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의 공공성
박창현
분량2,182자 / 4분
발행일2022년 10월 28일
유형인터뷰
사회 인식에 대한 자각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버블 경제 당시를 돌이켜보면 일반인들에게 건축가는 ‘이상한 건물을 디자인하는 사람’이었다. 평범한 건물을 설계하면 주목받지 못하니 어떻게든 튀는 건물을 지어야 했다. 그런 사회적 상황 속에서는 건축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건축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난민을 위한 셸터 디자인을 이야기하며 공적 역할을 해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건축가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어려움을 함께 겪고 나서 일본 사회에서 ‘이웃, 연대, 관계’가 강해졌다. 국내에서는 세월호 사고 당시 ‘우리 사회에 속한 전문가로서 이러한 대형 사고를 외면하는 게 맞는가’라는 사회적 물음에 조성룡 선생이 나서서 배 모형을 제작함으로써 사회 문제를 공론장으로 이끌어냈던 예를 떠올릴 수 있다.
획일 지향의 공모 제도
얼마 전에 끝난 창원시립미술관 설계공모 지침서의 ‘일반 설계공모의 배점기준 및 평가항목’을 보면 ‘공공건축물의 유형을 탈피한 새로운 디자인’이라는 기준이 명시됐다. 그 문구를 보고 기뻤고, 한편으로는 ‘요즘 설계공모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입상작을 보니 재료, 형태, 프로그램 방식 등이 비슷비슷했다. 공모를 통해 지어진 미술관이 지역을 막론하고 유사한 안으로 설계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작가성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해서 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는 몇 가지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공모의 투명성이다. 여전히 투명하지 않다. 조달청을 통한 공모는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지만, 개별 부처에서 나오는 공모는 그렇지 않다. 모든 공모 심사가 투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안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진다. 한편으로는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만 설계를 풀다 보니 결과물이 획일화될 수 밖에 없다. 또 공모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공모의 심사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는데, 이런 방법이 모든 공모 심사에 도입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가 얼마나 보든 공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사하는 사람들이 의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의 자질도 검증해야 한다. 그런 절차 없이 주최측 내부 리스트에서 고르면 출품 건축가보다 심사위원회 수준이 떨어지기도 한다. 각 공모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되는 사람이 그 공모에 관해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 심사를 할 준비가 돼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면 스스로 공모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공모의 운영위원회는 이 프로젝트가 공모로 나와야 하는 이유, 주제, 방향, 과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프로젝트에 따라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거나 전례없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이끌어내는 등 그 공모에서 필요로 하는 바를 명확하게 만들고, 요강을 정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심사위원은 그에 의거해 심사하게끔 해야 한다. 지금은 공모 요강 만드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 심사하는 사람 등이 제각각 나뉘어 있다. 그러니까 공모의 질을 높일 수가 없다.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다. 조달청의 존재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새로운 재료나 디테일을 쓰거나 기술적인 실험을 하려고 하면 조달청에서 제동을 건다. 또한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최저가 입찰은 사라져야 되고, 설계자가 직접 공사 감리를 해야한다. 이처럼 공모에 대한 여러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좋은 안이 나오기도 어렵고, 좋은 안이 나와도 실제 건축물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행정적 틀을 더 잘 갖추고, 건축공간연구원 같은 연구기관에서 정책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법제화해 공모가 진행되어야 한다.
인터뷰이 박창현 / 인터뷰어 김상호 /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안팎의 공공성
분량2,182자 / 4분
발행일2022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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