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진학교, 진통 속 태어난 공간
유종수, 심윤서
분량9,599자 / 19분 / 도판 10장
발행일2023년 2월 15일
유형좌담
서울서진학교는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공립 특수학교로, 폐교된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증축 및 신축되어 지어졌으며 2020년 3월 문을 열었다. 2017년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이 진행한 설계공모에서 코어건축사사무소가 당선, 설계를 맡게 되었다. 현재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전공과 학생까지 14년의 교육과정에 170명의 발달장애 학생이 재학 중이다. 2021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 설계: 유종수, 김빈 코어건축사사무소 대표
- 운영: 심윤서 서울서진학교 교감
어려운 상황 속 시작된 공모
유종수 서울서진학교 프로젝트는 서울시교육청이 총 25개의 구 중 특수학교가 없는 7~8개 구에 공립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2013년 시작됐다. 이에 공진초등학교가 폐교된 자리에 공립특수학교를 짓기로 결정하면서 1차 기획이 되었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가 2017년 설계 공모를 통해 다시 진행되었다. 당시 한겨레 신문기사를 보면 여전히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7년 우리가 설계공모에 참여하기 이전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공공 건축 사전 검토 연구 용역으로 보고자료를 만들어 두었다. 앞쪽은 특수학교를 만들고 뒤쪽으로 지역 공공복지시설을 만드는 것이 프로젝트의 큰 틀이었다. 우리의 안이 당선된 후 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는 당선안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2017년 7월에 설계공모가 진행되고 9월 21일에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공모 초기 설계안 요구사항에는 초등학교가 없었고, 예비교실 6개가 전부였다. 초등학교가 포함되면 규모가 커지면 지역주민의 반대에 대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우선 예비교실로 공실을 두고, 중・고등학교만 만들고자 했던 것으로 안다.
설계공모 접수가 이루어진 후 교육청 현장 설명회 자료를 보면 교육, 복지, 현실, 공공성 실현, 지속가능한 학교 등 좋은 키워드들이 있었다. ‘ㄷ’자 형태의 구 공진초등학교의 앞쪽 일부를 증축하고 뒤쪽은 리모델링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보통 학교건축 공모 지침을 보면 전체의 67.5㎡ 크기의 교실면적이 요구되는데, 여전히 모듈화된 교실을 만드는 것이 교육청의 지침이었다. 일반학교가 아닌 특수학교임에도 세밀한 기획이 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공모에 제출된 안들이 대부분 비슷했지만 다른 제출안과 우리 안의 가장 큰 차이는 경사로에 대한 대응이었다. 큰 경사로를 계획하고, 기존 공진초등학교의 특성을 이용한 안들이 많았다. 공모지침을 위배하지 않으려다 보니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한편 우리는 경사로를 고려하지 않고 학생들이 쉽고 편하게 이동하는 데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
거듭된 자문회의와 설계 변경
유종수 당시 공모 제출안을 보면 큰 구도에서는 현재 완공된 모습과 비슷하다. 기존 공진초등학교 앞쪽으로는 윙을 만들고, ‘ㄷ’자 형태의 교사동을 새로 두어 전체적으로 중정을 가진 ‘ㅁ’자 형태로 만든 후, 정문 쪽에 매스를 추가해 체육관을 두는 배치는 제출안과 완공된 모습이 대동소이하다. 다만 각 자문위원회와 회의를 거치며 세부적으로 변경된 부분들이 있다.
당선 이후 설계기간은 주말을 포함해 150여 일밖에 되지 않은 촉박한 일정이었다. 그마저도 기술자문위원회를 시작으로 MP, 급식, 특수학교 전문교사, 색채, 건설공법 위원회 등 온갖 자문회의를 거치는 과정에 시간을 써야 했다. 한 자문 당 짧으면 2~3주의 시간을 소요했기 때문에 실제 설계에 쏟은 기간은 굉장히 짧았다. 실시설계와 디자인 수정을 동시에 작업했다. 잘못된 일정이었다.
1차 기술자문위원회에서 소방차가 운동장까지 접근할 수 있는 경로, 체육관을 1층에 배치한 안에 대한 의견이 있었고, 조건부 통과가 되었다. 1차 자문위원은 15명 중 12명이 참석했고, 3명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위원마다 제출한 한두 개씩의 의견을 추가 반영했을 때, 과연 우리의 설계 방향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교육청과 함께 위원을 한 명씩 만나 필요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제안했고, 그렇게 1차 심의를 통과했다.
2차 기술자문위원회에서는 1차 때 제기된 의견에 대한 반영, 그리고 2차 회의 전 특수학교 선생님과 교육청 장학사의 의견이 반영된 사항을 발표했다. 변경된 사항으로는 색채 계획 후 재료 결정, 버스 진입 출입로, 출입로의 오른편으로 확보된 소방차량의 접근로, 1층에서 2층으로 변경된 체육관의 위치, 1층에서의 체육실과 돌봄교실 배치, 기존 건물과 연결한 대피로 등이 있다. 당선안의 복도 폭도 이미 일반 학교보다 넓었지만,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더욱 넓게 조성됐다. 몇 차례의 자문회의를 거치며 출입구의 위치 역시 학생들이 좀 더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앞서 말했듯이 당선안에서 초등학교 시설은 계획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교육청에서 특수학교 선생님의 의견을 반영해 초등학교 시설을 요청했다. 4층에 계획되었던 전공과 교실을 1층으로 옮기고, 2~3층에는 초등학교 6학급 교실이 증설됐다. 특수학생이 복도를 통해 기존 교사동으로 이동하기에는 불편하다고 판단해 새로운 교사동에 학급을 배치하자는 것이 우리의 큰 설계 방향 중 하나였다. 중학교의 과학실, 컴퓨터실, 가사실 등 특수교실을 같은 층에 배치하는 식으로 수직 동선을 최소화했다. 중정의 벤치나 높낮이가 다른 개수대 등 작은 부분도 신경을 쓰려고 했다.
한편 당시 MP 분야에서 박광재 교수님이 서진학교와 나래학교를 동시에 자문하셨는데, 나래학교에 비해 서진학교 설계공모에서는 정확히 어떤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될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어떤 유형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사용하게 될지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고려하지 못했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추후에 나래학교는 지체장애, 서진학교는 발달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정해지면서 우리는 빠르게 안을 발전시키고 설계 변경 과정을 거쳐 기술자문위원회에 제출했다. 급식위원회와 MP 자문에서는 작은 규모의 식당에서 주방 냄새가 중정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주방의 위치를 학교 뒤쪽으로 변경했다. 원래 식당으로 계획된 공간은 북카페로 변경하고, 급식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교사동 식당에 급식실을 마련했다.
또 하나는 통학 버스에 관한 부분이었다. 공모 지침이나 교육청과 지역청 차원에서 통학버스 마련에 대한 구체적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초기안에서는 두 대 정도 수용할 수 있도록 제안했었지만, 자문 이후 지하층에 통학버스 계획을 반영했다. 학교 앞쪽의 완충녹지 구간의 경우는 도시계획시설이었기 때문에 임의로 변경할 수 없었다. 물론 넉넉한 시간이 확보되어 있었다면 변경이 가능했겠으나, 학교를 빨리 짓기 위해서는 최대한 당선안 상태를 유지하면서 통학버스 차량이 접근하도록 하다보니 결국 차량 동선이 우회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복도와 면한 포드 공간이 적극 구획되었고, 마지막으로는 부족한 화장실을 추가했다.
모든 과정이 150일 안에서 빠듯하게 진행되었지만(추가로 설계를 진행한 것을 고려하면 2~3개월이 늘어났다), 자문회의를 거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일반학교뿐만 아니라 특수학교를 설계해본 적이 없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려고 했다. 다만 학교가 거의 완공될 즈음이 되어서야 교감선생님을 포함해 서진학교의 실제 운영진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래서인지 계획한 것과 조금 다르게 사용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와 찬성 속 세워진 학교
유종수 설계가 마무리될 때쯤 주민설명회가 있었다. 특수학교가 아닌 보통의 학교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소통을 할 수 없을 만큼 주민들의 반대가 격렬했다.
심윤서 서진학교의 교감으로 발령받기 전인 2017년 9월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신설을 위한 주민설명회에 나도 참석했었다. 학교 건립을 찬성하는 학부모들과 이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모였다. 그런 와중에 한 학부모가 특수학교 건립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무릎을 꿇기도 했다. 강서구 지역주민이기도 했던 또 다른 학부모는 거주 지역에서 특수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2년 종로 경운학교 이후 서울의 공립 특수학교 건립은 전혀 없었다.
강서구의 지역 주민들은 사립 특수학교인 교남학교가 이미 있다는 이유로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했다. 교남학교는 한 학년에 한 학급만 있는 학교로 지역의 특수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작은 규모였다. 강서구의 특수학교 학생들은 88 서울 올림픽 즈음 개교한 남부 지역의 공립 특수학교인 정진학교에 다니기 위해 왕복 3시간이 넘는 등하교를 해야했다.
물론 지역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1990년대 가양동 일대에 당시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영구임대아파트단지가 건설됐고, 공진초등학교가 설립됐다. 영구임대주택 거주자 학생과 건너편 학생이 나뉘며 끊임없는 갈등이 빚어졌고, 이에 교육청은 차선책으로 다른 학교로의 전학을 허용했다. 결국 공진초등학교에는 임대주택 거주 학생만 다니게 되었으며, 그 학생들조차 위장전입을 통해 타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결국 폐교되었다. 공진중학교 역시 같은 이유로 폐교되었다. 그러다 보니 알게모르게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의식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주민설명회가 매스컴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많은 응원을 받았다. 큰 관심 속에서 기적처럼 서진학교가 세워졌다.
2020년 교육부가 공간 혁신 학교로 서진학교를 선정했고, 이후 전국에서 학교를 방문하고 싶다는 연락과 공문을 수없이 받았다. 그러던 와중에 김정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이 개봉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은 것도 의미가 있다. 공공성과 사회적 의미를 고려해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됐다고 한다. 심사위원이 프로젝트가 완공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 자리를 빌려 코어건축에게 감사드린다.
설득과 구현의 현장
유종수 본래 설계공모 전에 교육청에서 기존 건물의 구조안전진단을 시행했어야 하는데, 설계단계와 동시에 구조안전진단이 진행되었다. 이에 기존 교사동의 철거 공사부터 시작했고, 구조안전진단 결과 구조 보강이 선행되어야 했다. 결국 기존 교사동의 골조만 남기고 모두 철거했다. 공모 당선 후 자문위원회에서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이유에 대한 많은 질문이 있었지만, 공유재산은 30년 이내에는 철거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공사 초기였던 기존 교사동 철거 진행 중에도 지역 주민의 민원이 쇄도했다. 주말에는 공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공사기간은 계속 지연됐다. 철거 도면이 있었지만 부분 철거가 잘 진행되는지 거의 매주 현장을 방문해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현장 상주 감리가 있어 수시로 연락을 해왔지만,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어 대부분 우리와 협의 후 시공을 진행했다. 입찰로 시공사가 선정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계속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중정 포드 기둥 마감의 경우 현장에서 콘크리트로 급하게 변경해 잘 구현된 부분이 있는 반면, 콘크리트 노출 외부옹벽이 토목의 옹벽처럼 시공된 부분이 나오기도 했다. 시공력이 낮아 시공 과정이 험난했다. 예를 들어 일반 벽돌이 아닌 큰 벽돌을 사용했는데, 벽돌공의 노하우 부족으로 현장에서 일일이 협의해가며 벽돌을 쌓는 식이었다. 운동장 쪽에서 바라본 전면 창호의 아노다이징 루버 샘플을 제작 후 설치해 목업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역시 금속업체와 협업하며 진행해야 했다. 시공사가 놓쳐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이 설계와는 다르게 어긋나 입면 디자인을 급하게 변경해 원래 의도했던 것처럼 수정하기도 했다. 벽돌 줄눈의 색상까지 샘플링을 통해 정하고 중정의 벤치 같은 가구 또한 현장에서 샘플을 제작해 일일이 확인했다. 겨울 공사를 하면서 복도의 중요한 마감재 시공에도 고생을 많이 했다.
개선이 필요한 공공 건축 설계공모
유종수 공공 건축 설계 공모에서 당선작이 결정된 후 끝까지 좋은 프로젝트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는 설계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계 변경은 수없이 진행되는데 완공시점은 정해져 있어 시간 부족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힘들다. 서진학교 프로젝트처럼 설계가 150일(실제는 연장되어 210일), 공사가 15개월 내에 진행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둘째, 선택적 분리 발주가 가능하게 하자. 전기, 소방, 통신 등, 모든 것이 분리 발주로 진행되다보니 무척 협의가 어려웠다. 예를 들어 조명 디자인에 있어 여러 차례 의견을 냈지만, 결국 전기 공사 내역의 마지막을 보지 못한 채 엉뚱한 조명이 달렸다. 공모의 경우 분리 발주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조정이 필요하다.
셋째, 관급 자재 사용을 신중하게 하자. 관급 자재 사용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함으로 마련된 제도적 장치지만, 그것이 재료의 질과 기술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설계안과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의 자재 관리가 필요한데 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넷째는 공무원의 보직 순환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담당 공무원이 수차례 바뀌는 경험을 한다. 매번 설계의도와 과정을 설명하고 다시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다섯째는 설계 변경에 관한 정당한 댓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차례의 설계 변경이 있어도 댓가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감리(현 설계의도 구현) 부분도 마찬가지다. 서진학교의 경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교육청에서 디자인 감리 비용을 지원해주지 못했다. 대신 모든 디자인 감리 권한을 우리에게 일임했다.
마지막으로 공공 건축의 많은 경우 사용자가 일시적인데, 불편한 사항이 있을 때 그때그때 임시방편처럼 변경하다보니 원래의 설계의도가 망가지기도 한다. 건축가와 상의만 하더라도 좋은 방식으로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과 소통하는 공간들
심윤서 2020년 3월 개교한 서진학교는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 건물은 많은 사람이 함께할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아이들을 응원한다는 주민의 이야기, 우리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서진학교가 혐오시설로서의 특수학교가 아닌 보통의 학교로 이 지역과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2021년 2월에 초등학생 12명, 중학생 5명, 고등학생 3명 총 20명이 1회 졸업생이 되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등교와 학교생활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큰 기적이다.
서진학교에는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 즉 발달 장애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중 60% 이상이 자폐성 장애 학생인데, 대부분 공간 지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간단한 층별 동선이 최소화된 ‘ㅁ’자 구조와 층별로 다르게 계획된 복도 색으로 학생들은 본인이 머무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넓게 설계된 복도 덕분에 직업실습 시 큰 자재를 옮기는 카트와 활동성이 뛰어난 발달장애 학생이 사고 없이 이동할 수 있다. 긴 연구를 통해 설계했다고 믿길 정도로 적절한 계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지하 로비는 등하교 시 출입 공간으로 사용되는데, 노란색 통학 버스와 자가 통학 차량이 한데 모인다. 등하교 시간에 흰 벤치에 학부모님들이 쭉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광경이 장관이다. 출입문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어 선생님, 학부모, 학생이 한자리에 만나 소통할 수 있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적다. 이곳에서 선생님이 학생의 손을 잡고 학부모님께 하루 일과를 전달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이렇게 좋은 공간으로 활용될 줄 알았는지 모르겠다.
코어건축에서 야심 차게 만든 포드 공간은 2~4층에 걸쳐 층마다 두 개씩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 밖에서 보면 유선형으로 볼록 튀어나온 이 공간에서 음악회, 연극, 전시, 상점, 장기자랑 등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진행하는데, 이는 전인격적 성장과 발달을 도모한다. 정말 유용하게 포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 공진초등학교 건물은 층고가 매우 낮은데, 건축가가 포드를 조성하고, 북카페의 창을 뚫으면서 답답함이 사라졌다. 창을 통해 낮에는 빛이 들어오고, 밤에는 별을 볼 수 있다. 또한 동서 방향으로는 진입할 수 있고 남북 방향으로는 외부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을 결합 중점 학교로 운영하면서, 마을 강사와 함께 아이들이 만든 활동 결과물들을 북카페에 전시했다. 식당으로 통하는 길목에 만남의 광장이 있는데 점심시간에 학생회 캠페인을 열어 전교생이 만나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성탄절에는 크리스마스트리도 여기에 설치된다.



다양한 활동, 성장이 이루어지는 학교
심윤서 1층 전공 실습실은 ‘서진학교’에서 착안해 진스 키친, 진스 팩토리, 진스 빈, 진스 패킹이라 명명하고 운영 중이다. 직업실습의 과정으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실제 카페와 같은 방식으로 주문받고 커피를 판매한다. 실제 상황과 같은 실습을 위해 50명 정도 되는 교직원이 이곳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우리 학교의 교육 목표는 서진학교 학생들이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2020~2022년에는 마을결합중점학교를 운영하고, 2023년부터 4년간은 마을결합혁신학교를 운영할 예정이다. 서진학교는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장소로 만들어야 하고, 이것은 서진학교의 숙명과도 같다. 지역 주민을 강사로 초빙하거나 학생들의 커피 판매를 통해 서로 교류하고, 제본실은 물론 중앙 정원까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점진적으로 중앙 정원을 열린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ㅁ’자 구조 안쪽에 위치한 중앙 정원은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면서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학교 건물 어디에서건 창문 밖 정원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지금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야외활동이 어려운데, 중앙정원에서 식물관찰, 졸업사진 촬영, 술래잡기, 산책 등 외부활동이 가능했다. 또 이 정원은 매우 입체적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전공과 2학년까지 학생의 나이와 키 높이에 따라 공간을 다르게 경험한다. 교무실에서 중앙 정원을 내려다볼 때마다 차를 한잔 마시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장 발달에 따른 활동이 다양하기 때문에 완공 이후에도 실습 공간들이 많이 조성됐다. 예를 들어 세탁실, 감각운동실, 오감 놀이터, 글 샘터, 뷰티실 등이다. 교장 선생님의 관심이 높은 맨발 운동장이 있다. 발달장애 아이들은 감각에 민감하다. 아프리카에서는 맨발로 생활하기 때문에 자폐 아동이 없다고도 한다. 이에 착안해 흙 운동장과 황토길, 세족장을 조성했다. 맨발로 흙 운동장을 안전하게 뛰어놀도록 하기 위해 평탄화 작업을 했다. 건축가가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나름대로 고민하여 꾸린 공간이다.
서진학교는 서울에서 17년 만에 지어진 공립 특수학교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중앙 정원에 심어진 나무에는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의 응원 글이 매달려 있다. 이 응원들이 우리 아이들을 점점 튼튼하게 자라게 할 것이다.




원고화 및 편집 박세미
서울서진학교, 진통 속 태어난 공간
분량9,599자 / 19분 / 도판 10장
발행일2023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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