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aboration
신선영, 이주연, 홍은규
분량2,538자 / 5분 / 도판 5장
발행일2012년 6월 27일
유형작업설명
신선영 숭실대학교
이주연 숭실대학교
홍은규 숭실대학교
Scene #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30대 여성 L씨, 광화문 A 디자인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서울 시내 이곳저곳을 누비며 최신 트렌드의 디자인, 미술, 패션, 공예, 건축 등을 취재하고 촬영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주 업무다. 특히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은 광화문의 본사보다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가로수길에서는 개성 넘치고 신선한 신진 예술가들의 장이며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곳이기 때문이다.
Scene #2
어느 날, L씨가 최신 패션 트렌드 취재를 위해 자주 들르던 편집숍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3층 규모의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얼마 전부터 스타벅스, 탐앤탐스, 커피빈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자라, 포에버21, 라코스테 등 대형 패션 브랜드까지 자리 잡고 있다. 예전 가로수길의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고 명동 거리와 비슷해지는 이곳에서 L씨가 취재할 거리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단골 취재 상점이 사라져 아쉬움과 고민에 빠진 L씨.
Scene #3
5년 후 가로수길. 이제는 패션, 카페, 음식에 걸쳐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점령한 가로수길은 더 이상 예전의 이국적이고 개성 있는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씨가 여전히 가로수길을 찾는 이유는 기존의 소규모 상점들이 주변 뒷골목으로 스며들어 형성된 세로수길 때문이다. 이제 L씨는 가로수길보다는 세로수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세로수길 또한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가로수길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 프렌차이즈 상점들이 언제 세로수길까지 점령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536-11번지에 자리해 20년도 넘은 우정슈퍼마켓이 문을 닫는다. 역시 높은 임대료 탓이다. 우정슈퍼뿐 아니라 주위 3개의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엔 호텔이 들어선다고 한다. 벌써 골목엔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L씨의 관심사인 개인 디자이너들의 숍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Scene #4
우정슈퍼 자리 일대에 새로운 호텔 건물이 완공되었다. L씨는 우연히 주변 숍의 취재를 위해 이 골목에 들어서다가 새로운 호텔을 마주한다. 호텔 건물 1층에는 기존 가로수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디자이너들의 숍으로 보이는 공간들이 위치하고,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쇼윈도 안 이미지는 기존 가로수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쇼윈도를 지나 호텔 모퉁이에는 북카페가 있다.
Scene #5
며칠 뒤, L씨는 세로수길의 Q 아로마 숍의 사장과 미팅을 위해 새로 생긴 호텔 카페를 찾는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서적으로 가득한 북카페에서는 호텔 내부 홀을 바라볼 수 있다. 호텔의 홀 한쪽에는 외부에서 쇼윈도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작은 갤러리들이 줄지어 있고, 다른 쪽에는 야외 조각공원을 옮겨놓은 것 같은 라운지가 보인다.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이다. 한 가지 특별히 기존 호텔과는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호텔 방문객들이 체크인을 하고 갤러리로 들어가고 있다. 쇼룸은 다양한 분야 디자이너들의 자신만의 고유한 콘셉트를 공간적으로 디스플레이한 장소이다. 패션디자이너의 쇼룸에는 패브릭·패턴 등으로, 도예가의 쇼룸은 도자기로 만든 가구와 소품들로 공간을 디자인해놓았다. 신사동의 다양한 소규모 예술 상점들이 호텔과 콜라보레이션해 공간을 디자인하고, 1층에서 객실과 객실의 이미지 그리고 분위기를 세일즈하고 있었던 것이다.
Scene #6
L씨는 이번 주말, 예전에 비즈니스 차 호텔을 방문했을 때 마음에 두었던 Y디자이너의 객실을 예약한다. 모든 객실의 분위기와 디자인은 1층 쇼룸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 쇼룸 내부의 계단을 통해 4층 A-4호실에 들어간다. 객실 내부의 모든 소품은 Y디자이너의 컬렉션 패브릭으로 재구성된 것들이다. 금요일 저녁까지 취재를 마치고 체크인한 L씨는 먼저 4층에 있는 스파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그녀의 취향에 꼭 맞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한다. 잡지사 에디터로서 항상 많은 사람을 상대하며 바쁜 일상에 지쳐 있던 그녀는 오늘 하루만큼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공간에서 자신만을 위해 특별한 주말을 보낸다.
Scene #7
5년 후, L씨는 디자인 매거진의 편집장이 되고 단골 상점이던 T 편집숍은 더 이상 임대료를 이기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던 중 L씨는 그동안 수많은 취재를 통해 얻은 디자인 안목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T 편집숍과 동업해 콜라보레이션 호텔 입점을 추진하게 된다. 디자인 콘셉트와 이미지 사진 등 사업 계획서를 가지고 1층 호텔 사무실을 찾는다. 호텔에 입점하는 매장들은 실적에 따라 숍이 유지되기도, 또는 퇴출되기도 하는 시스템이다. 이미 입점을 위한 지원서들이 가득하고 어느 한 아로마 숍은 호텔 개장 이래로 5년째 이 호텔 객실 디자인을 맡고 있기도 하다. 며칠 후 호텔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고 L씨와 T 편집숍은 공동으로 호텔에 입점한다.

5년 후 가로수길. 이제는 패션, 카페, 음식에 걸쳐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점령한 가로수길은 더 이상 예전의 이국적이고 개성 있는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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