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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Home / My City

신승수, 유승종

시나리오: 신승수·유승종

공간의 공유는 결국 사용상의 공유를 잉태합니다. 저희는 소유하고 있는 공간 중 일부를 나누어 또 다른 1/n을 토해내는 방식을 뒤집어, 이제는 공간 자체가 창출하는 사용가치의 곱셈이 되는 장치(device)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 집 안에 ‘내 방’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이 집 밖의 ‘우리의 방’이라는 곳과 연결되는 이상한 생태계를 짜봅니다. 네트워크의 노드(node)가 집이 되고, 집은 나의 방과 우리의 방이 수직적으로 결합해 각각 고유 공간의 켜를 이루면서도 수평적으로 맞물려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외부화된 방을 품은 집은 내밀한 방이라는 개념 대신에 도시화된 방, 즉 다른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방의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사유와 공유가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맞물려 ‘우리 집인 동시에 내 도시’가 되는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은 나와 우리의 경계를 유연하게 열면서 다양하게 구획하는 연결의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생태계 내에서 다양한 켤레의 공유 활동이 일어날 때 각각의 지점을 견고하게 묶는 또 다른 사회-경제적인 장치로서 ‘시드머니’(Seed Money)가 등장합니다. 재활용된 펄프 안에 담긴 씨앗으로부터 발아하고 성장하는 자연의 이야기는 이용자들의 활동과 사용에 의해 다시금 사회적 재화로 치환되며 공유 사회와 함께 성장합니다. 가구부터 집, 오픈 스페이스까지 여러 층위의 경계 공간을 탐험하면서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사용의 공유’를 상상해 봅니다.

사진: 김용관

인터뷰

마을공동체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신승수: 공동체나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많이 외로워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습니다. 외롭게 홀로 살아야 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일하고, 혼자 자고, 그러다 보니까 반대로 사회는 공동체를 절실하게 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일단 마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뜻밖이라기보다는 필연적인 귀결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라는 생각이 들고요.

현재 마을공동체 논의와 앞으로 잘 살펴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

신승수: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뭔가가 진행되는데, 사실 이러한 공동체라는 것이 집합적인 삶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접근하고 있다기보다는, 굉장히 매뉴얼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가 하고요, 이런 부분들을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공유주택 역시 개인과 사회의 역할에 관련하여 매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개발 시대에 공공이 해야 할 인프라 조성을 거대한 단지별로 나누어 대형 건설사에 미루고, 대형 건설사들은 선분양이라는 형식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미루는 식의 방식, 즉 사회가 개인에게 공공의 역할을 떠넘기는 방식과 유사한 방식이 공유주택에서도 나타날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컨대 개인의 공간을 나누어 공유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 자원을 나눠 쓰고 공동의 규약을 지키는 삶까지도 이제 개인들 각자에게 다시 짐을 지워버리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마치 내 공간을 나누고 쪼개서 그것을 공유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만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인 것처럼 만들어 버림으로써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쉽게 도망가버릴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우려하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내 공간을 쪼개서 1/n로 나누는 형태의 공유가 아니라 새롭게 창출되는 사용가치를 공유하는 공간, 내 공간을 쪼개어 나눌 필요 없이 공유의 공간을 얻는 방식, 또한 새롭게 얻은 이 공유 공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공공의 몫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사용의 공유’입니다. 공간의 공유보다는 사용 가치에 대한 공유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한 개념이 이번 작업에는 어떻게 구체적으로 반영되었나?

전시 시나리오에서도 옥상 공간과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 방들의 네트워크를 제안했습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옥상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중요한 것은 이 옥상 공간은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덤으로 주어진 공간이고, 여기에 온실과 같은 가설건축물을 공공이 만들어서 커뮤니티 공간으로 관리,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서 개인은 자신의 공간을 잃을 필요 없이 커뮤니티 시설의 내용과 접근에 대한 사용가치를 얻는 것이고 공공은 토지나 공사비의 부담 없이 실질적인 지원을 해줄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공유 공간은 개인의 구체적인 요구와 참여로 기획되어야 하지만, 운영주체는 공공이 되어야 할 겁니다.

이번 제안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유승종: 조경가로 참여한 저는 이 작업이 공간이나 오브젝트를 만들기보다는 잘 조직된 시스템, 즉 엔트로피가 선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시드머니’라는 것으로 구체화했죠. 재활용 펄프에 여러 가지 씨앗들이 박혀 있는 상태에서 응고된 종잇조각이 바로 시드머니입니다. 이를테면, 도서관에 책을 기증한다거나 봉사활동을 한다거나 하면 공동체 안에서 가치가 교환되고 시드머니를 얻게 됩니다. 이것을 다시 자기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성장시켜서 공동 텃밭으로 옮기거나 발아된 상태에서 공동 텃밭을 함께 조성할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교환 행위의 매개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시드머니는 선한 행위의 발아라는 상징적인 의미의 연결고리일 수도 있겠지만, 공유라는 선한 행위, 나눔의 행위, 공동체 행위를 할수록 자연의 엔트로피도 함께 올라가고 또한 그것이 다른 공유의 네트워크 안으로 다시 성장해서 지속적으로 가치가 생산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고자 고안한 것입니다.

신승수: 유 소장님이 말씀하셨지만, 저희는 공유 행위를 촉발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과 더불어 시드머니로 대표되는 공유 시스템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어떻게 재능기부를 주고받아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관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는 소프트웨어라는 것, 즉 말 그대로 ‘소프트’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게임의 말판을 제안한 겁니다. 일단 함께 나누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흥에 겨워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시드머니를 중심으로 공유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적인 것들이 같이 보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정리하면,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은 공간의 공유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사용의 공유를 전제로 한 것이고, 이때 나눗셈의 공유가 아니라 곱셈의 공유를 생각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공유의 주체는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 개인과 공공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대상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공간이 아니라 바로 사용 그 자체인 것이고요. 어떤 사용을 새로 만들어내고, 어떤 사용을 공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가치 체계인 것입니다. 그 사용을 사용자들이 어떻게 나눠 쓸 것인가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가능성은 우리가 매일 ‘공유’하면 떠오르는 공유 주택과 같은 스테레오 타입, 즉 조금씩 희생해서 우리끼리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더 나가서 나와 시설 간의 공유, 시설과 시설 간의 공유 등의 형태일 수도 있고, 그것이 마을, 더 나아가 도시로 성장하여 공유 마을, 공유 도시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온전히 혼자인 동시에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삶에서 구현되는 공간을 꿈꿔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신승수

‘이론을 통한 실천, 실천을 통한 이론’이라는 뜻을 품고 공부와 실무를 병행해 왔다. 늦깎이로 네덜란드에 유학하면서 실용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디자인에 눈을 떴고, 건축을 넘어선 건축하기의 가능성을 접하여 디자인 프로세스의 창조적 조직방식에 관심을 둔다. 이후 사용자들의 창조적 행위에 기반한 사용가치 중심의 공공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공공 공간과 시설의 대안적 가능성을 그려가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2006년 디자인그룹오즈를 공동 설립했으며, 제1회 젊은건축가상(2008), 오늘의젊은예술가상(2010), 한국건축문화대상(2013) 등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베니스건축비엔날레 전시작가로 선정되었다. 최근에는 『공공을 그리다』(2012), 『공존의 방식』(2013), 『슈퍼라이브러리』(2014) 등 책의 형식으로 작업의 경험을 틈틈이 정리하고 있다.

유승종

조경과 건축은 하나의 몸에서 나와야 한다는 믿음으로 건축 7년 차에 도미해 펜실베니아대학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다. SWA 등에 적을 두고 조경을 하다가 귀국 후 희림건축 조경디자인 본부장을 역임하며 1만 시간을 채웠다. 조경이란 단순히 나무 심고 돌을 놓거나 대형마스터플랜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살아있는 것을 디자이너의 팔레트에 올려놓는 건축의 확장이라는 믿음을 실현하고자 ‘살아있는 것’을 디자인한다. 라이브스케이프와 함께 부설연구소 OZLAB을 열었고, 캐나다 국제정원박람회 초청작이기도 한 <사운드가든 복실이> 시리즈를 통해 하이브리드 매체로서의 장소 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택정원의 설계와 시공부터 대형마스터플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에서 환경과 예술이 결합하는 창조적인 지점을 모색 중이다.

Our Home / My City

분량4,518자 / 10분 / 도판 11장

발행일2015년 2월 10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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