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지는 것들
서승모
분량1,889자 / 4분 / 도판 2장
발행일2023년 4월 18일
유형인터뷰
리노베이션
사무소효자동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편이다. 기업 프로젝트였던 LCDC, 띠어리, 현대카드 프로젝트도 다 리노베이션이었다. 리모델링을 하는 이유는 거의 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지 건물을 보존하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로서는 회사 운영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래도 리노베이션 작업을 좋아한다.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웬만하면 거절 안 하고 다 한다.
리모델링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크지 않다. 적어도 우리 사무소가 하는 규모의 일에서는 그렇다. 약간의 환경적 효과는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같은 비용이라 하더라도 그 비용이 신축과 다른 곳에 쓰인다는 점이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그 부분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 같다.
건축가 개인으로서는 어떤 기억을 이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도시라는 집합체에서 무엇이 되었든 어떤 기억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것이 많이, 오래 모였을 때 우리가 동경하는 유럽의 유서 깊은 근대 도시나 일본 도시의 혼성성 같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좋은 건물 한두 개로 될 일이 아니라 20~30년 동안 모여야 비로소 재미있는 도시가 된다.
인구는 감소하고 서울은 건물로 꽉 차 있는데, 건축가로서 건축 행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하게 된다. 그래서 기존 건물을 잘 활용하는 일에 관심이 간다. 또한 그것이 다 우리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흥청망청 지냈든 못생겼든 우리가 20대의 자신을 부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기존 건물들도 우리 모습이다. 잘라버리거나 없애버리고 싶지 않다.
건축에 하얀 도화지는 없다. 땅이든 기존 건물이든 클라이언트든 어떤 색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돈의 많고 적음도 일종의 색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의 구조가 갖는 기본 질서/틀이 중요하다. 초창기 한옥 작업에 손을 대게 된 것도 목구조의 규칙성이나 구조미가 주는 따스함 때문이었다. 리모델링 작업에서도 이런 건축적인 면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고, 건축주에게도 그 내용을 설명해주고 각인시켜줘야 한다. 이후에 기존 질서를 깨트리게 되더라도 그것을 의식하고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기술적 관심사
지금은 기술 쪽으로 생각할 여력이 없다. 솔직히,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도구는 2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 당시 치열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가지고 조금씩 활용, 실현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건축 필드에서 촌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내가 문제이거나 한국 건축계가 문제이거나, 혹은 더 복잡한 여러 가지의 문제일 수 있다.
그래도 관심을 두고 있는 바는 환경적인 이슈와 관련 기술이다. 실무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여러 책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기후적 특성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할 방법이라든지, 쓰레기와 폐기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것들이다. 앞으로 고민해야 할, 하지만 아직 제대로 공부할 여력이 없는 숙제다.
소위 말하는 친환경 공법, 재료, 에너지와 관련된 영역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는, 한옥에서 살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살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 개인적인 입장 외에는 건축이라는 산업계에 속한 일개 아틀리에 건축가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기왕 건축 행위를 일으킬 때는) 거기서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나로서는 더 와닿는 현실적 접근이다. 요즘 일반적으로 말하는 ‘친환경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인터뷰이 서승모 / 인터뷰어 김상호 / 원고화 및 편집 김상호
주어지는 것들
분량1,889자 / 4분 / 도판 2장
발행일2023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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