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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주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

강승현, 김나운, 백상훈, 조세연, 최민욱, 최윤영

전문성으로부터

강승현(인로코) 건축의 ‘사회적 역할’은 전문성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겠다. 단독주택이라도, 심지어 상업 공간이라 하더라도 거리에 등장하므로 어떻게든 노출되고 누군가가 경험하게 된다. 이를 고려하는 건축가가 수행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역할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최고의 공간을 짓는 것이다. 공공 건축물 중에는 분명히 최근 작업임에도 구식을 답습한 경우가 왕왕 있는데 만약 건축가가 좋은 공간과 조형을 구현하려고 충분히 고민했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랐을까 생각하게 된다. 무심하게 짓는 건물은 도면집부터 얄팍하다. 관 공사는 어떤 시공사가 입찰에 들어와서 일을 가져갈지 모르는데 건축가가 도면을 대충 내보내면 그 완성도를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론적으로 건축가가 본업에서 수행하는 크고 작은 공정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게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첫걸음이라 본다. 

경관을 살피는 눈

백상훈(씨드하우스) 얼마 전, 대학로를 걷다가 그 지역의 주요 대지에 세워진 흉측한 건물을 보았다. 알고 보니 건설사가 시행을 하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건물을 짓기 위해 비용을 맞춰줄 수 있는 설계사를 정했고, 그로 인해 건설비라는 측면만 고려하여 디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땅 주인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악조건에서 설계를 했다고 하더라도, 건축가가 도심 한가운데에 도시환경을 전혀 고민하지 않은 디자인을 내놓은 것은 도의적으로 잘못한 것이라고 본다. 건축가라면 건물을 설계할 때 건물 자체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 것인지, 도시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의미까지도 생각하고 책임져야 한다. 왜냐하면 한번 지은 건물은 오랜 시간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한 건물

최민욱(노말) 건축가가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좋은 건물과 공간을 만드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다. 대부분 건축물은 누구나 길 위에서 볼 수 있고, 불특정 다수가 방문한다는 것을 가정한다. 따라서 건축가는 사람들이 좋은 공간에서 풍부한 경험을 향유하고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여 소임을 다해야 한다.

조세연(노말) 건축은 아마도 인간이 만드는 가장 큰 규모의 하드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엄청난 비용과 자재와 노력이 들어가고 한번 지어지면 오래 남는다. 그러나 필요가 없어져서 한참 방치되거나, 적당히 지어 쓰다가 부수고 다시 짓는 안타까운 일도 부지기수다. 건축가가 자신의 디자인에 있어서 다양한 철학이나 아름다운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결국에는 목적과 기능에 충실하고, 오래 쓰이는 건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책임을 다하는 것부터

최윤영(갓고다) 적어도 우리 프로젝트를 통해서 건축계에서 겪을 수 있는 부정한 일을 하나라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게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는 시작점이 아닐까. 당장 나부터 심사하러 가서 불합리한 일을 하지 않아야 할 것 같고, 특검을 나가거나 감리를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무소 현장에 감리를 나가보면 건축가가 직무 유기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건축가 스스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 건축물을 설계하고 거기서 뭔가를 실현해야만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 일을 하더라도, 아주 작은 집을 하나 설계하더라도 집이 지어지는 동네가 좀더 나아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건축주에게 잘 설득해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원론적이긴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감대 형성

김나운(인로코) 학생들에게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을 설명할 때는 ‘공감을 얻어내는 능력’을 강조한다. 어떤 건물이 지어졌을 때 누군가는 ‘저 건물이 새로 생기니까 동네가 좀 좋아졌네’라고 생각하도록, 그 건물이 존재가 적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인 반향이나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건축가는 자기 집을 짓거나 가족의 집을 짓는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남의 재산으로 연고가 없는 지역에 설계하는데, 그 자체가 사회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나 외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소통하기 위해 말의 표현도 연습한다. 건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공통 주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

분량2,087자 / 4분

발행일2023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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