는 모양이다.


인터뷰
전시 주제인 ‘협력적 주거 공동체’를 어떻게 해석했나?
협력적 주거라고 하면 협력을 해야만 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개인이 주권을 확실히 갖고 있는, 소유하는 공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다가 협력 관계로 공유 지점을 넓히면서 나한테 주는 이득이 크구나 할 때 공유하는 부분을 늘려갈 수는 있어요. 그래서 저는 협력 주거를 하나의 마을로 생각을 했습니다. 마을에 들어오는 개인들, 또는 가족들이 자기가 살 수 있는 최소 공간을 먼저 소유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은 그다음에 기획하는 거죠. 하나의 주거 내에서도 식당이나 거실이 이미 공유 공간 아닌가요? 거기서 최소 공간은 침실이 되죠. 그래서 독자적인 주거 안에 침실이 여유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그래서 개인이 사용하는 폐쇄적이고 사적인 전용 공간을 ‘페블’(pebble)이라 하고, 개방적이고 투명한 공용 공간을 ‘버블’(bubble)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처음에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협력적 주거 공동체’에 접근했는가?
저는 <페블 & 버블>이 프리페브(prefab, 조립식)는 물론 프린터블(printable, 출력식) 하우스의 모습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프리페브나 모듈러(modular) 시스템이 공급자 위주라면, 프린터블 하우스는 생산 문제는 이미 해소가 된 공급 방법이에요.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위주인 것이죠. 그래서 건축은 땅은 물론이고 그 밖에도 이웃, 역사, 문화 등 주변 맥락과 위치에 따라 모두가 장소특정적(sitespecific)이에요. 이를 ‘특수해’(special solution)라 할 수 있는데, 즉 모든 건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특수해법이에요. 하나의 해법이 다른 곳에서는 쓰이질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렇게 건축은 아직도 특수하고 비용도 엄청나니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죠.
이번 제안을 통해 어떤 해결점에 이르렀나?
앞서 말한 비싼 비용이 드는 특수해 서비스는 극히 소수만 받을 수 있습니다. 매우 제약적이에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건축 서비스를 필요로 하죠. 건축가가 아무리 저렴한 가격에 해주고 싶어도 대다수 사람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그래서 나는 ‘일반해’(general solution)를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일반해가 쿠키 틀처럼 판에 박힌 것을 똑같이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건축가가 생각하는 일반해는 건축주 스스로 본인에게 맞도록 변형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건축가 없는 건축’이라 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첫째, 건축은 주변 맥락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도 좋다. 즉 대지와 사회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둘째, 현대 기술은 소비자가 스스로 주거 환경을 선택하고 만들 수 있게 할 수 있다. 셋째, 이러한 기술을 건축적 기술로 가져와 일반해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무엇이 이런 흐름을 이끌 것으로 보는가?
건축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흔히들 사회, 문화, 환경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무엇보다도 기술의 변화가 가장 결정적으로 건축을 바꿔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활 일반은 물론 건축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앞으로는 3D 프린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걸
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있다. 남에 대하여는 무관심하다. 함께 하는 것에 익숙지 않아 모여서 하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혼자 다니는 것을 훨씬 좋아해서 산에도 혼자 간다. 혼자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를 때 집중이 잘된다. 그럴 때 산의 경치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흙으로 빚는 것도, 나무로 만드는 것도, 모형을 만드는 것도 즐겁다. 스스로도 목공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해 시간만 주어진다면 집도 잘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드는 즐거움은 만든 물건을 보는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내가 설계한 건축물이 만들어질 때 완성된 건축물을 보는 즐거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완성된 게 아니더라도 만들어진 부분을 보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그래서 나에게는 기대와 궁금증이 늘 많다. 무엇을 만드는 것은 상상이 현실화되는 것이므로 무엇을 만드는 나는 또한 많은 상상을 즐기는 나이기도 하다. 나는 기억하기보다는 상상을 더 잘하는 성향이다. 그래서 나의 건축이 역사적 맥락을 찾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은 좀 엉뚱해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껏 그래 왔으니 계속 엉뚱하자. 형식으로 작업의 경험을 틈틈이 정리하고 있다.
페블 & 버블
분량3,249자 / 5분 / 도판 7장
발행일2015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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